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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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전주에서 철수와 순이가 서로를 알아가는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고, 철수와 순이의 순수한 교감을 배가시키기 위해서 제주도의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물영아리 오름에서 촬영을 했다. 그리고 오늘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철수와 순이가 헤어지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이다. 그리고...

“응, 누나. 그래서 여기를 오겠다고?”

나의 누나인 서주현을 비롯한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와 윤아가 온다는 것이다.

“왜 하필 오늘 오겠다고 해서...”

오늘 찍는 장면이 단순히 헤어지는 장면이라면 내가 이렇게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 촬영 분량에는 보영 누나가 내 따귀를 때리는 장면도 포함이 되있기 때문.

“큰일이군...”

한참을 고민해도 답이 없다. 결국 최대한 NG없이 촬영하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생각하고는 분장을 하러 간다.

“오늘 저희 누나랑 제시카 누나, 윤아 누나가 온다고 하네요. 괜찮죠?”

“뭐! 소녀시대가?!”

“뭐리고?!”

앞의 반응이 대기장에 있던 남자분들의 경악과 믿을 수 없다는 표정, 그리고 환호가 담긴 말이었다면 뒤의 반응은 왜 하필 오늘이냐는 말이 함축된 보영 누나의 반응이었다.

“그러게요. 오늘 그 장면은 NG없이 가는게 상책이겠네요. 휴”

“내,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나 사람 때리는 연기는 오늘이 처음인데...”

보영 누나의 반응에 어쩌면 오늘 촬영이 내 생각대로는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분장을 마치고 대기한지 2시간 정도 됬을까? 소녀시대 누나들이 도착했다. 누나들이 도착하기 전에 내 장면을 미리 찍었으면 했지만 아쉽게도 선배님들의 씬을 먼저 찍게 되어서 나는 아무것도 못한 채 대기할 수 밖에 없었다.

“누나 오랜만이야.”

“휘아야!”

어김없이 나를 보자마자 달려오는 누나를 안아주고는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며 걸어오는 윤아 누나와 제시카 누나에게도 인사를 한다. 주현 누나는 나와의 포옹을 먼저 한 후에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했고...

“정말로 소녀시대를 볼 수 있을줄은 몰랐는데... 이게 꿈이냐 생시냐?”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유연석 선배님의 말에 나도 ‘그러게요... 저도 진짜 올 줄은 몰랐어요.’라고 답한다.

“자 그럼 오늘 소녀시대 분들도 오셨으니 파이팅하자.”

본래라면 촬영장에서 먼저 대기하셔야 할 감독님이 소녀시대가 왔다는 말을 듣고는 재빨리 대기장으로 와서 우리에게 파이팅하자고 하신다. 역시 소녀시대의 힘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적용되나보다.

소녀시대 누나들이 가져온 간식을 모두 먹은 후 촬영이 시작 되었다. 지금 촬영하고자 하는 씬은 늑대소년인 철수가 사람들에게 발견되면 사살될 것을 염려하는 순이는 매몰차게 철수를 쫓아내려고 하는 반면 철수는 순이에게 가지마라며 붙잡는 장면이다.

찰싹! NG! 찰싹! NG!

몇 번이나 반복 됬을까? 보영 누나가 내게 ‘가라고!’라고 소리치면서 뺨을 때리는 장면을  NG낸 것이 한 스무 번은 된 것 같다.

“미, 미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누나. 저 볼이 하나도 안 빨게 졌어요. 더 세게 쳐도 되니까 마음 놓고 연기하세요.”

누나 나에게, 그리고 스태프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도, 그리고 내가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한 스무 번 정도 반복되었고...

부릅!

멀리선가 강렬히 째려보는 느낌과 ‘주현아! 진정해, 진정. 릴렉스.’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스무 번은 됬다. 물론 주현 누나가 보영 누나를 째려보는 것이다.

“후... 잠시 쉬었다가 다시 찍자.”

감독님도 더 이상은 안되겠는지 휴식을 명령하셨고, 보영 누나와 나는 나란히 소녀시대 누나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죄송해요. 그리고 미안해 서휘야.”

보영 누나는 대기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주현 누나에게 사과를 했다.

“네... 연기를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죠... 그래도 이 촬영을 빨리 끝냈으면 좋겠네요.”

예의바르다고 소문이 자자한 누나의 평소 모습과는 달리 보영 누나를 바라보면서 하는 누나의 말에는 가시가 돋혔다. 그 반응에 같이 따라온 제시카 누나와 윤아 누나도 연신 어쩔줄을 모르는 반응이고...

“누나들, 잠시만 기다리세요.”

계속해서 이런 분위기로 있다가는 잘 쉬지도 못하고 백 번을 촬영해도 NG를 낼 것만 같았기에 누나들에게 양해를 구한 채 보영 누나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간다.

“에휴... 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저 때려봤자 하나도 안 아프니까 그냥 막 때리셔도 괜찮다니까요.”

“그치만...”

내 말에 울먹거리는 보영 누나를 보고는 누나의 어깨를 주물러준다.

“누나, 제 볼 못 보셨어요? 제 볼이 하나도 안 빨게졌다니까요? 이번에 진짜로 세게 쳐서 제 볼이 빨게지게 해주세요. 이거 말이 조금 이상한데... 하하. 이제 긴장이 좀 풀렸죠?”

누나의 어깨를 주무를 때 긴장을 풀라고 내 기를 조금 불어넣어 주었기에 누나는 안정을 되찾은 듯하다.

“고, 고마워...”

안정을 되찾은 누나를 데리고 촬영장으로 가서 다시 한 번 촬영을 시작한다.

“가! 가라고!”

철썩!

정말로 세게 때린 듯이 촬영장 구석구석 널리 퍼지는 따귀소리에 감독님은 ‘오케이!’를 외친다.

“괜찮아?”

“휘아야! 괜찮아?”

내 앞에 있던 보영 누나는 물론이고 저기 뒤에서 구경하던 주현 누나까지 달려와 내 뺨을 문지르면서 연신 괜찮냐고 물어본다.

“괜찮아요. 연기일 뿐인걸요. 그리고 보영 누나는 진짜 따귀 못 때리시네요. 나중에 남자친구가 못쓰게 굴면 어떻게 때리실려고 그래요. 하하”

정말로 세게 때린 보영 누나가 무안하지 않게 농담을 하고는 주현 누나에게도 하나도 안 아프다고 얘기를 한다.

누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누나는 연신 보영 누나에 대해서 투덜거린다.

“저런게 무슨 배우야. 어떻게 NG를 서른 번 가까이 낼 수가 있지? 심지어 우리 휘아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이게 말이 돼?”

“보영 누나가 천성이 착해서 남을 때린 적이 없고, 때리는 연기도 오늘이 처음이래. 그러니까 누나가 이해해.”

“그래, 주현아. 이건 비즈니스잖아. 너, 나중에 서휘가 키스신 찍을 때는 어쩌려고 그러니?”

“그, 그것만은! 안되겠어. 너 나중에 키스신 찍을 때도 이 누나를 불러. 알겠지?”

서울로 올라가는 길 4시간. 그 시간동안 나는 누나가 보영 누나에 대한 화를 풀게 하기 위해 연신 누나를 달래고 보영 누나를 옹호했고, 제시카 누나와 윤아 누나 또한 도와주었다.

“왜 대답을 안해? 알았어, 몰랐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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