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소설\새 텍스트 문서 (85).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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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끝낸 앨범 구성, 그리고 어제 끝낸 가녹음 CD를 들고 회사를 찾았다.
“형 안녕하세요?”
회사 로비에서 싸이형을 만났다. 싸이 형의 이번 앨범 타이틀곡이자 내가 작곡해준 <강남 스타일>의 인기는 생각보다 늦게 시작되었다. 싸이 형의 6집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 강남스타일의 순위는 금방 내려갔으니까. 그러나 형이 공들여 제작한 뮤직비디오가 대박이 났다. 진짜 한심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던 형의 뮤직비디오가 인기를 끌어 어느새 유튜브 조회 수 5천만에 달했다.
“형 진짜 고마워요.”
“나도 고맙다. 이런 곡을 선물해주어서.”
사실 강남스타일이 뜬 이유는 전적으로 형 덕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싸이 형을 만날 때 마다 항상 감사하다고 말한다. 싸이형은 도리어 내게 고맙다고 말씀하시지만...
“그럼 안녕히 가세요.”
스케줄을 가야하는 싸이 형을 보내고 사장실로 걸음을 옮긴다.
“삼촌 저 서휘입니다.”
인사를 하고 사장실로 들어가자 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어, 들어와. 벌써 앨범 구성 끝낸 거야?”
“네. 일단 한 번 들어보세요. 숙소에서 가녹음 한 CD 갖고 왔거든요.”
이번 싸이 형의 노래를 통해 내가 작곡한 것이 만능이 아님을 깨닫자 예전과는 다르게 사장님께 CD를 내어줄 때 살짝 긴장이 되었다.
“첫 곡은 하이랑 불렀던 노래네... 다시 들어도 좋은데? 이번에 미니앨범인가보네?”
“네. 정규 앨범은 조금 미뤄둘려고요. 이번 미니 앨범은 ‘기승전결(起承轉結)’로 꾸며보았어요. 사랑을 주제로 수줍었던 연애 초기부터 연인과 헤어지고 괴로워하는 부분까지요. 이 미니 앨범으로 한 번 제 음악이 대중들에게 먹힐지 실험도 해보고 싶고, 반응 좋으면 정규 앨범도 이런 식으로 꾸며 볼려고요.”
“분명히 먹힐 거다. 이번 노래도 노래지만 구성이 굉장히 좋은데? 중간에 끊지 않고 들으면 하나의 스토리가 되잖아. 기발하네. 이걸로 가자.”
다행히 내가 준비한 4곡 모두 통과를 받았다.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나에게는 크게 들렸던 내 심장 박동 소리가 잦아드는 느낌이다.
“아, 그리고 저 부탁이 있는데요... 하이랑 거미 누나를 피처링 가수로 섭외하면 안 될까요?”
“하이랑 거미라... 괜찮긴 한데 둘이 포지션이 겹치지 않을까? 차라리 한 명은 봄이로 바꾸는게 어때?”
확실히 하이와 거미 누나가 포지션이 겹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곡에서 흘러나오는 느낌은 틀리다. 둘 모두 같이하고 싶은데...
“그럼 한 곡만 솔로로 만들고 나머지 3곡은 피처링 형식으로 만들게요. 그래도 되죠?”
“그래. 네가 하는 것은 워낙 믿음이 가서 반대를 할 필요가 없지. 아 참, 너 그 노래 반응이 좋잖아? 서서히 열기가 식어가기는 하지만 유튜브 조회 수가 2억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야. 그런 만큼 이번에 보너스 트랙 형식으로 한 번 넣어보는 것은 어때?”
“사장님이 제 부탁을 들어주셨으니 저도 그래야죠. 저야 좋죠. 그럼 그렇게 할게요.”
그렇게 사장님과의 회의를 끝내고 나가려는 찰나 사장님께서 다시 나를 불렀다.
“아참, 깜빡할 뻔했네. 너한테 예능 출연 제의가 들어왔는데 읽어봐.”
사장님이 건네주신 종이를 보니 거기에는 ‘우리 결혼했어요 Season 4’라고 적혀있었다.
“‘우리 결혼했어요’? 이게 왜 저한테 와요? 저 보다는 이제 30대를 바라보는 봄 누나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우리 결혼했어요. 2009년 여름부터 한 프로그램으로 꽤나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 누나와 태연 누나가 출연한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정형돈씨는 결혼을 3번 한 건가? 사오리씨와 태연 누나, 그리고 지금의 부인과 결혼을 했으니 말이다.
“가을 개편으로 새 커플을 모집하는 것 같아. 그 후보로 네가 물망에 올랐고.”
“하지만 전 아직 미성년자인데요?”
“곧 수능 볼 사람이 무슨... 물론 미성년자이기는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19세 프로그램도 아니고 토요일 예능이라 아마 괜찮을 거다. 그 쪽에서도 미성년자는 처음이니까 신선하기도 할 거고, 네 누나도 갓 20살 되고나서 출연했었잖아?”
“사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글쎄... 마음대로 해도 좋아. 그런데 하는게 낫지 않을까? 회사 간 이익 관계를 배제하더라도 여기에 출연하면 공개연애를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네가 아이돌도 아니고... 하하”
“그럼 저야 좋죠. 그런데 설마 제 부인으로 이상한 사람이 나오는 거 아니죠?”
“이상한 사람이라니... 하하. 걱정하지 마. 그래도 우리 회사에서 나름 톱 가수 취급을 받는 너인데 내가 네 부인을 막 정할까. 내가 적절히 협상해 놓을 테니 마음은 푹 놓아도 돼.”
사장님과 얘기를 끝낸 후 본래라면 하이를 만나서 내 피처링을 도와달라고 말했을 테지만 우결 출연을 확정지은 지금은 ‘내 부인이 누구일까?’, ‘재미없으면 어떡하지?’등 여러 생각이 나서 그냥 숙소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