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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잘 됐다. 축하해.]
누나와의 통화에서 내가 우결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사실, 나로서는 누나가 꽤나 투덜거릴 줄 알았다. 평소 누나가 내게 굉장한 애착을 갖고 있었고 누나가 종종 말했듯이 내가 누군가에게로 떠나면 꽤나 섭섭해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랬던 누나가 오히려 우결 출연을 축하해준다.
[어?]
[방금 너 내가 왜 투덜거리지 않나 그런 생각 했지? 내가 무슨 동생 앞길을 막는 누나겠니? 그리고 언니들도 이제는 너한테서 조금 떨어지라고 말하기도 했고... 우결에 출연하면 좋은 점이 꽤 많아. 새로운 감정도 생기고 공개 데이트도 하면서 꽤나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나 할까? 너 그동안 음악 때문에 여자 친구 없었잖아.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뭐랄까... 새록새록 생겨나는 감정도 좋긴 한데 너로서는 조금 더 다양한 음악을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누나의 말을 듣고 보니 우결 출연 제의를 수락한 것은 꽤나 잘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진정한 사랑이라고는(현생에서는 없지만 전생에서는 여자와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은 있었다.) 딱 한 번 밖에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현대의 사랑방식은 익숙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얻는게 있다면 나로서는 굉장히 좋은 일일 것이다.
누나와의 통화를 끝내고 시간이 남아 오랜만에 수련의 시간을 가져본다. 내 주된 무공이 깨달음의 무공인 만큼 정좌해서 조용히 생각을 해본다.
생각을 해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퍼즐이 딱딱 맞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전생에서는 나를 키워주신 사부님이 있었다면 현생에서는 부모님과 누나가 있고, 전생이나 현생이나 10대 후반까지 음림곡의 무공을 연마하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했으며, 전생에서 하산을 하는 것이 현생에서는 연예계 데뷔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 전생에서 현생에서 이어지는 인연의 끈, 우주 삼라만상의 한 단면을 보았기 때문일까? 엄청난 황홀감이 내 온몸을 뒤덮었다. 그리고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런 기회는 정말 흔치 않은 것이라고.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삼라만상의 이치를 조금 더 보고자 했다. 그러나 내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엄청난 지식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와 미칠 것만 같은 두통을 일으켰다.
“으윽...”
죽을 것만 같은 고통 속에서 나는 본능적으로 태허무령선천심공을 순환시켰다. 헌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태허무령선천심공이 이 지식들을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흡수를 하기 보다는 불필요한 지식들을 없애는 듯 했다. 그러한 과정은 새로운 지식에 한정되지 않았다. 내가 현생에서는 불필요하다고 여겨 무의식속으로 던져버린 여러 가지 무공들과 현재 익힌 무공들까지 흡수 혹은 제거과정에 돌입한 것이다.
이런 과정이 지속된다면 나는 응당 바보천치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무려 만 여자에 달하는 구결을 가진 태허무령선천심공에 수천, 수만 가지의 세상 이치와 무공의 이치가 흡수되어 도리어 내 머릿속을 깨끗하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끝나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단 한가지의 무공, 태허무령선천심공, 아니 심공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신공 중 신공인 태허 하나 만이 남았다.
그리고 태허무령선천심공의 10성의 경지, 즉 현경의 경지가 시작되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두 번째, 세 번째 환골탈태. 기록에 의하면 신선은 총 열 번의 환골탈태를 경험한다고 한다. 화경의 경지로 넘어갈 때 한 번, 현경으로 넘어갈 때 두 번, 생사경으로 넘어갈 때 세 번, 신선이 되기 전 네 번으로 총 열 번의 환골탈태를 거친다는 것이다.
“후우...”
두 번의 환골탈태 과정을 마치고 숨을 쉬어본다. 전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 그렇다고 전생에서의 현경 때와도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뭐랄까... 조금 더 자연에 동화된 느낌이랄까? 무척이나 좋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화경의 경지로 들어선지 7개월 만에 달성한 현경의 경지이고, 애초에 내가 7성에서 10성으로의 경지로 단번에 뛰어넘었다는 사실에 살짝 불안하기도 하다. 물론 선천심공은 애초에 하도, 중도, 상도로만 나뉘어져 있었지 몇 성의 경지라는 것은 후천심공에 길들여져있었던 내가 인위적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너무도 빠른 발전에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단 옷부터 입어야겠군.”
환골탈태 과정으로 재가 되어버린 옷을 치우고는 간편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는다. 뭐랄까... 옷을 갈아입는 간단한 동작에도 무리(武理)가 담겨있는 느낌이다. 예전에 무공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일부러 신경 써서 무공을 생활화하기는 했지만 지금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태허무령선천심공, 아니 태허의 마지막 경지인 상도는 뜻을 품으면 바로 이루어지는 경지라고 하더니 이런 뜻이었나? 확실히 태허가 모든 무공을 흡수했고 스스로 순환하는 만큼 무공의 수발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워지기는 했다. 어찌됐든 오늘 난 또 한 번의 행운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