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7 (88/118)

g:\소설\새 텍스트 문서 (87).txt

************************************************************************

“누나, 안녕하세요?”

내 개인 녹음과, 하이 그리고 봄 누나와 녹음을 끝내고 오늘은 거미 누나와 녹음을 할 차례이다.

“와, 녹음실 좋네.”

오는 사람마다 부러워하는 내 녹음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칭찬해주니 이 집에 더 애착이 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뭔가 조금 바뀐 것 같은데?”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내 변화를 알아차린 사람은 거미 누나 한 사람 뿐이다. 연륜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인가? 비록 이제야 30대 초반이 된 거미 누나이지만 사람을 꽤나 많이 만나보는 연예인을 직업으로 하는 누나의 눈은 속일 수 없나보다.

“뭐가요?”

“뭐랄까...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는데 분위기가 바뀐 것 같은데? 전에는 포스(Force)같은게 많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포스 보다는 조금 친해지고 싶은 느낌이랄까? 하여튼 전 보다는 좋은 느낌이 든다. 전에는 네 나이 대에 맞지 않는 분위기를 풍겼었거든. 난 지금이 좋아.”

현경의 경지에 들면 밖으로 풍기는 기운이 자연스레 없어진다. 즉, 평소에 ‘나 무인이오.’라고 나타내기보다는 평범한 일반인과 같은 느낌에 더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그래요? 전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녹음 시작하죠. 이번 노래 어떤 것 같아요?”

내 상황을 누나에게 그대로 말할 수는 없는 노릇. 너스레를 떨고는 화제전환을 한다.

“노래 좋던데? 그런데 너 랩은 잘할 수 있겠어?”

누나가 걱정되는 듯이 물어온다. 확실히 내가 랩을 선보였을 때는 K팝스타 때 딱 한 번 밖에 없었으니까 그런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YG는 래퍼가 꽤 많은 기획사이다. 타블로 형을 비롯해서 원타임 형들, 지드래곤 형, 탑 형 등 내가 현생에서 랩을 처음 접했다고 하더라도 배울 곳은 많았다. 특히 모든 장르를 통달한 경지에 있는 나로서는 처음 접한 장르라도 몇 일 노력을 하면 금방 잘할 수 있게 된다.

“타블로 형한테 칭찬까지 받았을 정도의 실력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녹음된 것도 사장님한테 검사 받을테니 거절당하면 바꿔야죠 뭐...”

거절당할 일을 없겠지만 누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괜한 소리를 한다.

“그래. 우리 회사 내 천재소년이 괜한 일을 할까? 호호. 그럼 녹음 시작하자.”

“그럼 시작하죠. 아, 이 노래 컨셉이 어떤 것인지는 아시죠?”

“그럼, 알지. 술에 취한 여자 컨셉이라면서? 그거 듣고 네가 왜 나를 피처링 파트너로 정했는지 알 것 같더라. 호호.”

“그런 뜻은 아니였는데... 어쨌든 오늘 잘 부탁해요.”

녹음은 꽤나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슈퍼스타K4의 심사위원자격으로 앉은 거미 누나는 자신이 왜 심사위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증명하는 듯 굉장히 잘 불러주었다.

“괜찮은 것 같아?”

“네. 굉장한데요? 곡이 잘 나온 것 같아요.”

사실 내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현직 가수들이 나를 프로듀서로 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충고를 경청해주는 모습들을 보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너는 이 사람들 안 부러워?”

거미 누나가 오늘 날짜의 신문을 보면서 내게 말을 건다. 요지는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남자 선수들은 군 면제 혜택을 받는 것이 안 부럽냐는 말이다.

“글쎄요... 그 사람들은 죽을 만큼 노력해서 메달을 딴 거니까 별로 안 부러운데요?”

“너도 한 번 도전 해보는게 어때? 내가 SHAPE 잡지 인터뷰 봤는데 태권도 10년 정도 했다면서? 그 정도면 상당한 실력이지 않나? 한 번 도전해봐.”

상당할 정도가 아니라 순식간에 이길 자신이 있다.

“그래도 전 가수인데요? 가수는 노래하고 스포츠 선수는 스포츠하고 그러는게 맞지 않을까요?”

아무리 요즘 시대가 만능 엔터테이너의 시대라고 해도 내가 연예계가 아닌 스포츠계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에는 조금 거부감이 든다.

“글쎄... 너 배우 이시영씨 알아? 그 사람도 2010년에 복싱 시작해서 저번에 우승 했잖아. 그래서 1위 자격으로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고 하던데? 그런 사람들 보면 너도 충분히 참가할 수 있다고 봐. 어차피 바로 너 국가대표로 뽑아주는 것도 아니고 몇 번의 시합을 거치는 것이잖아? 네 실력이 부족하면 떨어지는 것이고 충분하면 국가대표 하는거지 뭐.”

누나의 계속된 설득이 나중에 생각해보겠다고 말을 한뒤 누나를 집으로 보냈다. 그 후 인터넷에서 태권도 대회에 대해 검색을 해본다.

‘9월에 국방부장관기 태권도 대회가 열린다라...’

국내 3대 태권도 대회로 대통령기와 대한태권도협회장기, 그리고 국방부장관기가 있다. 그 중 국방부장관기가 9월 중순에 열리고 참가신청이 곧 마감이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이걸 해? 말아?’

신청하면 100% 국가대표에 2014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다. 하지만 내가 가수를 고집하고 싶은 마음도 한 켠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어차피 배우도 한 번 해본거 이것도 한 번 해보지 뭐.’

어차피 영화가 개봉되면 나는 가수로 고정된 이미지는 깨질 터이다. 그런 김에 그냥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솔직히 군대 면제도 탐이 나기도 하고...

결국 몇 시간을 고민하다가 국방부장관기 태권도 대회에 신청을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