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소설1 음황의 환생\병아리\새 텍스트 문서 (01).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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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거 꽤 떨리네.”
서휘는 방송국을 나오면서 중얼거렸다. 사실 그도 남자인지라 여성에게 관심이 가고, 평소에 꿈꾸던 로맨스가 있었다.
“갑자기 운령(雲鈴)이 생각나네...”
운령. 지금은 그 얼굴이 가물가물 하지만 분명한 그의 첫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여인이다. 운령은 본래 가난한 농부의 딸로 이름이 없었다. 운령이라는 이름은 전생의 서휘, 예운휘가 지어준 이름이다.
“그러고 보면 운령이 지금의 미인이란 말이지...”
전생에서 미인의 조건은 발이 아주 작고 통통한 체격에 쭉 찢어진 눈이다. 하지만 운령은 당시 미인의 기준에는 하나도 부합이 되지 않았다. 가난한 집에서 자라 전족을 하기 위해 쓸 천 조차 없어 당시의 여자들 보다 발이 컸고, 못 먹어서 마른 체격에 눈은 똘망똘망하게 생겼었다. 당시의 기준으로는 그렇게 못생긴 여자를 만난 이유는 단순히 그녀의 성격이 너무 좋아서였다. 무림에서야 내 음공을 알아주지만 무림 외 세계에서 내 음악은 천시를 받았다. 그 때 당시 일반인들 세계에서 음악은 천민들이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내 음악을 순수하게 좋아해주었고 공감을 해주었다.
“내가 만났던 사람 중 누구랑 비슷하게 생겼었더라...?”
한참을 생각하던 서휘는 고개를 흔들면서 생각을 떨쳐냈다. 곧 있으면 비록 가상이지만 부부로 지내야 할 사람을 만나는데 괜히 다른 여자들을 생각하는 것이 죄를 짓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거는 과거의 일일 뿐.”
서휘는 그렇게 단정하고는 숙소가 아닌 집으로 돌아간다. 서휘의 차가 떠나고 나서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이번에는 이유비가 방송국에서 나왔다.
“도대체 파트너가 누굴까?”
사실 우결이 시작하기 전에 어느 정도 예상되는 연예인들이 기사로 쏟아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조차 전무한 상태. 유비로서는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였다.
“그래도 엄청난 사람이니까 이렇게 비밀이 지켜지고 있지 않을까...?”
유비는 조심스레 추측해보지만 추측은 어디까지나 추측을 뿐. 올해 23살, 이화여대 4학년인 유비도 그것을 알기에 괜한 짓 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착한 남자’ 촬영장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한 서휘는 자신의 누나에게로 전화를 건다. 곧 있으면 예능 촬영을 시작하기도 하고, 데뷔도 시작되기 때문에 벌써 데뷔 5년차인 자신의 누나에게 충고를 얻으려 전화를 거는 것이다.
[여보세요?]
[어, 누나. 나야.]
[알고있어. 헤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누나는 마치 내가 자신의 삶의 활력소가 되는 마냥 나를 너무 애지중지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조금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평범한 남매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할정도로 내게 애정을 보인다.
‘그래서 용화 형과 친해지는데 늦었나...? 혹시 내 파트너도 그런 건 아니겠지?’
우결 출연을 앞두어서 그런지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던 것들이 생각나는 서휘였다. 사실, 서휘는 아직 모르겠지만 태허무령선천심공이 태허로 진화하면서 그에게는 남다른 친화력이 생겼다. 현경의 경지가 되면서 화경의 경지에서 풍겼던 포스가 모두 없어지고 도리어 평소에는 일반 아기와 같은, 아니 그보다 더 순수하고 깨끗한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일까? 그가 굳이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과의 관계 진척에서는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간다. 굳이 수치로 따지자면 호감도 100점 만점에서 원수관계가 아닌 이상 50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응. 나 조금 있으면 데뷔하잖아? 우결 촬영도 시작하고... 그래서 조언 좀 얻어보려고 전화했어.]
그 이후부터 시작된 30분 가량의 통화. 주현의 요지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어라.’라는 것이다. 방송에서 불쾌한 감정을 노출하는 것은 안되겠지만 그 외에는 가면을 쓰지 말라는 것이 주현의 충고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SNS같은걸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주현이나 서휘 모두 SNS를 자주 사용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주현은 아이유의 예를 들면서 SNS를 통해 팬들과 더 많이 소통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추천해주는 것이다.
[응. 고마워.]
서휘가 자신의 누나와 통화하고 있을 무렵, 유비 또한 자신의 어머니와 통화하고 있었다.
[엄마는 누가 내 남편이 됐으면 좋겠어?]
[그냥 착한사람이면 되지 뭘. 예전에 그 정형돈이처럼 프로그램 중간에 딴 여자랑 결혼이나 안하면 다행이지]
[에이 엄마도 참. 하여튼 누가 내 남편이 됐으면 좋겠어? 대충 말해줘봐.]
[엄마는 요즘 그 서휘라는 애가 참 좋더라. 잘생겼지, 노래 잘하지, 정의감 넘치지. 그만한 신랑이 어딨겠니?]
[그런 사람이 우결에 나오겠어? 에휴... 엄마 말 듣고 나서 더 복잡해진 것 같아. 아, 촬영 들어가네? 엄마 나중에 연락할게.]
사실 유비도 여의도 칼부림 사건 동영상을 보고는 상당히 놀랬다. 연예인이 그것도 맨손으로 흉기범을 잡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으니까.
‘이런 사람은 안 봐도 착한 남자일게 뻔하지.’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 보다는 다른 사람을 지키는 서휘의 모습을 보고 많은 연예인들이 그렇듯(안 봐도 비디오다.)유비 또한 호감이 생겼음은 인정한다.
‘그래... 요즘 MBC가 위기잖아? 설마 시청률을 깎아먹을 존재를 캐스팅하겠어?’
유비는 그렇게 자기위안을 삼고는 다시 열심히 촬영에 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