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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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 같아?”

비행기를 타러 가는 와중에 서휘의 매니저인 승우가 이번 우결 촬영에 대해서 물었다.

“괜찮은 것 같은데요... 만약 제가 싫다고 하면 어쩌려고 했어요?”

“어쩌긴 뭘 어째. 그냥 한 3개월 방송하다가 하차 하는거지 뭐.”

“느낌상으론 몇 년 하고 싶은데... 저랑 꽤 잘 맞더라고요. 하하”

장모님도, 그리고 부인인 유비도 서휘 자신을 꽤나 좋게 여기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든 서휘였다.

비행기에 오르자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를 비롯한 서휘의 스태프들은 이코노미(economy)석에 착석했고, 서휘는 비즈니스 석에 앉았다. 회사에서는 서휘를 애지중지해서 1등석으로 예약하려 했지만 서휘 자신은 아직 본격적으로 데뷔한 것이 아니라서 K팝스타의 시청자였던 팬들을 제외하고는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1등석에 안 앉아도 된다고 주장한 서휘 때문이었다.

자리에 착석하고 서휘는 잠시 오늘 촬영한 우결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느꼈던 설렘, 카페에 앉아서 초조히 기다리던 느낌, 그리고 첫 만남... 이 내용들을 노래로 만들면 꽤나 괜찮은 노래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햇빛이 스며들자마자 벌떡 일어나

따뜻한 물에 세수하고 면도를 하고]

서휘는 그러한 생각이 일자 바로 행동에 옮겼다. 곁에 기타가 없는게 아쉬웠지만 작곡노트와 펜은 항상 갖고다니는 만큼 떠오르는 가사와 코드를 노트에 적을 수 있었다.

[너와 나 우리 사이

사랑이 방울방울지네]

“괜찮은 곡이 나왔네... 느낌이 좋은데?”

서휘는 혼잣말을 하고는 씩 웃었다. 자신의 작곡 스타일이 대부분 경험을 바탕으로 했지만 사랑과 관련한 작사는 영화나 친구들 이야기를 각색해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 작곡, 작사한 노래는 온전히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만큼 꽤나 마음에 들었다.

“다음 앨범에 넣어도 손색이 없겠네.”

앨범 수록곡에 대한 권한이 자신에게 있는 만큼 서휘는 이번에 만든 노래를 다음 앨범에 넣을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를 자신의 부인에게 알려준다면 좋아할 것이라는 예상도 하면서 말이다.

그 시각 자신의 데뷔곡이 정해져 좋아라 하던 YG의 신예 하이는 인터넷을 보고 열폭 중이었다.

“아이고야, 이 오빠가...”

서휘 & 유비 커플의 사진 한 장과 결혼 사실이 인터넷에 유포된 것. 카페의 한 층을 빌리고, 서휘와 유비의 집에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사진이 찍힐 줄은 몰랐지만 카페에서 차로 이동하는 와중, 그 잠깐의 순간이 시민의 카메라에 담긴 것이다. 결국 우결 제작진도 둘의 출연 사실을 알렸다.

“이 오빠는 약속을 지키는게 없네. 흥.”

자신에게 데뷔곡을 준다던 약속도 안 지켰고, 늦게 결혼한다던 약속도 안 지키고... 순 거짓말쟁이 오빠라고 하이는 생각했다. 물론 서휘도 곧 데뷔인지라 바쁘고 결혼도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질투는 막을 수 없는 법이다.

“어떻게든 물 먹여야할텐데 말이지...”

자신이 좋아하는 오빠가 프로그램이라지만 다른 사람과 이어지니 괜히 화가 나는 하이였다.

인천에서 이륙해서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에 착륙하기까지 무려 12시간이나 걸렸다.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이유는 북반구와 남반구의 경도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긴 비행시간을 마치고 웰링턴 공항에 내리니 웰링턴은 아침이었다. 서휘는 피로를 못 느꼈지만 다른 스태프들은 길었던 비행시간과 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피로가 누적된 모습이었다.

“그럼 오늘 하루는 쉬고 내일부터 촬영에 들어갈게요.”

피로를 풀기 위해서 4박 5일이라는 긴 일정을 잡았던 것. 어찌됐던 서휘는 뉴질랜드에서 편히 쉬게 되었다.

[너 도착했다며? 피곤하겠다...]

매니저인 승우와 같은 방을 쓰게 된 서휘는 호텔에서 짐을 풀자마자 자신보다 먼저 도착한 수지에게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응. 방금.]

서휘는 자신의 누나와 긴 답장을 보낼 필요성을 느낄 때를 제외하면 꽤나 간단하게 답장을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초성 문자를 남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조금은 화가 날만 한 답장이었다.

[난 자고 일어나서 놀러가고 싶은데 매니저 언니가 피곤하다고 나가기 싫데. ㅠㅠ]

물론 자주 메시지를 주고받는 친구로서 서휘에게 적응한 수지는 화를 내지 않았지만 말이다. 먼저 도착한 수지는 한 숨 푹 자고 오늘 하루를 웰링턴 곳곳을 돌아다니며 즐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매니저가 시차적응에 실패를 하고는 잠에 절어있는 모습을 보고는 차마 놀러가자는 말을 못하고 있었다. 아니, 놀러가자고 해도 매니저가 무시하겠지만... 결국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이제 막 도착한 서휘. 자신도 긴 비행시간에 누적된 피로를 알기에 ‘안 되면 말고...’라고 마음 먹고는 문자를 보냈다.

[그래? 놀러갈까?]

수지의 메시지는 서휘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현생에서 외국에 처음 와본 서휘는 하루라는 긴 자유시간 동안 곳곳을 즐기고 싶었으나 매니저가 피곤해보여서 조용히 영화나 보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수지의 제안. 꽤나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자신은 영어를 잘 하지 않은가. 가이드가 없어도, 스캔들 방지용의 스태프 한 명만 구하면 아무데나 돌아다닐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의 완성되는 것이었다.

[진짜? 안피곤해?]

[응. 별로. 그럼 나가서 놀고 싶은 스태프 한 분만 구해줘. 내가 회화가 조금 되니까 가이드는 필요 없고.]

수지는 자신의 스타일리스트가 뉴질랜드를 관광하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는 바로 섭외. 곧장 서휘의 방으로 찾아갔다.

똑똑

“서휘야 나 왔어.”

“응. 잠시만.”

서휘는 자외선이 강한 곳에서 필수품이라는 선글라스를 챙기고는 곧장 밖으로 나갔다.

“오, 선글라스. 멋 좀 부렸나? 히히. 그런데 진짜 가이드 필요 없어?”

아직까지 서휘의 영어 실력을 모르는 수지는 자연히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길을 잃으면 호텔을 찾으면 돼서 별 걱정은 없지만 어리숙한 영어실력으로는 길 찾기가 힘든 만큼 꽤나 걱정이 되는게 사실이었다.

“오빠만 믿어. 하하.”

왠지 모르게 ‘오빠 믿지?’라는 대사가 떠오르는 서휘는 그것을 인용해 말을 한 후 앞장서서 나아갔다.

“오빠는 무슨... 동생이지, 동생.”

자신보다 생일이 6일이나(?) 느린 친구가 오빠라고 하니 헛웃음이 지어진 수지도 서휘를 따라 밖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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