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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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대화는 영어입니다.

호텔에서 나온 서휘와 그 일행들에게 보이는 풍경은 화창한 날씨와 항구도시로 유명한 웰링턴의 카피티 해안의 풍경이었다.

“와... 예쁘다.”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풍경 덕에 서휘 일행들을 5분정도 그대로 서있었다.

“우선 여기 근처에서 밥 먹자. 풍경이 좋아서 밥 먹을 맛이 나겠는데?”

오랜만에 자유시간이 주어진 수지는 신이 났다. 파란 하늘에 항구도시 속 자신의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여기에서는 아침으로 보통 토스트에 잼 발라서 우유랑 먹거나 우유에 시리얼 타 먹는다던데...”

스타일리스트의 말에 수지는 ‘별 것 없네...’라고 말을 한다.

“그럼 돈 쓰기는 아까우니까 내가 호텔에 가서 아침 좀 포장해달라고 할게.”

서휘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호텔에 갔다.

‘기타도 가져가야겠네...’

서휘는 문득 여행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거리의 악사들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그 모습도 한 번 쯤은 따라하고 싶었던 모습인지라 거리를 걷다가 연주할 만한 곳이 있으면 할 생각이었다.

“가자.”

기타와 도시락을 가져온 서휘는 일행들을 이끌고 본격적으로 호텔 밖으로 나섰다.

일행은 시내 기념물품점부터 시작해서 옷가게에 들려서 옷을 사기도 했고, 점심 쯤 되자 길거리 음식 탐방도 했다. 또한 웰링턴에서 꼭 타봐야 한다던 케이블카도 타 보았다.

“와... 벌써 4시네. 이쯤 숙소로 돌아가서 저녁 먹고 쉬자. 내일부터 쉴틈없이 촬영 해야 하잖아.”

“그러게... 다른 명소도 많다고 들었는데... 하루가 너무 짧은 것 같아. 으...”

스타일리스트의 말에 수지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수지 역시 프로인 만큼 내일 촬영에 지장이 없어야하기 때문에 푹 쉬어 두여야 한다는 것에는 찬성했다.

“전 어디 좀 들렸다가 갈게요.”

스타일리스트의 말에도 불구하고 서휘는 다른 곳에 갈 생각이었다. 곳곳을 돌아보다가 마치 홍대 거리처럼 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도 기타를 가져온 만큼 한 곳에 자리를 잡아 자신의 음악을 뽐내고 싶기도 했다.

“어디 가게?”

“아까 길거리 공연 하던 데로 가게.”

서휘의 말에 수지와 스타일리스트는 고민했다. 둘 모두 지금 가기는 아쉬웠지만 내일 일정을 위해 쉬어야한다. 하지만 호텔로 가자니 서휘의 길거리 공연이 보고 싶기도 했다. 서휘가 비록 나이는 어려도 직접 작사, 작곡하고 그 곡들로 K팝스타에서 우승을 할 만큼 검증된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이다.

“언니 우리도 따라갈래?”

“음... 그래 따라가자. 그래도 7시 전에는 들어와야 해.”

서휘가 봐둔 길거리로 걸어가자 거리 곳곳에는 악사들이 자리 잡았다. 서로의 음악에 방해가 안 될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 채 각자의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비트박스를 하는 젊은이,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할아버지 등등 케이블카로 멀리서 보았을 때보다 더 역동적인 곳이었다.

‘기(氣)좀 써야겠네...’

악사들이 거리를 유지한 채 공연을 해도 이곳은 길거리. 스피커가 없이 나온 서휘는 자신이 기타를 연주하더라도 사람들의 말소리에 묻힐 것을 직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음공을 활용해서 사람들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할 작정이었다.

‘일단 눈길을 끌자.’

서휘가 제일 처음 연주한 곡은 자신이 작곡한 곡으로 가제목은 이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왈츠 풍으로 작곡한 이 곡은 듣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편안하고 감성적인 노래이다. 아직 가사가 붙여지지 않아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멜로디만으로도 충분히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와... 노래 진짜 좋다.”

수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휘의 곁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서휘의 노래는 들을 때 꼭 다른 짓을 일체 하지도 말고 눈을 감고 집중해서 들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진정되고 편안해지는 느낌... 이 느낌이 무척이나 좋았다.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나만 간직할 수는 없지.”

외국에서 연주를 하는 서휘의 모습을 꼭 국내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레에 연예스테이션에서 인터뷰 온다고 했으니 그 때 공개하면 되겠지.’

수지는 그렇게 마음먹고는 자신의 스마트폰 800만 화소의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앵콜! 앵콜!」

서휘의 길거리 공연은 거의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인간의 범위를 넘어선 육체를 가진 서휘는 따로 쉬는 시간도 없이 잠시 부를 곡을 생각하고는 바로 연주를 했다. 부른 곡들은 대부분이 가요였지만 음악이라는 분야에서는 각 나라의 언어가 초월되는 만큼 마음껏 자신의 실력을 내뿜었다.

「이제 마지막 곡을 연주하겠습니다.」

「아...」

서휘가 마지막 연주를 하겠다는 말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 길거리에서 서휘의 앞에만 사람들이 모여 있을 정도로 서휘의 음악은 몰입도가 굉장했다.

「마지막은 의미 있게 장식하고 싶은데요. 제 친구와 함께 듀엣을 하겠습니다. 자, 박수!」

서휘는 말을 하면서 수지에게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나?”

당연히 수지는 놀랐다. 자신의 가창력은 서휘에게 밀리는 것이 뻔하다. 그러면 서휘의 마지막 공연을 망치고 관중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줄까봐 겁이 났다. 그래서 때문일까? 그 순간에 수지는 서휘가 미워졌다.

“괜찮아. 나만 믿어.”

어찌됐든 이미 서휘가 소개를 한 상황. 할 수 없이 카메라를 스타일리스트에게 넘겨주고는 서휘의 옆에 섰다.

“너 숙소에 들어가면 죽었어.”

이 말을 하면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서휘의 무대는 무사히 끝났다. 마지막 곡으로 아직 음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많은 연인들의 듀엣곡이 된 서휘의 <그대와 나, 설레임>이라는 곡을 불렀는데 수지는 듀엣을 하는 와중에 기적을 경험했다. 자신의 기획사인 JYP에서 그렇게 강조하던 ‘편안한 노래’가 자신의 목소리에서 나온 것이다.

프로라고는 하지만 아직 그러한 경험이 몇 번 없던 수지는 노래를 부를 때 잠깐이지만 황홀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듀엣을 하는 서휘와 눈을 마주쳤는데 뭐랄까... 이 세상에서 자신과 서휘만 존재하는 느낌을 받았다.

청춘불패 촬영에서 체계적인 계획을 짜서 블루베리 농장을 경영하는 총각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저런 남자랑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는 남자를 좋아하는 수지였다. 그리고 지금 서휘의 모습을 보니 저번 블루베리 총각의 분위기와 겹쳐보였다.

‘아직은 아니야... 조금만 더 지켜보자.’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연예계 데뷔 2년차에 달하는 만큼 조심스러워진 수지는 조금 더 지켜보고자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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