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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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노래 잘 불러놓고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수지가 서휘를 자꾸만 째려본다. 서휘는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능청스럽게 모른다고 잡아뗀다.

“정말 몰라서 그래?”

“재밌게 불러놓고선... 하여튼 재밌었지?”

수지는 서휘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재밌게 즐겼던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아이돌 스타로서 항상 준비된 무대에만 섰지만 오늘처럼 즉흥적인 길거리 공연도 상당히 매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여튼... 다음에는 말이라도 해 주고 하란 말이야. 그 때 내가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알아? 언니도 똑똑히 봤을걸? 언니가 그때 제가 어땠는지 말 좀 해줘 봐요.”

그렇게 투닥거리면서 가다보니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가서 같이 저녁을 먹고는 내일 만나자는 말을 끝으로 수지와 서휘는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잘 갔다 왔어?”

“네. 재밌게 놀다 왔어요. 형도 왔으면 재밌었을 텐데... 아쉽네요.”

“그러게... 그래도 나는 너 촬영할 때 갔다 오면 되니까... 흐흐, 그런데 벌써 바람 피냐? 수지랑 데이트도 하고...”

“데이트는 무슨... 관광이죠. 관광.”

“여자 둘, 그것도 한명이 수지면 다른 사람이 보기엔 데이트다, 인마.”

남자들도 모이면 수다를 하는 법. 오늘 있었던 이야기부터 시작해 연예계와 곧 데뷔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한 3시간을 보냈다.

“아참, 형. 제가 방송에서 음원으로 낸 노래 이외에 제 자작곡을 부르면 어떻게 되요?”

서휘는 나중에 자신이 우결을 하면서 쓰게 된 곡들을 음원이 발매되기 전에 유비에게 들려줄 생각이었다. 그때에 혹여나 문제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고자 했다.

“어떻게 되긴... 네 노래로 되던가 아니면 표절시비 붙던가 하는 거지. 왜, 네 부인한테 불러주게? 킥.”

“네, 뭐... 제가 꿈꿔오던 로맨스란게 그런거라서요. 그럼 돌아가면 제 노래부터 저작권등록을 해 놓아야겠네요.”

“그럼 우리야 좋지. 그런데 몇 곡 정도 되? 한 스무 곡?”

“저도 잘 몰라요. 좀 많아야 말이죠. 하하...”

그렇게 뉴질랜드에서의 첫날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광고촬영은 시작되었다. 산 초입부터 시작된 촬영은 가벼운 바람막이 등의 아웃도어부터 시작했다. 과연 청정지역으로 소문난 뉴질랜드라서 그런 것일까? 봄의 기운이 싹트는 계절 속 뉴질랜드에서의 산행은 광고촬영때문이 아니더라도 절로 감탄한 표정이 지어졌다.

“우와...”

수지가 감탄사를 연발한다. 처음에는 서휘도 수지와 똑같이 감탄사를 내뱉었지만 수지처럼 계속 그런 것은 아닌지라 서휘는 문득 수지의 감탄사가 진심인지 궁금해졌다.

“진짜로 신기해서 감탄하는 거냐?”

“반은 진심이고 반은 거짓? 어쨌든 광고촬영이잖아. 너도 빨리 감탄한 표정 지어.”

“진짜로 연인 같은데? 좋다!”

서휘와 수지의 대화 장면을 촬영한 포토그래퍼는 그 장면이 흡족한지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아... 나 그제 결혼했는데...”

포토그래퍼의 말에 서휘는 결혼한 것이 생각났다. 문득 이 장면을 보게 될 부인이 걱정되는 서휘였다.

“뭐?! 결혼? 너 우결에 출연한 거야? 누구랑?”

수지는 깜짝 놀랐다. 호감이 있는 대상이 우결에 출연중이라니... 수지는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응, 뭐... 이유비라고 견미리 선배님 딸인데, 나랑 성격도 맞는 것 같고... 괜찮더라.”

서휘의 우결 발언 이후 수지의 표정에는 진심이 없어졌다. 수지 입장에서는 호감가는 대상과 4박 5일의 여행이 기대되었는데 알고 보니 유부남(?)이라는 것이 굉장히 섭섭한 것이었다.

“다음 촬영 들어갈게요!”

수지와 서휘, 그리고 촬영 팀은 산 초입에서의 촬영이 끝나고 케이블카를 타고 산 중턱으로 올라갔다. 남반구의 9월은 초봄인 만큼 산 중턱에 올라가자 그곳은 눈으로 뒤덮여있었다.

“와... 눈이네.”

한국에서는 3달 후 즈음에서야 볼 수 있는 눈을 이곳에서 보아서 그런 것일까? 너도나도 다들 눈으로 뒤덮인 풍경에 감탄하고 있었다.

“자 이번 컨셉은 연인의 눈싸움이다. 영화 <러브스토리> 알지? 거기서 나오는 장면같이 사랑스러운 연인의 눈싸움 장면이야.”

광고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수지야 섭섭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녀 자신도 프로인 만큼 그러한 감정을 훌훌 털어버리고는 다시 서휘와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고 촬영에 임했다.

“얘들아! 카메라를 봐야지!”

둘 모두 눈싸움에 한창 빠져있어서 중간 중간 촬영 중이라는 것을 잊고는 했지만 그런 만큼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와 포토그래퍼도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잠시 쉬는 시간, 눈싸움에 너무 열중했던 탓일까? 패딩 안쪽의 옷이 눈으로 뒤덮여 수지는 으슬으슬한 느낌이 들었다.

“언니, 나 이거 눈 좀 털어줘.”

수지는 자신의 스타일리스트에게 손이 닿지 않는 등 쪽의 눈을 털어달라고 부탁하면서 스타일리스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악!”

수지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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