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소설1 음황의 환생\병아리\새 텍스트 문서 (14).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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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뭐야...’
유비의 커플은 전화번호도 모르는 반면에 옆에서는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난리였다. 심지어 유비와 비슷한 때에 우결 커플로 들어온 이준과 연서 커플 까지도 말이다.
“남편!”
그랬기 때문일까? 누구보다 남편을 반기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유비였다.
“진짜 형수님들 너무해요. 저희는 전화번호도 서로 모르는데 그 앞에서 그렇게 뻔히 자랑을 해야겠어요?”
“도련님이 느린거에요. 그러니까 빨리 지금이라도 전화번호 주고 받으세요.”
서휘는 선화의 말에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일축했다. 그 후 서휘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벨소리가 울렸다. 정체는 바로 미션카드.
“부녀회장과 촌장을 뽑으세요.”
미션을 이행하기 위해 커플들은 각자 흩어져서 공약과 서로에게 보여줄 장기 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왜 전화번호 안 물어 봐? 히히.”
유비는 다른 커플들과 떨어지자마자 서휘에게 장난스럽게 물었다. 완벽할 것만 같았던 서휘가 당황하는 모습을 처음봤기 때문일까? 언니들이 부럽게도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이 상황이 재밌기도 한 유비였다.
“응? 뭐라고?”
여자가 뭐라 그랬다고 곧바로 전화번호를 물어보기는 뭔가 모양새가 이상하다 생각한 서휘는 모른 체 하고는 얼른 화제를 공약을 어떤 것으로 할 것인지로 돌렸다.
“글세... 뭐로 하지?”
“우리 그냥 우결 마을 커플송을 우리가 작사, 작곡 해준다고 하는거 어때?”
서휘는 언젠가 케이블에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다. 서휘는 그 프로그램을 보고는 ‘저런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오늘 유비에게 제안을 한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내가 작곡하고, 부인이 작사하면 되지. 그리고 우리가 나이가 어려서 뽑힐 확률도 얼마 되자 않을 것 같고...”
서휘의 말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음을 느낀 유비는 서휘의 말에 동감을 하고 무대에서 보여줄 장기 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커플송을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까 우리가 커플송을 불러야지. 마침 내 듀엣 곡이 있잖아?”
“아, 그거...”
하루 만에 100만뷰를 돌파하고, 보아가 매일 돌려보기도 했다던 그 곡. 어느새 서휘의 대표 듀엣곡으로 부상한 <그대와 나, 설레임>이었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커플들은 다시 모였다.
“누나, 이거 덮어요.”
저녁이 되자 날씨가 꽤나 쌀쌀해지자 서휘는 핫팬츠 차림의 유비에게 자신의 겉옷을 건넸다.
“응. 고마워. 그런데 누나 소리는 좀...”
서휘의 말에 다른 부인들이 ‘저런 것좀 배워’라고 하는 찰나에 유비가 불평을 하자 다들 큭큭 웃었다. 그 이후에 촌장과 부녀회장 뽑기는 일사천리로 돌아갔다. 다들 자신의 커플들만의 장기를 보여주고 투표를 시작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가장 연장자 커플인 줄리안과 세아 커플이 촌장과 부녀회장으로 뽑혔다.
“그럼 이것으로 우결마을 촌장과 부녀회장 뽑기를 마치겠습니다.”
“잠시만요, 형.”
사회를 맡은 광희의 마무리 선언이 이어지자 서휘는 잠시 제동을 걸고 무대 앞으로 나아갔다.
“에... 우선 줄리엔 형과 세아 누님의 당선 축하드리고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낮에 문자 사건 있잖아요. 제가 너무 놀림을 받아서 억울해요. 그래서 제 부인한테 공개적으로 제 전화번호를 주려고요.”
“에이, 그게 뭐냐?”
서휘의 말에 다들 그게 뭐냐는 식으로 반응을 한다. 하지만 서휘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부인을 무대 앞으로 데려온 뒤 장기자랑에 썼던 기타를 다시 맸다. 그리고 개표를 할 때 썼던 종이와 펜으로 자신의 번호를 적은 뒤 유비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 후에 이어진 서휘의 노래.
[I threw a wish in the well (바램들은 모두 우물 안에 집어던졌어)
Don’t ask me I’ll never tell (답따윈 안할테니까 묻지는 말아)
I looked to you as it fell (너에게 반한거 같아)]
바로 2012년 최고의 신인이라 불리는 칼리 레이 젭슨의 였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화번호를 준다는 내용의 이 노래는 지금 서휘의 상황에 딱 맞는 것 같았다.
[Hey I just met you and this is crazy (그래, 난 널 만난 것 밖에 없지만, 이것으로도 미친거같아)
But here’s my number, So, Call Me Maybe (이건 내 번호야, 그러니 전화해줄꺼지?)
It’s hard to look right at you baby! (널 똑바로 쳐다보는 것도 힘들어)
But here’s my number, So, Call Me Maybe (여기 이건 내 번호니까 전화해줘)]
서휘가 노래를 부르자 무대는 서휘 부부만의 세상이 된 듯 했다. 모든 부부가 조용히 서휘의 노래를 감상했고, 유비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벤트에 감동을 받았다.
우결 마을을 한바탕 휩쓴 서휘의 이벤트가 끝나자 곧바로 바비큐 파티가 시작되었다. 파티에서 서휘는 막내 역할을 톡톡히 했다. 누가 부른 것도 아닌데도 알아서 달려가 파트 준비를 도왔고, 그 덕에 마을 식구들은 빨리 고기 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벤트의 힘이 대단한 것일까? 낮에만 해도 유비는 서로의 전화번호도 없는 자신의 커플 처지에 살짝 실망을 했지만 서휘의 이벤트 후에는 서휘에 대한 애정 지수가 급격히 높아진 느낌이었다.
“남편, 아~”
그 덕에 서로 음식을 먹여주는 사이까지 발전한 서휘 부부는 광희의 “너넨 손이 없어? 발이 없어?”라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먹여주었고 결국 손발 없는 커플이 되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