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 (106/118)

l:\소설1 음황의 환생\병아리\새 텍스트 문서 (15).txt

************************************************************************

우결 촬영을 마치고 차에 타자 시간은 자정에 가까워져있었다.

“후...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가네요.”

“그래도 재밌게 촬영했잖냐. 참, 여기 이번에 네 스케줄 표다. 회사에서 너 배려해준다고 우결 이외에 예능촬영은 다 뺐다. 거기에 있는 스케줄은 웬만하면 저번에 네가 원했던 것만 골라서 넣었고...”

“그래요?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라도 드려야겠네요. 그래도... 촬영이 꽤 많긴 하네요.”

“어쩔 수 없어. 네가 신인이기도 하고... 또 왜 하필 그놈의 태권도 대회에 신청해서 스케줄을 빡빡하게 만들어놨냐. 다 네 책임이지.”

태권도 대회가 점차 가까워오자 서휘는 회사에 참가 사실을 알렸다. 그 덕에 회사에서 서휘 스케줄에 대해 급히 수정이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네. 그렇죠 뭐... 그런데 예전에 봤던 CF목록들이 여기에 들어가있네요.”

“가격도 괜찮으면서 너한테 꾸준히 오퍼를 넣은 회사들만 골랐다. 확실히 네가 대형신인이기는 하더라. 데뷔도 안했는데 CF가 몇 개나 들어온 것을 보면...”

회사와 계약한 6월부터 CF목록에 있었던 휴대폰 광고, 그리고 의류광고가 이번 서휘의 스케줄 목록에 들어가 있었다.

“그럼 내일부터 본격적인 스케줄 시작인거죠?”

“그렇지. 내일 태권도 예선하고 라디오 스케줄 2개 밖에 없다.”

“아... 부인한테 태권도 대회에 대한거 말 안했는데...”

“그놈의 부인 소리는...”

서휘의 부인 타령은 한창일 시기에 애인도 없는 승우에게는 너무나 부러운 소리였다.

다음날, 서휘는 국방부장관기 태권도 대회 -68kg급 예선을 가뿐하게 마쳤다. 서휘가 비록 호리호리한 체형이지만 온 몸이 잔근육들로 가득 찬 만큼 -58kg급 이상은 되었다. 예선을 마치고 서휘는 차를 타고 SBS 라디오 방송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올드스쿨이라...’

연예계 악동에서 어른으로 거듭났다고 소문난 김창렬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10대부터 어르신들까지 세대별 청취율이 고르게 분포한 방송인지라 청취율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남자잖아!’

뭐랄까. 라디오 부스 안에서 여성 진행자와 둘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인데 이번 라디오 진행자는 아쉽게도 남자였다. 그 점이 무척이나 아쉬운(?) 서휘였다.

“자. 커피 들고 먼저 올라가있어. 형은 ‘한밤’ 작가님 좀 만나고 올게.”

SBS에 온 김에 서휘의 인터뷰 약속이 잡혀있던 한밤의 tv연예 작가와 만나 예상질문 등을 상의하러간 매니저를 바라보던 서휘는 라디오 방송국으로 올라갔다.

방송 15분 전쯤 도착한 서휘는 작가와 피디에게 자신의 씨디와 가져온 간식거리를 나눠준 후 진행자인 김창렬, 그리고 수요일 코너인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의 고정 게스트인 이유진, 백보람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와, 우리 코너에 남자가 게스트로 들어오다니. 이거 처음 있는일 아냐?”

“그런데 서휘씨, 오늘 보이는 라디오인데 교복차림 괜찮겠어요?”

백보람의 말에 서휘는 깜짝 놀랐다.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라고 답한 뒤 서휘는 자신의 옷차림을 보았다. 그냥 교복 차림의 학생. 하지만 서휘가 다니는 학교의 교복은 검은색 바지와, 검은색 마이. 그리고 회색에 모던한 디자인이 그려져있는 조끼와 남색 넥타이를 착용한다. 마치 정장과 비슷하게 생긴 교복. 주변 학교에서는 굉장히 멋있는 교복에 축하는 정도이다. 게다가 서휘가 입었으니 뭐. 말 다 한 셈이다.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을 것 같네요.”

“갈아입지 마세요. 저희 프로그램 이름이랑 잘 매치가 되는 것 같은데요 뭘.”

창렬의 말에 수긍한 서휘는 20분 정도 대기를 하다가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여자 속은 모른다. 알다가도 모를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본다. 왓 위민 원트!”

그렇게 시작된 코너. 이유진과 백보람의 소개가 끝나고 드디어 서휘의 차례가 되었다.

“오늘은 특별한 게스트를 모셔왔습니다. 보이는 라디오로 시청하시는 청취자분들은 아시겠죠? 바로 국민영웅 서휘씨 모시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서휘입니다.”

서휘의 소개가 이어지자 갑자기 문자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K팝스타 특집으로 촬영한 ‘강심장’을 제외하고는 방송은 물론 라디오 출연도 한 번도 하지 않기도 했지만 ‘여의도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처음으로 출연한 방송이기 때문이다.

“요즘 날씨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아침, 밤에는 쌀쌀하고, 낮에는 더운 날씨인 환절기이기 때문에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요, 세 분은 가을에 어떤 옷을 입으세요?”

일상에 관한 창렬의 질문에 패셔니스타로 소문난 이유진과 백보람이 이야기를 하고 서휘 또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도 보람... 호칭을 뭐라고 해야하죠? 선배님? 누나?”

“누나, 누나.”

연예계 초보인 서휘의 호칭문제에 보람이 옆에서 누나라고 부르길 강요하자 옆에서 웃음이 터진 창렬이었다.

“네. 보람 누나처럼 저도 그냥 청바지에, 반팔, 그리고 가디건을 즐겨입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이렇게 입은 적이 굉장히 드물어요.”

“왜요?”

“저는 학교에 다녀야했잖아요. 그리고 K팝스타를 시작하기 전에는 학교에서 야자까지 해서 밤 늦게까지 교복을 입어야했거든요.”

서휘의 말에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수긍하는 창렬이었다.

“자, 그럼 ‘왓 위민 원트’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