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소설1 음황의 환생\병아리\새 텍스트 문서 (17).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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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은근 떨리네.”
“나도 떨린다. 후...”
현재 서휘는 엠카운트다운 출연진 대기실에 와있었다. 대기실을 함께 쓰는 사람은 K팝스타 동기인 백아연. 아연 또한 10일 이라는 앨범을 들고 데뷔를 한 것이다. 물론 각종 음원 차트에서 Top 10 안에 들 정도로 꽤나 듣기 좋은 노래를 들고 데뷔를 했으나 서휘의 미니앨범 5곡 모두에게 밀려 Top 5 안에는 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너는 선배님들한테 인사 다 드렸어?”
“네. 저야 벌써 드렸죠.”
서휘가 다른 가수들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다들 서휘를 꽤나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국민 영웅이라는 이미지도 굉장히 호감인데다가 서휘가 현경의 경지에 든 이후 애기 보다 더 뛰어난 순수한 영혼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서휘와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선화의 소속 그룹인 시크릿의 대기실에 들어갔을 때는 각종 먹을거리를 챙겨주면서 깨알같이 광희와 있었던 일을 자랑하는 선화의 모습도 본 서휘였다.
“서휘야, 너 오늘 1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글쎄요... 힘들지 않을까요? 미쓰에이 이후에 데뷔 1주 만에 1위 한 가수가 없는 걸로 아는데요...”
“그래도 음원차트를 네가 다 점령하고 있잖아. 너 때문에 내가 Top 5 안에 들지를 못하고 있다. 진짜.”
아연의 말대로 서휘는 멜론, 벅스, 도시락 등 각종 음원차트를 그야말로 씹어 먹고 있었지만 1위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다. 1위는 음원 판매 점수뿐만 아니라 앨범, 방송 활동 점수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기 때문이다.
“서휘야, 너 녹화해야 할 시간이다.”
매니저의 말에 서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엠카에서 서휘가 부를 곡은 2곡이다. 녹화방송으로 나가는 와 생방송으로 나가게 될 <고백>이다. 같은 경우 원래 거미가 피처링을 해주어야 하지만 ‘슈퍼스타 K4’의 녹화 때문에 평소 친분이 있던 아연이 대신 피처링을 해주기로 한 상태이다.
무대 뒤는 언제나 분주하다. 방송 스태프들은 방송사고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 매니저들은 가수가 최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가수는 무대에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휘야, 나 떨려.”
특히 신인 같은 경우는 그 모습에 적응이 되지 않아 더 긴장이 되기도 한다.
“왜 그래? 생방송 때도 잘만 하던 사람이... 어쨌든 나 먼저 간다.”
아직 신인인지라 앞부분에 순서 배치가 된 서휘는 꽤나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연을 내버려두고 스탠바이를 했다. 아연 또한 이보다 더 큰 무대를 경험한 만큼 알아서 잘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띠링
준비한 기타를 매고 복도에서 매니저에게 휴대폰을 맡기려고 할 때 서휘의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오늘 데뷔지? 잘 하고, 실수하면 안 돼. 알았지? - 부인]
어제 번호를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한 서휘는 유비의 문자를 보고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답장은 하지 않고 이내 매니저에게 휴대폰을 맡기고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대에서 서휘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사람들은 <고백>이라는 노래가 확실히 듣기는 좋지만 과연 방송에서도 그 느낌이 살아날지 의문스러워했다. 다른 가수들은 춤으로 무대를 활용하는 반면 서휘는 그저 그 자리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문은 무대가 시작되자 곧바로 사라졌다.
[달이차고 내 마음도 차고
이대로 담아두기엔 너무 안타까워
너를 향해 가는데]
<고백>이라는 노래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절로 춤추게 만드는 강렬한 비트감이 느껴지는 노래도 아니었다. 하지만 서휘는 자신만의 감정 전달 방법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이 노래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 노래를 부르기는 쉽겠지만 절대로 서휘만큼의 느낌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게 아닌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 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이 아니야.
그보다 더욱더
로맨틱하고 달콤한 말을 준비했단말야.
나를 봐줘요 내 말을 들어 봐줘요.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사랑해.]
이내 서휘의 무대가 끝이 나고 모두들 박수를 쳤다.
“끝났네...”
이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몇 시간을 할애하지만 정작 노래를 부르는 시간은 5분이 채 안 된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기 때문에 다들 이 무대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9월 3째 주 1위는...”
모든 무대가 끝이 나고 1위 발표시간이 되자 다들 침을 꼴깍 삼킨다. 특히 서휘와 함께 컴백 1주일 만에 1위 후보에 오른 FT아일랜드는 더욱 더 긴장한 채로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휘씨 축하드립니다!”
1위는 압도적인 차이로 서휘가 차지했다. 음반 판매 점수는 서휘가 조금 앞섰을 뿐이지만 음원 판매 점수나 연령별 선호도 조사에서 서휘가 큰 차이로 이기면서 일찍이 서휘의 1위 수상을 점찍어둔 상태였다.
“서휘씨, 수상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어... 1위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아서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우선 이렇게 좋은 무대를 제공해주신 엠카 모든 스태프 분들, 그리고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신 우리 YG 패밀리,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 소스 제공자인 내 친구들과 선생님들, 언제나 뒤에서 응원해주시는 우리 가족들과 무대 전에 데뷔 무대 잘 하라고 문자 보내준 내 부인까지 모두 감사드립니다!”
보통 연예인들이 어떤 상을 받으면 ‘누구누구에게 감사드리고요’라고 말을 한다. 수상 소감을 보고 재미없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서휘는 정말로 당황하게 되면 그렇게 틀에 박힌 수상 소감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