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소설1 음황의 환생\병아리\새 텍스트 문서 (25).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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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안녕하세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서휘는 병만과 함께 우진, 정철이 오자 일어나서 깍듯이 인사했다.
“어, 그래. 잘 왔다. 이렇게 슈퍼스타가 정법에도 오다니... 솔직히 네가 온다고 했을 때 깜짝 놀랐어.”
그들이 보기에 이미 인기가 절정에 올라있는 서휘가 정글에서 생고생을 할 이유는 없어보였다. 불편한 진실이기는 하지만 정법에 게스트로 오는 대부분의 연예인은 인기가 조금은 떨어진 연예인들이었다. 물론 그들이어야 20일 정도의 긴 시간의 스케줄을 비울 수가 있지만, 어찌되었던 가창력과 외모 심지어 정의감도 갖춘 인기 절정의 스타가 올 줄은 몰랐었다.
“정글의 법칙이 인기가 얼마나 좋은데요. 너도 나도 나가고 싶어서 난리인데... 오히려 제가 참여하게 되어서 행운인거죠.”
서휘의 칭찬과 함께 우진에게는 ‘달인을 너무 재밌게 봤었는데 그 프로가 끝나서 아쉽더라., 정철에게도 ‘선덕여왕과 광개토대왕 너무 재밌게 봤다.’ 등 칭찬을 함으로써 어색했던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곧 추성훈 선수와 배우 박솔미도 도착하자 비행기를 타고 미국 애틀랜타를 거쳐 에콰도르의 키토로 이동했다. 애틀랜타까지 13시간의 비행, 거기서 6시간을 기다린 후 또 6시간의 비행. 총 25시간이 걸리는 비행에 서휘는 지루함을 느꼈다.
“형, 뭘 그렇게 보세요?”
병만의 옆에 앉은 서휘는 병만이 보고 있는 종이들을 보고는 물었다.
“정글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이나, 아마존에 대한 뭐 여러 가지...”
꼼꼼한 성격의 병만은 어김없이 아마존에 대한 자료들을 프린트 해왔다. 사실 이런 것을 보더라도 막상 정글에 들어가면 쓰이게 되는 지식은 몇 없다. 우선 읽은 것들이 몇 개 기억나지도 않거니와 이론과 실제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병만이 계속해서 자료들을 준비하는 까닭은 정글에 여러 번 다녀오면서 자료들을 볼수록 그 속에 있는 정보들이 복습 되면서 ‘이런 상황이 오면 이렇게 해야겠다.’는 식의 이미지 트레이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요? 혹시 읽은 것 있으면 저한테도 좀 주세요. 그냥 멍하니 있으려니 좀이 쑤시네요. 오늘 비행기에서 자려고 앨범준비를 밤새서 하고 왔는데 3시간 자니까 안 졸리네요.”
그렇게 병만에게서 자료를 얻은 서휘는 모르는 게 있으면 병만에게 질문을 해가며 정보를 얻어갔다. 그런 서휘의 모습에 병만도 고무되어서 좀 더 열심히 설명을 해주고, 자신의 경험들을 섞어가면서 얘기해주었다. 하지만 청출어람(靑出於藍) 청어람(靑於藍) 이라고 했던가. 한 시간이 지난 후에 병만은 서휘를 가르치기를 포기했다. 서휘의 질문은 이미 자신의 한계를 한참이나 뛰어넘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터무니없는 질문이면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도 않아.’하고 대답을 피하면 되지만 서휘의 질문은 구체적 상황에 꽤나 있을법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서휘야... 난 포기할래. 그냥 네가 알아서 공부해라. 난 잠이나 잘란다.”
남은 총 비행시간은 20시간. 병만은 꼼짝없이 자는 척을 해야만 했다. 서휘의 질문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족장의 지식이 바닥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키토 공항에 도착하자 병만족을 맞이한 것은 쌀쌀한 밤이었다. 대략 해발 3000m에 위치한 키토 공항은 고산 지대이기 때문에 일교차가 컸기 때문. 아마존에 간다는 소식에 얇은 옷을 챙겨온 부족원들은 꽤나 당황해했다. 산소량 또한 한국에 비해 30%가 적은 만큼 솔미를 비롯해 정철은 벌써부터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었다. 이에 반해 서휘는...
“♩♪♬”
콧노래로 흥얼거리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바빴다.
“역시 젊음이 좋아.”
“십대면 뭐... 철도 씹어 먹을 나이라는데 뭐... 그냥 냅두자. 힘들면 자기도 일로 오겠지.”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다음날 아침. 병만족은 안데스 산맥을 향해 차를 타고 이동 중이다. 남미 최대의 산맥인 안데스 산맥도 보여주고 에콰도르가 적도의 나라인 만큼 적도인 장소에서만 특별히 할 수 있는 달걀 세우기 미션을 하기 위해서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성훈은 우진에게 연애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최근 우진이 방송 관계자와 사귄지 1달째라는 열애 사실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곧 우진이 입을 열자 병만족 모두가 집중을 했다.
“두 번째 만났을 때 사귀자고 했어요. 소개팅 후에 3일 후쯤...?”
“뭐 이렇게 빨라!”
“말도 안 돼!”
우진의 말에 경악을 한 사람은 성훈과 서휘였다. 성훈이야 딸 아빠이다 보니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아직은 10대인 서휘가 말도 안 된다고 하자 부족원들이 ‘왜 그래?’라며 물었다.
“하... 지금 생각해보니 학창 시절 여자관계가 참 후회되네요.”
“왜?”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의 극치인 서휘의 여자관계에 대해 알 기회가 생겼기 때문일까? 차량이 좁아 VJ들 대신 카메라를 들고 있던 정철과 병만이 카메라를 서휘에게 집중했다.
“아무 일도 없었거든요.”
“풉.”
서휘와 병만, 성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산병 증세를 보이면서 겨우겨우 안데스 산맥에서의 촬영이 마무리가 되고 병만족은 에콰도르에 온 목적인 아마존을 향해 갔다. 아마존 근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습기 가득한 더위에 기존의 부족원들은 이번 아마존에서의 생존이 쉽지 않을 것을 예측했다. 이런 날씨에는 육류가 될 만한 동물은 현저히 적고 방해만 되는 곤충들은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기존의 부족원들이 걱정하는 사이 서휘도 어떻게 하면 굶지 않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휘의 걱정은 오로지 식량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부족원들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초인의 몸을 갖고 있는 서휘는 더위와 추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이미 두 번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거친 만큼 벌레가 서휘의 몸을 물면 오히려 벌레의 침이 망가질 정도로 미세 근육들이 발달할 수 있는 만큼 발달한 몸을 가진 존재가 서휘였다.
‘악어나 멧돼지는 잡을 수 있다고 봤는데...’
아마존에서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난쟁이 악어는 다른 악어종과 달리 사냥이 가능하다. 또한 아마존 정글 내에 멧돼지도 있는 만큼 위험을 감수한다면 꽤나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량들이 있긴 있었다.
“자, 빨리빨리 타고 가자.”
병만의 말에 부족원들은 전부 배에 타고 아마존 강의 한 지류인 나포(Napo)강을 따라 아마존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