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소설1 음황의 환생\병아리\새 텍스트 문서 (26).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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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의 생존 1단계는 아마존 강에 있는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것이었다. 배를 타고 오면서 이 강에는 가오리가 독침을 쏠 수 있다는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병만족은 뗏목을 만들어 강을 건널 생각이었다. 하지만 병만족이 내린 곳이 완벽한 모래사장이어서 어떻게 할 수도 없이 근처에 강물에 휩쓸려 온 듯한 나무를 가지고 뗏목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현재 시간은 3시. 아마존에서 해는 6시에 지기 때문이 뗏목을 빨리 만들고 건너가 불을 피워야했다. 병만의 노련함 덕에 부족한 재료에도 용케 뗏목을 만들긴 했지만 벌써 시간은 5시. 비가 온 것도 아니건만 강물이 불어나 물살이 빨라진 상태였다.
“병만아, 건너서 집이라도 지을 수 있을까? 부족원들 다 건너면 6시가 넘을 것 같은데... 여기서 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다 만들었으니까 일단은 해보자. 어차피 오늘 못 건너면 내일 건너야 하잖아. 만약에 오늘 안 되면 다른 작전을 구상 할 수라도 있겠지.”
성훈의 물음에도 병만은 일단 해보자는 식이었고 성훈은 족장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다 만들어진 뗏목에 방수 가방에 바람을 넣어 부력을 덧대자 나무 2개로 만들어진, 폭은 좁지만 길이는 긴 뗏목이 뜰 수 있었다.
“여기에 안전 줄을 달고 나랑 서휘랑 먼저 갔다가 올게.”
뗏목을 만들 때 서휘의 손재주를 칭찬했던 병만은 먼저 서휘를 무인도에 옮겨서 집을 지을 재료라도 구해오도록 할 생각이었다. 서휘와 병만은 수심이 깊어지기 전까진 뗏목을 밀고 가서 최대한 빨리 건널 생각이었다. 뗏목을 한참이나 밀고 가도 깊어지지 않는 수심에 병만은 차라리 안전 줄을 메고 부족원 전원이 걸어서 강을 건너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곧바로 그 생각을 수정해야했다.
“어? 병만이 형!”
뗏목을 밀고 가던 중 앞에 섰던 병만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평소의 병만은 물개라 할 정도로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이었지만 갑자기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어진 수심에 당황을 했고 또, 하필이면 숨을 쉴 때 물에 빠진 터라 코로 물을 먹어 연신 콜록거리면서 허우적거리기만 했다.
그러한 병만의 모습이 서휘는 제작진이 반응하기도 전에 재빨리 물이 뛰어들었고, 한 팔로 병만의 상체를 지탱하고 나머지 한 팔과 다리를 이용해 수심이 얕은 지역으로 수영을 해왔다.
“형, 괜찮으세요?”
“콜록 콜록. 괜찮아. 야, 그나저나 네 품이 되게 편하다. 하하.”
나이 어린 서휘가 걱정할까봐 농담 반 진담 반 섞어서 말을 꺼낸 병만은 다리가 풀렸는지 뗏목에 앉았고 서휘는 얼마 남지 않은 무인도까지 뗏목을 밀고 갔다. 그리고 무인도에 도착한 병만은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제작진에게 부탁해 부족원들이 카누를 타고 건너올 수 있도록 부탁을 했다. 그리고 병만의 상황을 보았던 제작진도 다른 부족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그 제안을 수용했다.
“시작부터 너무 힘드네...”
“그러니까 형 몸도 좀 돌보면서 촬영하세요. 항상 보면 형은 입으로는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하면서 정작 형 몸은 사리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족장이잖아. 부족원들한테 모범을 보여야지. 하여튼 고맙다. 서휘야.”
“당연한 일을 가지고 고맙기는요... 하여튼 형은 성훈이 형 오면 성훈이 형한테 잔소리 들을 준비 하세요.”
“윽, 이미 너한테 듣고 있는데 또 들어야되?”
“제가 언제 잔소리 했어요?”
“방금 그랬잖아.”
서휘와 병만이 잠시 투닥거리는 사이 부족원들이 도착을 했다. 그리고 서휘의 예상대로 병만과 동갑내기에 심지어 생일마저 같은 성훈이 병만에게 조심 좀 하라면서 말을 했고 다른 부족원들도 좀 조심하라면서 말을 꺼냈다.
“이거 뭐... 초반부터 족장의 체면이 안서네. 오늘 부족원들 너무 센 사람들만 데려 온 거 아닌가 몰라. 성훈이야 격투기 선수에다가 서휘도 여의도 칼부림 사건 범인을 때려잡은 애 인데...”
병만의 한숨 섞인 말에 다들 웃음을 짓고는 얼른 비박지를 찾기 시작했다. 해가 진지 오래였기 때문에 바닥에 큰 나뭇잎만 깔고 잘 생각이었다.
“여, 여기 막 벌레가 돌아다니는데 진짜 여기서 자는 거야?”
“어.”
엄마가 아닌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무서워한다는 벌레가 비박지에 깔아놓은 나뭇잎 위를 마구 기어 다니는 것을 본 솔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절친인 정철에게 계속해서 확인을 했다.
“그냥 자면 되. 벌레 별거 아니더라고.”
“누나, 정글의 법칙 하면서 제일 필요한게 모르는 척. 벌레를 봐도 못 본 척 하는거에요. 그렇게 하는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정철과 우진의 말에 솔미는 체념을 하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방에 퍼져있는 벌레들을 보고는 그러한 체념도 얼마 가지 못했다. 그 모습에 정철과 우진이 벌레 퇴치에 효과가 있는 유칼립투스 잎을 찾아보려 했지만 아마존에서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나무를 찾으려했으니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냥 자자.”
병만의 사건도 있었고 이래저래 피곤한 병만족은 그렇게 공복취침을 했다.
생존 2일 차. 여느 때처럼 새벽 5시에 기상한 서휘는 앞에 놓인 카메라를 보고는 평소처럼 좌공(坐功)을 하지 못하겠다 싶어서 남들이 보기에는 체조 같은 동공(動功)으로 선천지기를 운기해 나가기 시작했다. 누나와 떨어져 자기 시작한 14살 전까지는 좌공 보다는 아침 운동처럼 보이는 동공으로 운공을 했기 때문에 오랜만에 하는 동공에도 전혀 어색하지는 않았다.
서휘는 현경에 이르러 기의 수발이 매우 자연스러워져서 동공이 없이도 기를 운공해 나갈 수 있었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습관이 들기도 했고, 또한 새벽 5시에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라 무엇인가 할 일이 필요했기 때문에 동공을 시작했다.
동공을 한지 2시간. 제작진도 일어나 촬영을 시작했는데도 아직 일어날 생각이 없는 부족원들의 모습에 서휘는 먹을 것이라도 구해오고자 비박지를 벗어났다. 비박지 근처에 바나나가 있긴 했지만 그 나무에 벌집도 있어서 그냥 다른 나무를 찾기로 한 서휘였다.
“와... 그런데 진짜 여기서 뭘 먹고 버티죠? 먹을게 바나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아마존이 열대 우림이라 그런지 다행히 바나나는 꽤 있었고 익지는 않았지만 커다란 바나나 2송이를 딴 서휘는 카메라에 대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서휘가 바나나를 들고 도착하자 부족원들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이구, 언제 일어나서 바나나를 다 따왔데?”
“그제까지만 해도 학교를 다녀야해서... 일찍 일어나는게 습관 됐어요.”
병만은 서휘가 기특한지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서휘의 바나나를 받고, 불을 피워 구워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