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소설1 음황의 환생\병아리\새 텍스트 문서 (27).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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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2일차. 병만족은 우선 집을 짓고 근처를 탐사하기로 했다. 탐사를 하다보니 여러 뱀들을 보게 되었는데, 의외로 성훈이 뱀을 무서워했다. 특히 길이가 3-4m에 달하는 보아뱀을 보았을 때는 식겁을 할 정도였다.
아무 소득도 없이 탐사 5시간이 지나자 멤버들도 피로와 배고픔에 의해 지쳐갔다. 그야말로 배고픔과 목마름, 더위의 삼중고에 처하게 된 것이다.
“서휘야, 너 안 지치니?”
족장인 병만도 어지럽다고 할 정도인데 서휘는 안색도 좋고 아주 쌩쌩한 모습으로 돌아다녔다.
“뭐... 철도 씹어먹을 수 있는 나이인지라... 하하”
신체 내부에서 자동으로 순환하는 선천지기를 설명할 수도 없었기에 서휘는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렇게 병만의 노련함과 서휘의 지치지 않는 체력 덕에 줄기를 자르면 물을 얻을 수 있는 ‘워터트리’와 노랗게 익은 바나나 몇 송이를 얻은 채 탐사는 끝나고 말았다.
탐사 후에는 집짓기가 이어졌다. 역시 여기서도 서휘가 큰 힘을 발휘했는데, 대나무를 베는 서휘의 톱질은 병만의 예술이라 칭할 정도였다. 또한 근력도 대단한지라 집을 지을 재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모을 수 있었다. 이 일로 병만이 서휘에게 자신보다 더 한 정글러가 있다고 해서 서휘는 자타공인 정글러가 되었다.
또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바로 정철의 생일 축하 파티였다. 정철의 절친인 솔미의 주도 하에 한국에서 가져온 미역과 낮에 서휘의 활약 덕에 얻을 수 있었던 바나나로 미역국과 바나나 케이크를 만들어서 정철의 생일 축하 파티를 장식했다. 물론 서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노래를 맡았는데 그 방법이 조금 특이했다.
“서휘야 너 뭐 하니?”
“풀피리 만들어요.”
서휘가 준비한 것은 풀피리였다. 탐사 때 봐두었던 속이 비었으면서도 두께가 얇은 줄기로 만든 서휘의 개량 풀피리는 한국 전통의 5음계뿐만 아니라 한 옥타브는 거뜬히 소리를 낼 수 있는 풀피리였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부족원들에게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땔감을 가지러 갔다온 정철은 자신의 생일 축하 파티가 열리자 감동을 했는지 눈물을 찔끔 흘렸다. 스태프들도 정철의 생일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서 부족원들에게 라면 3봉지를 제공하였다. 오랜만에 배가 부른 부족원들은 서휘의 풀피리 소리를 자장가 삼아 그렇게 생존 3일차를 보냈다.
생존 4일차, 생존 5일차... 아마존에는 정말 먹을 것이 없었다. 병만이 가지고 있던 자료에서 본 멧돼지나 악어는 베이스캠프 근처에서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그저 바나나와 사탕수수로만 끼니를 때우니 부족원들도 슬슬 지쳐갔다.
“아... 배고프다...”
“얘들아, 벌레라도 먹자.”
“윽...”
병만이 벌레라도 먹자고 하자 부족원 전체가 인상을 썼다. 서휘도 인상을 쓴 것은 마찬가지. 전생에서도 노숙을 할 때 산짐승을 잡아먹었지 벌레는 먹어 본 적도 없었다.
그나마 애벌레에 익숙한 우진과 병만이 애벌레를 구하러 가자 남은 네 명의 부족원들은 벌레 몰아주기를 계획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가위바위보?”
솔미가 제안을 하자 다들 동의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가위바위보는 한 명, 서휘에게 아주 유리한 게임이었다.
“저 진짜 가위바위보 신(神)인데, 해요?”
“얘가 무슨 거짓말을 그런 걸로 하니? 일단 해!”
서휘는 분명히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솔미가 밀어붙이지 부족원들은 가위바위보를 했다. 결과는 1등 서휘, 2등 솔미, 3등 정철, 4등 성훈 순이었다.
“저 진짜 가위바위보 잘한다니까요.”
“번외로 다시 해보자.”
정철이 나서서 서휘에게 도전을 해 보았지만 결과는 10전 10패. 서휘의 퍼펙트 게임이었다. 다른 부족원들과도 가위바위보를 하는 사이 우진과 병만이 돌아왔다.
“병만아, 여기 진짜 달인이 나타났다.”
병만과 동갑내기인 성훈이 병만에게 리얼 가위바위보 달인이 나타났다고 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호오... 진짜?”
달인의 원조인 병만이 흥미를 가지자 성훈이 침을 튀기며 설명을 했다.
“진짜 각각 10판씩 했는데 한 번도 안 졌어. 너 보다 더 달인이야.”
성훈의 마지막 말에 자존심이 살짝 상한 병만은 그대로 서휘에게 도전을 했다.
“16년간 가위바위보를 단 한 번도 지지 않은 달인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애벌레 시식 전 막간 코너가 시작이 됐고 서휘와 병만은 마주 섰다. 결과는 병만의 참패. 10번이 지나 20번을 해도 서휘가 계속 이기자 결국 병만도 포기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서휘는 귀국 후에 지금의 상황을 뼈저리게 후회해야 했다. 보는 사람마다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하기 때문인데 후에는 서휘가 그냥 한 번 져주고 그만 하자고 할 정도였다.
그렇게 막간 코너가 끝나고 병만이 잡아온 애벌레를 보자 다들 놀랐다. 그 수가 꽤나 많았기 때문. 결국 가위바위보는 모두 헛수고로 돌아가고 부족원 모두가 차례로 하나씩 벌레를 먹게 되었다.
“이제 남은 벌레는 통발 미끼로 쓰고, 물고기나 사냥하자.”
병만이 말한 물고기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었다. 세계 최대의 민물고기인 피라루크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피라루크는 평균 길이만 2m에 달하는 초대형 물고기다. 그런 물고기가 쉽게 발견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마존 민물고기는 여타의 민물고기와 차원이 다른 크기를 자랑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부족원들은 한 마리라도 잡자는 마음으로 움직였다.
통발을 만들고, 작살을 만드니 어느덧 밤이 되었고, 병만과 성훈, 서휘는 물고기를 잡으러 강가로 나갔다. 낮에 통발을 설치할 때 보았던 탁한 강물과 달리 밤에는 그나마 물 밑이 조금은 보일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