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 엄청 빨리 움직였구나. 우리 유나 누나가... “
성태는 낄낄거리며 새로운 손님을 바라보았다. 광기의 군주 폴리가 깃든 카타나와 그것을 든 여자였다.
“그런데 이름이 뭐지? 난 박성태.”
“없어.”
카타나 여자는 짧막하게 말했다. 찬영에게 보고로 들었던 성태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을 한번 더 질문해본 것 뿐이었다. 성태는 욕망을 풀어 카타나 여자의 정신을 모두 읽어 들인 뒤 가볍게 웃었다. 섬노예라니… 아직도 그런게 있나.
[여자 / 폭력의 악마 / ??세 / 레벨 178
태어난 해도 모르고 사회에 대해 대부분 무지하다. 압도적인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특기 : 살인
좋아하는 것 : 노는 것
싫어하는 것 : 아픈 것]
카타나 여자의 정보를 보며 성태가 쓰게 웃었다. 예린이랑 싸움 붙이면 바로 죽겠는데? 그렇다고 직접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다. 좀 더 재밌게 놀고 싶었다.
[멍청아, 니 마음을 조종하려 하잖아!]
폴리가 답지 않게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성태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욕망의 움직임을 계속했고 카타나 여자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난생 처음으로 오르가즘을 경험했다. 섬에서 남자들과의 섹스는 단순한 그들의 정액 변기일 뿐이었고, 카타나 여자의 쾌감을 위해 움직인 사람은 없었다. 덕분에 이런 기분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난생 처음 격는 쾌감속에서도 카타나 여자는 몇걸음 비틀거릴 뿐 무릎꿇지는 않았다.
“어때?”
“재밌어.”
카타나 여자가 헐떡거리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폴리는 카타나 여자의 마음이 순식간에 점령당한 것을 보며 경악했다.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느껴지는 힘에 어울리는 수준의 능력이 아니었다.
“일주일 뒤에 우리 학교로 와. 그때 내 노예들이랑 싸우자.”
“응.”
“그러고나면 내 노예 시켜줄게.”
“응.”
카타나 여자가 뒤로 물러서며 조금이지만 미소를 띄었다. 쉽게 알아보기 힘든 표정이었다.
“이건 뭐야? 마음이 좋아.”
“그건 사랑이야.”
“응.”
몸을 돌리고 학교를 떠나려는 카타나 여자를 성태가 잠시 멈추게 했다. 멋대로 카타나 여자를 조종한 것이었지만 카타나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는 표정이었다. 폴리가 낮게 신음을 터트렸다.
“이름이 없으니까 불편하네.”
“어떡하지?”
“오늘부터 니 이름은 식칼이다.”
“응, 난 식칼.”
식칼은 이름을 선물 받은 것에 기뻐하며 학교를 떠나 달렸다.
폴리는 참가자들간의 대결에 직접 끼어들 수 없는 것에 분노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는 정말로 그 인간을 이길 수 있을까? 힘의 차이가 까마득한데도 거부할 수 없는 마음이, 본능적인 복종심이 느껴졌다. 차라리 이렇게 된 게 잘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폴리는 은연중에 했다.
달리던 식칼은 경쾌한 움직임으로 근처의 건물의 벽을 타고 뛰어올라갔다. 순식간에 옥상에 도착한 그녀는 기뻐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건물의 옥상과 옥상을 뛰어다녔다. 밤하늘을 가를 때 피부에 스미는 감각이 기분 좋았다. 아, 이건 사랑이야.
멀리 달려가는 카타나 여자를 바라보던 릴리스는 미친 듯이 자신의 몸을 주물렀다. 성태가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 혼자 달아올라 몸을 들썩거렸다.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릴리스는 바닥에 개처럼 업드렸다. 성태에게 기어가 그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했다. 주인님… 아아… 어찌 이리 멋지실까. 릴리스는 꼬리를 발정난 것처럼… 아니 완전히 발정이 나버린 상태로 흔들며 손을 성태의 지퍼로 가져갔다. 떨리는 손이 지퍼를 제대로 열지도 못하자 성태가 그녀의 머리를 몇번 쓰다듬어준 뒤 직접 지퍼를 내렸다. 릴리스는 자지를 꺼내 미친듯이 핥기 시작했다.
“훌륭하셨습니다, 주군.”
찬영 역시 탄복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찬영에게 표정이란 것이 나타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다.
“정말로 재미가 없어서 직접 나서지 않으시는 것 이었군요.”
“뭐, 그렇지.”
릴리스는 이제 자신의 옷을 마구 찢기 시작했다. 단정히 머리를 정리하고 있던 머리끈을 던져버리고 탐스러운 금발을 풀어내렸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릴리스가 멀뚱히 서있는 성태의 몸에 바짝 달라붙어 삽입을 했다. 미친듯이 허리를 흔들며 성태의 귀를 핥았다. 저를 죽여주세요… 아아… 행복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냥 저를 지금 죽여버려주세요.
“안돼. 너는 내가 아끼는 아이니까.”
그말에 릴리스의 몸이 미친듯이 떨렸다. 오르가즘을 느끼며 릴리스의 눈이 까뒤집히자 성태는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양 어깨를 잡아주었다. 성태의 몸에 기댄 채 실신한 릴리스를 보며 찬영이 말했다.
“천박하군요.”
“뭐, 다들 찬양하는 법이 틀린법이지.”
성태가 가볍게 웃었다.
***
소현은 학교 밖으로 잠시 나오라는 성태의 말에 교문으로 달려갔다. 교문 옆에서 성태의 모습이 보였다. 소현은 성태에게 도착하자마자 그의 몸을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학교에는 오면 안된다고 했잖아!”
“천사들 때문이죠? 그건 일단 해결했어요.”
소현은 성태에게서 잠시 몸을 때며 그의 얼굴을 보았다. 조금 어두워 보였다.
“해코지 당하지는 않았어?”
“네, 뭐.”
그렇게 말을 하며 성태는 뭔가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였다. 하기 어려운 말이 있다는 걸 직감한 소현은 성태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걸었다. 성태는 순순히 그녀에게 끌려가면서도 당황하며 말했다.
“학교는요?”
“땡땡이지.”
평일인데다 아직 저녁도 되지 않은 시간이라 조용한 가게가 많았기에 소현은 커피숍 하나를 골라 성태를 이끌고 들어갔다. 소녀적인 분위기의 인테리어에 성태와 들어가기는 약간 부끄러운 기분이 든 소현이었지만 손님이 하나도 없었기에 행동을 멈추지는 않았다. 구석진 곳에 자리잡은 뒤 각자 자신의 몫의 커피를 만지작거리거나 홀짝거렸다.
“할 말 있는 거 아니야?”
성태는 여전히 우물쭈물 거렸다. 두명의 여자 손님이 더 들어오자 소현은 잠시 긴장했지만 떨어진 곳에 앉는 것을 보며 안심했다.
“천사와 관련된 이야기야?”
“네, 아, 아니… 그… 관련된… 아니요, 상관없는 이야기에요!”
눈에 띄게 당황하며 성태는 소리 쳤다. 커피숍 주인과 두 손님이 잠깐이지만 소현과 성태를 바라보았다. 성태의 얼굴이 굳으며 고개가 숙여졌다. 그의 얼굴이 조금 붉게 달아올랐다.
“그… 저는… 누나와… 그러니까… 그냥 섹스가 하고싶었을 뿐이에요. 좋아하지 않아요.”
성태의 말에 소현이 멍한 표정이 되어 그를 바라보았다. 입이 살짝 벌어진 채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성태는 말을 이었다.
“단지 그… 성욕 때문에 하고 싶었을 뿐이고… 이제는 아니에요. 질렸어요. 그러니까 우리 헤어… 그… 사귄 것도 아니니까. 이제 만나지 말아요.”
성태가 고개를 숙인 그대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몸을 떨었다. 부끄러운 말을 입에 담은 덕분에 붉어진 성태의 얼굴이 굳어있었다. 소현은 성태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황을 추스리며 얼굴을 평온하게 가다듬고 그의 손을 살며시 따스하게 잡았다. 성태의 손이 흠칫 떨렸지만 소현의 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무슨 일 있었구나?”
소현의 얼굴에 자연히 걱정이 깃들었다. 그때 커피숍 주인이 가게 입구로 가더니 잠구고 팻말을 오픈에서 클로즈로 돌렸다. 들어와 있던 두 손님이 소현과 성태를 향해 걸어오자 소현은 긴장하며 팬던트를 만지작거렸다. 여차하면 바로 변실할 기세였다.
“진정해, 적이 아니니까. 악마긴 하지만.”
리빙빙이 건들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악마라는 말에 소현의 신경이 더욱 팽팽해졌고 공기가 날카로워졌다. 마법진이 설치된 학교만큼 확실하게 구분해 낼 수는 없지만 두 여자에게서는 확실히 인간이 아닌 존재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내가 시킨거긴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말하다니.”
이번에는 사쿠라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동의도 구하지 않고 사쿠라가 소현의 옆에, 리빙빙이 성태의 옆에 앉았다. 성태가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이, 이렇게 말해야 누나가 안전하다고…”
“그래, 그랬지. 장난으로 한 말이었는데. 진짜 그대로 말 할 줄은 몰랐어.”
사쿠라가 빙긋 웃었다.
“무슨 말이에요?”
“지금부터 설명해주지.”
소현이 날 선 목소리로 말하자 리빙빙이 푹신한 의자에 기대며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사쿠라가 소현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자신의 몸에 밀착시켰다. 달짝지근한 향이 소현의 코로 들어왔고, 당황한 소현이 그녀를 밀어내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몇 번 반항을 하던 소현은 결국 포기하고 테이블로 시선을 고정했다. 커피는 아직 따스한 김을 모락모락 풍기고 있었다. 사쿠라가 입을 열었다.
“일단 제일 중요한 정보부터. 성태는 악마가 되었어.”
“뭐라구요?”
“그 유나라는 악마가 뭔가 수작을 부린 모양이야. 천사 쪽에서도 이를 눈치챘고 제거하기 위해 두 천사가 왔었지. 일단 그쪽은 안심해도 돼. 나와 저쪽 악마가 다 죽였으니까.”
사쿠라가 고개짓을 하자 리빙빙이 씨익 웃으며 손을 까딱거렸다.
“천사와 악마의 수가 더 증가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있니?”
“... 저를 마법 소녀로 만들어준 천사에게 들은 적 있어요.”
“이야기가 쉽겠군. 성태는 지금 굉장히 독특한 포지션에 놓여있어. 이레귤러라고 할 수 있지. 천사와 악마의 수가 고정된 건 시간으로 따지는 것도 무의미할 만큼 오래전부터였어. 그런데 새로운 악마가 탄생한거야. 아직 이 사실을 눈치 챈 쪽은 얼마없지만 대대적으로 움직일 거야. 천사들은 당연히 성태를 죽이려들거고, 악마들은 제각각 자신의 욕망대로 행동하겠지. 알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천사들처럼 단합이 잘되는 건 아니거든. 다들 제멋대로지.”
이해 여부를 묻는 사쿠라의 시선에 소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부터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그 전에 확인할 게 있어. 넌 성태를 도울거니? 도울 생각이 없다면 중요한 정보를 누설 할 수는 없어. 성태가 너의 안전을 집요하게 부탁했기 때문에 우릴 돕지 않겠다고 해도 너를 죽이지는 않을 거야.”
“돕는게 당연하잖아요. 저는… 성태를 사랑하고 있어요!”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소현은 성태를 바라본 뒤 사쿠라에게 시선을 옮겼다. 곧은 시선에서 그녀의 의지를 느낀 사쿠라가 가볍게 웃었다.
“너무 쉽게 생각하는구나.”
“뭐가 말이죠?”
“악마들은 성태를 개체마다 다르게 대하겠지만 천사는 달라. 성태를 돕는다면 너는 천사의 적이되는거야. 죽을 확률이 높아.”
“상관없어요.”
“뭐?”
“제가 아무리 바보라도 그정도도 모를거 같아요. 이미 성태를 죽이려던 천사를 둘 만났어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강한 천사들… 하지만 그렇다고 성태를 위험하게 내버려둘 순 없어요. 저는 성태를 지킬거에요.”
진심어린 표정의 소현의 견고한 의지를 말해주었다.
쾅!
테이블을 주먹으로 치는 소리에 사쿠라와 리빙빙, 그리고 소현이 성태에게 시선을 돌렸다. 분노에 찬 성태의 시선이 사쿠라와 리빙빙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뭐하는 짓이죠.”
정돈되지 않은 분노가 성태에게서 느껴졌다.
“소현 누나를 위험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돌려보내겠다고… 약속 했잖아요.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가족들도 보지 못하는 그런 꼴이 될게 뻔한데…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잖아요. 나 하고 약속했잖아, 이 빌어먹을 악마들아!”
“네 처지를 모르는 구나.”
리빙빙이 성태를 얼르듯 그의 어깨에 가녀린 손가락을 툭 걸쳤다.
“솔찍히 말하지. 우리는 네가 죽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너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아마 너는 죽을거야.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런 마당에 눈앞에 뻔히 있는 조력자를 치워버리자고? 자살할 생각이니?”
요염하게 미소지으며 리빙빙이 성태의 귀에 후 하고 달콤한 숨을 불었다. 성태가 야릇함에 움찔 떠는 것을 보며 소현의 눈이 도끼날 처럼 변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소현을 사쿠라가 잠시 보다 손을 들며 나갈 수 있도록 비켜줬다. 소현은 걸음을 옮겨 리빙빙의 옆에 섰다.
“비켜줘요. 그리고, 성태를 자꾸 만지지 말아요.”
이런 상황에도 꼴같잖은 질투심이 생긴다는게 어처구니 없었지만 소현은 자신의 감정에 솔찍하기로 결심했다. 언제 죽을지 몰라. 그런 마음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 만들었다. 전해야 할 감정은 바보처럼 머뭇거리지는 않으리라. 리빙빙은 그런 소현을 보며 혀를 빼꼼 내밀더니 자리에서 비켰다. 성태의 빈 옆자리에 소현이 앉았다.
“집에 가세요.”
“싫어.”
소현은 성태를 안았다.
“네가 죽으면, 나도 죽어버릴거야.”
“그런 말이 어딨어요.”
“난 진심이야. 너를 지켜줄거야. 너도 나를 지켜줘.”
“누나…”
“영원히 함께 할 거야.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다 이겨낼거야.”
소현이 미소를 짓자, 성스럽기까지 한 그녀의 얼굴이 빛나는 듯 했다. 서로의 마음에 감동하며 따스하게 흐르는 공기를 느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손을 잡으며 천천히 다가갔다. 걱정과 서로를 위해 희생하려는 마음을 양분 삼아 가지가 뻗어졌다. 힘차게 뻗어나가는 가지에 과실이 맺혔다. 사랑이라는 과실은 탐스럽게 익으며 성태와 소현의 마음으로 떨어졌고, 잔잔한 파문이 번졌다.
소현과 성태의 입술이 포개어졌다.
사쿠라는 성태가 보내오는 소현의 마음을 감상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마치 물감을 아무렇게나 마구잡이로 짜 놓은 것 같은 것들이 분리되거나 뭉쳐지고 있었다. 그중 유독 강하게 다른 것들과 차별화 된 색깔이 있었다. 주홍빛과 붉은 빛의 가운데 쯤이라고 해야할까. 경계가 모호한 다른 색과는 달리 명확한 선을 그으며 차별화된 그 색의 구체는 주변의 색을 빨아들이며 덩치를 키워갔다. 사쿠라는 그것이 소현의 마음에 자리잡은 사랑과 소망이라고 확신했다. 그 색이 덩치를 키울수록 소현의 힘이 조금씩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쿠라는 마음을 감상하는 주인의 취미를 알 것같았다. 지금까지 성태가 보여준 마음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었다. 소현은 색깔로 표현 되었지만, 어떤 노예의 것은 미생물 군체 같기도 했고, 어떤 것은 프로그래밍 된 글자 같기도 했다. 같은 종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다양한 형태와 매커니즘으로 제각기 움직이는 마음을 보며 그 인간의 행동양상을 이해해가는 것은 사쿠라에게 더 할 나위 없는 쾌감이었다. 저릿한 감각에 사쿠라의 보지가 젖었다. 뜨거운 자신의 몸을 느끼며 나직하게 말을 내뱉았다.
“아름다워.”
소현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키스하던 얼굴을 때어냈다. 부끄러움이 몰려왔고 구경꾼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감정에 젖어있던 자신을 책망했다. 성태는 그런 소현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다 다시 얼굴을 가져왔다. 두 사람의 입술이 다시 한번 만났다.
리빙빙은 황홀경에 빠진 소현을 보며 품에서 작은 기계인지 벌래인지 모를 것을 꺼냈다. 소현의 쪽으로 던지자 그 기계와 생명의 중간 쯤 되어 보이는 것이 소현의 스커트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한창 키스에 열중이던 소현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흠흠. 진정 좀 하지 그래.”
리빙빙의 말에 성태와 소현의 얼굴이 떨어졌다. 아쉬움과 몽롱함을 담은 눈빛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리빙빙은 쾌락에 젖은 사쿠라의 어깨를 툭 치며 정신을 차리게 했고, 짜릿함을 방해받은 사쿠라는 짜증 어린 눈빛으로 리빙빙을 바라보다 한숨을 쉬고 맞은편으로 가 앉았다. 리빙빙이 뒤따라 사쿠라의 옆에 앉았다.
“설명해야 할 게 더 있어. 악마들은 다들 각기의 권능으로 자신의 욕망을 충족 시키며 능력을 강화하지.”
“네.”
악마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던 소현이 성실히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태의 권능에 대해서 먼저 말해야겠네. 성태의 권능은 섹스야. 사춘기 남학생의 강한 성욕이 그의 권능으로 자리 잡은 거지.”
소현의 얼굴이 빨개지며 천천히 성태를 향해 고개가 돌아갔다. 고장 난 로봇의 목처럼 움직이는 소현의 얼굴을 보며 성태 역시 얼굴이 빨개졌다.
“내가 맘대로 정한게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됐어요.”
성태의 변명에 소현은 당황을 잠재우지도 못한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쿠라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태는 섹스를 한 상대의 힘을 빨아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당장은 이렇다 할 장점이 없는, 나중을 바라봐야 할 대기만성 형 권능이라고 볼 수 있지.”
“그럼… 어… 저랑 섹...스하면 성태가 강해진다는 그런 이야기인가요?”
“그렇게 되겠지만 너는 아군이니 그런 의미 없는 짓을 해봤자 뭐하겠어. 네 힘이 강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하급 악마랑 맞붙어도 더 밀릴 정도 밖에 안된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해. 너의 강함이라는 건 결국 인간들끼리 비교했을 때나 의미 있는거지. 더 성장한다면 몰라도 현재로서는 미약한 힘이야.”
참담한 마음을 느낀 소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소현의 손을 성태가 살며시 잡자
그녀는 애써 미소 지었다.
“게다가 성태는 아직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게 미숙할테니 힘을 얼마나 빨아들일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컨트롤이 안되는 종류라면 네가 가진 힘을 모두 빨아들일 수도 있어. 성태 스스로 너를 죽이게 만들 생각은 아니겠지?”
사쿠라의 말에 성태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소현은 이어진 손에서 성태의 떨림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그럴 생각은 없죠.”
“그래. 그럼 이제 알려줘야겠네. 나와 리빙빙은 성태와 섹스 할거야. 지금 여기서.”
소현의 표정이 멍해졌다. 순간적으로 사쿠라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리빙빙에게 시선을 옮겼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무 심하게 당황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 거렸다. 그런 소현의 모습을 보며 리빙빙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컨트롤 할 수 있는 종류의 힘이라면 우리랑 섹스하면서 익히면 될 거고, 할 수없는 종류의 힘이라면 앞으로 영원히 너와의 섹스는 힘들겠지?”
소현은 딱히 대답하지 못하고 입만 뻥끗 거렸다. 리빙빙이 말했다.
“그래서 어쩔래? 구경할래, 아니면 잠시 다른데 가 있을래?”
“안돼요!”
“뭐야, 딴 데 가있으면 안된다고?”
“아니, 그러니까, 그게 아니고… 너무 갑작스러워서.”
“시간 끌어봐야 좋을 게 뭐가 있어. 천사들도 아군이 죽었다는 걸 눈치 챈 순간부터 움직이기 시작 할 건데. 성태가 드러나기 전에 빨리 자신의 권능에 익숙해져야지. 운이 좋다면 천사들이 움직일 때 쯤 자신의 힘을 숨기는 것도 가능해 질 거야.”
“그게.. 그런데… 맞아! 성태가 힘을 다 빨아들이면 어떡해요! 사쿠라 씨랑 리빙빙 씨의 힘의 모두 빨아 들이면요? 그러면 두 분도 죽잖아요!”
섹스를 막을 일말의 희망을 느끼며 소현은 큰소리로 외쳤다. 응? 그렇지, 성태야? 그런 표정을 지으며 소현은 성태에게 얼굴을 돌렸다. 어색한 미소가 소현의 입가에 매달려있었다. 성태는 암담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눌렀다. 사쿠라가 한숨 쉬며 말했다.
“기분은 알겠는데 목숨이 걸린 문제란 걸 있지마.”
“네에…”
소현이 한 풀 꺾인 목소리로 고개 숙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는 신경 쓸 거 없어. 솔찍히 성태가 빨아들일 수 있는 힘의 양이 우리에게 위협적일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이제 막 탄생한 악마인데 그런 수준 일리가 있나. 어디까지나 인간인 너는 위험 하다는 거야. 그래서 어쩔거야. 여기서 지켜 볼 거야?”
제법 가혹한 질문이었다. 소현의 두 손이 자신의 스커트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다른 방법이 없고, 급한 상황이라는 것도 이해했다. 그래도 싫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소현은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보게 해주세요.”
떨리는 눈빛으로 성태를 바라보며 소현이 동의를 구했다. 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누나가 안 보이는 곳에서 숨어서 그런 식으로 하고 싶진 않아요.”
리빙빙은 키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에 띄지 않는 평상복 차림이었던 두 악마는 사쿠라가 품에서 어떤 기계를 꺼내 버튼을 누르자 치파오와 기모노를 입은 모습으로 변했다.
치파오를 걸친 리빙빙은 몸의 굴곡이 옷에 그대로 드러났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옆 트임에 걸을 때마다 드러나는 각선미가 아찔한 풍경을 연출했다. 리빙빙은 싱긋 웃으며 성태에게 다가가 그가 앉은 그대로 바지와 팬티를 무릎까지 내렸다.
발기한 자지를 보며 소현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리빙빙은 치파오의 엉덩이 부분의 옷을 조금 끌어당긴 뒤 트임으로 갈라진 부분을 들어올리며 새하얀 엉덩이를 드러내고는 성태의 위에 앉았다. 번들거리는 보지에 미끌린 자지가 순식간에 속으로 들어갔다. 리빙빙은 짧게 한숨을 토하며 자신의 속에 들어온 자지를 느꼈다. 자신의 등 뒤로 성태의 가슴을 느끼며 기댄 뒤 다리의 힘만으로 천천히 몸을 들썩였다.
성태가 소현의 손을 꽉 잡았다. 소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성태와 리빙빙이 결합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리빙빙이 몸을 들썩일 때마다 소현은 자신의 몸이 성태의 자지에 쑤셔지는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아핫… 아앗… 응… 좋아…”
“으응… 응… 응… 왜… 나까지… 이런 기분이…”
리빙빙과 소현의 입에서 달짝지근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성태가 꽉 잡은 손이 뜨겁게 느껴지며 소현은 몸에 흐르는 저릿한 감각에 두 다리를 베베 꼬았다. 팬티가 축축하게 젖은 것이 느껴졌지만 어찌할 도리도 없고 성태의 손을 놓고싶지도 않았다. 소현은 성태의 어깨에 기대어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아앙… 앙… 앙… 기분 좋아… 앙….”
“하앗… 이상해… 왜… 내가… 앙… 앙....”
리빙빙의 몸이 크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격렬한 쾌감에 온몸을 비틀면서도 자지가 뽑히지 않도록 세심하게 몸을 흔들었다. 리빙빙의 혀가 조금씩 튀어나오며 욕정이 맺힌 표정이 되었다. 소현은 리빙빙이 몸을 격렬하게 흔들자 몸을 계속 꼬으다가 성태의 목에 얼굴을 가져가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예전 성태와 섹스를 했을 때의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몸이 떠오르는 것 같은 짜릿한 쾌감. 리빙빙과 소현이 동시에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아아아아앗!”
“으으응!”
리빙빙은 성태의 가슴에 자신의 등을 기대고, 소현은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쾌감의 여운을 만끽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리빙빙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태와 소현을 돌아보며 가볍게 윙크를 했다.
“아주 좋은데.”
소현도 성태의 어깨에서 고개를 들었다. 수줍은 표정이 되어 성태를 바라보았고 성태도 소현을 바라보았다. 성태와 리빙빙의 섹스를 보며 소현은 괴로움을 느끼기보다는 야릇한 쾌감을 느꼈다. 실제로 자신의 속살을 성태가 휘젓는 것 같은 착각에 이마에서는 땀까지 흐르고 있었다.
“이상해. 꼭 내가 섹스를 하는 기분이었어.”
“얼마나 사랑하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거야?”
사쿠라의 말에 소현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오물 거렸다. 뭐라 할 말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뿌듯하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소현은 성태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성태는 그런 소현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사쿠라가 움직였다. 일어나서 기모노를 감싸던 오비를 풀어내고 앞섬을 벌리자 속에 있던 알몸이 조금씩 보였다. 걸을 때 마다 천이 흔들리며 유감없이 유방과 보지가 드러났다. 그대로 성태 앞의 테이블에 걸터앉은 사쿠라가 요염하게 미소 짓자 성태가 일어났다.
이번에도 성태의 자지가 사쿠라의 속으로 부드럽게 들어갔다. 성태가 허리를 놀리자 질척한 소리가 나며 섹스의 시작을 알렸다. 조금 헐떡거리며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던 소현은 이번에도 성태의 자지가 들어오는 감각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한창 민감해져 있던 몸이 빠르게 반응했다. 성태는 사쿠라의 몸을 조금 당겨 허번지를 자신의 양손으로 잡고 허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자지가 쑤셔질 때마다가 사쿠라와 소현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사쿠라는 상체를 숙여 성태의 얼굴을 안으며 가쁜 숨을 토해냈다. 가슴이 자신의 얼굴로 다가오자 성태는 혀를 내밀어 그녀의 유두를 핥았다.
“아앙… 앙… 주인님… 좋아요… 좋아요…”
사쿠라가 저도 모르게 성태를 주인이라고 부르고 말았지만 쾌감에 취한 소현은 듣지 못했다. 의자에 쓰러진 소현은 자연스럽게 다리가 벌어진 채 성태의 자지를 느끼며 몸을 떨고 있었다.
“아… 아앙… 앙… 앙… 성태야… 성태야… 아앙…”
유두를 핥는 감각이 고스란히 느끼는 소현이 온몸을 비틀었다. 아까까지는 리빙빙과 똑같은 쾌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사쿠라보다 더 짙은 쾌감에 젖어있었다. 리빙빙이 느꼈던 감각의
찌꺼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다시 사쿠라의 감각을 느낀 덕이었다. 이성이 거의 날아간 소현은 헐떡거리며 하염 없이 성태를 불렀다.
피스톤 운동의 속도가 빨라졌다. 절정을 향한 막판 스퍼트에 사쿠라와 소현의 교성이 날카로워졌다. 곧 질 속에 정액이 채워지며 쾌감이 종착역에 도달했다. 사쿠라는 성태의 머리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양 다리를 부들거렸다. 소현은 의자 위에 있던 두발에 힘이 들어가며 허리가 들려 올라갔다.
“아아아아아앗…”
“하아아아앙…”
성태는 사쿠라의 등을 가볍게 쓸어주며 그녀의 가슴에 키스를 했다. 달콤한 여운을 즐기며 사쿠라와 소현은 성태의 손길을 느꼈다. 사쿠라에게서 몸을 뽑아낸 성태가 몇걸음 뒤로 물러나다 소현의 옆으로 갔다. 헐떡거리는 소현이 성태를 향해 몽롱한 시선을 보냈다.
“좋았어요?”
“...응.”
성태가 소현의 이마에 키스하자 그녀는 눈을 감고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