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03
“오빠...오늘 재석오빠 가게로 온다는 게 정말이야?”
“응...”
사장의 바람도 있고, 자신도 재석의 굴레에서 벋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어 결국 재석에게 연락을 했다. 밖에서 따로 봤으면 했는데,
가게를 해야 하는 사장과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내 입장을 생각해서 한가한 시간대에 가게로 온다는 것을 말릴 수 없었다.
“으음...괜찮겠어?”
“뭐가? 괜찮아....”
사실 괜찮지 않다. 재석을 대접하기 위해 최상급의 재료를 주문해서 손질해 두었지만,
저걸로 재석에게 당당한 음식을 만들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거기다 자신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수현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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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원 4학기 평가를 앞두고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각종 기재례와 법리, 3년 치 민, 형사 판례와 그동안 써 보았던 기록을 중심으로 공부를 한다.
사실상 연수원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어,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다들 필사적이었다.
평가는 10월 초에 시작해, 미사 재판 실무, 형사 재판 실무, 검찰 실무, 민사 변호사, 형사 변호사
총 5과묵에 대해 하루걸러 기록 시험을 본다고 하는데 사법시험보다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연수원에서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애들과 함께 저녁을 만들었다. 그러고 있는 도중에 부인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오고,
우리가 준비를 마칠 때쯤이면 특별한 사정이 있는 사람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돌아와 식탁에 둘러앉았다.
“예진아. 예주야~ 할아버지 할머니 어서 모셔와~”
“네~”
같이 밥 먹으면서 각자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고, 같이 기뻐하고, 분개하고, 좋아하고,
슬퍼하면 힘들었던 하루가 큰 보상이라도 받은 듯 기쁜 하루로 마감되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1, 엄마2.....엄마9....”
저녁을 먹고 나면 부인들이 과일을 깎고, 주희 주옥이 커피, 유자차, 코코아 등을 타서 각자의 앞에 놓아 준다.
각각의 향이 어우러져 달콤한 맛이 주방을 가득 채웠다.
“음~~ 오늘은 혜진 엄마구나~”
“응?”
이제 9살이 된 예진의 갑작스런 말에 모두의 시선이 모여든다.
“주희 언니가 그랬거든요...엄마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오늘 아빠가 어디서 자는지 알 수 있데요..”
“컥~~”
내 입에서 나온 커피가 앞에 앉은 현숙의 얼굴을 덮어 버리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조용히 일어나 방으로 들어 가셨다.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는 여자부터 얼굴을 붉히는 사람, 생글 생글 웃는 아줌마 까지 가지각색이다.
“그런 말 하면 안 돼.”
“왜?”
“음...아무튼..”
13살 예원이 동생에게 주의를 준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주위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안쓰러웠다. 예원은 항상 그랬다.
자기들은 이 집과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 있는 듯,
행동이며 말이 조심스럽고 그 나이 때 의례 그렇듯 당연히 부릴만한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았다.
“예원아..괜찮아..우리 가족이잖아...”
“네....”
“그런데...나 오늘 나가봐야 하는데...약속이..”
“엑~”
생글거리던 혜진이 도끼눈을 하고 쳐다본다. 나도 양심이 있지, 9일에 한번 같이 자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응...예전에 같이 일했던 사장님과 친구가 좀 보자고 해서...한 10시 쯤 가보려고...”
“.............”
조용히 시계를 보던 혜진이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가고, 남은 식구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어서 가 봐요...”
“으응...”
수십 개의 눈동자를 뒤통수로 받으며 어슬렁어슬렁 2층으로 올라가는데, 그 눈길에 뒷골이 빳빳해져 왔다.
“아이~ 아빠랑 같이 그림 그리려고 했는데...혜진 엄마가 우리 아빠 뺏어간다..”
혜진의 방을 열고 들어가자, 혜진이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살며시 다가가 어깨를 감싸 안자 거부의 몸짓을 했다.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차츰 저항이 약해지면서 그대로 정지해 있다. 그러면서 심장이 점점 크게 뛰면서 몸에서 열이 나왔다.
“............”
고개를 옆으로 돌려 뺨에 입술을 맞추려 하는데 혜진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여 있었다.
입술의 위치를 바꿔 그 눈물을 혀끝으로 핥아 먹었다. 혜진의 얼굴이 급격히 빨개지면서 눈이 감겼다.
“쭙....”
입술과 입술이 만나고, 자연스럽게 손이 블라우스를 헤집고 안으로 들어갔다.
은희와 쌍벽을 이루는 아스팔트에 붙은 껌의 대명사 혜진의 가슴이 느껴졌다.
작은 살덩어리 가운데 더욱 작은 꼭지가 손가락 사이에서 이리 저리 휩쓸려 다닌다.
“음...”
혜진의 몸이 나에게 돌아 서며 손이 가슴을 어루만지다가 서서히 밑으로 내려갔다.
중력의 법칙에 순응하는 듯, 가속도가 붙어 허리를 지나갈 때는 빠르게 허리를 푸르고 허겁지겁 팬티 안으로 손을 넣는다.
“아...”
이미 마인드 컨트롤에 의해 발기 하고 있던 물건에 손이 닿자 꼭 움켜잡고 어깨에 이마를 대며 가빠진 숨결을 토해냈다.
“미안...그리고 사랑해...”
“음....”
손바닥에서 나오는 것인지, 내 물건에서 나오는 것인지 혜진의 손길이 점점 끈적끈적해졌다.
전체를 어루만지는 것이 나를 흥분시키려는 것보다 그저 애정을 표하고 있었다. 성적인 흥분은 없었지만,
그 작은 손길이 기쁘게 느껴졌다.
“아...”
혜진의 손길에 나 역시 혜진의 바지를 내리고 팬티 위의 작은 홈에 손을 대었다. 부드러운 면이 점점 젖어 들면서 축축해졌다.
내 손이 차갑게 느껴질까 봐 걱정이 되었지만, 넘치는 욕념에 팬티 안으로 들어가 이제는 길이 잘 들은 혜진의 보지를 어루만졌다.
“아...항상 이렇게 풀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음...”
혜진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촉촉이 젖어 있었지만 의미가 다르다.
나의 손길을 더욱 갈망하고 있었다. 다시 입술이 부딪치고 아까와는 다르게 격력하고 거칠었다.
어느새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바지를 버려두고 혜진을 번쩍 안아 침대로 들어갔다.
두 다리를 들어 팬티를 벗겨 내자 모여 있는 허벅지 사이로 거대 보리쌀이 예쁘게 보였다.
다리를 최대한 벌리고 얼굴을 들이밀자 보리가 두 쪽이 나면서 선분홍색 동굴이 입구를 들어냈다.
“쭙..쭙...”
“음....부끄럽게...”
양 손으로 혜진의 허벅지를 누르고 보지를 빨아들이자 음란한 향기와 밋밋한 애액이 한가득 들어왔다.
혀로 혜진의 클리토리스를 비비자 혜진의 몸이, 그리고 클리토리스가 위로, 안으로 도망가려고 발버둥 쳤다.
“음...아...살살...부드럽게...”
“싫어~”
계속 도망가던 몸짓이 어느 순간 정지하더니, 오히려 강한 힘으로 조여 온다.
허리가 조금씩 들리면서 내 움직임에 따라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음...아..이제..그만하고..와요...”
“응? 조금만 더..”
“어서...어서...”
허우적거리면서도 어깨를 잡아끄는 행동을 반복한다. 그게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혜진의 몸 위에 내 몸을 실었다.
그러자 바로 두 팔로 안으며 만족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이게 좋아요...따듯해...”
질척거리는 보지가 느껴졌다. 그 보지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숨 쉬는 것 같았다.
맞다 있는 부위에 흡인력도 느껴졌다. 그런데도 재촉하지 않고 안겨만 있었다.
“당신이 잡고 넣어줘..”
“네...”
결국 내가 기다리지 못하고 혜진에게 이야기 하자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자지를 잡아 자신의 입구에 가져다준다.
귀두에 오물오물 씹어대는 입이 있었다. 마치 물고기가 뭍으로 나와 하품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음...”
“아...”
이미 충분히 젖어 있던 길을 따라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동안 꽤 했는데도 아직 뻑뻑한 느낌이었다.
“당신..오빠..여보...음...계속 커지는 거 같아...”
“음.....당신 것이 신축성 좋아서 그래..”
“아냐..아냐...커졌어..아..잠깐..그대로...바로 갈 거 같아..음...싫어...조금만 더...”
완전히 들어가는 동안 혜진의 그곳이 요란하게 꿈틀거렸다. 하나의 신경으로 이어진 몸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혜진의 몸 역시 꿈틀거렸다. 카멜레온 같이 하얗던 피부가 급격히 빨갛게 변해갔다.
그런 혜진의 몸을 더욱 깊이 느끼기 위해 엉덩이를 돌렸다.
“으..아...그만...안 돼..음...아아..아..”
급격히 질벽이 조여 오면서 내 몸을 감싸 안았던 혜진의 사지가 뻣뻣해 졌다. 이를 악물고 있는 사이로 비음이 나오고,
미처 소화하지 못한 열기가 그 소리와 함께 날아와 내 피부에 끈적거리며 달라붙는다.
“으으으...으....으..”
어떻게 해서든 참아 보려고 안간힘을 쓰던 혜진이 더욱 강한 힘으로 안겨왔다.
침대를 지탱하고 있는 두 팔과 무릎만으로 내 몸무게와 혜진의 무게가 더해졌다. 공중 부양하듯 혜진의 몸이 침대에서 떨어졌다.
“아아아아...”
결국 경련을 일으키며 그대로 사정하기 시작한다. 한 방울의 정액도 흘리지 않으려는 듯,
뿌리 부근부터 조여 가며 자궁 쪽으로 질 벽이 파도쳐갔다. 그런 동작이 몇 번에 걸쳐 일어났다.
동시에 그 사이사이에서 혜진의 음란하고 뜨거운 물이 쏟아져 나왔다.
엄청난 양에 미쳐 다 담지 못하고 기둥을 타고 흘러나와 불알을 뜨듯하게 적시고 내려간다.
“음.....”
혜진의 몸에서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같이 침대로 파묻혀갔다. 그러면서 혜진이에게 너무 무게가 실리지 않도록 조심했다.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눈두덩이 화장을 한 것처럼 예쁘게 붉었다.
“미워..”
어느새 호흡을 가다듬고 무거운 듯 눈꺼풀을 하나씩 열면서 말한다. 그 단어에 단내가 섞여서 나왔다.
“그럼 더 미워하게 할래..”
엉덩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혜진의 애액을 손가락에 잔뜩 묻혀 엉덩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혜진의 몸이 다시 퉁겨졌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막아도 소용없다는 것을 아는지 말리지는 않았다.
“..........”
아니 오히려 다시 느끼기 시작한 것처럼 시선을 피하면서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기능을 정지했던 보지가 어느새 힘을 되찾고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음...당신이 조여 주니까...너무 좋아..”
“아..음...언니들이랑 연습하고 있어요..”
“무슨 연습..”
“음...그냥 ...연습...”
그렇게 말하며 강하게 조여 줬다가 힘이 풀리면 놓아 주기를 반복한다.
이미 노곤노곤해진 항문에 서서히 손가락을 밀어 넣자, 급격히 경직되면서 허리가 뻣뻣이 일어났다.
의식적인 움직임과 자연적인 조임이 복합적으로 일어났다.
“음...이번에는 안에 넣어 주세요..아...”
“응..”
천천히 리듬을 타면서 가능한 혜진이를 자극하지 않고 어느 선까지 상승했다. 그러면서 방향을 바꿔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으로 전환해 갔다.
“음..음...아..아...당신..언제?”
“조금만 더...”
“아..오빠...으으..”
아무래도 참기 힘든지, 손톱이 등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다시 입으로 어깨를 문다.
뜨거운 콧바람이 등을 계속 간질이며 지나가고, 혜진의 손이 갈증에 물을 찾는 다급함으로 내 몸을 마구 문질렀다.
“으으으...으..”
“헉...헉...다 됐어..조금만 더..”
“으으으으으..”
혜진의 항문에 들어가 있는 내 손가락으로 직장을 마구 문지르자,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내 기둥이 느껴졌다.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혜진의 손이 결국은 내 항문을 파고 들어와 나의 움직임을 따라했다.
“음...곧...지금...곧...싼다..”
“으으으으으...”
어깨를 물고 있는 혜진의 머리가 계속 끄덕였다.
장전된 대포를 발사하는 상상을 하며 귀두를 열자 대포가 아니라 기관총이 되어 정액이 튀어 나갔다.
그것에 맞추어 혜진 역시 사방에서 조여 오며 오돌돌 일어난 돌기 사이로 체온 이상으로 뜨거운 물줄기를 뿜어냈다.
“아아아아..”
“아....”
혜진의 입이 열리고, 지지대를 놓친 머리가 뒤로 넘어가며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너무나 큰 소리에 방음장치가 되어있는 방임에도 불구하고 1층에 들릴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아아아아아아앙”
사정하고 있는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해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등에 파고 들어있던 한 손이 강한 힘과 미끈거리는 땀을 이기지 못하고 몸에 끼스를 내며 내려갔다.
화끈한 통증이 쾌감과 섞여들었다.
“딸꾹...딸꾹...”
“후후후”
혜진의 몸 위에 완전히 퍼져 있었다. 딸꾹질을 하는 혜진에 따라 몸이 같이 움직였다.
경련과 딸꾹질을 번갈아 가며 하는 혜진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는 지 그대로 경직되었다가 풀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무거워?”
“...........”
반쯤 풀어져 있는 눈과 입을 타고 흘러내리는 침이 묘하게 섹시했다. 그리고 내 행동에 이렇게 깊이 느껴주는 혜진이 사랑스러웠다.
그런 감정이 몸을 움직였는지, 다시 힘이 돌아오면서 원래대로 딱딱해졌다.
“음....”
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벌벌 떨면서도 바로 호응을 해 준다. 이미 땀으로 번들거리는 피부와 달라붙은 머릿결이 요염했다.
뾰족이 일어서 있는 유두를 입에 넣어 굴리자 짭짤한 맛이 충분히 간이 배어 있어 맛있다.
“당신..너무 좋아...몇 번이고 할 수 있을 거 같아..”
“아...해요...이대로 죽어도 다 받아 낼꺼니까...할 수 있는 데까지 해줘요..전부 저에게 줘요..”
어느새 정신을 차린 혜진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혜진을 안아 반바퀴 돌아눕자 혜진이 위로 올라갔다.
가슴에 팔을 얹어 간신히 지탱하면서도 힘겹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가 혜진이의 민감한 부분을 아는 것처럼, 혜진이 역시 내가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을 집중 공략해 왔다.
나를 지탱하는 두 팔이 계속해서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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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사장과 좋은 관계로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껄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이렇게 다시 만날 이유조차 없을지 모르겠다.
‘그래도...10년을 같이 일했는데...그리고 오랜만에 진우와 수현이도 보고 싶고..’
경험상 제일 한가한 시간은 새벽이었지만, 새벽에 가기에는 내일 일이 부담스러웠다.
그나마 10시 이후면 가장 바쁠 때는 지나갔을 것이다. 몇 년 만에 찾아온 가게는 예전 그대로였다.
아니 예전 그대로였기 때문에 어딘지 촌스러워졌고, 많이 낡아져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만큼 손님이 없었다.
“오서오세요~ ”
“오랜만이네..그동안 잘 있었어?”
“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주연이처럼 파릇파릇하던 수현이는 이제는 20대 중반이 되어 있었다. 그만큼 성숙하게 보였다.
그동안 내가 많이 변해서 그런지 수현이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긴 영숙이도 알아보지 못했었는데,
수현이야 말할 나위 없지 않을까...
“냐야..재석이..”
“어머!! 재석오빠?”
“응..다들 잘 있지?”
“네.....내 정신 좀 봐..어서 이리로 앉으세요. 사장님이랑 진우 오빠 불러 올게요..”
주방에 가서 진우에게 인사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직원도 아니면서 주방에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이상하게 쳐다보는 수현이 안내하는 자리에 앉아 기다리자 사장과 진우가 나왔다.
“안녕하셨어요?”
“........재석이?”
“네.”
“많이...변했구나...”
“오늘..손님이 없네요?”
이미 고주망태가 되어 큰 목소리로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하는 테이블 하나만이 있었다.
진우가 곧바로 들어가 음식들을 장만해서 내오고 이어서 술자리가 벌어졌다. 진우야 젊어서 그런지 예전 그대로였지만,
사장은 많이 늙었다. 주름도 깊이 파였고, 흰머리가 희끗희끗 비춰진다.
“예전에...정말 미안했다. 나중에 들었어...어려운 일이 있었다고...”
“아..네...괜찮습니다. 이제 다 잘 해결됐고요...”
“그래...지금은 뭐하니?”
“공무원이에요..”
사장은 소주 몇 잔을 급하게 먹더니 예전 일에 대해 사과부터 한다.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자신의 기억으로는 손님에게는 비굴하게, 직원에게는 당당하게 대하는 전형적인 장사꾼이었는데,
세월이 사람을 많이 약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마지막 손님도 계산하고 나가자 수현이까지 우리 자리에 합세했다.
11시가 넘어가자 직원들이 하나 둘 퇴근하고 있었다.
“벌써 문 닫으세요?”
“으응...이제 새벽까지 안 해..손님도 없고, 힘도 들어서....11시면 마감해..”
변해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2교대로 근무해야 할 정도로 거의 24시간 가깝게 영업했었는데...
진우가 해온 음식을 먹자, 맛이 묘했다. 저녁을 먹고 와서 그런 건지,
그동안 고급으로 놀아서 내 입맛이 변한거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사장은 무표정하게 술만 먹고 있고,
수현이 젓가락을 놀리다 진우를 한번 쳐다보곤 아무 말 없이 열심히 먹는다.
“.................”
무슨 말인가 계속해서 하긴 했지만, 어색한 자리가 되었다. 그나마 수현이가 있어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한 시간도 안 돼 사장은 많이 취해버리고, 진우는 정리하러 들어갔다.
“어째...가게 분위기가...”
“오빠...나중에 저 한번 만나주실래요?”
“응? 응...전화 할래?”
“네..”
어정정한 분위기에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모하고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히 왔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넷이서 나와 수현과 진우가 먼저 들어가겠다고 하고 나는 사장을 부축해 큰길로 내려갔다.
“재석아..”
“응?”
뒤에서 진우가 급히 뛰어온다.
“나중에 우리끼리 한번 보자..”
“응..전화할게..”
“아니..내가 할게..조만간...오늘은 미안했다.”
“그래..그럼..”
왠지 다들 이상했다. 수현도 따로 보자고 그러고, 진우도 그렇게 이야기 한다. 뭔가 둘이 잘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장을 택시에 태우려고 정거장 쪽으로 걸어나는데, 어깨가 가벼워 지면서 사장이 똑바로 걷는다.
“어?”
“왜? 둘이 한잔 더 하자...”
“네...”
발음이 정확하고 걸음도 멀쩡했다.
‘뭐야...어거...왜들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