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기- 아카르디아 편 : 챕터 5. 대륙 7대 미녀. -- >어느덧 시간은 흘러 시계가 오전 8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8시에 어간에 점호를 마친 뒤 수업이 시작되는 오전 9시까지 약 한시간여의 여유시간동안 별다른 할일이 없었던 나는 금일의 아침식사 목록의 B메뉴인 베이컨 에그 요리를 앞에 둔채로 깨작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아, 식사가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백작가에서 보내는동안 일류 요리사가 만든 음식에 혀가 익숙해져 버려서 고급이 되어버린 입맛이었지만 이곳의 음식은 고급음식은 아닐지언정 그 맛 만큼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때문에 내가 하릴없이 깨작대고 있는 이유는 단지 시간죽이기의 일환으로써, 고독을 가장한 지루함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회1/15 쪽
"아직도 30분이나 남았나..."문득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보니 8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의 분침이 막 8시 35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에 나는 한숨을 내쉰뒤 마지막 남았던 베이컨 에그의 잔재를 포크로 잔인하게 찍어들어 입속에 털어넣은뒤 우물거리며 턱을 괸다.원래라면 혼자서도 엄청 잘 노는 나였지만, 인터넷은 커녕 TV도 컴퓨터도 없는 이런 세계에서 혼자 시간을 죽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허들이 높은 모양이다.이런, 갑자기 카일라들이 그리워지는군. 카일라와 이리스. 그리고 레이나까지. 영주성에서 있는동안은 그녀들 덕택에 오히려 귀찮을 정도로 하루가 지루해질 틈이 없었다. 아침에는 레이나가 칭얼대면서 안겨들고, 매일 밤마다 세명중 한명의 여인과 새벽까지 쾌락의 시간을 보내는게 일이었으니까.2/15 쪽
있을때는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없으니까 보고싶은걸보면 역시 인간의 마음은 간사한 모양이다.여하튼...그러한 사정으로인해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는 턱을 괸채로 주위를 둘러봤다. 식당에 빼곡히 자리한 같은 교복을 입은 군상들. 그들은 서로 친한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와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걸보고 약간 부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어차피 딴 세계의 인간이므로 나는 애써 시선을 돌려 허공의 아무대나 시선을 고정시킨뒤 생각에 빠져들었다. 별다른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단지 망상. 소설가의 아이디어는 이러한 망상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니까...어쩔수없3/15 쪽
이 소설가인 나는 스스로 망상의 세계로 빠져들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듣기싫은 목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었다."이 자식이 그 케르베로슨가 뭔가 하는 녀석이냐?""맞아. 저 자식이야. 저 자식이 어제 다짜고짜 날 습격해서...""입 다물어.""아, 알겠어..."4/15 쪽
바로 앞에서 떠들어대는 목소리에 시선을 들어 바라보니, 갈색의 머리칼을 한 19세 정도 되어보이는 커다란 키의 소년이 서있었는데, 소년은 비교적 잘생긴 얼굴을 하고있었지만 왠지 느끼한 면상이라서 호감이라기보단 비호감에 가까운 얼굴이었다.그런 소년의 뒤로는 손을 들어 한쪽 눈을 가린채로 비굴하게 서있는 왜소한 체구의 소년과 갈색머리 소년 보다는 못하지만 나름 큰 키를 지닌 소년들 대여섯명이 서있었다.'저것들은 뭐지...?'전부다 처음보는 얼굴들이었다. 아니, 저 비굴한 면상을 한 놈은 어디서 본거 같긴한데...하지만 가물가물 떠오르지 않는다. 바로 그때 선두에 서있던 갈색머리칼 소년이 말했다.5/15 쪽
"네놈이 케르베로스라는 평민 자식이냐?"상당히 띠꺼운 말투. 오는말이 이런데 가는말이 좋을순 없겠지. 띠꺼운 소년의 말투에 나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역시 띠껍게 대답했다."내가 케르베로스인것도 맞고, 평민인것도 맞는데. 네놈 자식은 아닌거 같은데?""뭐? 평민 주제에 어디 건방지게!!"나의 대꾸에 갈색머리 소년의 뒤에 시립해있던 키 큰 소년들중 한명이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않고 말했다.6/15 쪽
"잔챙이는 찌그러져 있으시지. 난 지금 네놈 대장이랑 이야기하고 있는거 같은데...너희들은 상급자에 대한 예우가 개판인 모양이지? 아니면...대장이 아닌건가?"거듭 말하지만 상급자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데 끼어드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그, 그건...""그만. 입 다물고 물러나있어.""...알겠어."7/15 쪽
나의 대꾸에 나섰던 소년은 버벅거리며 변명거리를 찾으려다가, 갈색머리 소년의 싸늘한 목소리에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난뒤 마치 경멸하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갈색머리칼의 소년이 말했다. "흥, 듣던데로 건방진 녀석이군. 평민주제에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놈은 가르침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지. 식사는 끝마친것 같으니 따라와라."소년은 그 말을 끝으로 곧바로 등을 돌려서 어딘가로 움직이려고 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따라가는게 당연하다는 듯이. 하여간 이래서 귀족이란 새끼들은...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갈색머리칼 소년을 불렀다."잠깐."8/15 쪽
"...뭐냐? 이제와서 용서를 빌어봤자 소용없다.""헛소리는 달나라가서 하고. 일단 잘난척하는 네놈의 이름부터 좀 알고싶은데말야.""네놈따위가 알수있는 이름이 아니다."싸늘한 대답. 하지만 그딴 중2병에 어울려줄리가 없잖아. 나는 일부러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게 아니라 말하기가 부끄러운 가문이라서가 아니고?"9/15 쪽
"뭣! 감히 평민따위가 나의 가문을 욕보이려 하다니...정녕 죽고 싶은거냐!!"예상대로 격한 반응. 정작 자기자신은 작위조차 없으면서 부모의 휘광을 업고사는 귀족자제 나부랭이들은 가문에 민감하지. 갈색머리 소년은 물론 뒤의 떨거지들까지 모두다 죽일듯한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지만 나는 게의치않고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꿀릴게 없다면 이름을 밝히던가.""크윽...혓바닥만 살아있는 놈이구나. 좋다. 네놈따위가 알만한 이름은 아니지만 알려주도록하지. 나는 로마냐 왕국의 3대 가문중 하나인 벨레로폰 후작가의 둘째인 트레인 벨레로폰 이다. 알겠나? 네놈같은 평민과는 차원이 다른 신분이란 말이다!!"10/15 쪽
호오, 후작가라...생각보다 꽤 거물이었군. 하기사 귀족자제로 보이는 녀석들을 대여섯명씩 똘마니로 데리고 다닌다면 그만한 힘이 있다는 거겠지. 게다가 저기 눈을 가리고 있는 조그만한 녀석은...이제서야 기억났지만, 어제 혼자서 저녁늦게까지 크로시아 아카데미의 구조파악을 위하여 돌아다니다가 만난 녀석으로써, 귀족 어쩌고저쩌고 떠들며 덤벼들다가 단 한방에 눈두덩을 맞고 기절해버린 약해빠진 녀석이었다. 아마 눈을 가린 저 손을 치우면 멍자국이 있을터였다. 여하튼, 형편없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분명 어느 백작가의 소가주라고 했으니까 저녀석 자체도 어느정도는 거물이라고 할수있었다. 이름은 로한이라고 했던가? 여하건...그런 녀석을 똘마니로 데리고 다니는 거니까 과연 후작가라고 할수있었다.11/15 쪽
"흥, 이제 겨우 깨달았나보군. 하지만 용서는 없다. 따라나와."아무런 대답도 없이 잠시 생각에 빠져있자 내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트레인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따라나서는 것 대신 입을 열어, 등을 돌려 걸어가려는 트레인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잠깐만.""또 뭐지?""일단 네가 대단한 녀석이란건 알겠어. 근데말야...그 대단하신 후작가의 자제분께서 다짜고짜 찾아와서 날 끌고가려는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야. 난 궁금한건 못 참는 성12/15 쪽
격이라서. 내가 뭣 때문에 끌려가야만하는지 이유를 말해주실까?""흥, 하기사 스스로의 죄도 모르고 가르침을 받아서야 반성할수 없겠지. 잘 들어라. 네놈은 세가지 잘못을 저질렀다. 첫째, 감히 벌레같은 평민주제에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대꾸를 한것. 둘째, 감히 평민 나부랭이 주제에 귀족인 로한에게 폭행을 가한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거기서 트레인은 잠시 말을 끌었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쉰뒤 날카로운 표정을 짓더니 선언하듯 말하는 것이다."...감히 평민주제에 벨키서스 왕국의 후작영애이자, 1학년 전체의 꽃이라고 할수있는 마리사의 제안을 건방지게 거절했다는 점이다!!"13/15 쪽호오...그런건가? 앞의 두가지는 형식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후작가의 자제라면 스스로 움직여서 날 찾아올린 없겠지. 시켜먹을 똘마니는 많으니까. 게다가 백작가의 자제가 맞았다고해도 트레인으로썬 별로 신경쓸만한 일이 아니었을테고...눈앞의 이 녀석은, 분명 마리사를 좋아하고 있는게 틀림없었다. 이 아카데미내에서 후작가인 자신과 수준이 맞는것은 같은 후작가이자 1학년의 마돈나이기도 한 마리사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지.그런 녀석에게 있어서 다짜고짜 나를 하인으로 삼고싶어 했다던 마리사의 행동은 질투심을 유발시켰을테고, 또 그것을 단칼에 거절하여 마리사에게 망신을 준 나의 행동은 분노를 일으키게 했을 것이었다.어째서 자그마치 후작가의 자제씩이나 되는 녀석이 직접 나를 찾아왔나 했더니 간단한 이유였군. 머릿속의 의문이 풀리자 나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식판을 집어들며 말하는 것이다.14/15 쪽
"좋아. 납득했어. 따라가도록하지. 하지만 잠시만 기다려주겠어? 일단 식판을 치워야해서 말이야.""흥, 도망갈 생각은 하지않는게 좋을것이다.""절대 그런일은 없을테니 걱정은 붙들어 매시지."싸늘한 표정으로 톡 쏘듯 쏘아붙이는 트레인의 말에 태연하게 대답하며 나는 식판을 든채로 식기수거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나는 살짝 말아올려진 입꼬리를 더욱더 끌어올려, 스산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15/15 쪽
"흥, 도망갈 생각은 하지않는게 좋을것이다.""절대 그런일은 없을테니 걱정은 붙들어 매시지.""흥, 도망갈 생각은 하지않는게 좋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