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31)

00016  시간을 멈추는 기계를 가져와라.  =========================================================================

                                          

1.

윤호는 PSP 사이트에서 [시간을 멈추는 기계] 동영상 리스트를 뽑았다. 

검색란에 걸린 것은 대부분 SOD에서 출시된 몇 년 된 자료들이었다. 헬스장에서 시간을 멈추는 주제, 법정에서 시간을 멈추는 주제, 지하철, 패스트 푸드점 등 주제가 다른 여러 내용들이 보였지만 윤호는 그 중 [목욕탕 편]을 다운로드 받았다.

아이폰을 집어 들었다. 아직 56% 충전. 조금 더 충전이 필요했다. 

“충전될 동안 영상을 확인하고 어디쯤 워프할지를 선택하자.”

마우스를 잡고 동영상을 틀었다. 

............................

비가 내리는 흐린 날이다. 

50대 중반의 대머리가 우산을 쓰고 길을 걷는다. 천으로 싸맨 도시락을 들고 터벅터벅 걷는 대머리. 깜빡하고 반찬을 두고 올 만큼 정신이 없다. 초라한 도시락처럼 자기 삶에 회의를 느끼는데....

문득 중년의 여자가 앞에 서 있고(이 아줌마는 FA 품번 시리즈에서 꽤 질퍽한 연기를 하던 여배우다) 그녀는 대머리에게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예상대로 대머리에게 ON/OFF가 달린 자그마한 기계를 건넨다. 

그것은 꼭 공사장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는 스위치처럼 네모나고 조악스러웠다. 여자가 대머리에게 뭐라 뭐라 씨부렁거리는 말이 있었지만 윤호는 화살표 자판을 눌러 영상을 몇 초 간격으로 빨리 돌렸다.      

대머리는 그 기계를 들고 목욕탕으로 향한다. 기계의 사용법을 믿지 못하는 대머리는 목욕탕에서 막 나오는 총각 앞에서 스위치를 ON으로 작동한다. 

순간 머리를 만지던 총각이 동작을 멈춘다. 놀란 대머리가 다시 스위치를 OFF 하자 총각이 움직이며 제 갈 길을 간다.

“쓰고이데스네.”

대머리는 이것이 시간을 멈추는 기계임을 확신하고 목욕탕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물론 여탕으로 들어가서 시간을 멈추게 하고 대여섯 명의 여인들을 능욕하는 구성이다. 

“시팔, 뻔한 이야기잖아.”

윤호는 영상을 조금 앞으로 빠르게 돌렸다. 

탈의실에는 대여섯 명의 여자들이 옷을 벗거나 갈아입고 있다. 대머리가 욕탕 탈의실에 등장하자 옷을 갈아입던 여인들은 놀라 소리를 질러댄다. 대머리 새끼는 자다고짜 스위치를 ON 으로 올렸다. 수건을 두르고 비명을 질러대던 여자들이 사물함 앞에 서서 동작을 멈춘다. 대머리는 그녀들의 수건을 하나씩 풀고 몸을 감상했다. 

각자 통통하고 살이 많은 몸이었다. 일본여자 특유의 오자 다리도 있었고 서구형 미인은 보이지 않았다. 털들도 다듬어지지 않은 생 음모였고 화장기 없는 맨 얼굴들이다. 모델처럼 화려하고 예쁜 얼굴의 배우는 없지만 그래도 봐 줄만 했다.   

“어디쯤 들어가서 저 기계를 빼앗지?”

윤호가 들어갔을 때 시간이 멈춰서 자신 또한 여자들처럼 동작이 멈출 가능성이 있었다. 대머리가 다시 시간을 풀어놓을 때 들어가서 대머리를 처치하고 기계를 빼앗아야만 했다. 

윤호는 일어나서 냉장고에서 졸레틸(동물용 마취제)을 꺼내 책상에 놓았다. 이것은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구입한 것이었다. 동영상에 들어가서 별로 맘에 들지 않는 놈을 제압해야 할 때는 망치나 피파컵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고 이것을 사용하자고 생각했다.  

뭐 망치나 식칼을 챙겨가서 대머리의 이마를 까거나 물컹한 푹, 배를 찔러버리고 기계를 손에 넣을 수도 있었지만 윤호는 그러기 싫었다. 가상현실이라고 인격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자신은 그런 막돼먹은 사람이 아니다. 

자꾸 그런 폭력적인 짓을 하면 정말 그런 사람이 될 것 같았다. 최소한 사람에게 물리적인 타격을 주고 싶지 않다. 피를 보는 것도 싫고.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뭐.  

“음. 보자.”

윤호는 영상을 더 지켜보았다. 

대머리는 가지가지 더러운 짓을 하고 있었다. 여자들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일일이 벗기고 젖꼭지를 이리저리 내키는 대로 빨고 주물럭거린다. 

본격적으로 할 심산인지 후줄근한 양복을 벗어놓고 서 있는 여자들을 한쪽으로 자리 잡게 한다. 그리고 하나씩 다리를 벌려 음부를 관찰하며 스고이, 카와이를 연발했다.

“아이 씨, 저 대머리 새끼.”

윤호는 대머리의 이마를 장도리로 깨버리고 싶었다. 그때 대머리가 여탕의 소파에 30대 여자를 앉힌 다음 다리를 벌리고 가슴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기계는 소파에 놓아둔다. 

“아, 저기 놓인 것을 빼앗아야 하는데.”

마네킹처럼 굳어 있는 30대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저 정면만 바라본다. 대머리가 한 여자의 젖을 빨며 ‘오이시’를 외친다. 그 여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소파에 눕히고 다리를 벌려 대음순을 이리저리 헤 짓는다. 

“핑크노. 핑크노.”

시팔 대머리는 여자의 성기가 핑크색이라며 감탄한다. 

윤호가 보기에 은순은 핑크는 아니었지만 적당해 보였다. 대머리가 표피를 까고 음핵을 드러냈을 때 드러나는 옥은 봐줄만 했다. 게다가 음핵의 몸체도 길고 가지고 놀만한 것이었다. 

'소음순의 주름이 헤어진 것이 흠이었지만 깨끗한 음부였고 냄새도 날 것 같지 않군.'

대머리는 손을 집어넣고 마음껏 빨더니 일어서서 옷을 벗었다. 그리고 누운 여자를 세우고 앉히더니 다리를 벌리게 했다. 

대머리가 서 있던 두 명의 아가씨도 마저 소파에 앉히고 다리를 벌리게 했다. 이제 소파에는 세 명의 여자가 다리를 벌리고 마네킹처럼 앉아 있었다. 

카메라에 비친 세 여자의 음부는 모두 나쁘지 않았다. 예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 봐줄 수준은 아니다. 이 야동은 그런 맛에 보는 것이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상태의 음부여서 사실감을 느끼는. 이 품번을 제작하는 회사는 원래부터 예쁘지 않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들을 섭외해서 영상을 제작한다. 

대머리가 다리를 벌리고 앉은 세 여자 앞에 서더니 다시 기계를 잡았다. 그리고 스위치를 OFF 했다. 

시간이 다시 흐르고 - 

여자들은 기겁하며 놀란다. 대머리가 다시 스위치를 ON으로 젖히자 여자들이 동작을 멈춘다. 

‘들어가려면 이 타이밍인데....’

윤호는 이 시점에서 되감기를 눌렀다. 

대머리 새끼가 스위치를 OFF 하는 순간, 비디오 영상 안에서 시간이 흐르는 타이밍에 들어가야 했다. 놈은 30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ON으로 젖힌다. 

‘들어가자마자 졸레틸을 적신 수건을 대머리의 코에 갖다 대야 하는데....타이밍이 맞을까?’

대머리는 30대 여자를 꺼꾸로 돌린 다음 항문을 관찰했다. 둔부의 유형이 조금 처졌지만 볼만하다. 털이 항문까지 어어지지 않아 여자의 뒷부분은 꽤 깨끗했다. 대머리는 여자의 항문과 음부를 혀로 자극했다. 

윤호는 영상을 앞으로 더 돌렸다. 

한참을 돌리니 대머리가 또 시간을 흐르게 하는 타이밍이 있었다. 고등학생 같이 보이는 여자를 소파에 반듯하게 앉히고, 30대 여자를 그 여고생의 허벅지에 머리를 배게 하고 눕힌다. 그리고 자신은 30대 여자에게 삽입하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거기서 대머리는 워치기를 여자의 가슴팍에 올려두고 피스톤 운동을 하다가 손을 내밀어 스위치를 한번 ON 했다. 그러자 시간이 흘렀다. 

소파에 앉아 있던 여고생도 놀라고 여고생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누워 다리를 벌린 30대 여자도 놀라 비명을 지른다. 대머리는 위치기를 바로 끄지 않고 그들의 비명을 들으며 열심히 피스톤 질을 한다. 아마도 대머리는 현실감을 느끼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그럴 것이다. 저렇게만 하면 움직이지 않는 마네킹이랑 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여고생이 무슨 짓이냐, 그만 하라며 외치고, 누운 30대 여자는 삽입의 흥분과 강간의 놀람이 반반 섞인 괴성을 질러 댄다. 대머리는 우힛히히, 비굴하게 웃으며 계속 피스톤 질을 한다. 워치기는 여전히 30대 여자의 가슴에 놓여 있었다. 

“바로 저 타이밍이다. 저 정도면 대머리를 기절시킬 시간은 충분하겠어.”

조금 더 지나니 탈의실 주변 여자들의 항의가 격렬해지는 것 같았고 대머리는 바로 스위치를 OFF 한다. 다시 시간이 정지했고 여자들의 움직임이 멈춘다. 

대머리가 워치기를 켜고 다시 끌 때까지 약 2분의 시간. 

충분했다. 윤효는 플레이를 다시 뒤로 돌리고 대머리가 여고생을 앉히고 30대 여자를 그 옆에 눕히는 장면부터 끊어서 확인하며 대머리가 여자의 가슴팍에 놓아둔 스위치를 ON 할 때의 장면으로 돌렸다. 

대머리가 위치기의 스위치를 올리자 시간이 흐른다. 멈춘 여자들의 동작이 살아나고, 여고생이 비명을 지르고 여자가 비명을 지르고, 대머리가 황홀해하면서 피스톤 질을 하고...

윤호는 이쯤에서 영상을 [일시정지]를 시켰다.   

"이제 들어가자."

2.

아이폰이 80%까지 충전되는데 거의 2시간이 걸렸다. 윤호는 시계를 보았다. 새벽 2시. 다녀오면 얼마나 지났으려나. 윤호는 해밀턴 시계의 타임을 맞추었다. 아울러 그것도 측정해 볼 생각이었다. 

먼저 마스크를 챙겼다. 마스크를 뒷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입을 쩍쩍거리며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윤호. 따다딱 따다딱 뼈가 꺽이는 소리가 났다. 

  

윤호는 허리에 차는 작은 힙색 안에 졸레틸과 손수건, 아이폰 충전기를 집어넣었다. 한참을 생각하다 오래전 지현이와 쓰려고 사다 놓았던 콘돔도 한 박스 집어넣었다. 쓸 일은 없겠지만 비디오 안에서 씨를 뿌려 자식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혹시 모를 일이어서 주민등록증과 오만 원 두 장을 챙겨 넣었다. 여기서 십만 원이면 저 나라에서는 고작 만 원 정도의 가치지만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나았다. 주민등록증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주일 대사관에 찾아갔을 때 보여줄 신분증이다. 

대사관 직원이 이곳까지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방법이 없지만 그래도 챙겨 넣었다. 밀항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참... 

“음. 이 정도면 된 건가?”

   

무슨 여행이라도 가는 것 같았다. 

저 물건을 가지고 오는 것이 이번 워프의 목적이다. 현실로 가지고 와서 영상처럼 실행이 된다면 즉, 시간이 멈춰지면 베스트이고, 실행이 되지 않더라도 동영상 워프의 물건이 이쪽으로 넘어온다면 그것으로 성공이다. 

게다가 타임워치로 저쪽의 시간이 이쪽의 시간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었다. 

윤호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2시 10분. 

째즈마스터 시계의 타임위치를 눌렀다. 

000001....

000002....

000003....

초침이 빠르게 돌며 시간이 흐른다. 윤호는 아이혼의 [홍홍홍 비디오 워프]를 열었다.

[입장]을 눌렀다. 

윤호의 몸이 홀로그램처럼 푸르게 자글거리면서 흔들거리더니 곧 방에서 사라졌다. 

3.

여자들의 비명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게다가 윤호까지 나타나자 여자들은 더욱 크게 비명을 질렀다. 분홍색 수건을 얼굴로 가리며 윤호를 괴물보듯 한다. 탈의실 유리문 너머 욕탕에도 사람들이 있는지 물을 퍼붓는 소리와 말 소리가 텅텅 울린다. 

일단 윤호는 팔목에 찬 시계를 확인했다. 

0000078....

0000079....시간은 잘 흐르고 있다. 

탈의실 한 가운데 놓인 소파에는 대머리가 열심히 피스톤 질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대머리가 정지한 시간을 풀어놓고 있는 타임이다. 다리를 벌리고 누운 30대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려 하자, 대머리가 여자의 배를 팔로 누르고 제 고추를 콩콩콩 박아 넣었다. 여고생도 헛손질을 하며 대머리를 말린다. 

"그러지 마세요. 그러지 마세요."

"바카야로, 그러지 말긴. 으흐흐흐."  

대머리는 30대 여자의 물컹한 구멍에 단단해진 양물을 쑥쑥 박아 넣는다. 질퍽한 애액이 흐르고 여자의 교성이 들린다. 주변의 멍청한 여자들은 그저 꽥꽥거리며 헛손질만 할 뿐이다.

윤호는 천천히 대머리 뒤로 걸어갔다. 소파에 앉은 채, 당하고 있는 여자에게 허벅지를 배개처럼 대주고 있는 여고생과 눈이 마주쳤다.

  

윤호는 여고생에게 '쉿' 하고 손시늉을 했다. 

대머리는 윤호가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 체 씹질에 전념하고 있다. 윤호는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대머리 어깨너머를 바라보았다. 

30대 여자는 생각보다 늘씬하고 피부가 좋았다. 잡티 하나 없는 예쁜 몸이다. 여자는 그 몸을 출렁이며  대머리에게 당하고 있었다. 여자의 출렁이는 가슴 위에는 '시간을 멈추는 기계'가 놓여 있다. 

  

윤호는 뒷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얼굴에 착용했다. 힙쌕에서 플라스틱 졸레틸 병과 흰 손수건을 꺼냈다. 졸레틸 뚜껑을 열고 투명한 액체를 수건에 적신 다음, 대머리에게 다가갔다. 

"으..이게 무슨 냄새야?"

졸레틸의 냄새를 느낀 대머리는 허리를 움직이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윤호는 뒤에서 대머리의 목을 조르듯 안고 축축한 수건을 코에 갖다 댔다. 대머리는 이내 늘어졌다. 

대머리를 바닥에 던지듯 눕히고 수건을 저쪽 구석으로 던졌다. 

"캭.....!!!!!!!"

윤호의 행동을 지켜보던 나체의 여자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윤호는 30대 여자의 가슴에 놓인 [시간을 멈추는 기계]를 낚아채서 스위치를 ON으로 올렸다. 

시간이 정지되었고 여자들의 비명이 멈췄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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