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 7 장. 통신 초보.-5 (70/89)

                         제 7 장. 통신 초보.

         "어어억!"

         단말마와 같은 비명을 지르며 나는 사정했다.

         순간의 정적!

         영원과도 같은 순간이 지나고 우린 긴 숨을 토했다.

         쾌락의 끝은 짧은 순간이다. 그러나 그 순간은 때론 영원과도 같

       은 희열을 동반한다.

         민지와 내가 그랬다.

         나는 민지의 탐스런 젖무덤에 쓰러지듯 몸을 얹었다.

         "하아! 하아!"

         민지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런 민지가 사랑스러웠다.

         천진한 듯 때론 백치같은 매력을 가진 민지...   나는 그런 민지

       가 좋았다.  비록 플라토닉 러브는 아닐지라도  민지라면 언제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동안의 고요가 흘렀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민지였다.

         "오빠!"

         "응!"

         "참 좋아."

         "뭐가?"

         "음... 뭐랄까? 말하기 힘든 건데..."

         "뭔데 그래?"

         "난 말이야. 늘 이런 생각을 했었어."

         "어떤 생각인데?"

         "언제든 나를 이뻐해주고... 사랑해주고... 내가 어떤 처지에 있

       어도 나를 기쁘게 맞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런 생각."

         민지는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마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나는  민지의 귀

       에 대고 속사였다.

         "민지야!"

         "응!"

         "난 말이야. 언제든 날 위로해줄 사람이 필요했어. 설사 내가 흉

       악한 범죄라 해도 날 따뜻이 받아줄 사람. 그런 사람이 필요했지."

         "그랬구나."

         "응! 난 네가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 생각해."

         "정말?"

         "그럼. 정말이잖구."

         "아아... 오빠! 정말 사랑해."

         민지는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만나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자.  나는 민지가  정말로

       내게 사랑을 느끼는 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

       이라면 그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민지의 표정이나 말투는 더 이상 의심할  수 없을 정도

       로 진지해 보였다.  나는 그런 민지를 믿고 싶었다.   적어도 민지

       는 아직까지 나를 배신해 본 적이 없었다.

         민지는 술기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섹스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행위이다.  민지는  마시기도 많

       이 마셨지만, 나와의 대화와 또 선경에게서 온 전화가 영향을 미쳤

       을 것이다.

         "오빠. 졸려. 나 재워줘."

         삽입한 상태에서 졸립다고 말하는 민지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

       었다. 나는 그런 민지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조금씩 하체를 움직여 민지의 기분을 띄워주었다.

         "아! 아아.. 으음..."

         민지는 나른한 신음을 지르면서 좋아했다.

         나는 한동안 삽입한 채 움직이다가 몸을 뺐다.

         머리맡에 있는 티슈를 빼서 대충 닦아주고 옆에 누웠다.

         문득 궁금한 점이 생각났다.

         "민지야!"

         졸린 목소리로 민지가 대답했다.

         "으응."

         "궁금한 게 있는데..."

         "뭐?"

         여전히 민지는 수마의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듯 졸린 목소리

       였다.

         "음... 너 말야. 혹시 애인 있니?"

         "응. 애인 있지. 바로 오빠."

         "하하.. 정말?"

         나는 민지가 날 애인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기뻤다.

         "그럼. 내 애인은 오빠밖에 없어."

         민지는 단언했다.  나는 그 말에 어떤 희열을 느꼈다.   나는 다

       시 물었다.

         "그럼 나 말고 다른 남자랑 섹스하는 거 없는 거야? 우린 애인이

       니까."

         나는 민지에게 어떤 확인을 받고 싶었다.  선경이나 민지의 행동

       으로 봐서 섹스 경험이 많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므로 더 이상

       다른 남자와 민지를 공유하기 싫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음.. 오빠!"

         "왜?"

         "오빠, 내가 결혼한 거 알아?"

         이게 무슨 말인가.

         민지가 결혼했다니...

         "뭐? 결혼? 너 결혼했니? 유부녀야?"

         내가 화들짝 놀라서 묻자  그제서야 민지도 잠을  쫓으며 정신을

       차렸다.

         "오빠, 정말 몰랐어? 나 결혼한 거?"

         금시초문이었다.

         "니가 언제 결혼했단 말 했니?"

         "지난 번에 말했잖아. 내 남편 미국 있다구..."

         "언제? 난 첨 듣는데?"

         "바보. 술 취했구나?"

         그럴 리가 없었다.  지난 번에 민지를 만났을 때 비록 술을 많이

       먹긴 했었지만 그런 중요한 얘기를 못들었을 리가 없었다.  부모님

       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립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 나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민지가 지금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

       은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민지가 유부녀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유부녀와 섹스를 한 것이다.  이것은 법적으로 불륜이고 간

       통인 것이다.

         술이 확 깼다.

         "민지야. 자세히 말해봐. 너 정말 결혼했니?"

         "응!"

         민지의 어조는 그저 평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 같았다.

         이건 정말 문제가 있었다.

         민지는 남편이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이렇게  다른 남자와 놀아나

       는 여자인 것이다.

         그 남자가 바로 나라는 사실이 나를 당혹케 했다.

         "니 남편은 미국에서 뭐하는데?"

         "공부해. 박사과정."

         내가 꼬치꼬치 물어보니 민지는 선선히 대답했다.

         민지의 남편은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었다.

       두 달 후에 박사과정이 끝나면 귀국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결혼

       은 삼년 전에 했고, 집안 사정상 같이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

       다.

         서로 깊이 사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건이나 그밖의 것이 맞아서

       결혼을 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같이 신혼생활을 한 것은 겨우 두 달 정도였다.

         민지의 남편은 쑥맥같은 사람이어서 민지가  어떤 여자인지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섹스에 관해선 거의 절정의 수준을 자랑하는 민지가 그저 순진한

       숫처녀인 줄 알았다니...

         민지의 얼굴을 바라보니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얼굴로 보였다.

  제  목 : 통신 초보 6                  <후편 제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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