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TALES # 1
▣ 욕망의 길
영화가 끝났다.
남자는 수진의 손목을 끌어 당겼다.
‘밥 먹으러 갈까?’ 남자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수진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밖에서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야. 집에 가서 먹고 싶은데 괜찮지?’ 수진이 차에 올라타자 남자가 말했다.
‘네? 아, 예.’ 수진은 약간 당황한 듯 말했다.
단순한 디자인의 소파와 그 옆으로 서 있는 책장이 거실에 있는 가구의 전부였다. 그나마 바닥에 깔린 털이 긴 러그(rug)는 약간의 온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요란하게 꾸미지 않은 실내는 사람을 저절로 엄숙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수진과 남자는 어느 새 밥을 먹고 마주 앉아 차를 마셨다.
‘맛있었는지 몰라...’
‘맛있어요.’ 수진의 목소리에는 생기가 돌았다.
‘다행이야.’
남자는 잔을 내려놓으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럼 조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수진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차 잔을 만지작거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긴장 되니?’ 남자가 먼저 어색한 침묵을 깨뜨렸다.
‘네, 조금’ 수진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남자는 수진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너는 조교사인 나를 믿고 따르기만 하면 돼. 알겠지?’
‘네.’ 수줍은 목소리로 수진은 대답했다.
‘그럼 우선 이 거추장스러운 것부터 벗어 버리자.’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수진 어깨에 손을 올렸다. 수진은 아무런 저항 없이 자신의 옷이 하나씩 벗겨져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예쁜 몸이다.’ 남자는 수진의 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남자는 수진을 욕실로 데려갔다. 남자의 손이 닿을 때 마다 수진의 몸은 움찔 거리곤 했다.
‘이건 몸을 씻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전희이기도 하니까 부끄러워하지 말고 즐기면 되는 거야.’
남자는 정성스럽게 수진의 몸 구석구석 비누칠을 했다. 남자의 자지는 커다랗게 발기되어 움직일 때 마다 수진의 몸에 닿았다. 수진의 몸도 서서히 흥분되어 가고 있었다. 수진의 몸에 떨어지는 물줄기를 따라 남자의 몸이 서서히 움직였다. 수진의 어깨를 지나 내려온 손은 등을 타고 허리를 지나 엉덩이를 따라 움직이다 가랑이 사이의 부드러운 살을 어루만졌다. 수진의 입에서 가벼운 신음이 새어 나왔다.
수진과 남자는 마주섰다. 남자의 커다랗게 발기된 자지가 금방이라도 수진의 몸속으로 들어 올 것만 같았다. 남자의 손은 수진의 가슴을 감싸 쥐고 한참을 애무하다가 수진의 아랫배를 지나서 가랑이 사이로 사라졌다. 수진은 무의식적으로 남자의 가슴을 밀며 뒤로 물러섰다.
‘창피한가?’
‘조금’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나 보군. 어색함을 없애는 데는 이게 최고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수진을 끌어 당겨 자신의 품안에 안았다.
‘자 이제 잠시 동안 고동치는 서로의 심장을 느껴보는 거야.’ 남자는 수진의 귀에 속삭였다.
남자의 체온이 수진의 몸을 감싸고 수진의 마음을 녹여주었다.
수진을 벽을 짚고 엎드려서 다리를 벌렸다. 남자의 왼손은 수진의 가슴을 오른손은 수진의 클리토리스를 쓰다듬었다. 수진의 허리가 살짝 꺾였다. 남자의 손가락이 수진의 보지 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수진의 몸이 움찔 거렸다. 남자의 손은 점점 빨라졌다. 수진의 신음소리는 욕실을 가득 채웠다. 수진의 온몸의 근육이 긴장되었다가 한꺼번에 이완되었다. 남자의 손은 수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액체로 더럽혀졌다.
아직 오르가즘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수진은 침대에 누워서 다리를 머리 쪽으로 끌어 당겼다. 수진의 보지는 검은 구멍을 드러내며 남자의 자지를 유혹했다. 남자의 손이 닿자 수진의 몸은 금방 반응하며 흥분했다. 남자는 침대 옆 콘솔의 서랍 속에서 콘돔을 꺼내 자지에 씌웠다. 수진의 보지 위를 부드럽게 문지르더니 남자는 수진의 보지 안으로 깊숙하게 자지를 찔러 넣었다. 남자가 움직일 때 마다 수진의 입에서는 환희에 찬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남자는 수진을 엎드리게 했다. 수진은 한 마리의 암캐처럼 엎드려서 남자의 자지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남자의 자지를 수진의 보지 속으로 꽂은 채 가만히 기다렸다. 수진은 스스로 엉덩이를 움직였다. 수진이 잠시 멈추자 이번에는 남자가 몸을 움직였다. 피스톤 운동은 점차 빨라졌다.
‘아, 쌀 거 같아요.’
수진은 침대에 쓰러졌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진의 보지 속으로 자지를 쑤셔댔다. 이윽고 남자도 수진 옆에 누워 숨을 헐떡거렸다.
수진은 발가벗은 채 개목걸이를 차고 등 뒤로 손이 돌려져서 수갑이 채워진 채 무릎을 꿇고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남아 있는 섹스의 여운과 저항심을 빼앗아 버리는 수치스러운 구속은 수진의 몸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환상으로 간직했던 동영상이나 사진 속에서 보아왔던 여자들의 그 모습대로 이곳에 무릎을 꿇고 있다. 수진은 진심으로 자신을 암캐로 만들어 줄 조교를 갈망하고 있었다. 자신 안에 있는 욕망을 끌어내 자유롭게 해방 시켜 주길 바라고 있었다. 수진은 여전히 남자가 조교보다는 자신을 섹스 파트너로 만들려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엄청난 전문가인 듯 온갖 허풍을 떨며 잘난 체 하지만 암캐가 되려는 여자의 욕망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여자를 암캐로 조교 시킬 줄 아는 남자는 거의 없었다. 그저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고 나면 그만인 것이다. 수진은 그런 남자들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남자도 그저 흉내만 좀 내며 쉬운 노리개 감 하나 구하려는 것은 아닐까? 수진은 그것이 두려웠다. 얼치기도 암캐에게 예절이라는 것부터 가르치는데 이 남자는 다짜고짜 수진을 침대로 데려가서 섹스부터 했다. 또 다시 얼치기의 정액받이가 된 것일까?
수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남자가 손에 종이를 들고 나타났다. 남자는 수진 앞에 앉았다.
‘너 정말 조교를 받고 싶은 거지?’
‘예.’
‘다시 말하지만 이건 널 암캐로 바꾸는 조교이고, 암캐가 된다는 것은 인간의 인성을 버리고 암캐가 되어 성노예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거야. 알고 있지?’
‘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냥 색다른 섹스를 해보려고 시도해 보는 것이라면 그만 두는 게 좋아. 진짜 암캐가 되기를 원하나?’
‘예. 진심으로 원합니다.’ 수진은 최대한 진지하게 대답했다.
남자는 잠시 수진의 얼굴을 살폈다.
‘좋아. 그럼 이걸 읽어 보고 서명을 하도록 해.’
남자는 수진의 수갑을 풀어 주었다.
남자는 두 장의 문서를 수진에게 건네주었다. 하나는 성관계 동의서였고, 다른 하나는 노예 계약서였다.
성관계 동의서
본인은 자유의지로서 ○○○와의 성관계를 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본인은 피지배자와 피가학자의 역할을 할 것을 동의하며, 이것은 모두 본인의 성적인 만족을 위해서 자유의지에 따라 스스로 결정한 것임을 밝힙니다. 본인은 피가학적 역할에 수반하는 격렬한 성행위를 모두 이해하고 있습니다. 격렬한 성행위 과정에서 정신적 혹은 육체적 상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며, 정신적 혹은 육체적 상해가 발생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민, 형사상의 책임이 없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 다만, 상해 발생시 진료비와 치료비를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본인은 수치심을 느끼면 흥분하는 등의 이상성욕을 가지고 있으므로 성관계와 관련한 어떤 이유로도 상대방에게 민, 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격렬한 성행위란 구강성교, 항문성교, Deep Fellatio, 관장, 음뇨(飮尿), 윤간(그룹섹스), 긴박(緊縛), 노출, 스팽킹(spanking), 동성애, 성적인 흥분을 일으키기 위한 고문 등 상호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필요한 경우 별도의 문서를 작성한다.)
두 사람 사이의 일은 제 3자에게 발설하거나 누설하지 않으며 비밀을 유지할 것을 약속합니다.
노예 계약서 (암캐 조교용)
1. 노예는 주인님에게 복종한다.
2. 노예는 암캐가 되기 위한 조교를 성실하게 수행한다.
3. 노예는 암캐 규칙을 지킨다. (암캐 규칙은 별도의 문서로 작성한다.)
4. 주인과 노예 사이의 일은 비밀을 유지하며 제 3자에게 동의 없이 발설하거나 누설하지 않는다.
6. 주인과 노예는 서로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존중한다.
7. 서명 즉시 계약은 효력을 발휘하며 계약 종료일 자정에 자동 종료된다.
수진은 서명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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