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 (1/16)

음란한 욕망의 어둥  (淫欲の闇)

 1.그러니까 그것은 내가 지방으로 전근명령이 내려지기전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2개월에 한번씩 2, 3일간의 출장은 있었지만 점점 1개월에 한번이 되고 15일에 한번이 되어 결국에는 회사에서는 나에게 지방 전근을 명령했던 것이다.

그날 내가 전근지로 떠나는 날 아침, 신간선역까지 마중나온 아내가 보였던 슬픈듯한 표정... 나는 그것이 일시적인 헤어짐에 대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간선 좌석에 앉아 지나가는 바깥풍경을 바라보자 이내 좀전의 아내의 표정도 좋아질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내인 카오리는 매사에 걱정을 앞세우는 성격인 나와 달리 밝고 활발한 성격으로 예전부터 운동을 좋아하는 활동파였다. 그러한 아내의 쓸쓸한 표정은 일시적인 것이고 활달한 두아들에 둘러싸여있다보면 남편이 없는 상황마저도 이내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의 나는 그런식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전근지 아파트에 도착하고 어느정도 생활환경에 익숙해진 것은 2주가까이 흐를때였다. 지금시대는 혼자살아도 인터넷은 당연한것이고 새로운 컴퓨터에서 처음으로 메일을 아내에게 보냈다.

《 모두 건강하지? 나는 모든 것이 좋아. 2주후에 한번 갈려고 해. 건강 유의하고 그리고 바람피지 마세요... ㅋㅋ》

다음날 아침 메일을 확인하자 아내로부터 답장이 도착해있었다.

《 여기는 모두 건강해요. 당신도 건강 유의하세요. 그리고 바람같은 것 필 이유가 없겠죠, 당신이야말로 한눈 팔지 마시구요...ㅎㅎ》

부부사이는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올해 41세가 된 나 킨토유지, 아내 카오리 39세 그리고 두명의 아이.. 고등학교 일학년생인 아쯔시와 중학교 일학년인 타쿠미.

샐러리맨사회의 각박함을 느끼면서도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아내와 두아들에 둘러싸인 생활은 행복하기 그지 없었다.

부부관계야말로 장남이 중학생이 되고부터 횟수가 줄어들어 반년이상 섹스리스상태가 계속되어갔지만 나이가 들어감에따라 횟수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세상에서 말하는 바람, 불륜등도 우리하고는 아주 먼거리에 있는 일이라도 느끼고 있었다.

회사일은 하루가 다르게 격무가 되어갔고 전근직전에 상사와 동료가 말하는 이른바 ‘영전’이라는 말을 가슴에 날마다 새겨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예정되어있었던 첫휴가는 보류되어 대신 즐길것이라고는 술과 인터넷뿐이었다.

커다란 거리 주변에 있는 이 아파트의 주변에는 변변한 술집도 없고 일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맥주를 사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독신의 쓸쓸함인지 아니면 가벼운 마음때문인지 인터넷의 검색이력에는 ‘키스방’ ‘단란주점’ ‘누드’ 그런 단어가 나열되어만 갔다. 젊은 여자의 나신... 남자를 대상으로 하는 키워드였다고 생각되었지만 어느사이에선가 ‘숙녀’ ‘아마추어’ ‘아내’ 그런단어로 검색창을 바뀌어지고 있었다. 떨어져서 살아봐야 비로서 아내를 성의 대상으로 다시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아내와 같은 나이대의 아줌마의 치태...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것을 아내에게 중첩시켜 자위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전근하고나서 처음으로 휴가를 가게 된 것은 2개월가까이 지난 시기였다. 본사에서 회의가 끝났을 때 뒤에서 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여봐. 킨토”

거기에는 동기로 입사한 하나오카의 왜소한 모습이 있었다.

“ 그래, 하나오카 오랜만이네, 잘지냈지.”

“ 응. 나는 잘지내지. 너는 어때. 잘지내?”

“ 뭐 그저그렇지. 혼자서 살아가는 것도 슬슬 익숙해지고 말이야.”

“ 흐흐. 그래. 전근지는 어때? 카오리에게는 말안할테니 한번 이야기해보지?”

하나오카 코우지... 예전부터 저질농담을 좋아해서 하는 말이었지만 왜인지 마음을 긴장시켜왔다.

“ 이거 왜이러시나. 나는 애처가야. 너도 알고 있잖아. 지금까지도 독신인 너하고는 다르다구.”

“ 헤헤. 내가 독신인 것은 카오리씨같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지.”

“ 하하. 또 그소리야. 돌아가면 한번 카오리에게 물어보지. 여자는 같은 말이라도 자기를 기쁘게해주는 말이라면 몇 번이나 듣고 싶어하니까.”

“ 하하하. 그런가. 그럼말이야. ‘ 남편이 없어서 쓸쓸하시면 나에게 와줘요’ 라고 전해주게.”

나는 오랜만에 동료와 그런 농담으로 기분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 그런데 말이야. 킨토 2주전쯤말이야. 카오리씨랑 닮은 여자를 본적이 있는 것 같아...”

“ 어? 어디에서”

“ 응 oo역의 남쪽출구 번화가...”

‘ 엥... 거기에서’

나의 자택은 도쿄의 외곽, 거기에서 가장 까가운 터미널역이 거기였다.

지하철과 JR 모두 탑승하는 것이 가능한 역으로 북쪽출구는 은행, 증권회사에 유명백화점, 패션몰등이 나란히 서있었다.

북쪽출구의 세련됨과 대비해서 남쪽출구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부터 내려온 선술집, 지저분한 러브호텔 몇 개, 그리고 단란주점, 안마시술소... 낮에도 야쿠자를 볼수 있는것도 이상할리 없는 그런 장소였던 것이다.

“ 아무리 그래도 그런곳에 카오리가 혼자서 있는다는 것은...”

“ 아니 그것이 혼자가 아니더란 말이지...”

“ 뭐라구?”

“ 응, 확실히... 남자랑 함께였는데...”

“ 남자라구! 거짓말이지...”

(...)

“ 여봐, 하나오카. 오랜만에 만나서 갑자기 너만의 짖궂은 농담은 그만두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의 목소리는 마음과는 달리 긴장하고 있었다.

“ 응. 하긴 나도 너무 취해있었기 때문에... 뭐 누군가와 헷갈렸는모양이지.”

하나오카가 실실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 전근중에 저런 끔찍한 농담을...)

( 그래도 돌아가면 한번 물어볼까?)

그날밤 나는 몇 개월만에 만나는 아내를 침대로 유혹하기로 결심했다.

떨어져있었던 시간이 새로운 자극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닌지...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으로 지금의 하나오카의 이야기도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버리리라 마음먹었다.

( 괜찮아... 나는 무엇을 걱정하고 있었던거야... 카오리에 관해서 )

( ... 하나오카의 농담이 진짜면 어떡하지...)

 뭐든지 걱정하는 성격의 나는 한시라도 빨리 가족의 얼굴을 보고싶어서 그 장소를 벗어나기 위하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뒤를 돌아서자 하나오카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기분탓인지 그때 녀석의 입주변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