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날밤 목욕을 끝낸 나는 침실위에서 옆으로 누워있었다. 시간은 11시를 넘겼을 것이다... 아내인 카오리가 자치회 회의로부터 돌아온 것은 아마 그쯤이었을 것이다. 내가 느꼈던 ‘위화감’... 그것은 뭐였을까? ... 그것을 알지 못한채로 ‘응어리’가 되고 오늘 하루를 마치게 되었던 것이다.
1층에서는 아내가 샤워하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침실을 나와서 1층으로 내려갔다.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들어 컵에 따르고 마음의 응어리를 씻어내리려는 듯 단숨에 마셔버렸다. 컵을 놓아둔 주방과 식탁사이에 서서 거실을 바라보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 낮에 여기서 카오리의 입으로 자치회의 말이 나오고...)
( 확실히 그때 위화감을 느꼈던거야...)
잠시동안 거기에 서있는동안에 욕실쪽에서 아내가 나오는것에 신경이 쓰였다.
목욕타올을 두른 모습으로 나타난 아내는 나의 모습에 순간 놀란것처럼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아내의 손에는 휴대폰이 쥐어져있었다.
! 그순간 내가 느끼고 있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수 있었다.
휴대폰... 아내는 언제나 휴대폰을 이 거실테이블위에 놓아두고 있었다. 청소를 하고 있을때도 세탁을 하고 있을때도 더구나 요리를 하고 있을때도... 언제나 휴대폰은 이 테이블 위에 있었다...
그것이...
낮에 코사카이씨로부터 메시지가 왔을 때 휴대폰은 앞치마주머니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카오리는 탈의실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왔다... 왜지?
굳어진 얼굴을 하고 있는 나에게 카오리가 다가왔다. 그리고 나의 목에 손을 두르면서 왜소한 아내는 몸을 쭉펴면서 귓소리로 속삭였다.
“ 당신... 나... 오늘밤도 최선을 다할께요.”
그러고나서 침실로 돌아온 나는 아내에게 리드당한채로 어제밤과 같은 행위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휴대폰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나는 어제와 같은 쾌감을 얻는 것이 불가능했다.
숨소리를 내면서 자고있는 아내의 옆에서 나의 감각만이 더욱 또렷해질뿐이었다.
( 왜... 바람기?... 불륜?...)
( 너무 깊이 생각한걸까... 하나오카와 코사카이씨의 일도 우연히 겹쳐질수도 있는건데...)
( 아내에 관한... 이것도 일종의 망상일까...)
나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단어가 꼬이고 겨우 잠을 들수 있을때는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면서 일어난 나는 가벼운 식사를 끝내고 전근지로 가야할 준비를 하고있었다. 내일 해야할 일을 생각하면 정오쯤 집을 나와 2시경에 신간센에 타야한다.
아내가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나는 2층으로 올라가 두명의 아이들의 방을 노크했다. 아들들을 침실로 불러서 아버지가 없을동안에 마음가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러나 나의 본마음은 다른곳에 가 있었다.
“ ... 그런데 엄마 요즘 모습은 어때. 아빠가 없는동안 쓸쓸해보이지 않았어?”
“ 그렇게 쓸쓸해 보이지 않은 것 같은데...”
“ 응. 반대로 굉장히 바빠보이는 것 같던데... 아르바이트도 하고 아빠가 돌아오기전은 일주일에 몇 번인가 모임에도 나가서 돌아오는것도 늦은 밤이었고.”
“ 그렇게 빈번하게 모임이 있었어...”
“ 응. 최근에는 행사도 하였기 때문에 바쁘다고 말하던데. ... 그것 때문에 전화도 많이 하고.”
“ 그래 그래 요사이에 화장실에 있는 시간도 길어졌다고 생각하면 안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거야...”
(...)
내가 다음에 할 말을 찾으려고 할때에 1층에서 아내의 소리가 들렸다.
“ 당신~ 이제 슬슬 나서지 않으면 늦을지도 몰라요~”
나는 아내와 단둘이 집을 나와서 신간센역으로 향했다. 도중에 아내와 대화하지않는 어색한 시간이 되었다.
‘의혹’과 ‘나의 망상’만 아니였다면 아내의 행동도 ‘나와의 이별이 슬프기’때문이라고 납득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역에 도착한 나는 사두었던 표와 출발시간을 확인하고 아내를 다방으로 데려갔다.
마음속에 ‘의혹을 남긴채로 가는 것이 좋은것인가’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두 아이의 일, 내가 없을때의 주의사항, 그런 화제가 일단 즐겁게 이야기되었고 나는 어떻게 화제를 돌려서 본론을 들어갈까하고 단어선택을 고민하고 있었다.
“ 그런데 말이야...”
나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옴과 동시에 아내의 입에서도 단어가 동시에 나왔다.
“ 당신... 실은 나 일을 바꿔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갑자기 공격받은 것 같은 나는 자신의 말은 집어삼켰다. 나의 모습에 상관없이 카오리는 계속 말했다.
“ ... 그리고 당신 학생시절 친구인 오쿠무라씨의 권유도 있었고...”
“오쿠무라! 어째서 오쿠무라란 이름이 지금 나오는거야?”
“ 우연히 역에서 만나서... 거기에서 근황도 서로 물어보고나서 아르바이트 하지않으면...미안해요.”
“... 왜 그런 이야기를 지금하는거야... 지금 패밀리레스토랑 일이 싫은거야...”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온 것은 의혹과 망상이 해결의 실마리가 지금에 와서도 찾을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미안해요... 당신이 피곤해있을 때 상담하면 좋지않다고 생각해서 미뤘었어요... 그래서...”
아내가 그대로 말을 계속하려고 했을 때 가게안에서 내가 탈 열차의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들려왔다. 이야기는 거기에서 일단 끝내고 나는 황급히 플랫홈으로 향했다. 신간센 문이 열리고 나는 카오리쪽으로 돌아섰다.
“ 오늘밤이라도 전화를 줄게.”
“... 미안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카오리는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내가 탄 신간센이 출발하고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게되자 카오리는 휴대전화를 손에 들었다.
“... 여보세요. 카오리입니다... 네...네... 남편은 지금막 전차로 떠났습니다...네... 알겠습니다.”
카오리는 전화를 끊고나서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