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 (7/16)

7

나는 아파트 방에서 오쿠무라와 전화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오쿠무라의 근황을 물었고 오쿠무라는 내 자취생활의 감상을 물었다. 서로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가 일단락되었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 그런데말이야. 카오리 만났었다면서?”

“ 오오. 그래, 그렇지. 언제였더라... 저번주 저녁이었을까... oo역에서”

( 또 그 oo역인가...)

“ ... 역 어느 출구였더라 ”

“ 북쪽출구였을거야, 그다지 시간이 많지않았기 때문에 15분정도 서서 이야기했을거야... 아이들에게 돈이 많이 들어가서 일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었지.”

“ 그런거야.”

“ 어? 너 카오리한테서 못들은거야?”

“ 그렇게 말한다면 무언가 말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

“ 아아, 그래서 괜찮다면 알고있는 회사에서 귀엽고 사랑스럽고 애교가 많은 여성을 찾고있는데 만약 마음이 있다면 연락해준다고 말했었지. 패밀리레스토랑의 시급보다야 금액은 더 좋다고 생각했거든.”

“ 그런거야. 고맙군. 그래도 ‘귀엽고 사랑스럽다’라는 말은 하지않아도 되었을건데. 하하하.”

웃으면서 나는 오쿠무라에게 전화를 한 것이 잘된거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뒤에 별 의미없는 이야기들이 오고간후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는 것으로 전화는 마무리되었다.

( 다행이야. 그렇지 카오리에 관한... 지금부터 카오리의 음성을 들으면 다 풀리는거야.)

 나는 부팅된 컴퓨터화면에서 무의식적으로 메시지박스를 클릭하고 카오리의 휴대폰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휴대폰은 몇 번이나 부재중이라는 신호만 알려와서 나는 다시 집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어? ... 집에도 없는거야. ... 뭐 괜찮겠지, 전화번호를 보면 카오리가 다시 걸어올지도 모르니까.)

나는 전화 발신음을 들으면서 메일을 하나씩 체크하고 있었다.

보낸 사람은 "K"

본문은 딱 한문장 《 우편물은 받아보셨습니까 》

나는 프리메일로 보내진 그 문자를 잠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 K... ? 뭐야, 뭘 뜻하는 거야... 이름인가...)

나는 무심하게 아무렇게나 테이블위에 어지러이 놓여있는 우편물을 손에 쥐었다.

피자가게, 택배초밥, 맨션의 전단지... 그리고 가장 아래에 A4지 싸이즈의 서류봉투가 있었다.

( 킨토유우지씨... )

( 보낸사람은 ...K )

어느사이엔가 밖에서는 비가 점점 거칠어져 창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빛도 없는 이 어둠이 혼자 생활하는 나의 마음에 박차를 가하는 듯이 느껴졌다. 나는 얇은 그 봉투를 천천히 열어보았다. 속에는 한 장의 CD, 그리고 A4지의 복사용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하얀 용지의 한가운데에 겨우 한줄의 문구가 있었다.

~ 홀로지내는 귀하께 ~ 『 예전에는 보통의 주부였습니다.』

( 뭐야.  이것은...)

( 에로비디오 카타로그인가...)

나는 그 뭐라고도 말할수 없는 타이틀의 의미를 음미하면서 CD를 컴퓨터에 세팅했다. CD를 읽는 소리가 퍼지고 이윽고 화면이 나타났다.

( 사진... 뿐인가...)

거기에는 약 30장정도의 사진이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나는 침착하게 처음 사진을 클릭했다. 나타난 것은... 그것은 맥빠질정도로 거의 보통의 풍경사진이었다. 어딘가의  빌딩가였는지... 오피스빌딩에 여러 가지 빌딩, 신호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 그리고 몇 명인가 걷고 있는 사람들.

( 어!...)

그러나 곧바로 그 평범한 사진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사진 중앙부에 상당히 먼 위치에 서있는 한사람의 인물에 스포트가 맞춰진 것을 알수 있었다. 나는 일부러 작은 그부분을 줌해 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희미한 화상으로는 얼굴과 분위기는 알수없었지만 그 인물이 스커트를 입고있다는 것은 알수 있었다.

나는 다음 사진을 클릭했다. 그로부터 몇장은 다른 장소에서 그 여성을 멀리에서 촬영한 것이 계속되고 있었다. 몇장째인가 사진에서 겨우 피사체를 확실히 확인할수 있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여성의 목부터 하반신의 뒷모습을 찍은 것으로 봄옷의 밝은핑크의 세타에 차콜그레이의 플리츠 스커트가 어울려보이는 사진이었다.

나는 사진속 여성의 허리와 엉덩이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 ... 닮았네.)

또 망상이 시작된것인지 목이하 발목까지밖에 찍히지않은 그 여성에 아내인 카오리를 중첩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 그래도 카오리는 이런 정장은 가지고 있지 않을것이기 때문에...)

( 그래도 머리스타일과 구두를 보게되면...)

나는 설레는 기분으로 다음 사진을 클릭했다. 어느사이엔가 나의 마음은 화면에 빼앗기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