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불청객 4 {패숴드2}
[실장님. 나와 주셔서 감사 합니다.]
서희가 자리에 앉자 마자 박 형진씨가 서희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오늘 내가 여기 나온건 박 형진씨에게 경고하기 위해서에요.]
[음....좋습니다. 일단 시키구요.]
[아니요. 내 입장만 얘기하고 일어날꺼예요.]
[왜 이러십니까? 부하 직원이 실장님에게 술한잔 대접하겠다는데.....]
[.......]
[아저씨 ! 여기 딤플하고 과일하나 주세요.]
레드채플린에는 몇몇 사람들이 깊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편안한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레드 채플린은 분위기가 품위있어 잔잔한 무드에 젖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가벼운 칵테일을 앞에 놓고 래드 채플린의 분위기에 몸을 맡긴다면 누구나 에로틱한 정취에 젖어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레드 체플린은 어색하고 난망했다.
박 형진씨는 연신 디스를 입에 물었다. 서희에게 이 자리는 경고의 자리일 것이다. 그의 관심을 더 이상 방치한다면, 그녀에게나 박 형진씨에게나 결코 유쾌하지 못한 결과로 끝날 것이다.
그녀는 그를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도 또한 한때의 감수성으로 그녀를 붙잡으려 할 것이다. 이미 그의 관심은 그녀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 할 말 있음, 빨리 해요.]
[......]
[나, 박형진씨 얼굴 볼려고 나온 사람, 아니예요. 빨리 용건 끝내고 가야 한다구요.]
[...실장님이 날 짤라도 난 할 말 없습니다. 건방진 놈이라고 상부에 보고하고 날 해고 해도 난 후회같은 거 하지 않는다 이겁니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요?]
[만약 내가 회사를 쫓겨나도 난 계속 실장님을 보고 싶을 겁니다.]
[......]
[그러니 날 떼놓을 생각일랑은 애초에 하지 말아 주세요.]
답답하여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박 형진씨가 자동 로봇처럼 라이터를 서희 코밑에 드리 밀었다. 무시하고 핸드백에서 듀퐁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를 깊이 빨아 들였다. 폐속 깊이 밖힌 담배연기가 신경조직을 느슨하게 풀어 주었다. 서희는 새삼스레 그를 한 번 더 쳐다 보았다. 열심히 자신의 담배를 빨아드리던 그도 서희를 마주 보았다. 어색하여 다시 허공에 담배 연기를 훝날렸다.
웨이터가 술을 가져 왔다. 화려하게 치장한 과일 안주가 그들 앞에 놓였다. 레드 채플린에는 어느새 Ban이 흐르고 있었다. 잔잔한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가 아늑한 실내에 가득찼다.
[이봐요. 박형진씨. 내가 박 형진씨하고 노닥거릴 거라고 생각해요?]
[노닥이요? 난 결코 실장님을 노닥거리는 상대로는 생각지 않았어요.]
딤플 뚜껑을 푼 그가 서희의 스트레이트잔에 술병을 기울였다.
[아니예요. 나 술 안 마셔요. 차 가지고 왔어요.]
[그냥 받아만 두세요.]
박 형진씨는 서희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말 없이 자신의 잔에도 딤플을 따랐다. 그리고 목구멍속으로 털어 넣었다. 찡그린 그의 인상에서 딤플이 식도를 타고 위장에 도달하는 과정을 느낄수 있었다. 타는 듯한 찡함을 느끼리라. 그가 자신에게 한잔을 더 따랐다. 갈색의 딤플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그의 잔에 채워졌다.
그는 다시 그 잔을 털어 넣었다. 이번엔 그리 인상을 쓰지 않았다. 아까만큼의 타는 찡함은 없었으리라. 딤플은 첫잔에서 날카로움을 주지만 둘째잔부터는 더없는 부드러움을 선사할 것이다.
[ 우리 할 말만 빨리하고 일어나도록 해요.]
디스 한 개비를 더 피워무는 그에게 서희가 퉁명스럽게 말 했다.
[내가 박 형진씨에게 하고 싶은 말은 더 이상 나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 달라는 거예요.]
[........]
[지금까지의 관심만으로도 난 충분히 괴롭힘을 당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실장님을 좋아하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뭐라구요? 그걸 몰라서 물어요? 당신 바보에요?]
[아니요. 난 바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자입니다. 군대도 현역으로 훌륭하게 마친 남자란 말입니다. 그런 내가 실장님을 좋아하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뭐 라구요?]
[내가 실장님을 좋아하는 것이 그렇게 실장님에게 부담입니까? 나이때문에요? 아님, 사회적 지위 때문에요? 도대체 뭣 때문에 내가 실장님을 좋아하면 안된다는 겁니까?]
[.......정말 몰라서 나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예 !]
서희는 그를 새삼스레 한 번 더 쳐다 보았다. 담배연기를 후 날리던 그가 그런 그녀를 쳐다 보았다. 알 수 없는 미로속을 헤매는 듯 목구멍이 막혀왔다. 답답하여 술을 들이켰다. 짜릿한 딤플이 혀끝에 날카로움을 남기고 사라졌다. 기도를 타고 흘러 위장까지 도달한 딤플이 찌릿하게 창자끝을 건드렸다. 서희는 자신의 잔에 술을 한잔 더 따랐다. 그리고 한모금 더 마셨다. 박 형진씨가 재떨이에 담배를 끄더니 그녀를 쳐다 보았다.
[....실장님에게 부담을 드리지는 않을 겁니다. 실장님도 절 좋아하도록 만들겠습니다.]
[........]
[실장님을 꼭 내 여자로 만들겠다는 의욕은 끝이 없지만, 실장님에게 부담스럽게 다가가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은 이미 나에게 부담이예요. 그것도 크나큰......]
[그러니 조금만 나한테 호응해 주면 되잖아요.]
[당신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호응하란 말인가요?]
[아뭏튼 죄송합니다. 실장님에게 부담으로 다가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박형진씨는 자신의 잔을 단숨에 목구멍속으로 털어넣었다. 그도 그녀만큼 답답한 일상속에 놓여 있을 것이다. 그도 그녀만큼 힘들 것이다. 그는 그녀의 무관심에 가슴을 절일 것이고, 그녀는 그의 관심에 타는 가슴을 느낄 것이다. 그의 얼굴도 그녀만큼 찌듯 속세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도 술 한잔을 더 들이켰다.
레드 채플린에는 어느새 엘튼 존의 노래가 감미롭게 흐르고 있었다. 한 잔 마신 딤플이 서서히 취기를 몰고 왔다.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서희는 이런 기분을 좋아했다. 알콜이 알알이 혈액속을 흐르며 육체를 알싸하게 만들어 현실과 약간의 괴리를 두면서 기분을 붕 뜨게 하는 그런 상태는 그녀에게 세상을 즐겁게 하는 마약과 같았다. 취할 듯 말 듯 기분을 알딸딸하게 만드는 알콜의 위대한 힘을 그녀는 사랑했다. 그 것은 현 상황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 녀만의 기분일 것이다.
레드 채플린은 그녀를 아늑하게 감싼다.
딤플은 그녀에게 용기와 세상사는 즐거움을 준다.
엘튼존은 그녀의 혀 끝에 감미로운 로맨스를 선사한다.
이미 현실은 그녀에게 마무 감흥을 선사하지 못한다.
서희는 단숨에 딤플을 풀어 넣는다.
그녀는 박 형진씨를 잊으며 자신만의 세계속으로 빠져 들기를 원한다.
이미 알콜은 그녀에게 골치아픈 속세를 잊으라 한다.
잊기로 한다.
[박 형진씨 우리 쓸데 없는 소리 그만 치우고 술이나 마십시다. 기왕 마신거 기분 좋게요.]
발그레한 서희가 갑자기 부드럽게 술 잔을 흔들자 그가 의아하여 한 번 더 그녀를 쳐다 보았다. 그리고 이내 입가에 미소를 달고서 그녀의 잔에 잔을 부딪쳤다. 컁 ~
[이 봐. 박 형진 ! 내가 이렇게 반말해도 되겠지 ?]
[........]
[야, 너 까불지 마, 임 마. 니가 날 좋아하는 건 니 자윤데.....말이야. 난 니 상사야, 알 아? 자슥아?]
[나에겐 이미 실장님이 상사라는 사실은 중요하지가 않아요.]
[그....래? 히히. 실장이라는 직함이 뭐 고도리쳐서 딴 건줄 아니? 니는 꿈도 못꾸는 자리란 말이야. 짜슥아. 뭐? 중요하지가 않다고 ? 하하.]
[나에겐 이미 실장님은 내 여자라구요.]
[하하하]
[웃을라면 웃으라구요. 그렇지만, 언젠가는 실장님이 나에게 매달릴 겁니다.]
[그런일은 파리가 새가 되는 날 가능할 것이니 걱정하지말고..... 술이나 먹어 자슥아.]
서희가 술잔을 들자 박 형진씨가 딤플을 목구멍 깊숙이 들이켰다.
그녀도 달작지근한 딤플을 목구멍 속에 털어 넣었다. 마지막 한모금이 목구멍속에 탁 걸렸다. 꽤 마신 모양이었다. 심장 깊숙한 곳에서 그만 마시라는 신호를 보냈다. 무시하고 한마금 더 마신 술이 그녀를 점점 일렁이는 세계로 빠뜨렸다. 알콜은 그녀를 포박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서히 알콜의 포로가 되어가고 있었다.
[실장님 이제 그만 마시지요? 실장님 많이 취했어요.]
[시끄러 !....박 형진.... 나 외롭다. 몹시 외로운 사람이야.]
[........]
[평소에 날 보면 그렇게 강한 여자로 보이겠지. 그렇겠지? 니도 그렇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내가 좋다고 했잖아..... 그렇지만, 이런 사람일수록 깊숙하게는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외로움이라는 중병에 걸려 있는거야. 넌, 그걸 아니?]
[그러니 나에게 기대라는 거예요.]
[하하하.. 기대도 기댈만한 사람에게 기대는 거야, 임마.]
[....왜 나는 안 된다는 건가요?]
[니 부모님을 생각해 봐. 늙은 며느리가 좋아 보이겠니?]
[ 결혼 하잡니까? 단지, 좋으면 좋은대로 지내자는 겁니다.]
[.....아하? 그냥 그렇게 좋게, 사귀자는 거지? 그러다가 싫으면 헤어지면 되는거고.....하하하]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는 거예요.]
[좋다, 좋구나. 너의 삶의 방식이 좋아. 가볍게 지내다 싫으면 헤어지는 거고, 좋으면 계속 사귀는 거고..... 아주 편리하구나,]
[신파같은 생각은 하지 말아요.]
[좋아 ! 아주 좋아, 너의 방식이 맘에 들어....좋아 사귀자. 지금 이 시간부터 우린 사귀는 거야. 알았지? 하하]
박 형진씨가 술을 마시자 서희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는 사이 웨이터가 재떨이를 바꿔주었다. 훵하니 웃는 웨이터가 귀여워 보였다. 단발머리에 붉게 염색한 웨이터의 꽉 낀 면 바지 앞섶이 부플어 보였다. 순간 서희는 골짜기가 싸르르 떨려옴을 느꼈다. 한 번더 웨이터의 앞섶을 쳐다 보았다. 알콜이 그녀를 무너뜨리고 있음을 잘 알면서도 그 기분에 여전히 취하고 싶었다. 자신을 망가뜨리고 싶었다. 더 이상 외로움에 버려진 삶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박 형진씨에게 매달리고 싶었다. 그에게 안아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그가 계속 여자로 보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었다.
'안돼, 서희야. 정신 차려.'
[....우리 사귀기로 했으니...... '자기야'라고 한 번 해봐. ]
[실장님. ]
[한번 해 봐. 자슥아.]
[.......]
[너 나 좋다고... 사귀자고 했잖아. 자슥아. 벌써 내가 싫어진거니? 나이 많다고 벌써 싫어진거야? 그럼 관 둬 자슥아. ]
[그게 아니고.... 실장님 취했어요.]
[내가 취했다고? 좋아.... 그럼 집에 가자. 취했으면 집에 가야지....]
서희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그도 엉겁결이 따라 일어났다. 비틀거리며 단추를 채우는 그녀를 박 형진씨가 잡아주었다. 그의 팔을 치우려다가 의자에 풀썩 주저 앉았다.
박 형진씨가 계산을 끝내고 뒤를 돌아보자 이미 그녀가 보이질 않았다. 깜짝 놀라 출입문을 열자 세찬 겨울 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갔다. 이미 거리는 밤이 깊어 있었다. 마른 낙엽만이 간간히 스치며 지나가는 택시에 날려 거리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낙엽사이를 걷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걷는 그녀를 금방 알수 있었다. 지나가는 취객 두사람이 그녀에게 수작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박 형진씨는 급히 그녀에게 달려갔다. 발 아래 보도블럭이 푹푹 꺼졌다. 꽤나 한 술이 그도 가만 내버려 두질 않는 모양이다.
그가 나타나자 취객이 침을 뱉으며 사라졌다. 그녀는 가로수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발그레한 얼굴이 차가운 겨울 바람에 더욱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가로수에 기댄 그녀의 생머리가 헝크러져 있었다.
[헤헤. 오빠. 나하고 술한잔 더 할래?]
[실장님. 집에 가셔야죠.]
[오.....빠. 내가 싫은거야? 히히]
차가운 바람이 한순간 그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싸늘하게 굳어지는 육체를 느끼며 박 형진씨는 서희를 품에 안았다. 깃털마냥 힘없이 자신의 품으로 스러지는 그녀가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머리에는 레몬이 한아름 뭍어있었다. 그녀가 한없이 안겨왔다. 자신의 품에 가득 안고 싶었다. 그녀를 꼭 끌어안자 허리에 그녀의 팔이 느껴졌다. 그것은 그에게 잔잔한 감흥을 안겨다 주었다. 그녀의 팔이 감미로운 여운을 그의 허리에 남겨 놓았다.
세찬 바람사이로 하얀색 레간자가 그들 앞에 미끄러지듯 멈추어섰다.
[대리운전 맞죠?]
서희를 태우고 박 형진씨는 그녀 옆에 앉았다.
그녀가 안겨왔다. 그녀의 태도가 감격스럽고 사랑스러워 그녀를 끌어안았다. 한아름 안기는 그녀의 몸에서 향긋한 겐죠향이 느껴졌다. 아니, 그 것은 자신의 향일 것이다. 그녀를 안은 자신이 그녀의 몸에 뿌려놓은 사랑의 징표일 것이다. 품에 안긴 그녀의 풍성한 젖가슴이 가슴에 느껴졌다. 손가락 끝에 걸리는 묵직한 젖가슴이 피를 끓게 했다. 깊이 끌어 안았다. 약간 벌린 육감적인 그녀의 입술이 터질 듯 그를 유혹했다. 빠알간 립스틱의 고혹적인 빛깔이 그를 끌어 당겼다. 강렬한 감각에 그는 그녀를 바스라지도록 끌어 당겼다. 그녀의 팔도 그를 끌어 당겼다. 그들은 잠시 세상이 멎은 듯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 그녀의 혀가 거침없이 그의 입속으로 들어왔다. 입천장을 핥는 감각적인 혀가 그의 말초신경을 끝으로 몰고갔다.
맨 살에 대한 강렬한 유혹을 검정색 스타킹으로 숨기고 남성의 성욕을 한 없이 자극하는 그녀의 허벅지에 그는 떨리는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그것은 부드러움이었다. 풍성함이었다. 그녀는 주체할 수 없는 성적 자극을 자신의 허벅지에 뿌려놓았는가? 그의 손끝이 바르르 떨렸다. 회음부가 아리게 흔들렸다. 묵직하게 자라난 그의 물건을 그녀의 팔이 눌러왔다. 강렬한 자극이 사타구니를 타고 올라왔다. 무의식적인 그녀의 행동이 그를 끝 모를 성욕의 세계로 몰아갔다.
그녀의 혀를 거침없이 농락하며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스다듬으며 치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허벅지는 감각을 자극하는 성욕의 상징이었다. . 안쪽은 점점 따뜻한 흥분의 세계로 이어졌다. 탱글거리는 감촉으로 그녀의 살은 그의 감각을 흔들어 놓았다. 그녀의 허벅지는 강한 자장을 그의 손바닥에 남겨 놓았다. 한웅큼의 큼지막한 침이 목구멍을 타고 넘었다. 꿀꺽 ~
그의 손가락은 미지의 오지로 더욱 깊이 들어갔다. 그녀의 다리는 길었다. 그의 손가락은 무디게 기어갔다. 그녀의 표정을 살펴야 했다. 그리고 결국, 그의 손에 막다른 장애물이 만져졌다. 실크로 된 부드러운 천조각. 그곳은 그의 손가락에 뜨거운 열기를 뿜어댔다. 그것은 강렬한 유혹이었다. 그는 막히는 숨을 억지로 틔였다.
그곳은 풍성한 용광로였다. 거대하고 둥그런 부드러운 활화산이었다. 이미 용액을 잔뜩 품은 살아있는 생명체였다. 형용할 수 없는 흥분에 그녀의 입술을 깊이 빨아들이며 그는 손바닥으로 온전히 그녀를 감쌌다. 가운데 손가락을 빨아들이는 강렬한 유혹.
쨕 ~
[개 자식!]
채찍을 맞은듯한 강한 통증이 그의 뺨에 작렬했다. 상황을 판단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감히 니가 날 농락해 ! 이 개 자식아 !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였냐? ]
그의 뺨을 또다시 반지낀 기다란 손바닥이 스치고 지나갔다.
쨕 ~
[아니, 실장님. 왜 그래요? 실장님도 원한 일 아닌가요?]
[뭐야. 이 개 자식아. 내가 널 원했다구? 닥 쳐 ! ]
[.....실장님]
[나 내려 줘. 이 더러운 자식. 너 낼 보자 !]
서희가 소리치자 백 미러로 힐끔힐끔 쳐다보던 대리 운전자가 도로 옆에 차를 세웠다. 서희는 몸을 비틀거리면서 차 문을 열었다.
[실장님. 차라리 내가 내릴께요. 이거 실장님 차예요. 타고 가세요.]
[그래 내려 ! 이 개 자식아. 아무 여자나 술에 취하면 그저 '따 먹으려고'만 드는 너같은 자식들은 혼쭐이 나야 돼 ! 내려!]
[...실장님........]
그가 안타까운 눈빛을 그녀에게 던졌다. 그녀는 여전히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무나 황당한 상황에 그는 어찌 할 바를 모르며 차문을 열었다. 차문을 닫기 전에 한 번 더 차안을 들여다 보았다. 아직도 씩씩거리며 흥분해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그러나 이미 잠들어 있었다. 방금전 그 자세 그대로 그녀는 잠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 취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운전자에게 한 번 더 부탁하고는 차문을 닫았다.
차가 떠날때에도 여전히 그녀는 자고 있었다.
'아 줌 마'
'손 님'
'아 줌 마'
'손 님'
그녀의 의식을 깨우는 외침의 파편들.
혼미한 그녀의 뇌속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목소리.
서희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희미한 그녀의 동공속으로 빈이 들어왔다. 발그레한 아이의 얼굴이 그녀를 기분좋게 했다.
[음, 빈아. ]
[아줌마 술먹었어?]
[응......]
[손님 이제 저 가겠습니다.]
차문옆에 대리운전자가 서 있었다. 서희는 그남자를 금방 알지 못했다. 술이 과했다. 정신을 차리고는 핸드백에서 돈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돈을 받자 그는 자리를 떠났다.
[아유, 우리 빈. 추웠어? 손 차가운거 봐. 자 들어가자.]
[아 줌 ~ 마. 똑 바로 걸어요.]
[그래.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 술 한잔 했다.]
[왜 기분이 안 좋은데....?]
[그냥. ]
[지금은?]
[우리 빈이 보니깐 아주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래? 그럼 빈이도 기분 좋아요. 아줌마]
품에 안기는 빈이 좋아 그 아이를 꼭 끌어 안았다. 오피스텔 문을 열때까지 그녀와 빈은 서로를 꼭 끌어 안고 걸어갔다.
오피스텔에 들어오자 서희는 피곤함에 견딜수 없었다. 바로 소파에 쓰러졌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아줌마. 그냥 자면 어떻게 해. 그럼 나쁜 어린이야.]
빈이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자꾸 잠속으로 잠기는 그녀의 뇌를 그 아이는 가만 놔두질 않았다. 귀찮았지만, 이게 가족인가 하는 포근한 생각이 금방 그녀를 기분좋게 했다. 그것은 포근한 구속이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빈이 일으켜 세운대로 일어나 앉았다. 비록 눈은 떠지질 않았지만, 엉거주춤 앉아 있는 그녀를 아이가 끌어 안았다. 부드러운 아이를 그녀도 팔을 돌려 안아주었다. 비록 육체는 피곤이라는 벌레에 잠식 당했지만, 그 벌레는 정신까지는 잠식하지 못했다. 기분좋은 피곤함에 아이를 바스라지도록 끌어 안았다.
[아유, 아줌마. 무거워. 나한테 기대면 난 어떡해.....]
[그러니? 히히. 자 그럼 이렇게 안고 있자......]
빈을 안고 소파에 등을 기대자 훨씬 편한 자세가 되었다.
서희는 빈을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더 없는 편안한 평화가 그녀의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빈의 머리에서 차가운 우유냄새가 났다. 빈의 볼이 그녀의 뺨에 느껴졌다. 부드러웠다. 아이의 볼에 뺨을 비볐다. 아이가 입을 맞추어왔다. 아이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맛있는 케익을 먹는 듯 아이는 쪽쪽 소리가 나게 그녀의 입술을 맛나게 먹었다. 그녀는 아이의 입술이 간지러워 미소를 지었다. 입술 언저리에 뜨거운 아이의 혀가 느껴졌다. 부드러운 솜사탕마냥 달콤한 향내로 그녀의 입술을 파고 들었다. 거부하기 힘든 향긋함에 그녀는 아이의 혀를 냉큼 받아들였다. 맛있었다. 그것은 부드러운 오르가즘이었다. 아이의 입술에 젖어드는 자신을 내던지고 싶었다.
젖가슴에 아이의 손이 느껴졌다. 아이는 부끄러운 몸짓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한웅큼 쥐어왔다. 그녀는 아이를 품에 가득 품어 안았다. 딱딱한 물체가 아랫배에 느껴졌다. 아이의 통실한 엉덩이를 스다듬었다. 딱딱한 막대기가 더 강렬하게 아랫배를 자극해 왔다. 아이의 손에 이미 젖가슴은 단단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손이 어느덧 그녀의 아랫배에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