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불청객 5 {패숴드2}
[아줌마......]
[.....응?.....]
하이얀 살결은 백지장보다 더 약해 보였다. 창백한 살결은 아직 영글지 않아 붉은 색 실 핏줄을 숨기지 못했다. 한 뼘도 되지 않는 아이의 등줄기에 닿으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한 척추가 밑으로 흐르고 있었다. 아이의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서희의 손가락에 젤 같이 부드럽지만, 대견스럽게 제 역할을 하는 뼈마디가 느껴졌다.
[사랑이 뭐예요?.....]
[사랑?]
[.....응]
옆에 앉아 궁금한 듯 서희의 눈을 바라보는 동그란 아이의 눈이 사랑스럽다. 천진한 아이의 눈이 서희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서희는 아이의 해 맑은 눈빛에서 이제 다시 평상으로 돌아온 그 아이를 보았다. 어젯밤 빈은 늠름한 기마 장군이었다. 조그마하고, 쥐면 터질 것 같은 연약함으로 늘 서희의 가슴에 애잔함을 남겼던 아이는 어젯밤 서희의 위에서 당찬 개선장군 같았다. 이제 다시 아이로 돌아온 빈이 그녀는 고마웠다. 어젯밤 일로 순수한 아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걸 왜 물어보니?]
[....그냥요]
[아니야, 니가 갑자기 그걸 물어보는 것은 필시 무슨 생각을 해서야...그치?]
서희가 방그레 웃자, 아이도 해맑게 웃어 보였다.
[말해봐....무슨 생각을 한거야?]
[.....난, 단지 내가 아줌마를 사랑하는지......한번 생각해 보려구요......헤헤.]
[뭐야? 하하하]
서희가 빈의 옆구리를 간지럽히자 아이가 못 참겠다는 듯 데굴데굴 이불 위를 굴렀다. 언제나 조용한 적막감만이 묵직히 자리하던 서희의 오피스텔에 오랜만에 사람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그들은 한참을 웃고서야 장난을 멈추었다. 서희도 아이도 장난에 지쳐 얼굴이 벌게 졌고, 숨을 식식거렸다. 일요일 아침은 그렇게 오래 만의 달콤한 휴식을 서희에게 안겼다. 아직도 장난의 여운으로 실실 웃고 있는 빈을 당겨 옆으로 뉘였다. 알몸의 아이가 서희에게 안겼다. 아이의 조그마한 가슴에 작은 점이 두 개 뭍어 있었다. 손가락으로 매만지지만, 쉬이 잡히지 않는 아이의 젖꼭지를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스다듬었다. 아이가 조용히 눈을 감고 식식거리는 숨을 몰아 쉬었다.
[빈아, 사랑은 말이야....서로를 위하는 거야.]
[서로를 위하는 거? 그게 뭔데요?]
[아줌마가 늦게 들어오면 니가 무슨 일이 있나 걱정하는 거.....그게 사랑이단다.]
[음.....무지 간단하구나....사랑이란게......]
[아줌마가 우리 빈이 알기 쉽게 설명해서 그렇지, 사랑이란 그리 간단한 게 아니야.]
[그럼 뭐야?]
아이는 앙징맞게 참외배꼽을 가지고 있었다. 여린 사슴처럼 연약한 살결 위에 영글지 않은 듯 볼록하게 올라있었다.
[사랑은.....음.....안타까움이야.]
[안타까움?]
[응.....안타까움......]
[뭐야? 더 못 알아듣겠네.....]
[그건 빈이 조금 더 크면 알게 될꺼야.]
아이의 조그만 막대를 만지며 서희는 긴 한숨을 내 쉬었다. 태내 살갗 같은 창백한 피부 밑으로 잔잔한 실핏줄이 내 달리고 있었다. 어젯밤 일로 아직 빨간 기운이 가시지 않은 막대를 서희는 신기한 듯 매만졌다. 금방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이는 어젯밤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이는 서희의 가슴을 어색하게 더듬었었다. 아랫배를 짖누르는 아이에게서 서희는 도전적이고 억센 남성적인 힘을 느꼈었다. 그것은 순간적으로 그녀의 의식을 혼돈에 빠뜨렸고, 이러면 안 된다는 내면의 제어장치를 망가뜨리게 했다. 자신을 억누르는 또 다른 자신을 애써 망각하며 그녀는 자신을 아이에게 내 몰았었다. 아이가 자신의 사타구니를 숨차게 파고들자 서희는 서둘러 아이를 벗기고 자신도 벗었었다. 흥분에 떨고 있던 아이를 자신에게 맞추고서 깨질세라, 다칠세라 조심스럽게 아이의 허리를 끌어안았었다. 그녀는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새끼 동물마냥 자신 속에서 헐떡이며, 키스하며, 서툴게 몸을 움직이는 아이를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후하며 자신의 젖가슴으로 스러진 아이를 보며 모든 게 끝났음을 알았다.
아이는 곧 달콤한 피로함으로 잠들었지만, 서희는 쉬이 잠들 수가 없었다. 자신도 어쩌지 못한 또 다른 자신에게 그녀는 저주를 퍼부었다. 어떤 충동이 이런 결과까지 가져 왔는지 쉬이 알 수가 없었다. 새근거리며 잠 든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녀는 자신 속에는 또 다른 서희가 살고 있고, 그것은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악마일거라고 애써 자위하였다. 이제 어미의 품에서 벗어난 어린 아이에게 능욕을 당한 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신 내면의 또 다른 서희가 그녀를 그 같은 길로 이끌었을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아이는 여전히 천진하게 그녀 옆에서 잠들어 있고, 아직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아줌마, 어젯밤 그거 말이야......]
[엉?......뭐?]
[그거........]
[.......응]
[그게 사랑이 아니야?]
아이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이불 속으로 쑥 들어갔다.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아무 예고도 없이 속절없이 무너진 자신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회사까지 소홀히 하며 봉천동 골목을 헤매는 모양새가 어색하여 서희는 몇 번이나 자신을 둘러보았다. 경찰서 다니는 대학 동기의 도움으로 그만한 또래의 가출 아이를 뒤져보았지만, 딱히 빈이라고 할만한 아이는 발견하질 못했다. 걔 중에 그래도 빈과 비스무레한 아이의 주소를 받아들였지만, 봉천동 골목에서 그 주소를 찾기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서울에 아직도 이런 골목이 있나 싶게 난해한 미로가 서희의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쌀쌀한 겨울 바람이 뺨에 몰아쳤지만, 옷깃을 단단히 여미며 후미진 골목을 돌아다녔다.
골목은 싸늘한 날씨 탓인지 인적도 없었다. 첩첩이 이어진 계단을 오르다 주머니 속에 꼬질 꼬질하게 구겨진 종이 쪽지를 한 번 더 확인하였다.
산 198 - 4 번지......
가파른 산등성이에 위태하게 매달린 듯 길게 꼬여 있는 골목 모퉁이에 문방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묘한 동질성을 느끼며 서희는 문방구의 허름한 출입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김치찌개 냄새가 코를 찔러 왔다. 주인은 늦은 점심을 하는 모양이었다.
[계세요?]
방인 듯한 문 쪽에서 인기척을 느끼며 가게 안을 휘 둘러 보았다. 자신이 디자인한 볼펜이 보이지 않아 저으기 실망스러웠지만, 오늘은 시장 조사를 나온 게 아니었다.
[뭐 드릴까요?]
덥수룩하게 제멋대로 빗어 넘긴 흰머리를 디밀며 주인인 듯한 노인네가 방문을 빼꼼히 열어 서희를 쳐다보았다. 문틈으로 열심히 숫가락질 하는 노파의 모습이 보였다.
[저, 산 198-4번지가 어디쯤 될까요?]
[198 몇 번이요?]
[다시 4요......]
[음.......4번지라......]
[여기서 가깝나요?]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거리요. 잘 찾아 가면야 금방이지만, 이 동네 모르는 사람은 한나절 걸리는 거리일수도 있으니깐두루.....]
[좀 가르쳐 주실래요?]
[요 앞 골목을 타고 곧장 가시오. 골목 끝나는 지점에 바느질 집이 있을거구만. 거기서 우로 난 골목을 타자 마자 바로 왼쪽으로 돌아 쭉 올라가면 거기 통장집 간판이 보일거요. 거기서 한 번 더 물어 보는게 나을거요.]
문방구 주인의 말이 서희에게 힘을 주었다. 비록 지금 찾아가는 집이 빈의 집일 가능성은 없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지금까지 잘 찾아 온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위태하게 매달린 골목길을 걸어가자 겨울 바람이 세차게 서희의 사타구니를 타고 돌았다. 절로 목이 움추려지는 차가운 날씨였다. 오피스텔 주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차가움이 서희의 뺨을 얼얼하게 했다.
왜 빈의 집을 찾아 나섰는지, 그녀에게도 딱히 이거다 하는 답은 없었다. 단지 빈이 어떤 아이인지 알고 싶었다. 집과 가정이 있는 아이인지 찾아보고 싶었다. 집이 있다면 왜 가출했는지, 가출하지 않았다면 미아가 되었는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그것도 저것도 아니면 고아인지도 알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아이에게 속절없이 무너진 자신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 빈의 용모와 매력에 반해 내 자신을 버렸을까?'
'아님, 외로움에 지친 늙은 여우가 싱싱한 늑대를 유혹한 것일까?'
문방구 주인이 일러준 길도 만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벌써 몇 번을 올랐던 계단 탓인지 서희의 무릎은 뻐근하게 굳어져 왔다. 쥐가 난 듯 얼얼하였다. 팽팽한 허벅지의 힘줄이 그대로 느껴졌다. 포기하고 내려갈까 하는 후회도 생겼다. 무엇보다 피부 속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겨울 바람이 견딜 수 없었다.
끝을 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으로 힘겹게 걸어가던 서희의 눈앞에 통장 집이 보였다.
그리고 통장이 일러준 대로 한참을 걸어가자 거기 흰 분필로 씌여진 글씨가 서희를 기쁘게 했다.
198 - 4
인구 조사를 할 때 써 놓은 듯 대부분 사라진 분필 가루였지만, 희미하게 아직 그 집이 198 - 4 번지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서희는 198 - 4 라는 집 앞에서 쉼 호흡을 크게 한 번 하였다. 잔잔한 긴장감이 그녀를 에워쌌다. 빈의 집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집이었다. 일단 확인해 보아야 했다. 아무 장식도 없이 소박하게 만들어진 조그마한 나무문이었다. 오래 전에 칠을 한 듯 대부분 벗겨진 파란색의 페인트가 앙상하게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밑둥은 썩어 까맣게 변색된 채로 구멍이 훵하니 뚫려 있었다. 밀어 보았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두드렸다.
[계세요?]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한 번 더 주먹으로 두드렸다.
[계세요?]
이번에도 역시 아무 인기척이 나지 않았다. 차갑게 언 주먹으로 몇 번 더 대문을 두드렸다. 손이 얼얼하였다.
[안에 아무도 안 계세요?]
아무도 없는 것이 분명한 집이었다. 허탈했다. 긴장감이 쑥 달아났다. 긴장감이 풀려서인지 갑자기 추워왔다. 눈에 익히려는 듯 한 번 더 대문을 보고 서희는 발길을 돌렸다.
'띠리리링....................'
[여보세요?]
[............]
[여보세요?]
[........실장님, 박입니다.]
[.....박이라니요?]
[박형진이라구요.]
[.......또 무슨 일이죠?]
[어디 계세요?]
[내가 어디 있는걸 박 형진씨가 알아서 뭐하게요? 내가 박 형진씨에게 어디 있다는 걸 보고할 이유가 없잖아요?]
[아니, 그게 아니고......]
[난 박형진씨 부서 상사예요. 내가 당신한테 왜 그런걸 얘기해야 하죠?]
[난, 사적(私的)으로 물어보는 겁니다. 사적으로 물어 보면 안되나요?]
[난 박형진씨에게 사적으로라도 알려 주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요.]
'딸깍!'
서희가 폴더를 닫자마자 핸드폰이 또 다시 요란하게 울렸다.
박 형진씨의 고집이야 모르는 바도 아니었지만, 무시하고 파워를 꺼 버렸다. 산 계단을 내려오는 서희의 발걸음이 더디게 움직였다. 그것은 박형진씨와의 대화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세찬 겨울 바람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뒷 골을 팽팽하게 당겨오는 빈과의 관계가 그녀의 다리근육을 사뭇 지치게 했다.
'이제 어떡하지..........?'
[아이고, 실장 님하고 오랜만에 오붓하게 술잔을 기우니께 절로 술맛이 나네요....흐흐]
[잔말 말고 술이나 마셔.]
[그러지요. 흐흐. 비록 늙었지만, 처녀 총각끼리 이렇게 술 마시니깐 얼마나 좋아요?]
서희가 따라주는 대로 김 대리는 넙죽넙죽 소주잔을 목구멍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푹 삶은 뼈다귀를 냄비에서 꺼내어 쭉쭉 빨아먹었다. 김 대리의 소탈한 모습은 언제 보아도 서희를 마음 편하게 했다. 차가운 겨울 바람 속에 오래 있어서인지 서희는 취기가 빨리 올라왔다. 입맛이 씁쓸하여 감자만 두어 개 집어먹었다.
[아따, 실장님 오늘 이상하네. 샤뎅이는 이 뼈다귀가 주인인 것인디, 왜 그렇게 감자만 먹어요? 퇴끼 새끼도 아닌디 말이여.]
[감자탕 주인이 왜 뼈다귀야? 말 그대로 감자지.....]
[하하. 말 돼네.....]
큼지막하게 웃는 김 대리의 입안에 고깃덩이가 가득 차 있었다. 오늘 서희는 마음 편한 술친구가 간절히 생각났었다. 이럴 때면 늘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김 대리였다. 친구들이야 모두 시집가고 장가가서 더 이상 그녀의 차지는 아닐 것이다. 비록 회사 동료지만, 멀리 있는 친구보다는 늘 가까이 있는 김 대리를 오히려 마음 편하게 부를 수 있었다.
[실장 님. 오늘 무슨 일 있나요? 얼굴이 영........]
[.............]
[아따 그런 우거지상 그만 하고 술이나 먹자구요. 흐흐]
김 대리가 술잔을 부딪치자, 서희도 단숨에 들이켰다. 싸늘한 소주가 시원하게 목젖을 타고 돌았다. 알싸한 게 술맛을 돌게 했다.
[실장 님, 오늘 어디를 그렇게 다니셨어요?]
[응? 응......오랜만에 시장조사 좀........]
[실장 님도 참. 신제품 개발에 눈 코 뜰 새 없는데 시장조사는..........]
[머리가 굳어서 말이에요. 한 번씩 돌아야겠더라구.]
[그럴 때도 있죠.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돌아다니는데 최곱니다.]
[김 대리, 박 형진씨 일하는 거는 좀 어때?]
[뭐 특별히 모난데 없구, 잘 합니다.]
[김 대리 학교 후배라 후한 점수 주는 거 아니야?]
[하하. 실장 님도 내가 그럴 사람이나요?]
김 대리가 술을 마시자 서희도 따라 마셨다. 김 대리가 담배에 불을 붙이자 서희도 담배를 빼 들었다. 허공으로 퍼지는 담배 연기 속에서 갑자기 빈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그 아이는 지금 집에서 뭘 하고 있을까?'
핸드폰을 꺼내 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어디다 전화하세요?]
전화벨이 세 번 울리자 수화기 드는 신호가 핸드폰에 느껴졌다.
"여보세요?"
[빈이니?]
"응. 아줌마. 왜 안 들어 와?"
[응. 곧 들어갈게. 밥 먹었니?]
"응. 아까 먹었어."
[아고. 우리 빈 착하네. 아줌마 금방 들어갈게.]
"빨리 들어 와야 돼. 안 그럼, 빈이 울거야."
[알았어. 자, 뽀뽀.]
서희가 쪽쪽 입술을 맞춘 후 핸드폰을 내려놓자 김 대리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실장 님. 그 동안 애 낳어요?]
김 대리 말을 무시하고 술잔을 입에 넣었다. 쌉싸름한 소주 맛이 혀끝에 매달렸다. 큼지막한 깍두기를 한입 배어 물었다. 쭉 빨아들인 담배 연기가 깍두기와 함께 목구멍 속으로 넘어갔다.
[김 대리, 내가 어제 책을 보았는데 말이에요.......]
[예.]
[..........어린 아이와의 사랑에 관한 소설이었어요.]
[................]
[..........김 대리는 그게 현실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엉? 뭔 소린지 모르겠구만요.]
[음......그러니깐, 어린 아이와의 사랑이 가능하겠냐, 이거예요.]
[글쎄요. 그건 소설 속 이야기니깐 그렇다치고, 현실에서 그게 가능한 얘기예요? ]
[.......]
[뭐, 어린 여자 아이와의 사랑이야 영화로도 있었지만요. 그건 꾸민 이야기니깐 가능하겠지요. 허구의 세계에서야 뭣인들 불가능하겠어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정면으로 다루어서 머더 퍽커도 만드는데요. 하하]
[역시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단 얘기지요?]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지금도 원조교제다 뭐다 해서, 어린 애와 매매춘도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잖아요. 그리고, 사랑에는 지 애미 애비도 없다는데, 눈깔이 홱까닥 돌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어요?]
[....그렇지요?]
[결국 사랑에는 아무런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다, 이건데....... 그건 어디까지나 픽션에서나 가능할 거라고 생각되네요. 그게 현실에서 가능하면 내가 오늘날까지 홀애비 생활 하겠습니까? 벌써 학부형 돼서 허리 휘겠지요. 흐흐]
[...........]
[그리고, 현실에서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성인은 쇠고랑 각오해야 할겁니다. 미성년자 약취 어쩌고 하는 죄목으로다......]
[.........]
[아니, 실장 님 오늘 이상하네....... 딴 여자와 앉아 술 먹는 기분입니다. 내가 오늘 오랜만에 어디서 늙은 여우라도 한 마리 부킹해서 지금 꼬시고 있는 중인가?]
[뭐요?]
[하하. 그러게 개 풀 뜯어먹는 얘기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자구요.]
김 대리의 잔에 술잔을 부딪치며 서희는 한 번 더 빈을 생각했다. 과연 빈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어린 아이와의 사랑이 가능한 것인지, 그녀로서는 알 수 없는 희뿌연 안개가 자신을 에워 쌓고 있음을 느꼈다.
[아줌마......]
서희가 오피스텔 현관문을 열자 빈이 반갑게 달려 나왔다.
너무 보고 싶었던 마음에 그녀도 아이를 끌어안았다.
[우리 빈 오늘 아줌마 없어서 심심했지?]
[응. 넘 보고 싶었어. 아줌마]
[그래, 뭐 하고 놀았어?]
[그냥.......]
[자 아줌마 옷부터 갈아입고........]
[나, 오늘 하루 종일 아줌마 생각만 했다.]
소파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며 서희는 옷장 속에 외투를 집어넣었다.
[응. 그랬어? 무슨 생각했는데.....]
팬티 스타킹을 벗어 한 발로 치우며 실내복을 꺼내는 그녀의 허벅지에 차가운 아이의 손길이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차가움에 뒤를 돌아보자 아이가 어느새 그녀의 풍성한 엉덩이를 스다듬고 있었다.
[.....있잖아........]
아이의 홍조 띤 얼굴을 보자 서희도 금새 얼굴이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