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30)

야! 윤경진!

너, 내가 메일 보낸지가 언젠데 아직도 답장이 없니?

동방신기 오빠들이랑 사진찍었다는거 거짓말이지?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해. 그러면 한번은

봐준다. 진짜라면 증거를 보내란 말야. 괜히 핑계대면서 시간끌지 말고. 한국가서 우리반

애들한테 니가 유노윤호 오빠 찍었다고 소문 다낼거야. 정미가 아마 가만 안 있을걸? 유노윤

호 오빠는 걔가 먼저 찜했잖아. 암튼 알아서 해.

한국은 아직 많이 춥지? 여기는 더워 죽겠어. 처음 왔을땐 따뜻해서 좋았는데 갈수록 더워. 

왕짜증이야. 서울에 눈 많이 왔니? 미국 오기전에 눈오는거 한번 밖에 못봐서 아까워 죽겠다.

엄마가 1월말에 서울가쟤. 그때도 눈올까? 엄마는 2월달에도 눈올거라고 걱정말라는데 난 믿

기지가 않아. 작년 2월달에도 눈왔었니? 기억나? 난 기억이 하나도 안나. 

아. 눈썰매 타고 싶다. 

너, 혹시 눈썰매장 갔다왔더라도 아무말 하지마. 자랑하기만 해봐. 그러면 너한테 디즈니랜드

갔다온 얘기 안해줄거야.

아참! 나, 너한테 할말 있어.

그저께 나 생리시작했다. 배가 아파서 화장실 갔는데 똥은 안나오고 해서 오줌만 눴는데 변기

물이 온통 빨갛지 뭐니? 닦아도 닦아도 계속 나와서 정말 혼났어. 휴지로 대충 막고 엄마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되게 많이 혼났어. 두루마리 휴지는 안좋은 종이라서 조심해야된데. 누가

그런걸 알았나? 

그래서 엄마가 나가서 생리대 사오실 때까지 손수건으로 막고 있었어. 근데 손수건은 위생적인

거니? 넌 처음 생리할때 어땠어? 뭘로 막았는지는 얘기 안해줬잖아. 난 니가 꼬치꼬치 다 얘

기해준 줄 알았는데. 당해보니 정말 실망이다, 윤경진.

그리고, 너! 나보고 아직 생리도 안했다고 어리다고 놀렸었지? 이젠 놀리지마. 나 그동안 은

근히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 히히히. 한국에 돌아가면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미국에서 생리

시작한 애는 아마 나밖에 없을걸? 물론 남자애들한테는 비밀이다. 참. 정미랑, 영은이한테

는 말해도 돼. 

아! 비밀얘기가 또 하나 있어. 이건 정미하고 영은이한테도 말하면 안되는건데. 너만 살짝

알고 있어라. 엄마가 아빠랑 재민이 오빠한테도 말하면 안된다고 한거야. 

나 동생 생긴대!

엄마가 나 생리 시작한 날 가르쳐줬어. 엄마가 한국에서 생리대를 안 가져왔다길래 내가 막 따

졌었거든. 엄마도 생리하면서 왜 안 가져왔냐고 말이야. 근데 엄마가 그러는거야. 엄마는 몸

속에 내 동생이 생겨서 생리를 안한다고 말이야.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처음엔 기분이 무지 좋았어. 너한테 남동생 있다고 내가 부러워하는거

잘 알지? 나도 남동생이 생기는거잖아. 그런데 엄마한테 남동생이냐고 물었더니 아직은 모른

데. 그래서 지금은 또 걱정이야. 여동생이면 어쩌지? 난 남동생 갖고 싶은데. 

이름은 내가 벌써 지어났어. 희동이! 어때? 맞어.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희동이! 귀엽

지? 근데 혹시 눈치챘니? 크크크. 사실은 내 이름하고 동훈이 오빠 이름에서 한 자씩 딴거

야. 몰랐지? 

엄마한테 꼭 남동생으로 낳아달라고 부탁했더니 웃기만 하셔. 그렇게 남동생이 좋으면 기도 열

심히 하래. 그래서 틈만 나면 기도하고 있어. 너도 기도해줘. 남동생이면 떡볶기 한턱 쏠께.

아. 그러고 보니까 떡볶기도 먹고 싶네.

그건 그렇고 좀 이상하지 않니? 아빠랑 재민이 오빠한테는 왜 비밀로 하라는 걸까? 왜 비밀로

해야되냐고 엄마에게 물어봤더니 깜짝 놀라게 해줄려고 그러신데. 설마 낳는 날까지 비밀로 하

진 않으시겠지? 임신하고 몇개월 지나면 배가 불룩 해질텐데 어떻게 숨겨? 그 전엔 얘기하시

겠지? 

비밀 지키는 대신 엄마가 서울가서 브래지어 예쁜 걸로 사주실거래. 생리 시작하면 여자가 된

거니까 속옷도 잘 갖춰입어야 하는거라나. 니가 보기엔 어때? 내가 브래지어 해도 이상하지

않겠니? 너도 알잖아. 나 가슴 없는거. 원래 생리 시작할 때 되면 가슴도 같이 나오는거 아

니었니? 난 자고 일어나면 가슴이 볼록 솟아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전혀 아니야. 

오늘 아침도 혹시나 하며 만져봤는데 그대로야. 꼭지만 느낌이 좀 이상하더라. 너도 생리할

때는 꼭지가 이상해지니? 넌 그래도 가슴이 조금 올라왔잖아. 비결이 뭐야? 자세히 좀 가르

쳐줘. 남자들은 가슴 큰 여자 좋아하잖아. 우리 엄만 가슴 엄청 큰데. 난 왜 이렇게 작냐? 

작은게 뭐야. 아주 납작하기만 한걸. 정말 기분나빠 미치겠어.

엄마한텐 쪽팔려서 못 물어봐. 그러니까 니가 가르쳐줘. 꼭이야.

아빠가 엄마를 좋아하시는 이유도 아마 가슴때문인거 같애. 솔직히 우리 엄마가 그렇게 예쁘

진 않잖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왜 그런 얘기를 하냐면.

저번 여름방학에 미국왔을때 엄마가 아빠랑 같이 안자고 나랑만 자서 걱정이라고 했잖니. 혹시

두분이 사이가 나빠지셨나? 이혼하시는거 아닌가? 내가 그런 얘기 했던거 기억나니?

그게 괜한 걱정이었나봐. 아빠랑 엄마랑 계속 같이 주무셔. 저번엔 나랑 재민이 오빠 놔두구

두분만 1박2일로 여행까지 갔다오셨어. 참 다행이야. 그렇지?

그리고 우리끼리만 얘긴데. 

우리 엄마 참 이상해. 공주병 있나봐. 아빠가 그렇게 잘해주시는데 엄마는 그거 반에 반도 안

한다. 아빠한테 미안하지도 않나? 보다보다 짜증나서 작년에 동훈이 오빠네 아줌마랑 싸우다

맞은거 다 얘기해 버리려다가 말았어. 

도대체 둘이 왜 싸운걸까? 사실은 싸운 것두 아닌것 같애. 너두 그때 우리 엄마 얼굴 봤잖아.

동훈이 오빠네 아줌마는 멀쩡했거든. 그게 어디 싸운거니? 일방적으로 맞은거지. 창피하게

시리. 엄마얼굴 이상하다고 정미가 학교에서 얼마나 놀렸니? 그땐 정말 못참겠더라. 니가

말리지 않았으면 정말 사고쳤을거야. 너한테 진짜 감사하고 있어. 

넌 내 하나뿐인 친구야. 진심이야.

나중에 크면 그 못돼 쳐먹은 아줌마한테 꼭 복수할거야. 니가 그때 옆에서 증인이 되어줘. 그

때까지 내 친구로 남아 있어 줄거지? 약속하는거다? 너만 옆에 있으면 난 안심이야. 

근데 한 가지 걱정이 있어. 동훈이 오빠가 방해하면 어쩌지? 그래도 동훈이 오빠네 엄마잖아.

내가 복수하려는걸 알면 가만히 두고 보진 않겠지? 게다가 다시 생각해보니까 좀 이상한 것두

있어. 그때 내가 니네 집 갔을때 우리 집에는 엄마, 동훈이 오빠, 그 아줌마 이렇게 셋만 있

었거든. 동훈이 오빠가 우리 엄마 잡아서 못 움직이게 하고 아줌마가 때린게 아닌가 그런 생

각이 드는거 있지. 

엄마가 그 아줌마보다 키도 더 큰데 일방적으로 맞을 리가 없잖아. 우리 엄마가 그 아줌마한테

무슨 잘못해서 그냥 맞아줄 리도 없구 말이야. 

니 생각은 어떠니? 천천히 생각해보고 대답해줘. 건성으로 대충 넘기면 안돼. 나한텐 무지

중요한 문제니까.

물론 난 동훈이 오빠를 믿어. 

동훈이 오빠가 얼마나 착한데? 

그런데 오빠네 엄마는 왜 그러나 몰라. 혹시 계모 아닐까? 아줌마는 짜리몽땅한 땅딸보에다가

되게 못생겼는데 동훈이 오빠는 키도 크고 잘 생겼잖아. 볼수록 의심스러워. 

휴. 그건 그렇고. 생리 시작하기만 기다렸는데 진짜 절망이다. 가슴은 안 나오고 아랫배만

꾸물꾸물 아프구. 이게 뭐니.

이래서야 동훈이 오빠한테 어떻게 어필하겠냐구. 정말 한숨만 나온다.

경진아, 넌 좋겠다!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동훈이 오빠를 볼 수 있으니 말야. 내 가슴이

커질 때까지 오빠한테 여자친구 생기면 안되는데. 그나마 아직은 기도가 통하고 있는 것 같

아서 다행이야. 

이것도 애들한텐 비밀! 알지?

넌 명철이 오빠하고 많이 친해졌니? 설마 먼저 고백한 건 아니지? 같은 날 동시에 고백하기로

약속한거 잊지마! 약속 어기면 넌 친구도 아니야. 난 혼자선 절대 못해. 만화에서 보면 고백

같은거 안해도 주인공끼리 자연스럽게 잘도 연결되던데. 우린 이게 뭐냐? 좀 비참해진다.

그래도 동훈이 오빠는 내 운명의 남자니까. 그리고 명철이 오빠랑 너도 분명히 전생에서부터

맺어진 운명의 커플일거야. 우리의 사랑이 맺어지도록 함께 열심히 기도하자! 하나님께서 꼭

들어주실거라고 믿어. 

궁금한 건 얼마나 기도를 해야 들어주실까 하는 거야. 1년이면 될까? 3년? 아니 5년? 설마

안 들어주시진 않겠지? 우린 아직 어리니까 적어도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쯤은 되어야 기도한

것이 이루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구나. 가능하면 좀더 앞당겨달라는 부탁 기도를 따로 해

야할까?

방금 니 싸이홈피에 갔다왔어. 동방신기 오빠들이랑 찍었다는 사진은 한 장도 없네? 점점 수

상하다, 너? 

암튼 이거 읽거든 바로 답장해. 짧게 쓰기만 해봐. 

그럼 니 싸이에 가서 악플로 도배해버릴거니까. 

답장 기다릴게!

"위험한 곳엔 절대 근처도 가지마. 알았지?"

"알았어요."

"인솔하시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술은 안 들키게 적당히 마셔라."

"이 이는?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에요? 술을 왜 마셔요? 동훈이 너, 나쁜 애들이랑 어울려서 술마시고 그러면 안

돼! 알았어?"

동훈이가 여행 준비를 모두 마치고 현관앞에 신발까지 신은 채로 벌써 10여분째 잔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다른 중학교들은 대개 12월달에 해치워버린 졸업여행을 동훈이네 학교만 유독 2월 개학전에 갖게 된 이유는 명확

히 알려지지 않았다. 학생들이야 늦게라도 남들 먹는 밥 찾아먹게 된걸 다행으로 여길 뿐이고, 학부모들은 돈 굳

고 사고칠 기회 없어졌다는 기대를 배신한 학교의 처사가 분하지만 자식들은 모르게 속으로만 삭일 뿐이다. 

술이라고? 당치도 않은 말씀이다.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 몇 명이 술을 숨겨갔다가 모두 압수당하고 선생님들 좋은 일만 시키고 말았던 아픈 기억

이 있다. 물통에 담아온 녀석, 반찬통에 담아온 녀석, 심지어 보온밥통에 담아온 녀석들까지 하나 남김없이 모조

리 들켜버렸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라."

"동훈아,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해. 알았지?"

엄마 은혜가 현관문 밖까지 얇은 홑치마 바람으로 쫓아나왔다. 동훈이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손을 흔들

며 한쪽 눈을 찡긋 감아보였다. 마주 보고 손을 흔들어주는 엄마 은혜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지는 것 같다. 

[우리 엄마 오바하시네. 겨우 2박3일인데.]

"엄마! 걱정하지마! 갔다올께."

"밥 잘 챙겨먹어. 음식이 이상하면 억지로 먹지말고 엄마가 준 용돈으로 따로 사먹어. 알았지? 차 조심하고! 산

올라갈 때 눈 조심하."

- 쿵.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엄마의 걱정스런 잔소리도 끊겼다. 말허리가 중간에 잘리니 왠지 찝찝하다. 동훈이는 핸

드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치기 시작했다.

- 엄마. 너무 걱정마세요. 잘 갔다올게요. 뽀뽀~ 쪽!

"야, 씨발, 무슨 과일 팔러 가냐? 왠 과일을 이렇게 잔뜩 싸왔어?"

동훈이네 반 학생들을 태운 차에 교감선생님이 탑승하시는 바람에 목적지까지 아무런 이벤트도 없이 지루하게 가

고 있던 중에 명철이 녀석이 슬그머니 가방을 열어보였다. 가방에는 사과, 오렌지, 배, 레몬 등의 과일로 가득차 

있었다. 명철이가 운전석쪽에 앉아계신 선생님들의 눈치를 살피더니 큼지막한 사과를 한 개 꺼내보인다.

"임마, 모르면 잠자코 있어. 이게 그냥 과일로 보이냐? 냄새를 한번 맡아봐라. 향기가 아주 죽일거다."

"킁킁. 아무 냄새도 안나는데?"

"야, 어디 어디. 내가 한번 맡아볼께."

옆자리에 앉은 호준이가 명철이의 손에서 사과를 뺏어들더니 콧구멍에 갖다대었다. 그런데 단박에 눈을 찡그린다.

"뭐야 이거?"

그제야 동훈이도 코끝을 간지르는 알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명철이가 동훈이와 호준이의 표정을 보더니 사과

를 급히 빼앗아 가방안 비닐봉지에 넣고 꽁꽁 묶은 후 지퍼를 꽉 채워버린다. 그러나 수상한 냄새는 이미 점점 퍼

져가고 있었다. 몇몇 예민한 아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이 보인다.

"야! 그거 뭐야? 사과에서 왜 술냄새가 나?"

호준이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명철이가 바로 대답하지 않고 가방 옆구리에서 레몬을 꺼내 반으로 쪼갠 후 공

중에 레몬즙을 뿌렸다. 

"술이 들어갔으니까 술냄새가 나지 임마."

명철이가 어찌된 영문인지 소근소근 작은 소리로 설명해주었다. 집에 있는 양주를 주사기를 이용해서 사과, 배, 

오렌지에 주입했다는 것이다. 깎아서 먹기만 하면 술과 안주가 동시에 해결인 셈이다. 레몬은 술냄새를 숨기기 

위한 방향제 역할이란다. 동훈이, 그리고 가까운 자리에 앉은 녀석들은 한통속이 되어 명철이의 아이디어에 감탄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따 밤에 점호 끝나고 우리반 여자애들이랑 방팅하기로 했으니까 기대하고 있어라. 흐흐흐."

명철이가 호준이와 동훈이의 귀에만 몰래 속삭인 말이다. 

[술과, 여자와, 남자라. 무슨 일이 생길까? 설마 민아는 끼지 않겠지?]

동훈이는 기대감에 들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창밖의 황량한 겨울풍경에 시선을 주어 보지만 별 효과는 

없다. 이렇게 들떠도 되나 싶다. 아침에 본 엄마 은혜의 물기어린 눈망울이 떠오른다.

언젠가 엄마 은혜는 건전한 이성교제는 막을 생각이 없다고 했었다. 

"그냥 이성교제는?"

"그냥 이성교제는 또 뭐야?"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꼭 건전해야 하냐고. 엄마 기준엔 어디까지가 건전한거야? 키스까지? 젖가슴은 만

져도 되나? 내 자지 만지게 하는 건 괜찮은거야? 입으로 빨게 하는건?"

"그만, 그만! 얘가, 얘가. 지금 엄마 놀리니? 그런게 무슨 건전한 이성교제야? 남들처럼만 하란 말이야. 니 또

래 남자애들이 그러는거랑 똑같이! 손잡고 뽀뽀하는 것까지는 좋아. 그치만 그 이상은 안돼. 알았어?"

"치. 웃긴다. 그럼 엄마랑 나두 손잡고 뽀뽀하는 것만 해야겠네?"

"너랑 나랑은 얘기가 다르지."

"어떻게 다른데?"

"어떻게 다르긴? 너랑 나는 엄마 아들 사이잖아. 남남이 아니잖니? 그러니까 더 친할 수도 있고 그런거야."

엄마 은혜는 우기기 대장이다. 논리보다 목소리 큰 것이 우선하는, 떼쟁이 아줌마다. 

해가 바뀌고 한 달여. 동훈이와 엄마 은혜는 서로의 몸에 충분히 익숙해졌다. 그런데, 동훈이에게 있어서 문제점

은 너무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아침나절엔 고등학교 과정의 영어, 수학 학원을 수강하고 집에 잠깐 들러 점심식사

를 한 후 성재의 과외를 위해 이모 은선의 집에 갔다가 오후 4시 전후에 귀가. 

집에 돌아오고 나서는 엄마 은혜의 눈치를 살핀다. 엄마의 눈치를 봐서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으면 달려들어 

올라타고, 그렇지 않으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방문을 닫고 숨어서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을 하거

나, 야동을 보면서 자위를 하거나. 심지어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리기만 해도 그렇게 마음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 

익숙해져서 그렇다기 보다는, 친엄마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15년 가까이 부대끼며 살아왔

다. 화장실에서 문열고 소변보는 엄마에게 버럭 화를 내본 일도 있고, 시장에서 물건값 깎는다고 실랑이 하는 옆

에 서서 창피했던 적도 있다. 아빠랑 거칠게 말다툼하는 소리를 귀막고 들으며 우리 엄마는 왜 저렇게 무식할까 마

음 상했던 것도 여러 번이다. 비록 동훈이가 먼저 덮쳐 이루어진 관계이기는 하지만 엄마 은혜의 알몸을 대하는게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동훈이한테 전화 안왔어? 후루룩."

"그러게. 아직 안왔다. 도착하면 바로 전화하라고 했는데. 후루룩."

동생 은선이의 집. 은혜는 뜨거운 녹차의 열기를 코끝으로 느끼며 시간을 가늠해봤다.

"동훈이 보기보다 많이 의젓하더라, 언니."

"그러니? 의젓해봐야 걔가 얼마나 의젓하려구. 아직 나이가 어린데."

"아니야. 우리 성재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 몰라. 솔직히 나, 걱정 많이 했었거든. 성재가 낯을 좀 가리는 편이잖

아."

성재와 영재 모두 아침부터 학원에 보낸 터라 집안은 고요하다. 은혜는 은선이에게 너무 극성부리면 오히려 아이

들에게 해롭다고 잔소리도 가끔 하곤 하지만, 한편 부럽고 동훈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포크레인 기사인 은선

이 신랑의 벌이는 연봉으로 따지면 7천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동훈이 아빠의 봉급을 추월한지 오래다.

"학교에 서류는 넣었어?"

"아니. 2월초에 내야지. 아직 1월이잖아."

성재는 결국 동훈이가 졸업할 중학교에 배정되었다. 배정결과가 나오자마자 은선이가 전화를 걸어와 교복 물려받

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다. 물론 아무런 댓가없이 물려줄 참이다. 은혜도 한다고 하는데, 동생 은선이가 잇속 차리

는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걸 느낄 때가 많다.

"어머! 벌써 가게? 더 놀다가 점심 먹구 가. 애들도 그때나 올텐데."

"가봐야지. 아침 먹은거 설거지도 안해놓구 왔어. 청소도 해야되구. 간다?"

"그래, 언니. 잘 가."

- 쿵. 철커덕.

- 달그락, 달그락, 쏴아아.

녹차 마신 컵은 세제를 따로 풀 것도 없이 수세미로 박박 문지른 후 물로 몇 번 헹구어 놓으면 그만이었다. 아침 설

거지는 이미 해놓은 터라 당장은 따로 할 일이 없다. 청소며 빨래는 오후로 미룬다.

- 스르륵, 탁.

은선은 유리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다. 화분 뒤에 숨겨둔 담배갑과 라이터를 찾아 담배 한 개피를 꺼낸다. 불을 

부쳐 입에 물고 바깥 창문을 열었다. 고소한 담배연기가 목구멍을 간지른다.

"후."

첫아이를 임신한 걸 안 날부터 딱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된 것은 바로 그 첫아이, 성재때문이었다. 성재의 초

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님이 부르길래 돈봉투를 준비해서 학교에 갔더니 못된 아이들에게 찍혀 돈 뜯기고, 맞고, 괴

롭힘 당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턱턱 막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담배를 살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 변기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태우고, 속을 태웠다. 전학을 시키면 간단할 일이지만, 전학간 학교에서도 왕

따를 당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결국 괴롭힌다는 아이들 집을 일일이 찾아가 소리지르고, 위협하고, 부탁하

는 것이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그 뒤로 괴롭힘을 당하거나 맞는 일은 없어졌지만 친구도 없이 소외된 

처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5학년, 6학년에 올라가서도 생일날 친구 한 명 초대한 적이 없다. 

둘째 영재와는 전혀 딴판이다. 그래서 은선은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녀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하곤 한다. 돌이켜

보면 첫째 성재보다는 아빠는 거의 닮지 않고 그녀를 빼다박은 둘째 영재에게 더 애정을 쏟았던 것 같다. 그러지말

자고 속으로 다짐을 수없이 하건만, 까무잡잡하고 어두운 성재의 얼굴을 대할 때면 저도 모르게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성재의 얼굴이 한껏 밝아졌다. 동훈이 덕분이다. 월화수목, 매일 같이 와서 성재의 공부를 봐주고 

또 놀아주기까지 한다. 고마운 조카다. 그런 조카가 졸업여행을 간다기에 어제는 용돈으로 쓰라고 5만원을 찔러

줬다. 그 돈이면 저녁밥상을 푸지게 차리고 싱싱한 과일까지도 살 수 있지만 전혀 아깝지는 않다. 동훈이가 그만

큼 더 성재에게 잘해줄테니까.

담배때문인지 술 한 잔 생각이 간절해진다. 안방에서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워 대작하자고 하면 마다하지는 않을 것

이다. 그러나, 내 기분 좋으면 만고땡이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지 오래다. 아이들 생각을 해야한다. 은선은 필터 

가까이 타들어온 담배에 침을 뱉어 불기를 끄고 마음을 다잡았다. 환기도 시킬 겸 창문을 완전히 열고나서 수도꼭

지를 틀어 연결된 고무호스를 잡고 화분에 물을 주기 시작한다.

"너희들! 허락없이 숙소밖에 돌아다니다가 걸리면 졸업 못할 줄 알아! 말썽피울 궁리하지 말고 일찍들 자라. 알

았어?"

"네!"

담임선생님은 간단한 말로 저녁점호를 마치고 가버리셨다. 가슴졸이며 가방조사에 대비했던 명철이 등은 허탈해

져서 혀를 쑤욱 내민다. 다행이긴 하지만 뭔가 당한 느낌도 들고, 아무리 졸업하고 나갈 애들이라지만 저리 무신

경해도 되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약간 상하기까지 한다.

"제기랄. 괜히 쓸데없는 짓 했잖아. 그냥 병째 들고 올걸."

투덜거리는 말이 당연하게 들린다. 그래서는 안될텐데 말이다.

- 딩동! 문자왔어요!

명철이가 핸드폰을 열어보더니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야야! 모여봐!"

동훈이도 침대에서 내려와 명철이의 곁으로 갔다. 6인실인 유스호스텔에 이층침대가 세 개. 동훈이는 도착하자

마자 잽싸게 윗층을 찜해 놓았던 참이다.

"지금 여자애 세 명이 우리 방으로 온단다. 그러니까 우리 중에서 세 명이 걔네들 방으로 가야돼. 누가 갈래?"

"야! 누가 오는데? 누가 오고 누가 남는지 알아야 결정을 하지."

"새끼들. 지금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냐? 누가 갈거야? 빨리 말해!"

명철이의 재촉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방안에 앉아 오는 애들을 맞이하는 것과 마당을 가로질러 여자애들 숙소에 

몰래 숨어들어가는 것은 위험도가 천지 차이다. 누가 그런 위험한 모험을 자청해서 하겠는가.

"야, 시간 아까워. 그냥 내가 정한다. 너, 너, 너! 니네 세 명이 저쪽으로 가."

명철이가 지목한 것은 동훈이와 호준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이다. 

"왜 우리가 가?"

지목된 세 명은 잠시 반발해보다가 명철이가 술주사 맞은 과일 몇 개를 봉지에 담아 안겨주자 어쩔 수 없이 물러서

고 말았다. 그 세 명을 내보내고 남은 세 명은 머리를 맞댄다. 

"애들 오면 각자 하나씩 찜하는거다. 하나 가지고 싸우기 없는거야. 알았지?"

주동자인 명철이가 몇 번이고 다짐을 놓았다. 셋은 화장실 거울앞에 나란히 서서 양치질을 했다. 입주변에 거품

이 묻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씨익 웃으며 평소보다 오래 이를 닦았다. 그리고 호준이가 가져온 무스로 머리카락 매

무새를 다듬고 명철이가 가져온 스킨로션을 마치 향수라도 되는 듯 얼굴뿐만 아니라 겨드랑이와 허벅지 사이에도 

발랐다.

그렇게 나름의 준비를 모두 마친 후 둘러앉아서 문쪽만 바라보고 있기를 한참이나 지난 것 같더니 드디어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 똑똑! 딸깍!

"들어가도 돼?"

"어! 들어와!"

방안에 가득했던 남자의 향기를 걷어내며 나긋나긋한 여자의 체취가 밀려들어왔다. 먼저 들어온 것은 촐싹촐싹 말

많은 강나연, 그 뒤에 머리하나 더 큰 김설희,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들어선 것은. 바로 정민아.

"엄마. 나 이거 안 먹을래."

희진이가 기내식으로 나온 돈가스를 한 입 먹어보더니 맛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미숙은 자기몫으로 나온 햇반

쌀밥과 미역국을 희진이에게 양보했다. 약간 질긴 돈가스 조각을 힘주어 씹으며 창밖을 내려다본다. 말그대로 망

망대해다.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 푸른 바다. 푸른.

"우욱!"

미숙은 하마터면 입안에 있는 걸 앞좌석을 향해 뿜어낼 뻔했다. 급히 휴지에 뱉어내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몇 겹으

로 갈무리하고 오렌지쥬스를 한 모금 마셨다. 그래도 울렁거리는 속이 진정되지 않는다.

"엄마. 왜 그래?"

"으응. 엄마가 멀미나서 그래. 신경쓰지 말고 마져 먹어."

희진이가 미숙의 배쪽으로 힐끗 시선을 주더니 다시 밥을 먹는다. 입덧 때문임을 아는 눈치다. 내막을 아는 상대

에게 둘러대고, 상대는 알면서도 속아주고. 딸아이 희진이도 어느덧 그런 것에 익숙해져가는 나이인가 보다.

한번 그러고 나니 돈가스나 계란프라이쪽은 쳐다보기도 싫었다. 방울토마토 몇 개와 오렌지쥬스로 허한 속을 달래

는 수밖에 없었다. 창밖엔 아직도 태평양 푸른 바다. 너무도 청량해 보이는 푸른 빛. 모두 마셔버리고 나면 시

도때도 없이 올라오는 입덧도 개운하게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팔짱을 끼고 가슴을 지그시 압박해보았다. 왼쪽 젖가슴에 살을 째는 아픔이 느껴지며 울렁거리던 속이 조금 가라

앉는다. 왼쪽 젖가슴에 있는 건 동훈이를 위한 선물. 동훈이가 부탁하지 않은 것이기에 더욱 반응이 기대되는 비

장의 카드다.

[도착하면 짐풀고 병원부터 가야겠다. 검사 몇 개 받고 초음파 사진도 찍고.]

초음파 사진을 들이대면 은혜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떤 말을 할까. 벌써 수도 없이 그려본 장면이다. 남편에

게는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다. 한달 뒤에나 얘기하려고 한다. 어쩌면 얘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 뱃속의 아기에게

는 정말 미안하지만 아직은 낳을건지 말건지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혜와 동훈이의 반응을 보고 결정할 생

각이다. 

"비싼 양주 들어갔으니까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 돼."

침대를 등지고 바닥에 모여 앉은 여섯 명의 얼굴은 정도차이만 있을 뿐 술기운으로 모두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명철이가 연신 술절임 과일조각을 권한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과일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놓은 과일조각이 하나씩 입속으로 사라지고, 여섯 아이들은 어느새 남녀 한 쌍씩 

짝을 지어 앉게 되었다. 역시 명철이의 주동으로.

명철이는 설희와, 호준이는 나연이와, 동훈이는 민아와. 동훈이가 민아를 적극적으로 찜한 것은 아니다. 시선이 

얽히는 것을 피하려고 애쓰는 사이, 사태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막지 못한 것뿐이다. 어쩌면 이 역시 명철이의 

의도가 작용한 결과인 듯하다. 동훈이와 민아가 눈에 띄게 서먹해하며 거리를 두고 앉은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

는 얼굴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명철이는 동훈이가 민아와 섹스까지 갔다는 것을 안다. 한편 동훈이도 명철이가 설희와 몇번 잤다는 얘기를 들었

다. 그렇다고 둘이 죽고 못사는 사이는 아니다. 호준이와 나연이의 관계는 잘 모른다. 둘이 사귄다는 얘기는 들

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마주 앉아 까르르 웃으며 스스럼없이 잘도 떠드는 걸 보니 예전부터 둘 사이에 뭔일

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야! 불끄자. 혹시 모르니까."

명철이가 일어나 형광등을 껐다. 선생님이 불시에 순찰을 도실 수도 있기 때문에 끄고 놀자는 말인데, 다른 의도

도 있어 보인다. 여섯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는 동안 방안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둠을 틈타 동훈이는 민아쪽을 노려보았다. 민아가 들어서는 걸 본 순간부터 기분이 몹시 착잡했다. 어떤 식으

로든 분풀이를 하고 싶었다. 한번 째려주고 문을 박차고 나가거나, 찜해둔 윗층 침대로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 쓰

고 눕거나 해서 과거에 받은 모멸감을 조금이라도 돌려줄까 망설였다. 그런데 문을 박차고 나가면 갈 데가 없고, 

침대위로 얌전히 기어들어가는 건 박력이 영 부족한 듯해서 주저하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이 되어버

렸다. 

그래서 기껏 한다는게 불꺼진 틈에 노려보기다. 

[씨발년. 나 이렇게 벼르고 있어. 건드리기만 해봐.]

앞뒤 분간 안되는 어둠속에서 눈이 찢어지게 노려본들, 뚜껑열고 들여다볼 수도 없는 머릿속으로 욕을 바가지로 퍼

부운들. 쓸데없는 헛심쓰기란 걸 안다. 민아가 먼저 나서서 노려보고 욕하면 무섭다고, 예전 일은 미안하게 됐다

고 사근사근 말을 붙여올 리는 없는 것이다.

[최동훈. 아직도 미련이 남았냐?]

자문해본다. 민아에게 대놓고 매몰차게 하지 않는건 여지를 남겨놓자는 건가? 어찌어찌 이렇게 짝을 짓게 된 것

이 아니라 은근히 바랬던 건가? 바라는 건 무엇? 건전한 이성교제? 아니면 그냥 이성교제? 그도 아니면 그냥 

성교?

민아도 동훈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빤히.

[앗!]

어둠에 익숙해지기 전에 눈을 돌려 외면할 심산이었는데 어그러져 버렸다. 가위에 눌린 듯 고개가 돌려지지 않는

다. 민아는 왜 또 빤히 보는걸까. 예전처럼 동훈이가 먼저 머리 숙이고 저자세로 다가가기를 기다리는 걸까? 

[그렇겐 안되지. 예전같으면 몰라도 너 아니면 나한테 여자가 없을까봐? 엄마도 있고, 좀 있으면 미숙이도 오고.]

아까운 생각은 조금 든다. 지금이라면 민아의 몸을 더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미숙이 선생님, 엄마 은혜와 뒹굴

며 체득한 경험을 살려 민아의 알몸을 구석구석 잘 씹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살점이 두둑히 붙어 있는데 제대로 

발라먹지도 못하고 몇 번 대충 핥다가 놓쳐버린 갈비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남자를 존중할 줄 모르는 계집애로부터는 기쁨을 받는 것도, 기쁨을 주는 것도 싫다.

그것부터 가르치고 싶다. 남자를 존중하는 법. 

[가르쳐? 어떻게? 몸으로? 후후.]

- 삐그덕.

소리난 쪽을 보니 명철이와 설희가 침대에 앉고 있다. 두 사람의 모습이 세세하게 잘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발이 

어디 있고, 손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명철이의 두 손이 설희의 얼굴을 감싸더니 둘의 몸

이 점점 가까와졌다. 소리는 나지 않지만 둘이 키스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호준이쪽을 보니 둘은 명

철이 커플쪽을 보느라 정신없다. 민아쪽을 보니, 동훈이쪽을 보던 시선을 돌려 명철이네로 향한다. 동훈이도 다

시 명철이네로 시선을 돌렸다.

"야! 씨발. 뭘봐? 이쪽은 신경끄구 니네들끼리 알아서 놀아."

명철이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린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호준이가 나연이의 손을 잡고 맞은 편 침대로 이끌

었다. 동훈이는 민아를 힐끔 쳐다보았다. 민아도 동훈이를 본다.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이 금방 서지 않는다. 

- 쪼옥, 쪼옥, 하릅, 하르릅.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남녀의 입술이 마주치고 혀가 얽히고 있다는 것을. 좌우에서 스테레오로 울리고 있는 

소리. 명철이는 보지 말라고 했으니 호준이 쪽을 본다. 입술만 붙어 있는게 아니다. 호준이의 손이 나연이의 웃

옷 속을 헤매고 있다. 

"흡, 흡."

나연이가 터뜨리는 약한 신음소리. 엄마 은혜가, 미숙이 선생님이 젖가슴이 주물러질 때 내는 소리와 다르지 않

다. 조금 앳되고 가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싫어. 지금은 싫어. 애들 있잖아."

"그러지 말고 조금만 빨아줘."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명철이와 설희다. 무슨 일인가 쳐다보니 명철이가 설희의 머리를 아랫도리쪽으로 내리 누르

고 있었다. 설희는 연신 싫다며 버틴다. 

"어때? 쟤네들도 하는데. 야, 강나연! 너 호준이 자지 빨아줄거지?"

[미친 놈. 그렇게 물어보면 대답할 여자가 어딨냐?]

"호준아. 빨아줄까?"

허걱! 나연이의 목소리다. 호준이의 귀에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속삭인다지만 다른 네 명이 알아듣기

에는 충분하다.

[제기랄. 명철아, 민아한테도 좀 물어봐주라.]

동훈이는 민아의 얼굴을 살짝 훔쳐봤지만 표정을 읽지는 못했다. 아마 민아도 놀랐을거라고 추측해볼 뿐이다. 

"어! 빨아줘!"

호준이가 이제야 대답한다. 호준이도 놀라 잠시 어벙벙해 있었던 거다. 복도 많은 자식. 

- 지이익.

지퍼 내리는 소리, 부스럭 거리며 자세 잡는 소리, 그리고 이어서.

- 아으읍, 뽁. 읍, 읍, 뽀옥. 읍, 읍, 뽁, 뽁.

입술을 안으로 말고 치아가 닿지 않게 좆을 삼켰다가 뱉는 소리다. 나연이의 머리가 오르락내리락 한다. 처음엔

어둠속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더니 호준이의 자지도 점차 시야에 들어온다. 나연이에게 빨리는 동안 보일만큼 무럭

무럭 커진 것이다.

"으으으."

호준이의 신음소리가 동훈이의 가슴을 후벼판다. 얼마나 좋을지 알고도 남는다. 부러워 죽을 지경이다. 명철이

도 부러웠나 보다.

"거봐! 자. 너두 빨아줘."

"아이. 싫은데."

명철이가 바지안에서 자지를 꺼내 보였다. 이미 극도로 꼴려서 몸을 끄덕이는 자지허리를 설희의 손이 주춤주춤 

다가오더니 덥썩 잡고 위아래로 몇번 훑었다. 그리고 나연이의 행동을 잠깐 보더니 순순히 머리를 숙여 명철이의 

자지를 입에 문다.

- 쪼오옵, 쪼옵, 쪼옵, 쪼옵, 쪼옵.

나연이가 내는 소리와는 다르다. 처음부터 강하게 자지를 압박하며 빨아주는 소리다. 뚜렷이 보이지는 않지만 아

마도 설희의 볼은 옴폭 패여 있을 것이다. 

[이것들이 처음이 아닌가?]

동훈이는 이런 모습이 처음이라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섹스는 남녀 둘만의 은밀한 행위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명철이와 호준이는 뻔뻔한 사내녀석들이라 그렇다치고. 처음엔 부끄러워 약간 머뭇거리는 듯 하던 설희와 나연이

가 지금은 너무도 열심히,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노골적인 소리를 내며 자지를 빨아대고 있다.

[맞다. 나도 그런 적 있었지.]

엄마 은혜를 강간했던 순간과 화장실에서 하다가 들켰던 순간, 미숙이 선생님이 곁에 있긴 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미숙이 선생님의 시선을 의식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어? 이게 뭐야?]

동훈이의 두 손에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민아의 얍상한 손 하나가 동훈이의 양손에 얌전히 감싸여 있다. 어느틈

에 이렇게 됐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누가 먼저 내밀었을까, 누가 먼저 잡았을까. 자존심 문제다. 손을 잡은 채

로 민아의 얼굴을 쳐다보니 민아도 피하지 않고 눈을 마주쳐온다.

이제 자존심은 문제가 아니다. 민아의 손을 잡고 있고, 민아가 그 손을 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 차압, 차압. 쪼옵, 쪼옵.

엄마 은혜와 미숙이 선생님의 좆빠는 소리가 비슷하길래 다른 여자들도 그 순간 내는 소리는 비슷하겠거니 생각했

었는데 지금 들어보니 각자 나름대로 개성이 있다. 설희쪽이 나연이보다는 좀더 깊숙히 빨아주는 것 같다. 키가 

큰 만큼 입이 크고 목구멍도 깊은지 꽤 건장해 보이는 명철이의 좆을 깊숙히 빨아들이면서도 구역질하는 기미는 보

이지 않는다. 어쩌면 명철이의 좆을 자주 빨아보았기 때문에 익숙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 두근, 두근.

손끝으로 점점 빨라지는 심장고동이 느껴진다. 민아의 심장이 뛰는건지, 동훈이의 심장이 뛰는 건지 구별이 쉽지 

않다. 손아귀에 힘을 주어 민아의 손을 과악 쥐어보았다. 민아의 손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며 동훈이의 손에서 

빠져나가려는 몸짓을 했다. 

[뭐야? 이 행동의 의미는? 그러니까. 니가 내민게 아니라, 내가 잡았다는 거야?]

확인차 손에 힘을 더 주어 민아의 손을 꽈악 쥐어 눌렀다. 그래도 민아가 손을 빼려고 하면 놔주고 말 생각이다. 

싫다는데 뭐하러 억지로. 

그런데 민아의 손이 얌전하다. 어떤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동훈이는 자기 쪽으로 민아의 손을 살짝 당겨보

았다. 손이 맥없이 따라온다. 손 뿐만 아니라 몸도 따라온다. 몸만 따라오는게 아니라 눈까지 감았다.

[눈을 왜 감어? 왜?]

미숙이 선생님을 안을 때도, 엄마 은혜가 안겨올 때도 둘은 지금의 민아처럼 눈을 감곤 했었다. 그 두 여자가 눈을 

감으며 안겨오는건 키스의 신호였었다.

[너 지금 키스해달라는거야? 그런거야? 그럼 한다? 니가 먼저 신호보냈으니까 난 모른다.]

동훈이는 어둠속에서 민아의 입술위치를 찾아 조심스럽게 자신의 입술을 갖다댔다. 두 손으로 민아의 뺨을 잡고 

했으면 더 정확했겠지만 민아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손을 놓아버리면 민아가 어둠속으로 숨어버릴 것만 같았

다.

- 쪽.

다행히 정확하게 맞부딪혔다. 민아는 얼굴을 피하지 않았다. 감은 눈을 뜨지도 않았다. 동훈이는 얼굴을 내밀며 

입술을 조금더 밀착시켰다. 무엇을 발랐는지 민아의 입술은 말라서 살갗이 약간 거칠게 일어난 동훈이의 입술이 

미끌어지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촉촉하고 미끈했다. 

입술을 부비며 미끈한 감촉을 즐기다가 혀를 내밀었다. 단단하게 가로막고 있던 치아는 동훈이의 혀가 몇 번 두드

리자 가볍게 열렸다. 동훈이의 혀가 민아의 혀를 덮쳐갔고, 둘의 혀가 엉키고 설켰다.

"흡! 흐읍!"

첫키스도 아니건만 동훈이는 입술이 떨리고, 얼굴이 떨리고, 손이 떨렸다. 아니, 동훈이가 아니라 민아가 떨고 있

는 것 같기도 했다. 사실 누가 떨고 안 떨고는 중요하지 않다. 자존심? 그런 것도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민아가 너무도 예뻐보이고 사랑스럽게 느

껴진다는 것이다.

동훈이는 잡고 있던 민아의 손을 그의 어깨위에 올렸다. 그리고 자유로와진 두 손으로 민아의 허리를 둘러 안았

다. 민아가 남은 한 손도 동훈이의 어깨쪽으로 올리더니 두 팔로 목을 감았다. 좀전까지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

어나 약간이나마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동훈이는 자신감을 갖고 한 손으로 민아의 가슴께를 어루만졌다. 조심하느라고 옷위로만 살짝.

"하아. 잠깐만. 여기서는 말구."

민아가 아주 작은 소리로 동훈이의 귀에 속삭였다. 남들처럼 침대로 가자는 말로 들린다. 동훈이는 심장이 급격

하게 뛰노는 것을 느끼며 민아의 손을 잡고 남은 침대로 향했다. 자리를 옮기는 동안 민아에게 집중하느라 그때까

지는 들리지 않던 다른 아이들의 소리가 비로소 귀에 들어온다.

- 삐걱, 삐걱, 삐걱, 삐걱.

"야 임마. 소리 안나게 해야지. 옆방에 다 들리잖아. 나처럼 뒤치기 해. 그럼 소리안나."

명철이가 나연이를 올라타고 열심히 허리를 찍어내리고 있는 호준이를 향해 야단을 친다. 물론 작은 목소리다.

"호준아, 그냥 해. 난 이게 더 좋아. 천천히 하면 소리 안날거야."

나연이의 속삭임은 호준이만 들으라는게 아니다. 나연이의 속셈은 뭘까. 호준이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느려졌

다. 침대에서 나던 소리는 확연히 작아졌다. 옆방에서는 고스톱판이 벌어졌는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벽을 타

고 사뭇 시끄럽게 들린다. 네 명은 그정도로 얇은 벽두께가 신경쓰여인지 신음소리는 거의 내지 않았다. 그러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

동훈이는 민아를 침대에 누이고 트레이닝복 바지와 팬티를 벗겨내렸다. 팬티를 벗길 때 민아가 팬티자락을 잡고 

잠시 버텼지만 금방 선선히 엉덩이를 들어주었다. 동훈이도 바지와 팬티를 허벅지까지 까내렸다. 완전히 벗지 않

은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를 돌발사태, 즉 선생님의 불시점검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옷을 까내리면서 민아의 보지를 먼저 빨아줘야하나, 다른 애들처럼 자지를 빨아달라고 해볼까, 뒤치기로 하나, 정

상위로 하나 고민했다. 그러나, 다급해지는 다른 네 명의 숨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코스를 밟아나가는 여유를 찾을 

수는 없었다. 네 명의 행위가 먼저 끝나버리면 동훈이와 민아는 구경꾼들의 시선을 받으며 생쇼를 해야한다. 

만져보니 마침 민아의 보지도 약간 젖어있다. 동훈이는 아까부터 잔뜩 꼴려 있던 좆의 허리를 잡고 귀두를 민아의 

구멍 입구에 대고 살살 문질렀다. 바로 넣을까 하다가 오랜만인데 그래도 매너는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아야. 지금 넣으려고 하는데 괜찮겠어?"

상대가 엄마 은혜였거나, 미숙이 선생님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예의를 갖춰 말하진 않았을 거다.

상대가 미숙이 선생님이라면,

"미숙아! 니 보지에 지금 박는다!"

라는 정도로 말했을 것이고,

상대가 엄마 은혜였다면,

"엄마! 보지에 힘 좀 빼봐. 빡빡해서 잘 안 들어가잖아."

라고 말했을 것이다.

"으응. 괜찮아."

역시 모기 날갯짓 소리만큼이나 작은 민아의 목소리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렇게 여려보인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동훈이는 민아의 입술에 부드럽게 키스하며 자지를 귀두부터 보지구멍에 맞추어 갖다댔다. 귀두로 살살 문지르며 

밀고 들어가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엄마 은혜의 보지처럼 살집이 통통하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구멍이 작다는 

것과 뻑뻑해서 한번에 삽입이 되지 않는 점이 비슷했다.

동훈이는 참을성있게 귀두를 조금씩 조금씩 밀어넣었다. 민아의 보지는 약간 더 저항하는 듯 하더니 차츰차츰 동

훈이의 자지가 진입하도록 허용하기 시작했다. 귀두가 완전히 들어간 순간 동훈이는 서서히 허리를 움직였다. 처

음엔 귀두만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보짓물이 흥건해 지면서 동훈이의 자지 중간부분까지 민아의 보지안으로 

파고 들어간다.

[아으. 졸라 힘드네. 왜 이렇게 빡빡하냐? 전에는 안 이랬던 거 같은데.]

민아가 신촌에서 대학생의 팔짱을 끼고 걷는 걸 봤다는 얘기를 들은 후 가끔씩 드는 생각은 아깝고 분하다는 것이

었다. 대학생이면 동훈이보다 적어도 4, 5년은 더 자란 좆이니 그 큰 것이 민아의 보지를 온통 휘저어 아주 씹창 

걸레로 만들어놨겠거니 생각하면 분하고 아깝기 그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넣고 보니 씹창 걸레는 커녕 동

훈이의 자지를 강하게 조여주는 밀착감과 착용감이 보통이 아니다. 쪽쪽 잘 물어주는 엄마 은혜의 통통한 보지보

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못하지 않다.

동훈이는 허리를 최대한 부드럽게 움직이며 자지를 박았다. 침대가 흔들리지 않게 하려니까 허리에만 힘을 집중하

여 가능한한 유연하게 움직였다. 그러는 사이에 민아의 입술을 빨고, 옷 속으로 손을 넣고 브래지어 밑으로 파고

들어 젖가슴을 만졌다. 여전히 잡히는게 별로 없었다. 그래도 젖살을 모아쥐고 주물럭거리며 젖꼭지까지 함께 애

무해 주었다. 

- 쿵! 쿵! 쿵! 쿵!

무슨 소린가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또 호준이 쪽이다. 나연이의 머리가 윗층 침대의 아랫부분에 부딪히며 나는 소

리였다. 눈에 힘을 주고 자세히 보니 서로 마주보고 앉은 체위다.

"야, 이 멍청한 새꺄! 자세를 그렇게 잡으면 어떡해? 빠구리 뜬다고 옆방에 아주 광고를 해라."

명철이가 질겁을 하고 잔소리를 해댄다. 명철이와 설희는 아직도 뒤치기 자세다.

"헉, 헉, 헉, 헉. 씨발. 되게 그러네. 야! 강나연! 안되겠다. 엎드려."

나연이가 어찌하려나 궁금했는데 그냥 얌전히 엎드린다. 

"아으, 씨발. 뒤치기 한 자세로만 하니까 졸라 재미없다. 야, 설희야. 잠깐 나와봐."

명철이가 설희와 함께 침대밖으로 나오더니 윗층의 이불과 아랫층의 이불을 포개서 바닥에 깔았다. 그리고 설희를 

눕힌 후 올라탔다. 

- 푹, 푹, 푹, 푹.

"헉, 헉, 헉, 헉. 설희야. 이게 더 낫지?"

"응! 하아, 하아."

"야, 호준아. 너도 바닥에 이불 깔고 해라. 소리 하나도 안나고 좋다 야."

"싫어. 그러다 선생님 오시면 어쩌려구? 불안하지도 않냐?"

"씨발. 잽싸게 치우고 숨으면 돼지. 야, 강나연. 넌 뒤치기 싫다매?"

"흥! 내가 언제 싫댔어? 호준아, 가슴도 좀 만져줘."

"알았어. 우와. 나연이 너, 가슴 졸라 크다."

호준이가 놀라는 것으로 보아 강나연과는 첫관계임을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저리 대담할 수 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충격이다.

"어디? 얼마나 큰데?"

명철이가 두 침대 사이의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리잡는 바람에 호준이 커플과의 거리는 팔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와져 있었다.

"야! 걔껄 왜 만져?"

김설희의 외침소리다. 명철이가 나연이의 젖가슴을 만졌고, 설희가 제지하며 소리친 것이다. 그런데, 소리친 건 

설희 혼자뿐, 아무 말없는 호준이와 나연이는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좀 만지면 어때? 쟤네들은 가만 있는데 니가 왜 날뛰고 그러냐?"

"씨댕아. 나랑 할 때는 내 꺼만 만지는게 예의지. 아까 술안주로 개념은 안 쳐먹었냐? 개념없는 새끼."

아까도 밝힌 바지만 명철이와 설희는 죽고 못사는 사이는 아니다. 명철이는 교회도 오랫동안 같이 다니고 해서 잘 

아는 친구지만 설희의 말투도 또한 충격이다. 교실에서는 목소리 한번 크게 내지 않는, 키도 크고 늘씬한 청순 여

학생인데.

"억울하면 너두 만지면 되잖아."

"내가 뭐하러 나연이껄 만져? 나두 한 가슴 한다구."

"어디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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