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30)

그런데 그는 졸업도 하기 전에 약혼을 하고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결혼식을 올려버렸다. 은선은 그래도 슬프거

나 배신감을 느끼거나 하진 않았었다. 다만 조금 허탈했을 뿐이다. 그때 정리되지 않고 은선의 곁에 남아있었

던 유일한 남자가 바로 지금의 남편이다.

"너 그 남자 사랑하니?"

친정부모님에게 결혼하겠다고 인사드리러 온 날 둘만 있는 부엌에서 언니 은혜가 물었었다. 

"응."

속으로는 사랑이 무슨 대수냐, 사랑만이 결혼의 이유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생각했지만 구구하게 말

이 길어질까봐 간단하게 대답하고 말았다. 돈 잘 벌고, 밤일도 꽤 잘 한다고 대놓고 말할 깜냥이 없었다. 지금

이라면 그 정도 얘기는 언니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을 자신이 있지만.

그리고 몇 년후, 성재를 데리고 치과에 가게 되었다. 동네에 있는 몇 개의 치과의원중 000치과의원이라는 간

판의 000이라는 이름을 보고 낯이 익은 느낌이 들어 일부러 찾아 들어 갔더랬다. 그런데 바로 그 치대생이 원

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은선은 보는 순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도 은선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그러나 사

적인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아직은 괜찮은데 더 썩으면 신경치료 받아야 하니까 양치질 잊지 말고 꼬박꼬박 잘 시키세요."

"네."

"아드님이 아빠를 닮았나 봐요? 씩씩하게 잘 생겼네."

"네."

약봉지를 받아 나오면서 돌아보고 싶은 마음을 몇번이나 꾹꾹 눌러 참았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답

답해지고 뭔가가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기도 했다. 그때까지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고, 그 이후로 그와 비슷한 

감정은 느껴보지 못했다.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든지.

"후우, 후우, 후우."

남편이 성기를 빼고 옆으로 드러누어 가뿐 숨을 쉰다. 은선도 화장지로 아랫도리를 닦아내고 똑바로 누웠다. 

닦아낸 것은 은선이 흘린 애액이다. 

"담배는 나가서 펴요."

남편이 침대옆 탁자 서랍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는 것을 보고 은선이 잔소리를 한다. 애들도 드나드는 안방

에 담배 냄새가 배는 것이 싫다는 이유도 있지만, 연기를 맡으면 은선도 피우고 싶어질 것 같아서다. 골초 엄마

는 애들 교육상 절대 피하고 싶다. 남편이 팬티만 걸쳐입더니 안방문을 열고 나갔다.

[신랑이 조루라서 걱정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두.]

남편은 오늘밤도 사정하지 않았다. 은선이 남편의 정액을 받아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마찬가

지로 키스한게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은선은 팬티를 입고 브래지어를 찬 후 반바지와 반팔티까지 챙겨입은 다음 이불을 덮고 누웠다. 담배를 본 탓

에 흡연에 대한 욕구가 턱밑까지 차오르고 가슴 한 구석이 몹시 허전해졌다. 허전한 공간을 어떻게든 줄이려 

몸을 잔뜩 옹송그린 채 잠을 재촉한다.

"야, 누구냐?"

"어. 내 이종사촌동생. 성재라고 해. 성재야, 명철이 형이야. 인사해."

"안녕하세요."

성재가 겁먹은 얼굴로 명철이를 향해 인사했다. 명철이는 껄렁껄렁하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줬지만 성재의 존

재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본 예배가 끝나고 부별 활동을 위해 흩어지는 분위기라 성재 또래의 친

구들에게 일일이 인사시키기가 힘들었다. 그때 윤지연 선생님이 가까이 다가오며 인사한다.

"동훈아, 옆에 누구니? 처음 보네?"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얘는 제 이종사촌동생이에요. 이번에 우리 중학교로 배정받았어요. 성재야, 형이 

말한 윤지연 선생님이야. 인사드려."

"안녕하세요."

성재는 여전히 주눅든 표정이다. 자꾸만 동훈이의 뒤에 숨으려 한다. 동훈이는 아랑곳 않고 성재를 윤지연 선

생님 앞으로 떠밀어 세웠다.

"오, 그래? 우리 동훈이 사촌동생이야? 잘 왔어! 반갑다, 성재야. 앞으로 선생님이랑 자주 보겠네?"

윤지연 선생님이 몸을 숙여 성재의 눈과 시선을 맞추고 뺨을 어루만져 주었다. 성재가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

며 몸을 뒤로 뺐지만 윤지연 선생님이 팔을 잡고 놓지 않으며 계속해서 사근사근 말을 붙였다.

"오빠! 동훈이 오빠!"

동훈이는 부르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희진이가 손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 

또래 친구의 손을 잡고 같이 뛰어온다.

"희진아! 미국은 잘 갔다왔어? 언제 왔어?"

"월요일날 왔어. 오빠 오늘 뭐해? 우리집 놀러가자."

희진이가 동훈이의 팔에 매달려 어리광을 피웠다. 옆에 있는 친구는 안그런데 희진이는 유난히 행동이 어리

다. 동훈이한테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친남매처럼 가깝게 자라 스스럼이 없어 그럴거라 생각해본다.

"미안. 오늘은 오빠가 낮에 할 일이 있어서 안되겠는걸. 근데 엄마는 어디 계셔?"

"엄마는 목사님께 인사드리러 갔어. 오늘 정말 안돼?"

"미안하다, 희진아."

전날에 이어 성재에게 밀린 과외를 보충해주어야 했다. 동훈이는 무척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미숙이 선생님

이 귀국하고도 연락을 아직까지 안했다니. 개학날이 코앞인데도 연락이 없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먼

저 전화를 걸어볼 생각은 못했다. 달리 신경쓰이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정민아다. 졸업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부터 동훈이를 괴롭힌 것은 민아를 어떻게 대해야하느냐는 

문제였다.

[문자를 보내봐? 전화를 걸어봐?]

졸업여행 첫날 어쩌다 섹스까지 하게된 이후 민아와 끊지 못한 실타래로 엮어진 느낌이 드는 것이다. 강제로 

섹스를 한 것도 아니고, 민아가 어떤 언질을 준 것도 아닌데 뭔가 행동을 취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머리에서 떠

나질 않았다.

민아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오지는 않을까 기대도 해봤다. 형식적인 인사치례 삼아 문자라도 한 통 보내지 않

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졸업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다. 동훈이는 참지 못하고 

먼저 문자를 보내버렸다. 마치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별다른 기대없이. 아니,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는 말을 떠올려 기대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민아야. 나 동훈이. 지금 뭐하니?>

그런데 바로 답장이 왔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중.^^* 넌 뭐해?> 

^^*라는 이모티콘을 보고 동훈이는 심장이 요란하게 고동쳤다. 민아가 동훈이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것이라

는 직감이 들었다.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억하심정도 흔적없이 사라지고 가슴이 설다.

그렇게 문자질을 계속 주고받다가 결국 만나기로 약속했다. 신촌에 놀러가자는 민아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민아가 신촌거리를 왠 대학생과 팔짱끼고 걷는 것을 봤다는 친구의 말이 신경쓰였지만 장소를 바꾸진 않았다. 

신촌거리를 걸으며 사지도 않는 악세사리와 옷 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김밥과 라면으로 허기를 때웠다. 민아

는 동훈이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끔 동훈이의 팔을 두드리며 입을 가리고 웃곤 했다.

동훈이는 그 날 어떤 목적의식도 없이 그저 민아와 같이 희희덕거리고, 거리를 걸으며 시간이 가는 것 자체를 

즐겼다. 목적의식이란 섹스를 말한다. 예전 민아와 깨지기 전에는 만나기만 하면 어떻게든 섹스까지 가보려

고 조바심을 내곤 했었다. 요즘은 그때만큼 섹스에 대한 욕구가 간절하지 않다. 엄마 은혜가 항상 몸을 대주니

까.

"동훈이 너. 좀 달라진거 같애."

분식집에서 김밥 두 줄, 라면 한 그릇을 가운데 놓고 민아가 말했다.

"뭐가?"

"그냥 좀. 사람이 듬직해진 것 같아."

민아가 라면을 젓가락으로 집어 숟가락위에 놓고 후후 불며 말했을 때 동훈이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민아의 얼

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민아는 라면을 얌전히 삼키기만 할 뿐 동훈이와는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동훈아, 명철아. 가자."

윤지연 선생님이 성재의 손을 잡고 앞서 걸으며 말한다. 동훈이는 희진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희진아, 나중에 또 보자. 안녕!"

"잘 가, 오빠."

희진이는 동훈이가 멀어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친구와 함께 돌아섰다.

- 딩동, 딩동. 철컥.

"아유, 술냄새. 많이 마셨어요?"

"딱 두 잔 밖에 안 마셨어. 동훈이는?"

은혜는 친목계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을 맞아들이며 벗어놓는 구두를 정돈했다. 휘청거리지 않고 또박또박 걷

는 걸 보니 두 잔보다야 많이 마셨겠지만 취할 정도로 마셔댄 것 같지는 않다.

"은선이네 과외하러 갔다가 좀 전에 왔어요."

"아직 안 자지? 동훈아, 동훈아. 아빠 왔다."

- 딸깍.

"아빠, 다녀오셨어요?"

"오냐! 우리 외아들."

동훈이가 문을 열고 나오며 인사하자 남편이 꼬옥 안으며 등을 두들겼다.

"이 이가? 두 잔 밖에 안 마셨다더니 취했나봐? 그만하고 씻어요. 몸에서 술냄새, 담배냄새 나요."

"정말 맥주 딱 두 잔 마셨다니까. 하하하. 동훈아, 아빠 안 취했다."

은혜는 안방으로 남편의 등을 떠밀어 놓고, 동훈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게 했다.

"동훈아, 피곤하지? 내일 개학이잖아? 일찍 자라."

"허허. 가만히 좀 있어보래두."

"이 이가 정말 취했나. 왜 이래요? 그냥 얌전히 잠이나 자요. 자꾸 추근대지 말고."

샤워를 마치고 문을 닫고 들어설 때부터 남편의 눈빛이 수상하다 싶었다. 그래서 이불 뒤집어 쓰고 짐짓 잠든 

척 하고 누워있는데 남편이 불을 끄자마자 달려든다. 은혜는 동훈이가 아직 잠이 들지 않았을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가만히 있어봐. 오늘은 내가 잘해줄께."

"잘해주긴 뭘 잘해줘요. 잘 서지도 않으면서."

"안 서긴 이사람아. 만져봐. 섰나 안 섰나."

은혜의 손이 남편의 억센 손이 잡혀서 끌려간다. 손끝에 제법 단단한 살덩이가 느껴진다.

"어머! 징그러!"

뱀대가리라도 만진 듯 놀라며 은혜의 몸에 소름이 좌악 돋는다. 낯설고 불편한 느낌이 든다. 은혜는 손을 움츠

려 뺐다.

"하하. 어때? 오늘은 쓸만하지? 기대하라구."

남편이 은혜의 잠옷속으로 손을 넣어 젖가슴을 주물렀다. 술기운 때문인지, 오랜만에 피어오른 욕망에 사로잡

혀서인지 은혜가 전과 달리 노브라라는 것에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 듯하다.

은혜는 몸을 비틀었다. 남편의 손길을 피하고 싶다. 머리를 굴려 핑계거리를 찾아본다. 그러나 마땅한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고작해야 동훈이 핑계.

"동훈이 아직 안자요. 다음에 해요."

"안자면 어때서? 우리가 무슨 못할 짓이라도 하나?"

은혜의 몸을 더듬는 남편의 손은 거침이 없다. 마침내 팬티까지 벗겨버린다. 은혜가 강하게 거부하지 못한 것

은 남편에게 수상한 낌새를 보일까봐서다. 예전의 은혜같으면 달려드는 남편을 향해 거부하지 않을 것이기 때

문이다. 거부하기는 커녕 먹이본 꽃뱀마냥 적극적으로 응하며 요분질을 쳤을 것이다.

"요것 보게. 당신도 하고 싶으면서 괜히 그래."

남편이 은혜의 보지를 쓰윽쓰윽 어루만지더니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낯설고 징그럽다는 은혜의 마음을 몸이 

배반하고 있다. 아들 동훈이와의 잦은 섹스에 길들여져 남자의 손만 슬쩍 닿아도 반응을 보이는 몸이 되어버렸

나 보다.

"아이. 동훈이 듣는다니까. 다음에. 다음에 해요."

"사람이. 왜 안하던 내숭이야?"

남편이 은혜의 허벅지를 벌리더니 보지구멍에 맞춰 성기를 쑤욱 밀어넣었다.

"어머나!"

은혜는 화들짝 놀라 남편의 가슴을 밀어버렸다. 동훈이 아빠가 뒤로 팔을 집고 털썩 주저 앉는다.

"아이구, 깜짝이야. 왜 그래 갑자기?"

"미, 미안해요. 놀랬어요? 물어보지도 않고 갑자기 넣으면 어떡해요? 나 오늘 위험한 날이란 말이에요. 콘

돔 끼고 해요."

사실은 가임기라서 놀란 것이 아니었다. 남편의 살덩이가 너무나 이질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동훈이 

아빠가 삽입하는 순간 마치 모르는 사내에게 강간이라도 당하는 느낌이 들어 소스라치고 놀랐던 것이다. 콘돔

이라도 끼워야지, 맨 살은 절대로 다시 못 받아들일 것 같았다.

"아, 사람. 거. 그렇다고 그렇게 갑자기 밀치고 그러나? 하마터면 침대 밑으로 떨어질 뻔 했잖아. 콘돔이 

어디 있는데?"

동훈이 아빠가 침대 옆 탁자의 서랍을 열어보며 콘돔을 찾았다. 은혜는 아차 싶었다.

"거기 없어요. 부엌 찬장 서랍에 갖다 놨어요."

"아니 왜 그걸 부엌에 갖다놨어?"

"동훈이가 뭘 찾는다고 서랍을 뒤지길래 안보게 부엌에 갖다놨죠. 어디가요?"

"아, 어디 가긴? 콘돔가지러 가지."

"어머! 당신은 그냥 누워 있어요.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내가 가져올게요."

은혜는 급히 남편의 몸을 눌러 앉히고 잠옷 바지를 걸쳐 입은 후 안방을 나섰다. 팬티는 챙겨입지 못했다. 그

러기에는 마음이 급했다.

- 딸깍.

"엄."

"쉿!"

- 딸깍.

은혜가 최대한 소리나지 않도록 은밀하게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동훈이의 방. 다시 소리나지 않게 문을 닫고 

동훈이에게 다가간다.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던 동훈이가 고개를 돌린다.

"아직 안 자고 있었어? 일찍 자라니까."

"아빠 자?"

은혜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동훈이도 목소리를 낮추더니 음흉하게 웃으며 엄마 은혜의 옷속으로 손을 넣어 젖

가슴을 만졌다. 

"아직 안 주무셔."

"근데 왜 벌써 왔어?"

"동훈아, 미안. 이거 가지러 왔어."

은혜가 책상 두번 째 서랍을 열더니 콘돔상자를 꺼내 보였다. 원래 안방에 있던 콘돔 상자는 필요에 따라 안방

과 동훈이 방을 오가다가 결국엔 매일같이 불러주는 동훈이 방에 눌러앉고 말았던 것이다.

"콘돔? 그건 뭐하게?"

"니 아빠가 찾아서."

은혜의 말투엔 미안한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동훈이는 별다른 표정변화없이 엄마 은혜의 젖을 주무르면서 다

른 손을 바지안에 넣어 보지를 만졌다. 그리고 손을 꺼내 눈앞에 들어 보인다. 맑고 끈기있는 보짓물이 손가락

에 묻어있다.

"어? 노팬티네? 아빠랑 오늘 하게? 그래서 이렇게 보지가 젖은거야?"

"미안. 늬 아빠가 자꾸 하재서. 오늘 늦게 잘거니?"

은혜가 아들 동훈이의 손을 잡아 그녀의 옷에 쓱쓱 문질러 애액을 닦아냈다. 아들 때문에 흘린 애액이 아니라

는게 미안했다. 

[얘가 또 그러면 어쩌지?]

"엄마는 아빠랑도 하면서, 나는 왜 안돼?"

그러면서 미숙이 언니와의 관계를 인정해달라고 조를까봐 걱정된다. 까짓 것 만나거나 말거나 신경꺼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같은 40대 아줌마라지만, 그래도 은혜는 미숙보다 3살이 적고, 한 집에 살

아서 훨씬 유리하다. 동훈이를 놓고 경쟁을 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동훈이가 

너무 아깝다. 상대가 최소한 20대정도라도 된다면 모른 척 눈감아줬을 것이다.

"응. 좀 늦게 잘 거 같아. 왜?"

"아빠 빨리 재우구 올께. 기다릴거지?"

"그냥 아빠랑 하구 자. 아까는 나보구 일찍 자라며?"

"아잉. 엄마가 미안해서 그러지."

- 여보오! 아직 못 찾았어?

"어머! 아빠가 부르신다. 자지 말구 기다려. 알았지? 엄마가 금방 끝내고 와서 보지 대줄께."

은혜가 동훈이의 사타구니를 손으로 쓰윽 훑더니 살금살금 문을 열고 나간다.

- 아니, 왜 동훈이 방에서 나와?

- 동훈이가 아직 안 자고 게임하고 있길래 일찍 자라고 잔소리 좀 해줬어요. 들어가요.

- 쿵!

안방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동훈이는 감춰B던 핸드폰을 찾아 문자 수신함을 열었다. 민아로부터 메시지가 

와있었다.

<동훈아, 자니?>

엄마 은혜가 들어오기전에 민아와 문자를 주고받고 있던 중이었다. 동훈이가 엄마 은혜와 얘기를 하느라 답장

을 보내지 못했다. 동훈이는 얼른 답장을 보낸다.

<아니, 안 자. 엄마가 갑자기 들어와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래서.>

동훈이와 민아는 급속도로 예전의 관계를 회복했다.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친밀해졌다. 섹스는 졸업여

행 이후 한번도 하지 않았다. 시도도 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 시작하는 연인처럼 조심하고 존중하며 일정하게 

거리를 유지했다. 스킨쉽은 고작해야 손을 잡고 걷는 것 정도. 동훈이는 그래도 조바심이 나지 않았다. 

민아는 동훈이의 그런 모습에 조금은 의아해했다. 한번은 통화중에 떠보는 말투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지금 집에 나혼자 있는데."

"심심해? 영화보러 갈까?"

예전같으면 한 달음에 민아의 집으로 달려가 허겁지겁 올라탔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날 아침나절에 엄마 은혜의 

풍만한 젖가슴과 통통한 보짓살을 질리도록 맛본 후라 그 쪽으로는 한 톨의 욕망도 남아있지 않았다.

<동훈아. 졸리다. 우리 그만 자자.>

<어, 그래. 내일 학교에서 보자. 잘자.>

<응. 너두 잘자.>

동훈이는 핸드폰을 닫고 중지시켰던 컴퓨터 게임을 다시 실행했다. 재미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민아와 

주고 받았던 문자메시지의 내용이 자꾸 뇌리를 떠돌았다. 동훈이는 게임을 멈추고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형

광등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누워서 본격적으로 민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낮에 잠시 만난 민아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간드러지게 웃고 떠들다가 한번은 쓸쓸한 표정을 짓길래 무

슨 일이 있냐고 물었지만 민아는 고개를 흔들기만 했다. 웃은 건 동훈이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쓸쓸한 표정은 

느낌상 동훈이 때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집안 일 때문도, 학교 일 때문도 아닌 것 같았다. 잠깐씩 이

별할 때 미숙이 선생님의 표정이 그러했고, 졸업여행 떠나던 날 엘리베이터가 닫히기 전 엄마 은혜의 얼굴에 떠

오른 표정이 비슷했다.

[누굴까. 그 대학생? 다른 누구? 그냥 내 착각인가? 누구때문일까?]

누굴까.

누구.

누.

.

.

.

.자니? 엄마 왔는데.

속삭이는 목소리, 가볍게 흔드는 손길. 동훈이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눈이 크게 떠지지 않는다. 주변은 깜

깜하다. 설풋 잠이 들었던가보다. 옆에서 속삭이는 건 엄마 은혜다.

"정말 자는거야? 엄마 그냥 갈까?"

약간 실망한 목소리다. 동훈이는 정신을 추스리면서 어찌할까 잠깐 생각했다.

[이대로 그냥 자버릴까? 조금 졸리기는 한데.]

"우리 동훈이. 진짜 잠들었구나? 엄마가 빨리 온다구 왔는데."

엄마 은혜가 동훈이의 몸을 몇 번 더 흔들어보더니 포기하고 이불 매무새를 고쳐준 후 돌아선다. 돌아선 모습

이 너무나 쓸쓸해보인다. 동훈이는 재빨리 손을 뻗어 엄마 은혜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냥 가면 어떡해? 보지 대주구 가야지."

은혜가 동훈이의 품으로 쓰러져왔다.

"어머! 안자구 있었구나? 자는 척 한거야? 놀랬잖아!"

은혜의 목소리엔 희열이 가득차 있다. 동훈이는 엄마 은혜를 안으며 그냥 보내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짜고짜 엄마 은혜의 팬티안으로 손을 넣는다.

"보지가 왜 이렇게 보송보송해? 아까는 젖어있었잖아."

"아잉. 그거야 씻고 왔으니깐 그렇지. 금방 젖을거야. 엄마 보짓물 많은거 잘 알잖아."

"아빠랑 하구두 또 하고 싶어?"

"엄마가 전에 말했지? 니 아빠 토끼라구. 니 아빠가 한번 건드리고 나면 더하고 싶어서 미친다구 말이야."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아빠랑 하고 금방 또 나한테 오냐? 꼭 손님받는 여자처럼."

"손님받는 여자?"

"그래. 창녀 말이야."

"어머! 너무해! 엄마보구 창녀가 뭐야?"

은혜는 아들 동훈이의 가슴팍을 퍽퍽 치면서 원망의 소리를 지른다. 물론 작은 목소리다.

"내가 언제 엄마보구 창녀라구 했나? 창녀같다고 했지."

"그게 그거지 뭐!"

계속 원망스럽다는 듯 타박하고 있지만 실상 은혜는 보지가 찌르르할 정도로 흥분도가 급상승함을 느끼는 중이

다. 아들 동훈이에게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렇게 자유분방한 말솜씨 때문이다. 근친상간이 주는 어

둡고 무거운 죄책감에도 불구하고 동훈이와 관계하면서 주고받는 음탕한 대화에서 얻는 자극과 흥분을 잃고 싶

지 않은 것이다.

"그러게 아빠랑 한판 했으면 그냥 얌전히 잠이나 자지 뭐하러 또 와? 그러니 창녀같다는 말을 듣지."

"어째 말투가 꼭 안 기다린 사람같다? 어디. 우리 아들이 엄마를 기다렸나 안 기다렸나 한번 볼까?"

은혜가 동훈이의 사타구니로 손을 넣어왔다. 스르륵 기어들어오는게 딱 뱀같다. 

"어머! 이게 왜 이래? 자지가 왜 이렇게 딱딱해졌어? 아닌 것처럼 얘기하더니?"

동훈이의 자지는 엄마 은혜와의 대화도중에 발기해버려 이미 꼿꼿하게 서 있었다. 엄마 은혜가 동훈이의 자지

를 잡고 불알까지 훑어준다. 손짓에 기쁨이 가득차 있다.

"아빠한테 한번만 대주구 왔어?"

"응. 니 아빠 원래 한 번밖에 못해. 정력이 약해서."

"아빠 젊었을 때는? 그때도 한 번씩만 했어?"

"그때야. 두 번, 세 번두 했지."

"와아! 세 번두 한 적 있어? 아빠 대단하다!"

"대단하긴 뭐가 대단해? 토끼가 세 걸음 뛰는게 멀겠니? 캥거루가 한 걸음 뛰는게 멀겠니? 여러 번 하면 뭐

해? 한 번 제대로 하는게 낫지."

"그래서 엄마 보지가 이렇게 빡빡하구나? 하루에 두세 번씩 20년이나 손님받았으면 보지가 헐렁해야 정상인

데. 아빠한테 고마워해야 겠네?"

동훈이가 엄마은혜의 보지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애무하며 느물느물 말했다. 은혜의 보지는 벌써 꽤 많은 애액

을 토해내고 있었다.

"또 그런다. 하앙."

은혜는 아들 동훈이의 손가락이 보지를 쑤실 때마다 얕은 신음소리를 낸다. 그러나 신음소리의 주원인은 손가

락보다는 아들 동훈이의 노골적인 말투에 있었다.

"창녀촌 근처는 가보지도 못한 녀석이 무슨 창녀가 어떻구 저떻구 그러니? 알지도 못하면서."

"꼭 창녀촌에 가봐야 아나? 엄마보니까 딱 알겠는데 뭐. 창녀가 어떻게 노는지."

"하악. 너무해. 엄마한테 창녀라니."

"그래서? 기분나빠? 기분나쁘면 손님 받지 말던가. 엄마가 손님 안 받을거면 난 잠이나 자야겠다."

동훈이가 일부러 큰 몸동작으로 뒤로 벌렁 누우며 팔베개를 했다. 드르렁드르렁 소리내어 코고는 시늉까지 낸

다. 은혜는 아들의 이런 행동이 장난이라는 것을 잘 안다. 손아귀에 잡힌 아들 동훈이의 자지는 더욱더 단단해

지고 있다.

"아이잉. 손님. 그냥 자면 어떡해요? 손니임."

은혜가 목소리에 교태를 한껏 실어 보내며 동훈이의 가슴을 은근하게 흔든다. 

"누구야? 창녀가 깨우는거면 일어나고, 아니면 그냥 잘란다."

"아이. 정말 못됐어. 손님. 나 창녀 맞아요. 일어나 봐요."

"정말 창녀 맞어? 엄마 아니구?"

"흐으응. 창녀도 맞구, 엄마도 맞아요. 그러니까 얼른 일어나세용."

동훈이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엄마 은혜의 젖가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히히. 엄마, 장사 잘하네? 전에도 창녀짓 해봤나봐?"

- 따꽁!

은혜가 동훈이의 이마에 꿀밤을 매기는 시늉을 한다. 동훈이가 반사적으로 얼굴을 뒤로 뺐지만 은혜의 주먹은 

중간에 다시 돌아가버린다.

"해보긴 뭘해봐, 이녀석아! 니 장난에 장단 맞춰준거지."

"어? 이거봐라, 이거봐라. 손님한테 또 함부로 하네?"

"그만해. 계속 장난만 치다가 날샐래?"

"아, 맞다! 깜빡 했다! 엄만 손님 받으러 왔지?"

"아이참. 내가 못살어. 알았다, 그래! 손님 받으러 왔다! 손니임. 어떻게 해드릴까용?"

"헤헤. 어떻게 하긴? 창녀인 니가 알아서 잘 해봐. 난 가만히 누워만 있을께."

"손니임. 제가 좀전에 손님을 한 분 받고 와서 좀 힘들걸랑요? 가만히 누워만 계시면 안될것 같걸랑요?"

"아야, 아야!"

엄마 은혜가 동훈이의 젖꼭지와 주변 가슴살을 꼬집었다. 물론 아프라고 되게 꼬집은 것은 아니고, 약간의 여

지를 두어 바늘로 살짝 찌른 정도의 통증만 주었을 뿐이다.

동훈이는 엄마 은혜의 팔을 잡고 꼬집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은혜가 꼬집으려고 계속 팔을 휘두르는 통에 둘의

몸이 침대위에서 어지럽게 뒤엉켰다. 그리고 실랑이하던 둘의 손은 어느새 상대방의 몸을 구석구석 애무해주고 있다. 

이윽고 동훈이가 엄마 은혜의 몸에 올라타 자지를 보지에 꽂아 넣었을 때, 은혜가 동훈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손님! 엄마 보지는 잘만 쑤시면 공짜에요."

동훈이가 개학을 했지만 은혜의 일과는 방학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상 차려 먹이고, 출근, 등교 시킨 후

설거지와 이어지는 청소와 빨래. 개학 때문은 아니지만 하나 달라진 것은 동생 은선이와 통화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예전 미숙이 언니의 대타인 셈이다.

"여보세요? 나야. 뭐하니?"

"뭐하긴. 설거지 끝내고 청소하는 중이야. 언닌, 같이 살림하는 사람끼리 뭐 다를게 있다고 맨날 전화해서 뭐

하냐고 물어?"

"성재아빠랑 어젯밤에 안 좋았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까칠하니?"

"성재아빠 그저께 청주내려갔다고 내가 얘기했잖아. 마흔줄에 올라타시더니 이 아줌마가 치매가 오시나. 호

호호."

"아, 맞다! 그랬지. 야. 금요일에 뭐하니?"

"금요일? 이번 주 금요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겠지 뭐. 왜?"

"우리 동훈이 다음주에 졸업하잖아. 그래서 니네 애들이랑 우리집이랑 밖에서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형부가 사는거야?"

"형부가 살지, 이 언니가 살지는 아직 모르겠고. 시간 돼, 안돼?"

"밥사준다는데 시간이야 꿔서라도 내야지. 근데 왜 이번주 금요일이야? 졸업식은 다음준데?"

"다음주는 졸업식이 몰려 있잖니. 사람붐빌 것 같아서 그래. 알잖아. 사람많을 때 식당가면 대접 못받는거."

"금요일 저녁? 알았어."

"성재아빠는 그전에 오니? 날짜를 옮겨야 겠으면 얘기하고."

"괜찮아. 신경쓰지마. 언니도 알다시피 오고가고 제 맘대로인 사람이잖아. 지 복이지 뭐."

동생 은선이는 남편에 대해 말할때 늘 이런 식이다. 은혜처럼 아주 험담을 하지도 않고, 뻔한 거짓말으로라도 

자랑을 늘어놓지 않는다. 들을 때는 험담같고, 자랑같다가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아닐 때가 많다. 꼭 남의 남

편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러게 내가 그렇게 말렸고만.]

이제는 구질구질 냄새나는 아저씨가 되어버렸지만 동훈이 아빠도 젊었을 때는 꽤 멋있는 남자였고, 아니면 죽

고 못 살 것 같아서 결혼까지 한 은혜다. 비록 지금은 그년의 정때문에 산다지만. 단 하루의 사랑일지라도 평

생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법인데 은혜의 눈에 동생 은선이는 하루는 커녕 시간 분량의 사랑도 간직하

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언니. 근데. 동훈이 말야."

"동훈이가 왜?"

은혜가 가볍게 놀란다. 은선이의 입에서 동훈이의 이름이 나오기만 하면 놀라는 버릇이 생겼다. 동훈이가 매

일같이 은선이네 집으로 다니다보니 눈치빠르고 잇속 잘 챙기는 은선이가 혹시나 근친상간의 낌새를 눈치채지는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동훈이의 행동거지가 조금 못 미더워서다. 미숙이 언니나, 엄마 은혜. 두 아줌마를 후

린 솜씨 아니던가.

"2월달까지만 우리 성재 봐주기로 했었잖아. 3월에도 계속 봐주면 안될까 해서."

[휴. 난 또. 과외 얘기구나.]

"안돼! 애초에 두달만 하기로 한거잖아. 3월에 입학하면 동훈이도 제 공부 하느라 정신없을텐데 무슨 과외를 해?"

"아니 꼭 과외가르쳐 달라는게 아니라. 성재 공부할 때 곁에서 동훈이도 자기 공부하면서 가끔 모르는거만."

"그게 과외지 뭐니?"

"아니 내 말은. 우리 집이 독서실이다.생각하고 성재랑 같이 앉아 있어만 달라는 얘기야. 동훈이는 자기 공

부 하고. 어떻게 안될까?"

"정말 안돼. 독서실. 니가 얘기해서가 아니라 다음주부터 보낼 생각이었어."

"알았어, 언니. 그럼 여름방학때는 괜찮지?"

"그때 가봐서."

은혜는 딱 잘라서 거절하면 너무 매몰차게 보일까봐 조금은 여지를 남겨뒀다. 그때 가서 적당한 핑계를 찾아도

되니까.

"근데 동훈이. 애들하고 장난안치고 진득하게 하긴 하니?"

"그럼. 그러니까 내가 언니한테 계속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지. 동훈이가 얼마나 점잖은지 몰라. 내가 동훈이

한테 장난도 잘 치고 그랬잖아. 요즘은 감히 엉덩이에 손도 못대겠어. 자식이 꼴에 가르치는 입장이라고 얼마

나 무게를 잡는지. 킥킥."

동생 은선이는 동훈이와는 마치 형제처럼 까불고 장난치곤 했다. 이모가 아니라 삼촌같았다고나 할까. 중학

교 들어와서 동훈이의 키가 갑자기 부쩍 커서 은선이를 내려다보게 되었는데도 동훈이에 대한 선머슴같은 장난

질은 멈추지 않았었다. 

[동훈이 행동이 아무래도 티가 나나?]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동훈이가 처한 지금의 환경상 16살 중학생다운 행동거지를 바라는 것이 오히려 

무리일 지도 모른다. 

"니가 말은 그렇게 해두 우리 동훈이한테 선생대접 좀 하나보다?"

"아유, 그럼. 아무래도 신경 좀 쓰지. 내가 어려워해야 아이한테 동훈이 말이 먹힌다는거. 그정도는 내가 

생각하고 있어."

"그래 암튼. 금요일이다. 가능하면 제부도 같이 봤으면 좋겠다."

"언니, 가만. 잠깐 끊지 말아봐."

"왜? 더 할 말 있어?"

"언니, 혹시 미숙이 언니한테 전화 왔었어?"

"미숙이 언니? 아니. 왜? 뭐 물어볼거 있어?"

"어? 언니 아직 모르는구나? 미숙이 언니 귀국하고 한번도 못봤어?"

"귀국했대? 언제?"

"어? 정말 이상하네? 둘이 그렇게 친하면서 아직도 귀국한걸 몰랐어? 귀국한지 열흘이 넘었을텐데."

"넌 어떻게 알았길래?"

"작년에 언니 떠날 때 내가 부탁했었잖아. 돌아오면 연락달라고 말야. 근데 저번 주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

더라고. 그래서 영재랑 가서 인사하고 얘기 좀 나눴어. 언니, 정말 몰랐어? 둘이 왠일이야? 그렇게 친하면

서."

"왠일은. 그럴수도 있지. 내가 한번 찾아가봐야겠다. 언니한테 무슨 일 있나.?"

은혜가 짐짓 염려스럽다는 듯이 말끝을 흐린다. 찾아갈 마음은 없지만 은선이에게 수상한 눈치를 보이긴 싫

다. 그러나 속으로는 기어코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다. 동생 은선이의 존재가 약간 원망스럽다. 은선이가 아

니면 귀국했건 말건 모르고 살았을텐데.

"너 교복은 언제 가져갈거야?"

은혜는 동생 은선이가 더 깊이 캐고 들어올까봐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지금이라도 받으러 가지 뭐. 두 벌 다 줄거지?"

동훈이가 워낙 빨리 크는 바람에 중학교 입학 때 한 치수 크게 입었던 교복도 2학년 2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바

꿔야만 했었다. 그래서 지금 교복이 두 벌이다.

"작은거 한 벌만 가져가. 그것도 성재한테 너무 클걸?"

"주는 김에 그냥 두 벌 다 줘. 혹시 알어 우리 성재도 동훈이만큼 클지?"

"알아서 해라. 난 모르겠다. 그럼 어차피 치수 큰 건 졸업식 때까지 입어야되니까 졸업식 끝나고 두 벌 한꺼

번에 가져가는게 낫겠네."

"그래야겠다. 언니, 나 지금 핸드폰 온다. 끊을께."

"어, 그래. 들어가라."

은혜는 무선전화기를 충전대에 꽂고 일어났다. 미숙이 언니가 이민갈 생각이 없다는 건 말이 나오고 얼마뒤에

감지했었다. 그래도 혹시나. 아니, 제발. 하고 바랬었다. 

[이대로가 딱 좋은데.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동훈이랑 나랑.]

은혜가 아들 동훈이와 붙어먹는다고 해서 누구에게 해를 끼친다거나 하는 일은 없지 않은가. 남편, 즉 동훈이 

아빠에 대한 미안함은 물론 있다. 그러나 남편에게서 뭔가를 빼앗은 것도 아니다. 차려진 밥상에 수저만 한 벌 

더 놓는다는 말이 있듯이, 은혜라는 밥상에 남편도 올라앉고 아들 동훈이도 올라앉게 하는 것뿐이다. 그런다고 

남편이 자기 먹을 거 못 챙겨먹는 것도 아니고. 줘도 못 먹는 남편이 멍충이인거지.

요즘 와서는 그나마 명목상 놓아주던 남편의 수저를 아예 치워버리고 싶은 생각도 든다. 며칠전, 남편과 섹스

할 때 아랫도리에 느껴지던 이물감이 잊혀지지 않는다.

[동훈이랑 너무 많이 했나?]

이제는 은혜가 먼저 하자고 보채는 경우가 더 많다. 

밤에 하면서 햐, 좋은데.라고 느끼면, 다음날 아침 남편을 출근시키자마자 아들 동훈이에게 달려들게 된다. 

"동훈아, 딱 어젯밤만큼만 해줘."

라고 요구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만약 아들의 좆질이 시원찮다 싶으면 오후에 다시 달려드는 것이다. 

"너 아침에 그것보단 더 잘할 수 있잖아."

라고 칭얼대면서 말이다. 

동훈이가 건강하고 튼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물론 은혜가 엄마로서 여간 신경써서 잘 먹이지 않고

는 금방 탈이 났을 시추에이션이기도 하다.

은혜는 자신의 이런 성욕이 특별히 남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건강하고 정상적으로 농익은 아줌

마라면, 여자라면 누구나 이정도는 한다. 

특히 은선이. 피가 섞인 친자매다. 모르긴 해도 잠자리에서 언니인 은혜만큼은 할 아이다. 사귄 남자의 숫자

만 보면 오히려 은혜가 동생 은선이 발끝에 못 미친다. 그래서 은선이가 작고 깡마른데다가 얼굴은 까무잡잡한 

지금의 성재아빠와 결혼한다고 했을때는 벌이도 벌이지만 정력 탓이 크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러나, 은혜가 엄마치고는 너무 밝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 인정한다, 인정해. 그래도 지금까진 탈없이 잘 해왔잖아? 엄마로서 아주 못한 건 아니지 않겠어?]

은혜는 환기를 시키기 위해 베란다 유리창을 활짝 열고, 바깥 창문도 활짝 열어제꼈다. 2월초라 아직은 한기가 

만만치 않다. 은혜가 진공청소기를 집어들고 베란다쪽에서부터 거실안으로 바닥을 쓰윽쓰윽 밀어나갔다.

"일단 산모, 태아 모두 건강하신 걸로 나오네요. 비행기를 오래 타셨다고 했죠? 그건 걱정안하셔도 되겠어요."

미숙은 교실청소지도가 끝나자마자 조퇴하고 직접 운전하여 학교와 집의 중간쯤 되는 곳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

에 왔다. 무엇보다도 열시간 넘는 긴 비행이 태아에게 부담을 주었을까봐 내내 걱정이었는데 의사의 말을 듣고 

나니 비로소 안심이다.

"저기 제가 입덧이 심해서 요즘 식사를 잘 못하는데."

"자녀분이 두 분이라고 적으셨네요? 막내 나이가 지금.?"

"만 11살이에요. 3월에 6학년 올라가요."

"첫째, 둘째 가지셨을 때도 입덧이 심하셨어요?"

"네."

"흠. 두 번이나 겪어보셨으니 잘 아시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냄새가 별로 안나는 음식 위주로 조금씩 자주 

드시는 수밖에요. 칼슘이랑 철분 영양제 처방해드릴까요? 네, 그럼 처방해드릴테니까 잊지 말고 꼬박꼬박 드

시고요. 아직 임신 초기이고, 막내 낳으신지 오래되신데다가. 40대에 임신하신 분들의 경우 유산 위험성이 

아주 높아요. 반드시 안정 취하시고, 격한 운동은 하지 않도록 유의하세요. 정기적으로 방문하셔서 몸상태 체

크 받으시고요."

"저기. 저. 남편하고 잠자리는 같이 해도 되는지."

미숙이 의사와 곁에 서 있는 간호사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의사가 먼저 말해주겠거니 생각하며 기다렸는데 말

이 다 끝나가도록 성생활을 해도 되는지 안되는지 언급이 없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속내를 드러내보이고 나

니 낯이 뜨거워졌다. 20대중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간호사의 당돌한 시선이 거북하다. 

[그냥 인터넷으로 혼자 검색해볼걸 그랬나.]

"물론 하셔도 되죠. 다만. 자궁에 충격이 안가도록 조심해서 하시는게 좋겠죠? 안내책자 드릴테니까 참고하

시고 더 궁금한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이간호사, 그거 있지? 처방전 내드릴 때 챙겨드리세요."

"네, 선생님."

[참나. 고작 그정도 얘기를 들으려고 이런 창피를.]

이간호사라는 여자의 얼굴을 슬쩍 보니 입가에 웃음이 흘흘 흐른다. 미숙은 자신만의 괜한 자격지심인지는 몰

라도 그 여자가,

- 아줌마 나이에 애 배서 온 것도 웃긴데, 애 배고도 그렇게 섹스가 하고 싶어요? 되게 밝히는 색골인가봐.

라고 비웃는 것만 같다.

[아줌마는 사람아니고 여자 아니니? 그리고 내가 색골이 아니라 남편이 색골이다, 어쩔래? 우리 애기아빠가 

니 애인보다 훨씬 젊어 이것아.]

"자식. 좋겠다? 형님 고마운 줄 알아라."

졸업을 앞둔 마당이라 중3 학생들에게 학교는 놀이터를 방불케 한다. 명철이가 민아랑 잘 되가는지 꼬치꼬치 

캐묻더니 같은 고등학교로 배정받았다는 얘기에 공치사를 늘어놓는다. 역시나 졸업여행 때의 일은 명철이가 

설희와 짜고 꾸민 일이었다.

"명색이 졸업여행이잖냐. 나의 친애하는 친구를 위해 뭔가 하나 삼삼한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이거지."

명철이는 초등학교때 여름성경학교에서 처음 알게된 친구인데 같이 놀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재미있는 일

도 함께 많이 겪었다. 키도 비슷하고 농구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너두 좋겠다. 설희도 같은 학교잖아."

"자식. 걔랑 안 사귄다니까 자꾸 그러네."

"사귀지도 않는 놈이 그러고 노냐?"

"사귀지 않으니까 그렇게 놀지, 임마. 너두 민아 안 돌리잖아."

[하긴. 자기 여자를 남 먹으라고 던져줄 놈이 어딨겠냐. 아니지. 그럼 스와핑하는 사람들은 뭐야?]

그러나, 명철이 앞에서는 스와핑의 스자도 꺼내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민아도 돌리자는 

얘기나 들을까 무섭다. 언젠가 민아와 찍은 폰카를 보여줬을 때는 관심없다는 투였기는 하지만.

"민아 얘. 벗겨놓으니까 영 볼품이 없네. 난 이렇게 가슴없는 애는 싫더라."

[이 자식. 가슴큰 우리 엄마 보면 되게 좋아 하겠네?]

그때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 아니고, 지금 문득 드는 생각이다. 

[명철이도 아줌마를 먹어봤을까?]

물어보는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 다음이 문제지.

"나야, 먹어봤지. 아줌마들이 나한테 환장하잖아. 넌 모를꺼다. 아줌마들이 얼마나 잘해주는지."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뻥이 세고, 자기 자랑을 아주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동훈이도 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나도 알아, 임마. 나도 아줌마 먹어봤어."

"니가? 정말? 누구 먹어봤는데?"

"우리 엄마랑, 엄마 친구."

[물론 거기까지는 말 못하지. 아무리 중3이라도 그 정도 분별력이 없으려구. 햐. 근데 입이 좀 근질거리긴 하네.]

남자도 여자처럼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여자가 얼굴에 분칠하듯 

남자는 말에 분칠한다. 남자에 따라 분칠을 가볍게 하는 사람도 있고, 아주 두껍게 하는 사람도 있다. 아예 안 

칠하는 사람도 드물게는 있다. 생얼로 다니는 여자와 비교해 어느 쪽이 더 많은 지는 모르겠다.

명철이에게 엄마나 엄마친구랑 잤다고 말하면 아마 발라도 너무 두껍게 발랐다고 비웃을 것이다. 과장도 두께

나름이지 너무 두꺼우면 과장이 아니라 거짓말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입이 더 근질근질하다. 

[제기랄. 남자는 입뿌리, 좆뿌리, 발뿌리 조심해야한다고 어느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나도 입조심 해야지.]

"오늘은 과외 안 가냐?"

"어. 오늘은 안 가."

방학동안 평일에 몰아서 나흘 했던 것을 개학하면서 격일로 바꿨다. 학원수업 따라가기가 벅차서다.

"너 기술이랑 많이 친해?"

"기술? 윤지연 선생님? 친하긴 개뿔. 너나 나나 같지, 임마. 교회도 같이 다니면서."

"아니던데. 교회 중등부 활동할 때도 너한테만 유난히 친한 척 하는 것 같던데. 앉을 때도 꼭 니 옆에만 앉잖아."

"그거야. 내가 예배 몇 번 빠져서 단속하느라고 그런거지."

"그나저나. 그 까만 애는 애가 왜 그러냐?"

"성재? 이종사촌동생? 왜?"

"기술 손잡고 놓질 않더라. 애가 너무 붙어다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들인줄 알겠더라."

"야, 기술이 나이가 몇인데 걔를 아들로 봐?"

"니가 기술을 너무 좋게만 보나본데. 여자속은 모르는거야. 민아도 겉으로 보기에는 얼마나 깍쟁이냐? 혹시 

몰라. 기술도 소싯적에 좀 놀았을지. 숨겨논 자식이."

"야야! 헛소리 그만 하고 농구나 한 게임 더하자."

"어? 그럴까? 이번에도 10점 먼저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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