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선은 방냄새가 신경쓰이지만 당장 어떻게 손쓸 방법은 없었다. 윤지연 선생의 몸에서 나는 향긋한 화장품 향
기가 그 음침한 냄새를 압도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문을 닫아주고 주방으로 들어서는데 동훈이가 꿔다 논 보리
자루처럼 엉거주춤 서 있는게 보인다. 은선은 김치냉장고에서 사과와 배를 꺼내면서 말했다.
"동훈아. 소파에 좀 앉아 있어. 이모가 과일 깎아줄께."
"그냥 갈께요. 엄마가 교회끝나고 바로 집으로 오라고 했어요."
"엄마 핑계대지 말고, 오랜만에 왔는데 조금만 앉아 있다가 가. 이모랑 아주 안 보고 살거야? 근데 선생님이
아주 열심이시네? 이렇게 집에까지 직접 찾아오시고."
학교일이 아니라 교회일로 찾아온 것이긴 하지만 은선은 고마움을 느낀다. 하긴 20대면 어떤 일이건 열심히
할 나이이긴 하다. 10년을 되돌려준다면 은선도 그에 못지 않게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
은선은 결혼을 일찍 했다. 여자로서 가장 화려할 시기인 20대의 절반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결혼하고 곧바
로 첫째 성재를 임신하느라 신혼생활의 재미라는 것도 거의 몰랐다. 결혼을 일찍 한 것이 후회스럽지는 않다.
결혼을 늦게 하는 사람은 결혼전의 인생을 즐기는 것이고, 결혼을 일찍 하는 사람은 아이들이 앞가림할 정도로
자란 중년 이후의 삶을 즐길 수 있다. 장단점이 있다.
물론 때때로 20대의 젊음과 자유가 부럽기는 하다.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대학에 가지 않은 것도 아쉽다. 당
시엔 재미없는 공부하러 대학까지 가야할 필요를 못 느꼈었다. 동갑내기 치대생에게 끌렸을 때도 역시 그랬다.
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니 그때의 선택이 지금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은 남녀가 자신의 반쪽을 찾아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라고 한다. 달리 보면 반쪽이나마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던 삶이 결혼으로 더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미리 그런 생각을 했더라면 혼자만의 삶을 일찍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멀리 떨어져 봐야 또렷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나간 날은 지나가 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 치고 문제는 중년이후를 기대할 수 있는가다. 둘째 성재까지 대학에
보내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아이들과 들볶여야 한다. 10년뒤에 행복한 중년의 삶을 누릴 수 있을까? 현재로
서는 암담하다. 아이들의 성장, 남편의 건강과 애정. 결혼한 여자의 미래는 그들에 의해 결정된다. 은선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절반이 남의 것이다. 아니, 아이 두 명의 몫까지 계산하면 은선이 오로지할 수 있는 부분은
4분의 1쯤이나 될까? 어쩌면 그 정도도 되지 않을 것 같다. 남은 10년이 지금과 다르지 않게 흘러간다면, 만
기가 되어 적금을 찾은들 이자는 커녕 원금이나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 쓱, 쓱, 사각, 사각.
"고등학교는 중학교랑 좀 다르지? 친구는 많이 사귀었어? 선생님들은 잘 가르치시는 것 같고? 니가 같이 안
가니까 성재가 교회 나가기 싫댄다. 귀찮더래도 니가 좀 데리고 나가면 안될까?"
은선은 과일을 깎으면서 동훈이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동훈이는 에라 모르겠다는 기분으로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성재도 이젠 혼자 다녀 버릇해야죠."
"너도 우리 성재 성격 잘 알잖아. 애가 워낙에 숫기가 없어서. 중학교 올라가더니 더 심해지네. 원래 학년초
에 제일 힘들어하긴 하지만. 동훈아."
"네?"
은선이 문득 손을 멈추고 동훈이 쪽을 쳐다본다.
"니가 우리 성재랑 얘기 좀 해봐. 혹시 학교에서 누가 괴롭히지나 않는지."
"누가 괴롭힌대요?"
"그걸 얘기 안한다니까."
은선이 동훈이가 앉은 소파 앞 탁자에 과일 접시를 놓아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서 나
머지 과일 접시를 쟁반에 받쳐들고 성재의 방으로 간다.
- 어린 양이.
방문을 열자 윤지연 선생의 낭랑한 기도소리가 흘러나온다. 동훈이는 안봐도 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
지 눈에 선하다. 윤지연 선생님은 성재의 손을 잡고 교회예배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나오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드리고 있을 것이다. 은선은 엄숙한 분위기에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얌전히 돌아 나왔다.
"저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더라? 듣고도 까먹었네."
"윤지연 선생님이요."
은선이 거실소파에 앉아 동훈이에게 말을 붙였다. 사과 한 조각을 포크에 찍어 동훈이에게 건네주며 아무 일도
없었던 사이처럼 친근하게 군다. 동훈이는 포크를 받아들기는 했지만 보란 듯히 엉덩이를 번쩍 들어 구석자리
로 옮겨앉는다.
"자식. 아직도 삐졌구나?"
"아삭, 아삭."
놀리는 듯한 이모 은선의 말투에 동훈이는 짜증이 나서 사과만 힘차게 씹는다. 은선은 동훈이의 옆모습을 보는
데 빙글빙글 웃음이 나온다. 삐진 모습이나 삐졌다고 광고하는 모습이 아직은 영락없이 어린 소년이다. 치기
를 벗지 못한 어린 꼬마다. 오줌기저귀, 똥기저귀 갈아주던 때가 정말로 엊그제 같다. 은선이 직접 젖을 물려
준 적만 없다뿐이지 언니 은혜를 도와 업어 재우고, 안아 재우고, 씻기고, 먹이고. 몇 달간 친자식이나 다름없
이 돌봐주었었다. 처녀가 애꿎게 고생한다며 미안해하는 언니 은혜에게 덕분에 예행연습 잘 한다고 웃으며 받
아치곤 했었다.
그런데 막상 지나고 보니 서툴게 키운 조카 동훈이는 이렇듯 멋지게 자라줬고, 한번 해봤다는 자신감으로 키운
친아들 성재는 하루도 부모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일이 자기 뜻과 같지만은 않다고 하는
가 보다.
"너무 이모만 탓하지 말어. 어차피 니 엄마도 알고 있었던 거잖니. 니가 엄마한테 비밀로 하라길래 이모는 걱
정되서 그런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마는 알고 있어야지. 아들 일인데. 근데 그거. 핸드폰에 아직 있
니? 이모도 좀 보여주라."
"없어요. 지웠어요."
동훈이는 입이 비죽 내밀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모도 이모지만, 엄마 은혜의 처신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다. 어떻게 핸드폰 영상에 대해 이모 은선에게 떠벌릴 수 있는가 말이다. 친아들의 가장 은밀한 부분이거늘.
[젠장. 누가 자매 아니랠까봐. 입이 싼 것도 똑같네.]
"동훈아. 엄마랑은. 재미있어?"
이모 은선이 은근한 말투로 넌지시 물어오는 소리에 동훈이는 몸이 바싹 긴장되는 걸 느꼈다. 뜬금없고 모호한
질문에서 수상한 의도가 감지된다.
"네? 뭐가요?"
[이모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거야?]
"엄마한테 대충 들었어. 엄마랑 재밌는거 하면서 산다며?"
은선은 최대한 부드럽고 긍정적으로 접근해볼 속셈이다. 다그치고 꾸짖는 투로 추궁하는 식은 동훈이의 경계
심과 반발심만 자극할 것이다.
"재밌는거 뭐요?"
[설마 엄마가?]
엄마와 하는 재밌는거라면 동훈이로서는 섹스밖에 생각나는게 없다. 엄마와 요리하는게 재밌겠는가, 집청소
하는게 재밌겠는가, 빨래하는게 재밌겠는가. 이모 은선의 새초롬한 두 눈이 동훈이의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
보고 있다. 피부를 뚫고, 살을 지나, 근육을 넘어, 골수로 파고들어서 동훈이의 속마음을 탐색하려는 눈초리
다. 동훈이가 숨기고 있는 진짜배기 비밀을 캐내려는 모습이다.
이모가 뭔가를 알고서 이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엄마 은혜에 대한 의심이 퍼뜩 떠오른다. 그러나, 엄마
은혜의 입이 아무리 가볍다 해도 그렇게 중요한 비밀을 이모 은선에게 털어놓았을 리는 없다. 그런데 이모 은
선의 물음은 정확히 정곡을 찌르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동훈이가 기억하기로는 엄마 은혜와의 관계에 대해 이모 은선에게 책잡힐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이모 은선이
보는 앞에서 의심을 살만큼 엄마 은혜와 신체적으로 접촉한 일이 없거니와 언행에서 실수한 적도 없다.
[혹시 엄마가 실수를?]
동훈이가 아니라면 역시 엄마 은혜밖에는 달리 실수할 사람이 없다. 미숙이 선생님은 조심스럽고 얌전한 분인
데다가 이모 은선과 마주치는 일도 거의 없다. 칠칠맞은 사람은 엄마 은혜 뿐이다.
은선은 동훈이의 하얗게 질려가는 얼굴을 보면서 그녀 자신도 더럭 겁이 나기 시작했다. 동훈이의 심각한 얼굴
이 대단한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은선의 예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사악하다 여겼던 근친상간
에 대한 상상이 맞아들어가는 조짐을 보인다.
"어, 엄마가 뭐라고 했는데요?"
동훈이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당장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으로 달려가서 엄마 은혜를 붙잡
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엄마! 이모한테 뭐라고 떠벌렸어? 아들이 잘 박아준다고 자랑이라도 했어?]
은선은 동훈이의 표정을 살피며 계속해서 넘겨짚어 본다. 겁이 더럭 난다. 그래도 이미 시작된 발걸음을 되돌
릴 수는 없다. 비밀이란 달콤한 유혹의 껍질속에 무섭도록 쓰디쓴 열매를 숨기고 있는 법이지만.
"어휴. 대놓고 얘기하려니 정말. 희진이네 엄마하고는 어떻게 된거야?"
미숙이 언니도 핸드폰 영상에 대해 알고 있다기에 슬쩍 건드려본다. 내막을 전혀 모르고 아는체 하려니 밑천이
딸려서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다. 이리저리 닥치는 대로 찔러대다 보면 쌀이든 모래든 흘러나오겠지 싶은 것이
다. 그런데 놀란 눈을 도르륵도르륵 굴리던 동훈이가 입까지 쩌억 벌린다. 제대로 찌른 모양이다. 정확히 찌
르긴 했는데 흘러나온게 뭔지는 모르겠다.
[되게 놀라네? 미숙이 언니도 안다 싶으니까 놀라는건가?]
동훈이가 놀라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은선도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동훈이의 얼굴에서 수치심과 경악을
읽으며 은선은 괜한 짓을 벌이고 있다는 생각에 후회도 된다. 어쩌면 은선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작고 대수
롭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동훈이가 엄마인 은혜의 벗은 몸을 슬쩍 훔쳐봤다거나 팬티 같은 속옷에 관심을 보
인 정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춘기의 성이란 아주 예민하고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살갗이 조금만 까져
도 커다란 아픔을 느낀다. 그래서 동훈이가 이토록 과하게 놀라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은 정말로 별 일 없었
을 지도 모른다.
동훈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엄마 은혜가 이모 은선에게 미숙과의 일도 발설한 것 같다.
[엄마가 미숙이 선생님 얘기도 한거야? 씨발. 잘 하는 짓이다.]
아니다. 이모 은선의 말투가 단정적이지는 않다. 에둘러 말하는 태도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그런데 한편
으로는 윤지연 선생님이 지척에 있어서 조심하느라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혼란스럽다. 어찌 됐든지 간에 엄
마 은혜에게 확인하는게 급선무일 것 같다. 이모 은선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일단 이 자리는 모면하
고 보는게 상책이지 싶다. 동훈이는 소파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이모. 나 갈래."
"점심 먹고 가. 이모가 칼국수 맛있게 끓여줄께. 니가 먼저 가버리면 선생님이 불편하시잖어."
은선이 동훈이를 따라 일어나며 팔을 잡고 말린다. 그러나 동훈이는 몸을 홱 돌려 외면하며 현관문 쪽으로 성
큼성큼 걸어갔다. 한시라도 빨리 엄마 은혜를 족쳐야 겠다는 생각뿐이다.
[지금 칼국수가 문제야? 씨팔. 내가 가만 두나 봐라.]
- 철컥!
동훈이가 신발을 대충 구겨신고 현관문을 열자, 은선이 주방 쪽에서 지갑을 챙겨 들고 급히 따라 나선다.
"왜 따라와?"
"너 따라가는거 아니야. 칼국수 끓일 거 사러 나가는거야."
- 크르릉.
동훈이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은선도 뒤따랐다. 강아지가 주인 뒤를 졸래졸래 따라가는 것 같다. 엘리베
이터 문이 닫히고 잠시 동훈이의 눈치를 살피던 은선이 슬그머니 한 마디 한다.
"동훈아. 엄마랑 그러면 재밌어?"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는지는 모르지만 동훈이와 엄마인 은혜와의 사이에서 성적인 접촉이 오간 것은 사실로 보
인다. 충격도 충격이지만 친엄마에게도 정욕이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특히나 친엄마가 은혜같은 사람인데도
말이다. 여자는 여자가 정확히 보고, 남자는 남자에게 보이라는 말이 있다. 언니 은혜는 같은 여자가 보기엔
여자로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그리 미인도 아니고, 지적으로 교양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몸매? 아줌마 몸매야 뻔하지 않은가. 수영장이나 목욕탕에 같이 다녀본 지는 오래 됐지만 40살이나 먹은 아
줌마에게 제일 기대해서는 안되는게 바로 몸매다. 그럼 봄날 아줌마는 뭐냐고? 언니 은혜가 그 아줌마의 반에
반이라도 운동을 한다면 백보 양보하겠다. 그러나 언니 은혜는 은선이 알기에 돈주고 운동하는 걸 싫어할 뿐만
아니라 돈안내고 운동하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재밌긴 뭐가 재밌어? 이모는 자꾸 이상한 소리하고 그래."
동훈이는 벌컥 소리를 질렀다. 빈정대는 듯한 이모 은선의 말투를 참고 견디기 힘들다. 친엄마와 붙어먹는다
는게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일인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에 대해 이때만큼 수치심을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엄마 은혜와의 근친상간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인 미숙이 선생님 앞에서도 부끄러움을 느꼈던 적은
전혀 없다. 미숙이 그만큼 아량이 넓고 생각이 깊다는 증거일 것이다. 어쩌면 미숙도 똑같이 부도덕하게 살을
섞는 사이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아무튼 동훈이는 이모 은선의 능글능글 비웃는 투의 말에 얼굴이 뜨거워진다.
[쳇. 젊었을 때 남자들이 줄을 섰다고? 말도 안돼.]
사람 착한 미숙의 과장된 칭찬이라는 혐의가 짙다. 보통의 여자라면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워할 은밀한 문제를
가지고 낯뜨겁게 조카를 놀려먹는 이모 은선에게 매력적인 처녀시절이 있었으리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
는다. 미숙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모 은선이 처녀시절에 비해 아주아주 많이 변한 거다.
여자의 얼굴은 어제 다르고, 오늘 또 다르다고 한다. 아역배우 때는 귀엽고 예뻤다가 성인이 되서는 별 볼 일
없어진 배우들을 보면 그렇다. 이모 은선의 처녀 시절은 보지 못해서 어떠했다고 얘기할 수 없지만, 지금의 은
선은 부끄러움도 모르는 뻔뻔한 아줌마일 뿐이다. 이모부가 이모에게 데면데면한 것도 이해가 된다.
[여자가 여자다운 맛이 있어야지. 엄마가 이모보다는 훨씬 낫다.]
동훈이는 무시당하는 기분도 든다. 엄마 은혜나 미숙이 이제는 동훈이 앞에서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을 이모 은
선이 지금 하고 있다. 엄마 은혜와 미숙에게서 어른 대접을 받는데 익숙해져서인지 이모 은선의 장난과 놀림이
더욱 기분나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린다.
- 크르릉.
"왜 하필 니 엄마야? 민아같이 어리고 예쁜 여자친구 놔두고."
은선은 엘리베이터를 나서는 동훈이의 뒤를 졸래졸래 쫓아가며 물었다. 연예부 기자라도 된 듯 집요하다. 결
국엔 깨졌다지만 섹스까지 할 수 있는 여자친구를 두고서 그보다 훨씬 못한 친엄마에게 성적인 욕구를 가졌다는
게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민아를 욕할게 아니라 동훈이에게 책임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여
자는 남자의 바람기에 민감하다. 동훈이가 다른 여자, 그러니까 자기 친엄마와 모종의 허락되지 않은 일을 벌
이는 낌새를 민아가 알아채서 둘 사이가 틀어진게 아닌가 의심스러워진다. 바람에는 맞바람으로. 라는 민아
의 보복심리 아니었을까.
"엄마가 훨씬 더 예뻐! 이모보다도 더 예뻐!"
- 타닥, 타닥.
동훈이가 소리를 빽 지르더니 자기 집 아파트동 쪽으로 뛰어가버렸다. 은선은 동훈이의 뒷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동훈이가 남기고 간 말이 귓가에서 메아리쳐 울린다. 믿기지 않는 말이다. 제 눈에 안경이라지만,
아들녀석이 어찌 여자가 없어 친엄마를 자기 눈에 걸었단 말인가. 게다가 사십 넘은 아줌마가 갓 피어오르기
시작한 10대 소녀보다 더 예쁘다니. 둘 중에 하나는 미친게 분명하다. 동훈이 자식이 미쳤거나, 언니 은혜가
미쳤거나.
둘 다 미쳤을 수도 있지만 둘 중 하나만 미쳤다면 그 사람은 바로 언니 은혜일 것이다. 이제 겨우 피어나기 시
작한 파릇파릇한 새싹인 조카 동훈이에게는 미쳤다는 말이 미안하다. 언니 은혜는 처녀적에도 남자 관계가 얌
전하지 않았다. 그게 두 다리, 세 다리 식으로 관계가 복잡했다는 뜻은 아니다. 동갑내기, 연하, 연상 가리지
않고 만나고 다녔다는 점에서 얌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언니 은혜가 은선에게 만나는 남자에 대해 이러쿵 저
러쿵 속닥거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속사정을 알지 못해 조심스럽기는 하다.
아무튼 이제는 조카 동훈이가 더 걱정이다. 처음에는 여자인 언니 은혜가 피해자 비슷한 입장이라고 생각했었
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여자만 피해자라는 법은 없다. 언니 은혜는 산전수전 다 겪은 41살 어른이고, 동
훈이는 이제 갓 고등학교에 올라간 17살 소년이다. 더우기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 시기 동훈이는 겨우
중학생이었다. 오히려 동훈이 쪽이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휴.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쓸데없는 짓 하는거 아닌가 몰라. 내 앞가림이나 잘 할 궁리해야지.]
내일 당장 성재의 하교길을 지키고 서있어야 할 것 같다. 예전에 성재가 왕따에 시달릴 때도 몇 차례 그랬던 적
이 있다. 정말 못할 짓이다. 성재가 하교할 시간에 맞춰 길목을 지키고 서있으면 벼라별 생각이 다 난다. 아
무 것도 보지 못한 채 헛걸음 치고 돌아오는 날은 차라리 다행이다. 성재가 또래 아이들 몇 명에게 가로막혀 고
개숙이고 주눅들어있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만큼 잔인한 고문은 다시 없다. 동훈이에게 괜한 소리를 해서 쫓아
보냈다 싶어 후회가 밀려온다. 성재에 대해 간곡히 도움을 청하는게 먼저였고,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여자는 호기심이 문제다. 호기심에 못이겨 정작 해야할 일은 뒤로 미룬다. 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간 것도,
판도라가 상자를 연 것도 모두 호기심 때문이다. 여자에게 호기심이 없다면 남자위에 군림하며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다녀왔습니다."
"이제 오냐."
동훈이 아빠가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가 일어나 문을 열어준다. 동훈이는 집에 오기만 하면 엄마 은혜를
붙잡고 단단히 따져 물으려고 했는데 아빠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꾸욱 참았다. 엄마 은혜는 부엌에서 점심 준
비를 하고 있었다. 식탁에는 이미 김치와 마른 반찬이 놓여 있다. 동훈이는 아빠가 TV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틈을 타서 엄마 은혜에게 다가선다.
"왜?"
은혜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가 흠칫 놀란다. 동훈이가 거실을 등지고 서서 은혜를 노려보고 있
다. 살기등등하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잡아먹을 것처럼 얼굴표정이 흉악하다. 왜 그러느냐는 물음에 대답
도 않고 장승처럼 서서 노려보기만 한다. 동훈이 아빠만 곁에 없으면 무슨 짓을 벌일 기세다. 은혜는 본능적으
로 위기감을 느끼고 남편을 불렀다.
"동훈이 아빠. 식사해요."
"알았어. 동훈아, 밥 먹자."
"네, 아빠."
남편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자 은혜는 비로소 안심되는 걸 느꼈다. 동훈이도 의자에 앉는다. 아빠가 곁에 있다
는 걸 의식해서 얼굴은 담담함을 가장한 무표정이다. 은혜는 밥과 국을 담아내면서 동훈이의 기색을 몰래몰래
살폈다. 좀전에 눈에서 불똥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사납게 노려본 이유가 궁금하다.
욕망이 그 이유라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동훈이 아빠만 곁에 없으면 아들 동훈이에게 기쁜 마음으로 잡아먹혀
줄텐데. 동훈이의 젊은 혈기가 드디어 한계에 다다랐나 보다. 매일같이 빨고 박고 싸다가 근 열흘 가까이 만
지지도 않고 두고 보기만 했으니 어련하겠나.
"바로 안 오고 어디 들렀다 오냐?"
"네. 이모네 갔다왔어요."
"거긴 왜?"
"교회 선생님이 가르쳐달라고 하셔서요. 성재가 교회 빠진다고."
동훈이와 남편 사이에 대화가 오가는 걸 보고 은혜는 기회를 노렸다. 어떻게든 아들 동훈이와 말을 섞고 싶어
서다. 우선 말을 섞어야 몸도 섞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니가 다닌 중학교 기술선생님 말이니? 졸업식 때 사진 같이 찍은."
". 네."
동훈이가 엄마 은혜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더니 마지못해 대답한다. 은혜는 그런 동훈이의 태도가 못마땅하지
만 한 마디라도 대답해준게 어디냐 싶어 횡재한 기분이다. 고집불통인 녀석이지만 하나뿐인 아들이고, 사랑하
는 남자다.
"여보. 당신도 기억하죠?"
"그럼. 기억하지. 이모부는 집에 계시든?"
"아니요. 지방가셨대요."
"그래? 여보. 저녁에 처제랑 애들 불러서 식사나 같이 하지?"
"뭐하러요? 오늘이 무슨 날도 아닌데."
"꼭 무슨 날이라야 되나? 가까이 살면서 자주 보고 그러면 좋잖아."
"불러서 뭘 해다 먹여요? 마땅한 찬거리도 없는데."
"삼겹살 두어 근 사다가 구워먹으면 되지. 어려울게 뭐 있어?"
"당신이야 먹고 돌아서면 그만이니까 어려울 거 없겠죠. 기름 눌러붙은 거 닦아내고 냄새 밴 거 없애려면 얼마
나 힘든데. 근데 당신. 오늘은 목욕탕 안 가요?"
"왜 안 가. 점심 먹고 가야지. 동훈아. 너도 이따 목욕하러 가자?"
일요일 오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정해진 시간표다. 그러나 은혜는 이 날만은 시간표가 지켜지지 않기를 간절
히 바라고 있다. 동훈이의 기세가 수그러들기 전에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것이다. 동훈이가 야수처럼 달려
들어 옷을 발기발기 벗기고 그녀의 알몸에 올라탈 것이라 상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고 아랫도리가 옴찔거린다.
"밥먹고 친구랑 농구하기로 했어요."
"농구를 얼마나 할건데? 끝나고 같이 가자."
"아유, 참. 당신 혼자 갔다와요. 동훈이도 지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 대로 좀 놀게. 목욕을 꼭 둘이 같이 가야
돼요?"
"꼭 그런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가면 좋잖아. 등도 서로 밀어주고. 안 그러냐, 동훈아."
은혜는 동훈이를 거들자는 일념으로 남편을 구박데기로 만든다. 동훈이가 진짜로 친구와 농구하러 나간다면
헛된 노력이겠지만 밑져야 본전이다. 흉악하게 번득이던 동훈이의 눈빛을 믿고 싶다.
"아빠. 오늘은 목욕탕 가기 싫어요."
"그래? 그러면 할 수 없지."
동훈이가 목욕탕에 가기 싫다고 말하면서 엄마 은혜와 눈을 맞춘다. 은혜는 몸이 감전되고 숨이 멈출 것만 같
다. 가슴 뿌듯한 기대감에 호흡이 가빠진다. 동훈이 아빠는 공중목욕탕에 한번 가면 짧게는 1시간 30분, 길면
2시간까지도 걸린다. 적어도 한 시간 반. 그동안 동훈이와 만리장성을 쌓아야 한다. 다시는 무너지지 않도록
튼튼하게 지어야 한다.
그간의 자존심은 남김없이 죄다 내다 버리련다. 자존심이 여자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긴 하다. 그러나 그
보루안에 갖힌 여자는 외롭고 쓸쓸하기 쉽다. 은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그것을 뼈져리게 느꼈다. 아들과 붙어
먹는 여자가 자존심을 내세운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아들에게 스스로 보지를 벌려준 순간부터 이미 자
존심은 엄마의 것이 아니다. 은혜는 그녀 자신의 것도 아닌 자존심을 부여잡고 지금까지 헛된 고집을 부려온
것이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열흘 밤동안의 전전반측이 후회스러울 따름이다.
"엄만 점심 먹고 어디 안 가요?"
"응? 아니. 엄만 어디 안 가고 집에만 있을거야."
동훈이의 물음에 은혜는 짐짓 담담한 말투로 화답한다. 그러나, 속으로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동훈아! 동훈아! 우리 아들! 너한테 보지도 안 대주고 엄마가 어딜 가겠니!]
아빠가 목욕탕에 가시기를 기다리는 동안 동훈이는 자기 방 침대에 누워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미숙이 선생님
에게 전화 걸어서 물어볼까 하다가 만다. 요즘 들어 부쩍 미숙은 엄마 은혜의 편을 든다. 동훈이를 사이에 두
고 아웅다웅 원수처럼 굴던 두 사람이 어느새 예전으로 돌아가 친자매처럼 서로를 위해 준다. 전화해서 저간의
사정을 물어봐 봤자 미숙은 엄마 은혜에 대해 좋게좋게만 얘기할 것 같다.
- 엄마랑 하면 재밌어. 하필 왜 엄마야.
이모 은선의 말들이 지워지지 않고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 눈이 삐었니? 여자 보는 눈이 없구나?
그렇게 놀리는 말로 들린다. 이모 말대로 정말 여자보는 눈이 없는걸까? 엄마 은혜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아
랫배가 약간 나오고 허리선이 누구처럼 잘록하진 않지만 나름 풍만하고 탄력있는 몸매에 얼굴도 오밀조밀 귀여
운 편이다. 어딘지 모르게 그늘진 이모 은선보다 더 밝고 화사한 편이다. 평소에 잘 꾸미지 않아서 그렇지, 차
려입고 화장품 바르면 제법 그럴 듯하다. 보지도 애를 둘씩이나 뺀 이모 은선보다 엄마 은혜의 보지가 훨씬 더
쫄깃하면 쫄깃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모처럼 아이를 둘 낳은 미숙이 선생님의 보지를 겪어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얼굴은 물론 이모 은선도 엄마 은혜와 비슷하게 오밀조밀 귀여운 스타일이긴 하다. 다만 이모 은선은 윗입술이
얇고 눈이 조금 더 커서 서양인형처럼 세련되어 보이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피부가 정말 뽀얗다. 엄마 은혜가
동양인치고는 밝은 피부톤이라면, 이모 은선은 백인여자처럼 피부가 하얗다. 그래서 햇볕에 잠시 노출되거나
술이라도 한 잔 마시면 얼굴이 마치 하얀 한지에 분홍 꽃물이 든 것처럼 발그레해진다.
그렇다고 동훈이의 눈에 이모 은선이 엄마 은혜보다 더 예뻐보인다는 것은 아니다. 작년 그러께라면 모를까 이
제는 엄마 은혜가 이모보다 훨씬 더 낫다는 생각이다. 이모 은선은 한 마디로 왈가닥 아줌마다. 엄마 은혜도
아줌마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훈이 앞에서는 수줍고 애교많은 여자가 되어준다는 것이 둘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씨발. 괜히 궁금하네.]
친자매는 잠자리에서 어떻게 다르고 무엇이 같을까 몹시 궁금해진다. 보이는 부분은 그렇다치고, 보이지 않는
부분은 어떨까? 젖가슴은 누가 더 크고 탄력있을까. 보지는 정말 아이를 하나밖에 낳지 않은 엄마 은혜의 것
이 더 찰지고 맛있을까? 이모 은선도 엄마 은혜처럼 노골적이고 저질스럽게 색쓰는걸 즐길까?
- 엄마랑 하면 졸라 재밌어. 엄마가 보지를 정말 잘 대주거든. 이모는 보지가 헐렁해서 우리 엄마보다는 맛이
없을 것 같아.
처녀시절에 남자들이 줄서서 들락거렸다니 그 보지가 얼마나 너덜너덜 하겠는가. 그렇게 말하면 이모 은선이
약올라할까? 엄마 은혜보다 못하다는 말에 질투할까? 이모가 약이 바짝 올라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하는 모
습을 보고 싶다.
이모 은선의 추궁에 처음엔 많이 당황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진정된다. 그동안 하도 놀라운 일을 많이
겪어서 면역이 된 모양이다. 이모 은선의 차분한 태도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보통사람이라면 기
겁하고 놀라 자빠질 일일텐데 이모 은선은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느물느물 비웃는 정도에 불과했다.
걱정이 되기도 하고 걱정이 안되기도 한다. 이모가 뭘 더 어쩌겠는가 싶다. 친언니와 친조카의 일을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겠는가, 신문사에 제보라도 하겠는가. 게다가 강제적인 관계도 아니고 둘이 좋아서 같이 자는거
다. 아무리 이모이고 엄마의 친동생이라 해도 말리거나 방해할 권리는 없고, 방해할 방법도 없을 것이다.
- 똑, 똑. 딸깍.
"동훈아. 자니? 아빠 목욕 가셨는데."
은혜는 방문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침대에 누워있는 동훈이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동훈이가 없을 때는 청소하
느라 벌컥벌컥 서슴지 않고 열며 드나들었지만, 동훈이가 있을 때 문을 여는건 따귀사건 이후로 거의 열흘 만이
다. 동훈이가 어떻게 받아줄지 몰라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만약 들은 체도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는다면 체면
불구 옷 활활 벗어부치고 달려들 생각이다. 그런데 동훈이가 스르르 침대가에 앉더니 벌떡 일어서서 은혜에게
다가와 팔을 잡는다. 팔을 잡은 채로 방을 나서서 거실을 가로지르더니 안방으로 데려간다.
"도, 동훈아. 안방말고 니 방에서 하면 안될까?"
팔을 잡아준 것은 고맙지만 안방에서 일을 치르면 뒷정리에 신경써야해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 동훈이 아빠가
1시간 30분을 딱 지킬 것이라고 확실히 보장된 것도 아니다. 은혜는 아들 동훈이가 이끄는 대로 일단 따라가면
서도 뜻을 거스른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며 거듭해서 말린다.
"동훈아. 안방은 아빠 땜에 좀."
- 삐걱.
어느새 안방에 들어선 동훈이는 장농에서 옷가지들이 들어있는 쪽의 문을 연다. 안방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던져버리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서 어떻게 예쁘게 쓰러질까 자세를 급히 궁리하던 은혜로서는 전혀 의외의 상
황이다.
"씨발. 옷이 왜 이런거 밖에 없냐."
동훈이는 거친 손길로 옷걸이에 걸린 엄마 은혜의 옷들을 뒤적거렸다. 어두운 계통의 평범한 스타일이 주류다.
눈에 들어오는 옷이 없다. 서랍을 열어 뒤져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미숙이 사줬다는 옷 몇 벌이 그나마 조
금 봐줄만 하지만 이미 여러번 본 터라 색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다.
"엄마. 치마 좀 사입어. 어떻게 죄다 바지 뿐이냐?"
"치마도 거기 있잖아. 왜 그러는데? 뭘 찾는데?"
은혜는 사과의 말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이었는데 아들 동훈이는 사과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
이다. 그간 신경전을 벌이고 화내던 것들은 모두 잊었는지 옷이 든 서랍안을 헤집는 데에만 열중한다.
"에이. 없다, 없어."
- 쿵!
동훈이가 장농문을 신경질적으로 닫고는 엄마 은혜를 향해 돌아섰다. 은혜를 마주보고 서서 잠시동안 말없이
내려다보기만 한다. 은혜도 동훈이의 얼굴을 마주 올려본다. 아무 말없이 계속 바라보려니 거북하고 어색하
다. 그래도 기회는 지금뿐이다.
"동훈아. 엄마가.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해."
은혜는 동훈이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지 못한다. 동훈이의 배꼽 근처에 시선을 두고 더듬더듬 말한
다. 첫사랑 남자에게 어렵게 어렵게 사랑고백을 하는 소녀처럼 수줍어한다. 동훈이는 그런 엄마 은혜의 모습
을 보고 가슴이 설레는 걸 느꼈다.
"엄마가 훨 예뻐!"
"응?"
괜찮다거나, 자기도 잘못했다거나 그런 정도의 대답이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은혜의 기대와는 달
리 동훈이의 대답은 영 쌩뚱맞다. 은혜는 동훈이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예쁘다니? 무슨 말이야? 얘가 갑자기 뜬금없이.]
남자들 중에는 다소곳하고 순종적인 여자보다는 콧대높고, 걸핏하면 튕기고, 삐지기도 잘하는 여자에게 더 매
력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중국의 서시인가 뭔가 하는 미인은 눈썹을 찡그린 모습도 너무나 아름다워서
다른 여자들이 죄다 따라했다고 한다. 은혜의 생각으로는 여자의 찡그린 얼굴에 혹한다는 건 참으로 이상한 취
향이다. 그러나 동훈이가 그런 취향을 가졌다면 은혜는 언제라도 찡그린 얼굴을 보여줄 용의가 있다.
"엄마가 훨 낫다구."
"누구? 미숙이 언니보다?"
따귀 때리고 열흘 가까이 쌀쌀 맞게 굴던 차에 예쁘다느니, 훨 낫다느니 하는 말을 들으니 정신이 얼떨떨하다.
동훈이에게 얼마나 호되게 당할지 모른다 싶어 각오하고 있었건만.
[그런데 아까는 왜 그렇게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을까?]
이렇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부드럽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은혜는 남자가 맺고 끊는 게 확실해야 한다고 생
각한다. 잘못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은혜는 아들 동훈이에게 잘못을 했다. 그래서
벌을 받아야 한다. 은혜는 동훈이가 그걸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난데없이 칭찬이라니. 은혜가 바라던 상
황이 절대 아니다.
"아니. 이모보다."
"이모보다? 이모가 왜? 이모가 뭐라고 하디?"
은혜는 어안이 벙벙하다. 갑자기 동생 은선이보다 더 예쁘다니. 누가 물어봤냐고요.
"이모가 엄마를 무시하잖아. 그래서 내가 한 마디 해줬어. 이모보다 엄마가 훨씬 예쁘다고."
"이모가 뭐라고 했길래? 아까 이모네집 갔다 왔다더니. 이모하고 싸웠어?"
이모와 어린 조카가 싸운다는 말이 조금은 우습지만 동생 은선이와 아들 동훈이는 워낙에 오누이같이 투닥투닥
장난도 잘 치고 종종 티격태격 말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싸운게 아니라."
"이모는 다 너 잘되라고 그런거야. 그리고 이모가 너보다 한참 어른인데 대들고 그러면 못 써. 이모한테 말 막
하고 그런건 아니지?"
은혜는 솔직히 동생 은선의 행동이 조금 얄밉지만 아들 동훈이 앞에서 이모 욕을 하는건 교육상 좋지 않을 것 같
아 가능한한 좋은 쪽으로 얘기한다. 동훈이는 여느 부모와 다름없는 엄마 은혜의 훈계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이모 은선은 엄마 은혜에게서 모종의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랑은 재밌느냐고 물어왔었다.
동훈이는 당연히 엄마 은혜와의 섹스가 재미있는지 물어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엄마 은혜가 이모 은
선에게 발설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의도적으로 발설한 것이 아니라면 실수로라도 그랬을 것이라 생각했었
다. 그런데 엄마 은혜의 태도가 평소와 다름없다.
[엄만 이모한테 들킨걸 아직 모르나?]
"어머! 엄마가 또 잔소리 했네? 미안해, 동훈아. 엄마가 잔소리 안하려고 했는데."
말없이 굽어보는 동훈이의 눈길에 은혜는 실수를 깨달았다. 아들 동훈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잔소리다. 동
훈이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어 은혜는 전전긍긍한다.
"엄마. 이모는 모르겠지? 우리 사이?"
"우리 사이? 당연히 모르지. 걔가 어떻게 알겠어."
은혜는 우리 사이라는 말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달콤한 말이다. 은혜는 동훈이의 가슴에 스르르 안겨간다.
동훈이가 피하지 않고 엄마 은혜의 등을 양 팔로 둘러안았다.
[엄만 정말 모르는구나.]
동훈이는 엄마 은혜를 품에 안은 채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이모 은선은 엄마 은혜에게 들었다고 했지만 거짓
말이었던 것 같다. 공범을 따로따로 떼놓고 취조하듯 동훈이를 거짓말로 떠본 것이 분명하다. 동훈이가 어리
다고 우습게 보고 그런 것이 틀림없다. 이모가 괘씸하다.
그러나 어쨌든 이모 은선이 동훈이와 엄마 은혜의 관계를 눈치챈 건 사실이다. 동훈이는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엄마 은혜에게 알리고 함께 머리를 맞대야할지, 이모가 뭐라고 하든지 없는 사람
치고 말지. 미숙이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유력하지만 임산부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고민거리일 것
이다.
[에이, 모르겠다.]
굳이 머리싸매서 고민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
기도 하거니와 이모 은선보다 더 고민하고 더 수고하고 싶지가 않다.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모
은선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알거나 말거나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이모 은선이 더 멋쩍게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에 여유가 좀 생긴다.
"엄마. 또 따귀 때릴거야?"
"아니. 많이 아팠지?"
은혜가 손을 들어 동훈이의 뺨을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솜털이 느껴진다. 얼마 안 있으면 매일같이 면도를 해
야할 정도로 억세질 것이다. 아들 동훈이는 이렇게나 빨리 사내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허리 아래는 이미 어
엿한 사내다.
"앞으로 또 그러면 그걸로 끝이다!"
"알았어. 조심할께."
끝이라는 말에 은혜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아들 동훈이와의 잠자리가 언제까지 이어지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죄책감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홀가분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해보곤 한다.
"그게 다야?"
"왜? 뭐가 부족해? 그럼 엄마가 어쩌면 좋겠니? 동훈이, 니가 하라는 대로 할께."
"정말이지? 정말 내가 하라는 대로 할거지?"
"응! 지금 벗을까?"
은혜가 면티의 끝자락을 잡고 들어올리려고 했다. 맨허리살이 살짝 드러난다. 사과는 이미 했고, 앞으로는 조
심하겠다고 다짐도 했으니 마지막 남은 건 몸을 바치는 것뿐이다. 그런데 동훈이가 은혜의 팔을 잡는다.
"잠깐만. 아직 벗지 말아봐."
"왜?"
은혜도 스스로 벗고 싶지는 않았다. 동훈이가 짐승처럼 달려들어 발기발기 벗겨주기를 바랬다. 활화산처럼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던 동훈이가 몇 시간만에 이처럼 조용한 휴화산으로 변한 이유가 궁금하다.
"앞으로 또 그런 일 생기면 어쩔거야?"
"조심한다고 했잖아."
"어떻게 조심할건데? 구체적으로 말해봐."
"너한테 먼저 물어볼께."
"나한테 먼저 물어보고. 그리고? 내가 뭐라고 하면 그대로 믿을거야?"
"그건."
은혜는 망설이며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믿는다는 말은 상대가 누구건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하물며
아들 동훈이는 민아와의 일로, 미숙과의 관계로 은혜를 여러 번 실망시킨 전력이 있다.
"왜? 내 말은 못 믿겠어?"
"그게 아니라. 동훈아. 내가 너를 아들로서는 믿는데. 솔직히 남자로는 믿지 못하겠어. 엄마가 솔직하게
하는 말이야. 네가 양심이 있으면 그것만은 엄마한테 강요하면 안돼."
동훈이는 움찔했다. 역시 엄마 은혜다. 내가 다 잘못했어, 너한테 모두 맡길께. 그런 투로 약하게 굴더니 결
국 할 말은 하고야 만다.
"믿으면 믿고, 안 믿으면 안 믿는거지. 아들로는 믿고 남자로는 못 믿어? 엄만 그렇게 구분이 착착 잘 돼? 그
럼 지금 나는 아들이야, 남자야?"
은혜는 멈칫거리며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토달지 말고 무조건 믿는다고 할 걸 그랬다. 마음 속에 담아두었다
가 적당히 익었을 때 꺼내도 될 말이었다. 그러고보니 남자들이 곧잘 즐겨하는 말이다. 나 믿지. 오빠 믿
지. 아저씨 믿지. 처녀시절 들어보고 안 들어본지 너무 오래되어 실수한 것 같다. 친아들에게서 그런 말을
듣다보니 방심했던 것인데 동훈이가 엄마를 너무 몰아세운다. 그 때는 순발력있게 순진한 척 잘도 속아넘어가
줬었는데 역시 세월을 무시할 수 없나보다. 감이 많이 무뎌졌다.
"아이! 믿어! 믿어! 절대로 믿어! 자기만 믿어!"
은혜가 동훈이의 허리를 두 팔로 꼬옥 안으며 가슴팍에 볼을 비볐다. 믿는다는 말을 연발하며 아양을 떤다. 동
훈이는 잠시 그대로 두고 보다가 한 손으로 엄마 은혜의 턱을 받쳐들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게 하며 말했다.
"엄마 말대로 강요는 안 할께. 믿건 안 믿건 엄마 자유니까. 근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마는 내 편이 돼 줘
야지. 안그래? 엄마가 아들 편 안 들어주면 누가 들어줘?"
"알았어! 엄만 앞으로 무조건 동훈이 니 편 할께. 니 말만 들을께."
"좋았어. 그럼 이제부터는 절대로 남의 말만 듣고 오해하기 없기다?"
"알았어. 이젠 정말 안 그럴께."
"그리고 하나 더. 엄마! 이제부턴 나한테 반말하지 말고 존대말만 써!"
"응? 왜?"
"말을 막 하니까 따귀도 함부로 때리고 그러는 거잖아. 그런 실수 하지 않으려면 앞으로 나한테 공손하게 존대
말만 해. 말을 곱게 쓰면 행동도 고와진대."
"항상?"
"응. 항상."
"다른 사람 있을 때도?"
"아니. 남이 못 듣거나 미숙이랑 셋이 있을 때만 그러라구.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은혜는 원래 누가 하라는 대로 순순히 따라해주는 성격이 아니다. 그렇다고 청개구리처럼 정반대로 엇나간다
는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방향을 뒤틀어 내 뜻으로 한다는 티는 내야 직성이 풀린다.
"왜? 싫어? 아깐 하라는 대로 다 한다더니. 싫으면 하지마. 강요 안 할테니까."
존대말이 동훈이에게 무슨 의미가 있어서 이러는지 궁금하다. 아들 동훈이와의 잠자리에서 은혜는 존대말의
금기를 수시로 범해왔다. 동훈이가 존대말과 반말을 전복시켜 변태적인 쾌감을 느끼듯이 은혜도 똑같은 쾌감
을 느낀다. 존대말을 요구하면 그 날로 호적을 파버리겠다고 으름짱을 놓아본 적도 있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올
라타서 힘차게 찍어누르는 쪽이 결국엔 우월한 권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 섹스의 법칙이다. 적어도 섹스할 때
만큼은 은혜는 엄마가 아닌 한 마리의 암컷으로서 수컷인 아들 동훈이에게 복종하고 있다. 동훈이는 그것만으
로는 만족이 안된단 말인가?
"아니. 싫은 건 아닌데. 엄마가 보지대줄때는 자기한테 존대말 하잖아. 근데 꼭 다른 때도 엄마한테 존대말
듣고싶어?"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말이 고와야 행동도 고와진다구. 엄마한테 다시 따귀 맞기 싫어. 또 그런 일 생기
면 나. 몰라. 엄마가 선택해."
동훈이는 극단적인 말로 위기감을 증폭시킬까 하다가 만다. 외곽을 돌면서 살살 잽을 날리는게 요령이다. 엄
마 은혜의 성격상 센 주먹을 날리면 그만큼 센 것이 돌아온다. 엄마 은혜의 눈이 동훈이의 가슴팍에 고정된 채
흔들리고 있다. 잠자리에서는 암코양이처럼 오빠, 오빠 소리를 잘도 하더니 새삼 고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어차피 평소에 동훈이에게 존대말을 할 상황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동훈이는 더 이상 다그치지 않고 잠시나마 생각할 시간을 주기로 한다. 엄마 은혜의 볼을 두 손으로 받들고 입
술을 겹쳐간다. 엄마 은혜의 입술은 메말라 있다. 혀를 내밀어 촉촉하게 적셔준다. 입술을 핥으며 눈을 감지
않고 엄마 은혜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어느새 엄마 은혜의 두 눈이 감겼다. 평평하게 반듯한 이마와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입술을 떼고 조근조근 속삭인다.
"존대말한다구 달라지는건 별로 없어. 엄만 계속 엄마해. 난 계속 아들할께."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건만 사탕발림이 입에서 술술 흘러나온다. 달라지는게 없다면 굳이 요구할 이유가 없
다. 동훈이는 엄마 은혜의 윗자리에 군림하고 싶은 것이다. 일단 자빠뜨리는데 성공하면 그 위에 군림하려고
까지 하는게 남자들의 속성이다.
"아아. 동훈아. 그건. 그건."
은혜는 감미로운 동훈이의 입술에 몸과 마음이 몹시 흔들린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육식동물의 침에는 먹이를
마비시키는 성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육식동물의 이빨이 박히는 순간의 고통은 금새 느낄 수 없게되고, 쇼크로
급사하지 않는 한 감각이 마비된 상태에서 산 채로 내장을 뜯어먹히는 것이다.
은혜는 동훈이의 키스세례를 받으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다. 어차피 정신도 맑지 않다. 잠에라도 빠져드는
것처럼 온몸에 힘이 없고 정신이 몽롱해진다. 이렇듯 부드럽게 먹힐 줄은 몰랐다. 거칠게 찢기고 사정없이 뚫
어댈 줄로만 알았다.
- 쪽, 쪽, 하륵, 하륵.
"읍, 으읍, 흡."
동훈이는 은혜의 입술을 빨면서 치마속으로 손을 넣었다. 허리에 고무줄이 들어가 헐렁치마라 거침이 없다.
팽팽한 팬티줄을 비집고 내려가 성긴 털숲을 지나니 축축하고 두둑한 보짓살이 손끝에 닿는다. 약간 젖어있
다. 가운데 손가락을 보지구멍안에 밀어넣었다. 보짓물 덕분에 저항없이 쑤욱 들어간다. 안에서 몇 번 깔짝
대니 엄마 은혜가 다리를 비비 꼬며 동훈이의 손가락을 조인다.
"흐윽. 여, 여기서 말고. 니 방, 니 방에서. 흐윽."
은혜의 목소리에는 불안과 쾌락이 뒤섞여 있다. 평소에도 안방에서의 아들과의 섹스를 불편해하는 은혜다.
언제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라도 무궁무진한 변명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동훈이의 방과는 심리적 안정감이 다
르다. 동훈이 방에서는 하다못해 양말이라도 들고 나오며 빨래감 찾으러 들어갔었다는 핑계를 대면 된다. 오
늘처럼 시간여유가 별로 없는 날은 안방을 절대 피하고 싶다.
"생각 다 했어? 어떻게 할 건데?"
동훈이가 키스를 멈추고 엄마 은혜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기다리는 대답은 아직 없다. 동훈이는 은혜를 침
대모서리에 앉히고 다리사이에 무릎꿇고 앉았다. 동훈이의 몸에 의해 은혜의 허벅지가 자연적으로 벌려진다.
은혜가 동훈이의 머리를 자꾸만 밀어내려고 했다.
"동훈아! 니 아빠 언제 오실지 모르잖아. 아이 참."
"그러니까 빨리 생각해서 대답해."
강요하지 않겠다던 말과 달리 사실상 대답을 강요하는 행동이다. 동훈이가 치마속에 머리를 파묻고 팬티를 끌
어내리려 하자 은혜는 팬티줄을 잡고 버틴다. 동훈이는 벗기는 것은 포기하고 팬티를 한쪽으로 몰아 젖혔다.
갈라진 살두덩이 눈앞에 나타나면서 코끝에 산뜻한 비누향기가 느껴진다. 미리 씻고 준비했던 모양이다. 동
훈이는 혓바닥을 엄마 은혜의 보짓살에 넓게 갖다대고 아래에서 위로 쓰윽 핥아올렸다.
"하악!"
엄마 은혜의 몸이 격렬하게 반응해온다. 동훈이는 자극이 너무 강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최대한 부드럽게 핥
았다. 구멍 좌우로 매달린 꽃잎도 물어주고 클리토리스 언저리는 더욱 정성스럽게 빨아주었다.
- 할짝, 할짝. 짜압, 짜압. 쪼옵, 쪼옵. 쭈릅, 쭈릅.
"하악. 도, 동훈아. 동훈아. 하악, 하악."
은혜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다. 불안감 때문에 신음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 동훈이 방으로 옮겨서 조금이
라도 마음 편히 즐기고 싶은데 이 순간의 쾌감을 놓치고 싶지 않다. 동훈이는 두 손으로 보지 꽃잎을 최대한 좌
우로 벌리고 클리토리스를 덮고 있는 포피도 위로 젖혀서 홀랑 까버렸다. 그리고 입술과 혀로 조금더 강하게
자극하며 핥았다. 엄마 은혜는 보짓살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빨아주는 걸 제일 좋아한다.
- 깔짝, 깔짝. 쫍, 쫍. 하륵, 하륵. 쭙, 쭙.
"하악, 하악. 도, 도. 하악, 하악."
은혜가 침대에 등을 대고 철퍼덕 누우며 아랫도리를 들썩거린다. 극도로 흥분해서 절정에 가까이 다가갈 때의
행동이다. 동훈이는 격렬하게 빨던 혀의 속도를 늦추며 머리를 덮고 있던 치마자락을 걷어버렸다. 눈앞이 환
해지고 공기가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