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훈이의 허벅지가 엄마 은혜의 엉덩이에 부딪히며 청량한 마찰음을 냈다. 동훈이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기계적으로 하
체를 움직인다.
"아유, 오빠. 팍팍 좀 박아봐요. 점심 안 먹었어요? 왜 이렇게 힘아리가 없어. 아이."
은혜가 엉덩이를 뒤로 꾹꾹 눌렀다. 미숙과 둘이서 동훈이 하나를 나눠먹으려니 흥분이 오를만하면 꺼지고, 식을라하면 자
극하고 해서 감질나 죽을 맛이다.
"알았어, 알았어."
- 퍽, 퍽, 퍽, 퍽.
엄마 은혜의 채근에 동훈이는 하던 생각을 멈추고 심기일전 힘차게 좆질하기 시작했다. 퍽 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엄마 은
혜의 엉덩이로 하체를 밀어부쳤다.
"흑, 흑, 흑, 흑. 우리 오빠, 최고. 이제야 힘 좀 쓰시네. 흑, 흑, 흑, 흑."
"좋아, 엄마? 헉, 헉. 이렇게 뒷치기 해주니까 좋아, 이 씨발년아?"
동훈이는 엄마 은혜의 등에 상체를 기대고 젖가슴을 두 손에 잡아 꽈악꽉 주무르며 좆을 박아댔다. 은혜는 위태롭게 휘청
거리면서도 아들 동훈이의 몸을 지탱해낸다.
"아응, 오빠아. 막 쑤셔줘요, 오빠아. 하응, 하응. 보지가 찢어지게. 내 보지 찢어버려요."
"씨발년. 헉, 헉. 엄마 보지 걸레로 만들어버릴거야. 헉, 헉. 졸라 걸레보지로 만들어 버릴거야."
미숙은 두 팔에 턱을 괴고 두 모자의 행위를 물끄러미 관람한다. 이럴땐 은혜가 너무나 부럽다. 동훈이의 엄마로 태어난
은혜가 너무나 부럽다. 아니, 동훈이 같은 아들을 낳은 은혜가 너무나 부럽다. 동훈이는 은혜 보지에 박을때 제일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은혜 보지가 엄마 보지라서 더 광분하는것 같다.
미숙이 동훈이의 엄마였다면 동훈이는 은혜보다는 미숙의 보지에 좆박는걸 더 좋아해줬을 것이다. 때때로 동훈이는 미숙
이 교사라서 좋다고, 선생 보지에 박는 맛이 삼삼하다고 말하곤 하지만 선생 보지는 엄마 보지와는 게임도 안된다. 동훈이
보고 "선생 보지 먹을래, 엄마 보지 먹을래, 둘 중에 꼭 하나만 선택해"라고 물어본다면 십중팔구 엄마 보지 먹겠다고 할거다.
미숙은 여태 살아오면서 자기가 누구보다 낫거나 모자라다고 비교하기를 즐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은혜와 동훈이와 엮
일때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자신이 은혜보다 못할게 없다고 자부한다. 키로 보나, 외모로 보나, 교사라는 직업으로 보나
모든 면에서 은혜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은혜가 미숙보다 나은 게 있다. 그건 바로 은혜가 동훈이의 엄
마라는 점이다.
희귀해서 구하기 힘든 물건에 비싼 값이 매겨진다.
그렇다면 선생 보지는 희귀한가, 구하기 힘든가? 그런 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학생 신분을 가지고 선생 보지를 따먹는다
는건 아주 힘들고 드문 일이다. 그러나 아주 없거나 아주 희박한 일은 아니다. 학생이 선생을 공략해서 결혼까지 골인한
예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끔가다 현직 여교사와 배우는 학생이 성관계를 가져 물의를 일으켰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반해 엄마 보지는 어떤가? 아주 아주 드물다. 아들이 엄마 보지를 따먹었다는 뉴스는 거의 찾아볼수 없다. 아들이
엄마와 결혼한 예도 사실로 드러난 적이 없다. 오이디푸스 신화가 있지 않냐고? 그럼 딱 하나 있었다고 치고.
그러니 엄마 보지가 선생 보지보다 비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리 비싸니 동훈이가 엄마인 은혜 보지를 선생님인 미
숙의 보지보다 더 맛있어 하는게 이해된다.
"아우, 이 개같은 년. 이 걸레같은 년. 아우, 씨바알. 아우, 좆같이."
동훈이가 엄마 은혜의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거의 학대하듯 좆을 박았다. 그래도 은혜는 좋다고 엉덩이를 흔들며 신음해댄
다. 분위기가 한창 뜨겁게 고조된다. 쓴 웃음을 지으며 둘의 행위를 지켜보다가 미숙은 가만히만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
각했다. 보고만 있자니 미숙의 가슴속에서도 불덩이 같은 욕망이 치밀어 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미숙은 일어나서 동훈이의 뒤로 걸리적 거리는 동훈이의 웃옷을 벗겼다. 그리고 무릎꿇고 동훈이의 엉덩이에 얼굴을 가져
갔다. 혀를 내밀어 좆질하느라 바짝 경직되어 있는 두 엉덩이 사이 골짜기를 핥았다. 동훈이의 똥구멍을 금새 찾아 혀끝으
로 애무했다. 동훈이의 똥구멍이 옴찔옴찔 반응한다.
"우우, 씨바알. 미숙아, 좋아. 그렇게 핥아죠. 아으, 씨발년."
"오빠, 왜? 미숙이 언니가 왜요?"
"미숙이가 지금 내 똥구멍 핥고 있어, 엄마."
"어머, 진짜요? 언니. 지금 우리 아들 똥구멍 핥고 있어?"
"깔짝, 깔짝. 쓰룹. 으응. 니 아들 똥구멍 정말 맛있다, 얘."
"하아, 하아. 언니는? 왜 남의 아들 똥구멍을 핥고 지랄이야? 하아, 하아. 꼭 개처럼."
세 명 사이에서 똥구멍 애무는 이제 특별한 테크닉도 아니다. 처음엔 누가 먼저 하는지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궁극의 필살기였었지만.
"어쩌겠니. 일없이 노느니. 니 아들 똥구멍이라도 핥아야지. 깔짝, 깔짝."
"하아, 하아. 언니. 지금 우리 이러고 있는거 누가 보면. 진짜 개같아 보이겠다. 그지? 하아, 하아."
"그러게. 그러고보니 영락없이 개 세 마리 엉겨붙어 있는거 같네. 은혜 너, 진짜 발정난 암캐년 같아. 엉덩이 살살 흔들
어대는게 꼭. 깔짝, 깔짝."
"아응, 언니. 나 진짜 지금 보지에 불나 죽겠어. 하응, 하응. 더 거칠게 해줬으면 좋겠어."
더 거칠게, 더 오래오래. 은혜의 바람이다.
"아빠. 들었죠. 엄마가 더 거칠게 해달래요. 할짝, 할짝. 아주 개보지 만들어 버려요. 할짝, 할짝."
"알았어, 씨발. 내가 개보지 만들어줄게, 엄마. 이익."
- 푹, 푹, 퍽, 퍽, 팍, 팍, 폭, 폭.
은혜의 바람대로 아들 동훈이의 좆질이 급격히 빨라지고 강해졌다. 동훈이가 눈에 불똥이 튈 정도로, 허리가 꺽이기 않을
까 겁날 정도로 강렬하게 엄마 은혜의 보지에 좆을 쑤신다. 그때문에 미숙은 동훈이의 똥구멍을 오락가락 힘겹게 쫓아다녀야 했다.
"아우, 이 개보지. 아우, 이 개썅년. 아우, 이 개씨팔년."
"아흥, 아흥. 미쳐. 나 미쳐. 흐응, 흐응. 내 보지. 내 보지 너무 좋아요. 하앙, 하앙."
- 풉, 풉, 풉, 풉. 폽, 폽, 폽, 폽.
"흐으, 흐으. 으으, 엄마. 니 보지 정말 맛있어. 니 개보지 진짜 맛있어. 아으, 이 개같은 년."
"하아, 하아. 오빠아. 엄마 보지 개보지 만들어요. 하아, 하아. 아들 자지 너무 맛있어. 너무 잘 쑤셔."
동훈이는 좆끝으로 사정감이 득달같이 밀려나오는걸 느꼈다. 좆질의 강도와 속도를 너무 급히 끌어올린 탓이다. 좀 더 오
래도록 엄마 은혜의 맛있는 보지를 즐기고 싶지만 좆물이 금방이라도 터져나오려하니 어쩔 수 없다.
"엄마, 미숙아. 헉, 헉. 나 쌀거 같아. 헉, 헉."
"싸요, 내 보지에 싸요. 하앙, 하앙. 엄마 개보지에 싸요."
"아, 아빠."
갑작스런 동훈이의 외침에 미숙은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모른다. 은혜는 아들 동훈이보고 그대로 엄마보지에 사정하라고 난
리지만 미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미숙의 보지는 어쩌라고? 은혜는 정말 너무 이기적이다. 아들 좆물을 어제도 받고
그제도 받았으면 오늘 하루쯤은 미숙에게 양보해야지 말야.
"아으, 씨발. 나. 니네들 얼굴에 쌀래. 니네 얼굴에 싸고 싶어."
좆물은 보지에 쌀 때가 몸으로 느끼는 쾌감이 가장 크다. 입안에 싸는건 그 다음이다. 동훈이는 입안도 아니고 엄마 은혜
와 김미숙 선생님의 얼굴에 좆물을 갈기고 싶다. 이 경우 쾌감은 혼자 딸딸이 치다가 찍 싸는것과 다를 바 없이 싱겁다. 그
렇지만 보지나 입안에 싸는 것과는 다른 정신적 쾌감이 있다.
아마도 이건 오줌으로 자기의 영역을 표시하는 수컷 짐승들의 본능과 관계있을 것이다. 여자의 얼굴에 좆물을 싸발라 자기
의 여자라는 영역표시를 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여자의 아름다운 얼굴을 좆물로 더럽힌다는 정신적 쾌감은 육체적
쾌감만큼이나 강렬하다.
더욱이 은혜는 친엄마이고, 미숙은 엄마의 친구이자 선생님이다. 그런 둘의 얼굴에 더럽고 냄새나는 좆물을 싸갈기는 것이다.
"어떡해, 어떡해?"
은혜와 미숙은 동훈이가 어쩌라는 소린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동훈이는 엄마 은혜의 보지에서 좆을 쑤욱 뽑아들고 은혜와
미숙을 바닥에 나란히 앉혔다. 은혜와 미숙은 주인 앞에 무릎꿇은 두 마리의 개처럼 얌전히 동훈이를 올려다보았다. 동훈
이가 엄마 은혜의 보짓물이 흥건히 묻은 자지를 쥐고 둘의 얼굴 위에서 마구 훑어댄다. 힘줄이 불끈 돋은 동훈이의 자지를
보며 은혜와 미숙은 침을 꼴깍꼴깍 넘긴다.
"으으, 씨발. 입 벌려, 둘 다."
"아아."
"아아. 오빠아. 머리카락엔 안 튀게 싸요. 머리 또 감기 싫으니까."
"몰라, 씨발년아. 내 맘대로 쌀거야. 으으."
은혜와 미숙은 입을 활짝 벌린 채 금방 비가 오려니 하며 빤히 기다렸다. 동훈이는 열심히 자지를 흔든다. 그런데 비소식
이 없다. 동훈이의 좆대가리 끝 구멍에 이슬같은 겉물이 방울방울 맺히기만 하고 우윳빛 밤꽃 향기 진한 좆물은 꼬배기도
안 내비친다.
"씨발. 금방 쌀것 같았는데. 미숙아, 니가 좀 빨아봐."
미숙이 동훈이의 좆을 기쁘게 달싹 문다. 은혜는 아들 동훈이가 하란 대로 입을 쩌억 멍청하게 벌리고 미숙이 자지 빠는 모
습을 보고 있다. 동훈이는 가까이 있으나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사정감을 바짝 끌어당기기 위해 미숙의 머리를 두 손으
로 잡고 보지 쑤시듯 미숙의 입에 좆을 쑤셔댄다.
"컥, 컥, 컥, 컥."
"우우, 씨발년들. 아우, 좆같은 년들."
미숙의 입만으로는 자극이 부족하다. 동훈이는 엄마 은혜의 머리를 잡아 불알쪽으로 쳐박았다. 은혜가 아들 동훈이의 요
구를 알아듣고 불알을 열심히 핥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좆을 빨고, 엄마는 불알을 빨고. 두 여자는 각자 정성을 다하여 빨면서 동훈이를 올려다 보며 이제 싸나 저제 싸
나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 모습이 무척 순종적이어서 사랑스럽다.
"아아, 싼다. 싸. 얼굴 대. 얼굴 대 얼른. 입 벌리고."
동훈이의 다급한 재촉에 은혜와 미숙은 좀전처럼 두 마리의 암캐처럼 얼굴을 나란히 하고 입을 좌악 벌렸다. 자지를 흔드
는 동훈이의 손길이 한층 더 격렬하고 안타깝다.
"이 씨발년들. 이 개년들. 아으, 이 개갈보년들. 으으. 좆물 간다. 간다."
"싸요, 오빠. 내가 다 마셔줄게요. 싸요, 오빠."
"싸요, 아빠. 아빠 좆물 마시고 싶어요. 아빠 좆물 주세요. 아빠."
"으으, 간다. 간다. 내 좆물 간다. 내 좆물 간다. 으으, 씨바아아아아아아알."
- 찍, 찍.
마침내 첫 발이 미숙의 얼굴에 떨어졌다. 미숙의 윗입술에서 인중을 거쳐 콧등을 타고 눈까지 길게 선을 그리고 내려앉는
다. 미숙은 눈을 깜빡거리며 혀를 내밀어 동훈이의 좆물을 받아냈다.
동훈이가 좆의 방향을 틀어 두번 째 발은 엄마 은혜의 얼굴에 발사됐다. 각도가 우연찮게 맞아 은혜의 입안으로 곧장 들어
가버렸다. 동훈이는 얼굴에 흔적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에 세번 째 발도 엄마 은혜의 얼굴에 싸버렸다. 일부러 이마와 머리
카락을 겨냥해 싼다. 우윳빛 허연 좆물이 엄마 은혜의 눈꺼풀과 눈썹을 지나 이마와 앞머리에 쏟아져 내렸다.
네 번째 이후에는 자지를 좌우로 흔들어 마구 싸버렸다. 좆물이 미숙과 은혜의 얼굴로 무작위로 흩어져 내렸다. 사정이 끝
날 때까지 두 여자는 꼼짝않고 좆물을 얼굴로 받아냈다.
"후우우우."
"다 쌌어요, 오빠?"
"어."
"은혜야, 휴지 어딨니?"
"있어봐, 언니. 내가 가져올게."
좆물을 얼굴에 범벅으로 묻히고 한 쪽 눈은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은혜가 일어나 화장실쪽으로 가려했다. 그런데 동훈이
가 엄마 은혜의 팔을 잡아 제지한다. 엄마 은혜의 얼굴에선 향기로운 화장품냄새와 진한 좆물냄새가 함께 풍겨 묘한 느낌을 준다.
"엄마. 휴지는 놔두고."
"왜요?
"토달지 말고. 둘이 마주 봐봐."
"마주 봤어요, 아빠. 뭐하게요?"
"뭐 이상한거 시키려고 그러죠, 오빠?"
"흐흐. 자, 지금부터 상대방 얼굴에 묻은 좆물을 핥아먹는다. 실시!"
"네에? 싫어요, 아빠. 은혜는 얼굴에 화장해서 화장품이랑 좆물이랑 떡됐단 말에요. 그걸 어떻게 핥아먹어요?"
"나두 싫어요, 오빠. 오빠가 내 입에 싼거 안 뱉구 다 삼켰어요. 그러니까 난 면제. 응? 오빠?"
"시끄러. 둘 다 잔 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아이, 더러운데."
"난 먹었는데. 언니만 안 먹구."
은혜나 미숙에게 입안에 싼 좆물을 삼키라고 시켰으면 군말없이 꿀꺽 했을 거다. 그러나 다른 사람 얼굴에 묻을걸 핥으라
니 궁시렁궁시렁 볼멘 소리로 거부감을 표한다.
"니들 이럴래? 정말 시키는 대로 안 할거야? 김미숙, 이 썅년. 다음 주에 니네 집에 안 간다? 박은혜, 이 좆같은 년아.
아들 말이 우스워?"
"아유, 아빠. 하면 되잖아요. 무섭게, 욕은."
"내가 언제 우습대요, 오빠. 난 그냥."
"셋 센다. 하나, 두울."
"하르륵. 지, 지금 이렇게 핥아먹고 있잖아요. 하르륵, 얌, 냠."
"나, 나도 먹고 있어요, 오빠. 냐암, 냠. 아유, 맛있어."
동훈이가 불호령을 내리자 그제야 은혜와 미숙은 서로의 얼굴을 부둥켜 안고 허둥지둥 혀를 내밀어 구석구석 핥아먹는다.
"아유, 맛있어. 아빠 좆물 정말 맛있다. 식어도 맛있네."
"언니, 내 말이. 좆물은 금방 쌌을때만 맛있는줄 알았는데 이렇게 먹으니까 맛이 또 다르다."
호들갑을 떨며 상대방의 얼굴을 샅샅이 핥아대는 은혜와 미숙을 보며 동훈이는 씨익 웃었다. 막 사정한 터라 자지는 힘없
이 오그라들었지만 가슴엔 새로운 설레임이 피어오른다. 순종적인 엄마, 맛있는 선생님. 이 두 여자와 언제까지나 풍파없
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
"됐어. 그만. 그만. 엄마, 미숙아. 인제 다 같이 들어가서 씻자. 내가 니네들 등 밀어줄게."
"오랜만이다, 언니. 셋이 샤워하는거. 그지?"
"그러네. 얼마만이니? 저번 달에 우리 집에서 같이 하고. 한 한 달 만인거 같네."
"언니는 그런걸 어떻게 다 기억해? 하여간 언니, 기억력 하나는 끝내줘."
"아, 아빠. 잠깐만요. 좀 있다 들어오세요."
"왜, 미숙아?"
"저, 작은 거 좀 보게요."
"엄마는?"
"나도 소변 볼거에요."
"나도 오줌 마려운데."
"좀 있다 해요, 아빠. 우리 하고 나거든."
미숙이 은혜를 안에 둔 채 동훈이만 화장실 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닫아걸었다. 아줌마 둘은 화장실 안에, 남자 동훈이는 바
깥에. 여자끼리는 아무렇지 않지만, 남자에게는 보여주기 창피하다는 거다.
- 쇄애애액. 쇄액, 쇄액. 퐁, 퐁.
문틈으로 어렴풋이 오줌 싸는 소리가 들린다. 동훈이는 귀를 문가에 대본다. 엄마일까, 선생님일까.
- 꿀럭. 쏴아아아아.
이건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잠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 눴나?
- 퐁, 퐁, 쇄액. 쇄액, 퐁, 퐁.
다시 들려오는 오줌 싸는 소리. 피식 웃음이 나온다. 굳이 중간에 변기 물을 왜 내리나. 둘 다 싸고 나중에 한 번만 내리
면 될 것을. 여자들이란.
- 꿀럭. 쏴아아아아.
다시 변기 물이 내려간다. 그리고 화장실 문이 열렸다.
"아빠."
"오빠."
은혜와 미숙이 손짓해 부르자 동훈이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은 닫지 않는다. 엄마 은혜와 미숙은 욕조 안에 마주
보고 서서 샤워기를 틀었다. 동훈이는 내려진 변기 뚜껑을 올리고 변기 앞에서 자세를 잡았다. 귀두밑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불알 밑을 받쳐들고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린다.
그러자 은혜와 미숙이 물이 쏟아지는 샤워기를 든 채 시선을 일제히 동훈이의 하체로 향하게 했다. 그 시선이 느껴져 동훈
이는 괜히 몸이 긴장된다. 방광에선 오줌을 내보내라고 아우성인데 좆끝을 뭔가가 막고 있는 것 같이 불편해서 오줌을 쌀
수가 없다.
"보지 마. 니네들이 빤히 보고 있으니까 못 싸겠잖아."
"안 볼게요, 아빠."
"우린 신경쓰지 말고 맘놓고 싸요, 오빠."
그러나 은혜와 미숙은 관심안두는 척 딴청을 피우면서도 곁눈질로 동훈이의 좆을 관찰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 시선이 고
스란히 느껴지는 통에 동훈이는 도저히 긴장이 늦춰지지 않았다. 좆 끝이 꼭꼭 막혀 시원하게 뚫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다.
"아이, 씨. 왜 자꾸 봐, 씨발년들아? 보지 말라니까. 지네들 싸는건 못보게 해놓고."
"큭큭. 아빠 긴장했다, 긴장했어."
"킥킥. 쫄았어, 언니, 쫄았어."
"진짜 이 년들이."
큭큭 킥킥 거리며 자지를 손가락질해 웃는 은혜와 미숙을 보고 동훈이는 약이 바짝 올랐다. 좆대를 잡고 은혜와 미숙이 서
있는 욕조로 다가간다. 그리고 둘을 향해 자지를 겨누며 음흉하게 웃는다.
"흐흐흐."
"어머, 아빠. 왜 이래요? 설마?"
"나 몰라. 오빠. 난 아무 짓 안했어요."
- 솨아아.
"헤엑!"
"꺄악!"
은혜와 미숙이 기겁을 하고 놀라며 좌우로 몸을 피한다. 동훈이가 두 여자의 몸에 대고 오줌을 싸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
리 피하려 해도 좁은 욕조안이다. 동훈이가 한 팔을 좌악 벌리고 막아서 있으니 도망갈 구멍이 없다.
"에헤헤헤. 내 오줌을 받아라, 이 년들아. 니들이 나 놀렸지?"
"아잇! 아빠! 아빠아아!"
"히익! 오빠! 항복! 항복!"
동훈이의 오줌이 은혜와 미숙의 알몸을 적신다. 뜨뜻한 오줌은 샤워기에서 나온 미지근한 수돗물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내 코끝을 간지르는 지린내와 노랗게 묻어나는 오줌발에 질색한다. 은혜가 미숙의 손에 들려 있던 샤워기를 홱 잡아채어
자기 쪽으로 대고 몸에 묻은 오줌을 물로 씻어내려 했다. 그러자 미숙도 은혜의 손에서 샤워기를 되빼앗으려 한다.
"언니. 나 좀 씻고. 나 씻고 줄게."
"내가 먼저 잡고 있었잖아. 왜 뺏어가."
은혜와 미숙이 샤워기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동안 동훈이는 좆끝에 묻은 오줌을 탈탈 털고나서 세면대에서 자지를 떠억 걸
치고는 느긋하게 자지를 씻었다. 동훈이의 이런 뻔뻔한 모습을 보고 은혜와 미숙은 부아가 치민다.
"너무 해, 정말. 더럽게 몸에다."
"아유, 이 찌린내. 언니, 나 머리카락에 튀었나 좀 봐줘."
"머리카락엔 안 튄것 같은데. 어디. 킁, 킁. 어유, 찌린내 난다. 머리에도 튀었나보다. 너, 머리 또 감아야겠다."
"못 살아, 내가 정말."
동훈이의 좆물은 즐겁게 얼굴로 받아낸 두 아줌마가 오줌을 몸에 쌌다며 짜증낸다. 좆물과 오줌이 크게 다른가? 오줌이
양이 많아서 그러나? 찌린내가 싫어서? 그러나 동훈이 생각으론 좆물냄새도 오줌 찌린내 못지 않다.
은혜와 미숙이 저리 짜증을 내니 동훈이는 오히려 투쟁심이 불끈 솟는다. 언젠가 두 아줌마가 동훈이의 오줌을 좆물 받아
먹듯 맛있고 고맙게 받아먹도록 만들고야 말테다. 동훈이는 세면대 너머에 걸린 거울을 들여다보며 두 주먹을 꼬옥 쥐었다.
그러자 은혜와 미숙이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귓속말을 속닥거린다. 딴에는 동훈이에게 들리지 않게 한다고 작디작게 속삭
이는데 장소가 화장실인지라 소리가 웅웅 울리며 동훈이의 귀까지 흘러들어가고 말았다.
"언니. 쟤, 쟤, 주먹쥐는 거봐. 우리 때릴건가봐."
"자식. 때리기만 해봐라. 몸에 오줌싸는건 참아도. 남자가 여자 패는건 절대 못참지, 우리가."
[응?]
"들어와, 신발 벗고. 서있지만 말고."
교복차림의 동훈이가 신발을 툭툭 벗고 털래털래 들어간다. 집에는 은선만 있다. 은선이 쥬스를 내오는 동안 동훈이는 바
닥에 책가방을 내려놓고 소파 의자에 앉는다. 동훈이가 앞에 놓인 쥬스잔을 만지작만지작 하다가 한 모금씩 홀짝홀짝 마시
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은선이 주방으로 가서 담배갑과 라이터를 꺼내온다. 그리고 베란다로 나가 바깥 유리창을
열고 담배 한 개피를 피워물었다. 이번에는 동훈이에게 담배 한 대 피우겠냐고 권해 묻지 않는다.
"후. 학교 끝나고 바로 온거니?"
"네."
"오늘 학원 가는 날이야?"
"아니요."
"방학은 언제 해?"
"다음주요."
"후."
"."
일상적인 질문과 짧은 대답이 오간 후 잠시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이모 은선이 간간히 창밖으로 내뿜는 담배 연기가 집안
으로도 날아들어와 동훈이의 후각을 자극한다. 이모의 손가락 사이 담배 끝에서 꼬슬꼬슬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는 향기가
고소하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어른 여자의 흡연장면을 직접 보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또래 여학생의 흡연모습을 오히려 더 흔히 볼
수 있다. 동훈이가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모가 담배피는 모습은 아주 여유롭다. 담배연기를 주욱 빨아들였다가 천천
히 내뱉는 모습은 우아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모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먼 곳을 바라볼때면 범접할 수 없는 어른만
의 세계가 느껴진다.
은선은 화분 물받이 밑에 숨겨두었던 재떨이를 꺼내 담배를 비벼껐다. 은선은 하루에 보통 담배 두 개피를 피운다. 아침
나절에 한 개피, 점심 나절에 한 개피. 그러면 그 날은 담배가 더 이상 땡기지 않는다. 방금 끈 담배가 두 개피째였다. 은
선은 호주머니의 담배갑에서 한 개피를 또 꺼내 불을 붙였다.
"저녁 먹고 갈래?"
"."
조카 동훈이가 저녁을 먹고 가건 말건 중요치 않다. 아침부터 꽤 멀리 나가 육질좋은 소갈비를 고심해 맞추고 싱크대에 기
름난장을 쳐가며 잡채를 무친게 모두 헛수고가 되어도 아까울 것 없다. 은선이 조카 동훈이를 부른 이유가 단지 얼굴 한 번
보고 맛있는 밥 한 끼 먹이는데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되나. 막연하네.]
남자아이를 앞에 앉혀두고 성(性)을 논한다는 건 매우 껄끄러운 일이다. 큰 아들 성재가 자위를 한다는 걸 처음 알았을때
은선은 우선 남편에게 말했었다. 아들의 성문제는 아빠가 나서는게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편은 남자애들은
으레 다 하는 거라며 모른 체 하라고만 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동안 은선도 모른 체 했다. 성재 방 쓰레기통에 수상한 휴지 쓰레기가 많아져서 걱정이 된 나머지 휴지와 쓰레기통을 방
밖으로 아예 내놔 버렸을때도 드러내놓고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성재의 방 침대 밑에서 정액인 것
이 분명한 수상한 물기에 젖은 양말 한 짝을 발견하고는 그저 모른 체하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성재를 꿇어앉혀놓고 한 바탕 설교를 퍼부었다. 자위라는 직설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어린 나이에 그런 행동이 얼마
나 정신적으로 유익하지 않고 몸에도 해로운지 성재의 까무잡잡한 얼굴이 벌개지도록 된통 혼을 냈다. 그렇지만 그 때뿐이
었다. 속지가 달라붙은 신문을 억지로 펼쳐보면 말라붙은 자국에서 꿈꿈한 냄새가 났고, 성재가 방 구석에 쳐박아둔 바나
나 껍질은 건드리기가 망설여졌다. 그 날 이후 성재가 변한 게 있기는 있었다. 바로 방에 틀어박혀 문잠그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과 엄마인 은선의 시선을 살살 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녁 먹고 가라."
아들 성재에게 했듯 섣부르게 직설적으로 접근했다가는 조카 동훈이도 문잠그고 골방으로 숨어버리지 싶다. 조카 동훈이
에게 수치심을 주어 은선을 피하게 해서는 안된다. 완곡하게 표현하고 최대한 친근하게 타일러야 한다. 기본 원칙은 그렇
게 세워났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을 떼는게 좋을지는 막막하다.
"저녁은. 집에 가서 먹을래요."
"우리 집에서 먹고 가. 너 주려고 이모가 잡채랑 갈비찜이랑 해놨어."
[맛있겠다, 갈비찜.]
저녁 식사 시간까지는 아직 멀었다. 갈비찜을 먹으려면 이모네 집에서 몇 시간을 더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몇 시간 동안
이모와 얼굴을 마주하고 불편하게 앉아 있어야 한다. 집에 가면 갈비찜 못지 않게 맛있는 엄마 은혜가 기다리고 있다.
"이모 집에 오는거. 엄마한테 얘기 안했어?"
"네."
엄마 모르게 동훈이 혼자 잠시만 불편을 감수하면 된다. 이모네 집에 와서 놀다가 저녁 먹고 갈거라고 알릴 필요도 없다.
이 길고 지리한 순간은 결국 금새 지나가버릴 것이므로.
"자식, 쌀쌀맞기는. 후."
"."
쌀쌀맞다면 쌀쌀맞을 수밖에 없다. 동훈이는 약점을 움켜쥐고서 학원가느냐, 저녁 먹고 갈거냐는 한가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는 이모의 여유자작한 태도가 못마땅하다. 쥬스잔을 노려본다. 그리고 고개를 우로 젖혀 담배연기를 내뿜는 이모를 본
다. 이모가 연기를 모두 내뿜고 고개를 돌리면 얼른 쥬스잔으로 시선을 내린다. 이모와 눈을 마주 칠 수가 없다.
"그 민아란 애랑 잘 안되고 나서 그렇게 된거니? 니 엄마랑?"
"."
"둘이 어쩌다 그렇게 된거야? 어쩌다 그렇게 된건지 얘기나 좀 들어보자."
어쩌다 그렇게 됐냐고? 말투가 불쾌하다. 근친상간이 잘못인건 알지만 이모가 그런 식으로 말할 권리는 없다.
"그건 알아서 뭐하게요?"
고개를 들고 이모를 바라봤다. 이모도 무표정한 얼굴로 동훈이를 마주본다. 손에서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창밖
으로 흩어진다. 일부는 이모의 손등을 타고 팔쪽으로 올라가 희미하게 사라진다. 태양을 등진 이모의 몸체는 어둡게 그늘
졌다. 빛과 그림자의 조화속에 이모의 몸매가 선명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자식. 말도 참 버르장머리 없게.]
자신을 노려보는 조카 동훈이의 눈빛이 아들 성재가 바락 대들 때만큼 섬짓하지는 榴? 귀여워 보이는 구석까지 있다. 타
고난 생김새가 다른 탓이다. 웃어도 무서운 인상이 있는 반면 화내도 빙긋 웃을 수 있는 그런 인상이 있다.
"궁금해서 그래, 이모가."
" ."
"여자친구한테 차이고 나니까 엄마가 예뻐 보였어?"
"."
"아냐? 그럼. 그냥 참을 수가 없디?"
"."
드디어 본론에 다가선다. 참을 수가 없었냐는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카 동훈이는 잘 알거라 믿는다. 단도직입적으
로 콕 찝어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서로 얼굴 붉혀야 된다. 이 만큼 다가선 것만으로도 갑자기 너무 가까이 갔
나 싶어 은선은 조마조마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어요? 결론만 얘기하고 끝내요."
[아쭈, 이 자식 보게?]
이제 겨우겨우 본론 첫 장을 폈거늘 벌써부터 결론을 재촉하다니. 요즘 애들, 정말 참을성 없다.
"결론? 몰라서 묻니?"
은선이 하려는 이야기의 결론은 "그래서 엄마와 아들은 잘못을 반성하고 나쁜 짓을 그만 두었습니다. 그리고 오래오래 행
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되어야 한다. 그걸 고등학생씩이나 된 녀석이 모르나? 그 정도 철도 안 들었단 말인가? 이모보다
키도 벌써 몇 뼘이나 더 큰 녀석이?
"몰라요. 모르니까 그러죠."
동훈이는 어서 빨리 이 자리를 모면하고싶은 생각밖에 없다. 친척어른에게 이런 식으로 대해선 안된다는걸 알지만 민아를
들먹이는게 기분 나쁘다. 참지 못해 그랬냐는 물음은 섹스할 여자친구가 없거든 구석에 콕 쳐박혀서 혼자 손딸딸이나 치지
그랬냐는 야유로 들린다.
"이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너, 이모한테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뭘 잘했다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대들어?"
동훈이는 찔끔 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호되게 나무라면서도 이모의 얼굴표정이나 자세는 전혀 변함이 없다. 그런
모습에 동훈이는 더욱 기가 죽는다.
[제길. 아무 말 말고 그냥 깨갱하고 있을걸. 괜히 이모 성질만 건드렸네.]
"버릇없이 대드는 꼴을 보아하니 너랑은 얘기 못하겠다. 니 엄마랑 얘기해야지."
[헉! 그건 안돼!]
왜 안돼? 몰라. 그냥 안돼. 그냥 지금은 안돼. 아직은 안돼.
"나랑 얘기해요. 엄마는 상관없잖아요."
"왜 상관이 없어?"
[참 그렇지. 상관이 있지.]
"우리가 좋아서 그러는거에요. 엄마랑 나랑 좋아서. 근데 이모가 왜 참견해요? 이모 일도 아니면서."
[내 일이 아니라구?]
이모는 남이라는건가? 이모가 남이라면 세상천지에 남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 이모는 엄마 대신이라는 말도 있다. 동
훈이는 아직 철이 덜 들었다. 몸만 컸지 생각하는건 어린애다.
"왜 이모 일이 아니야? 이모가 남이니? 이모가 남이야?"
"신경꺼요, 그냥."
조카 동훈이의 버릇없는 말투가 점입가경이다. 신경끄라니. 은선은 골이 찌잉 당긴다. 빨래 짤 때 빨래를 비틀어 말듯이
누군가 은선의 머리가죽을 잡아당겨 비틀어 짜내는 것처럼 머리골이 아프다. 다 꺼져가는 담배를 버리고 새로운 담배를 꺼
낸다.
한 마디로 조카 동훈이를 밟아줄 수 있다. 설설 기는 것까진 바라지 않았어도 적어도 은선 앞에서 고개는 들지 못하려니 했
던 예상이 빗나가 당황스럽지만 말 한 마디면 충분히 동훈이의 기를 꺽어놓을 수 있다.
- 안되겠구나, 너? 니 아빠한테 말하던가 해야지.
이모는 여자라 무섭지 않을지 몰라도 동훈이가 지 아빠만큼은 무서울 것이다. 동훈이가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여자를 무시
하고 어른에게 대드는 못된 버릇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엄마인 은혜 언니의 잘못이다. 엄마의 처신이 그러하니 아들이 보고
배우는게 뭐겠는가. 세상 여자가 얼마나 쉬워보이고 어른들이 얼마나 안 무섭겠는가.
그러나 그건 마지막 카드다. 이것 저것 다 해보고 정 안되겠다 싶을때, 형부가 나서지 않으면 일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막다른 골목에서 꺼내야 한다. 지금은 형부에게 터놓고 말할 자신이 없다. 스스로 자신이 없는데 그 카드를 내보여 버리면
동훈이가 단박에 허세라는걸 알아차릴 것이고 그로인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신경을 끌 수가 있겠니, 너 같으면?"
"그냥 신경끄라구요. 이모한테 피해가는거 없잖아요."
[피해가 없다고? 없나? 어디 생각 좀 해보고. 음. 없구나. 내가 직접적으로 피해보는건 없구나.]
은선은 자기가 담배를 피기 때문인지 간혹 아파트 외진 곳에서 담배피우는 중고생을 봐도 야단쳐서 못 피게 해야겠다는 생
각은 들지 않는다. 길거리에 뱉는 가래침과 마구 버리는 담배꽁초는 남에게 폐랄 수 있지만 담배 피우는것 자체가 누군가
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아니다.
"인석아. 피해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잖니. 잘못인줄 알면 그러질 말아야지. 엄마랑 그러는거. 잘못인줄 몰라?"
"그러니까 무슨 상관이냐구요. 우리가 잘못을 하건 말건."
아침에 등교하다가 가로수에 대고 구토해놓은 걸 종종 본다. 이모가 그 아저씨에게도 말했나?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초록
불인데도 운전해 지나가는 자동차에 놀랄 때가 있다. 이모는 그 자동차도 쫓아가 혼냈나? 학생들에게 비인간적인 언사를
써대고 심심하면 책상위에 올라가게 해 단체기합을 주는 학교 선생님이 있다. 이모는 그 선생님은 왜 가만 두는거지?
왜 나만 갖고 그래? 왜 우리만 갖고 그래? 우리가 뭘 그렇게 크게 잘못했다고?
은선은 말문이 일시 막힌다. 뭐라 반박하고 꾸짖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래선 안되는거다. 조카 동훈이는 그저 국으로 "제
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라고 하면서 고개를 꾸벅 숙여야 옳은거다. 이렇게 어른의 말에 조목조목 토를
달고 대들어선 안되는거다.
논리와 노는 세대인 조카 동훈이와 말싸움을 벌이려니 논리와 놀아본 적 없는 은선은 밑천이 딸린다. 옛날이 애들 키우기
편했다. 그때는 애들이 소나 몰고 다녔지, 어른의 호통 한 마디면 움메 기죽어 였다. 어른의 말에 토다는건 상상도 못했다.
이러면 이래서 나쁘니까 저러 저러 해서 이러 이러 하는게 좋지 않겠니 라는 식으로 구구절절 달달하게 이해시키는 수고는
전혀 요구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머리굵은 요새 애들은 무슨 일이든 왜냐고 토를 단다. 소크라테스를 삶아먹었는지 왜놈이 잡아갔는지 입에 왜를 달
고 산다. 그래서 그 왜에 모두 답해주지 못하면 어른이라도 깔보고 무시한다. 이건 순전히 어른들 탓이다. 애들이 머리가
저절로 혼자 굵어진게 아니다. 조기교육 열풍, 선행학습 붐때문이다.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어린 나이부터 벌써 논술을 가
르치고 논리공부를 시키니 애들이 머리가 안 굵어질 수 없는 것이다. 어른들이 자기 도끼로 자기 발등 찍은 격이다.
- 투둑, 투둑.
"어? 비오네? 이모 비 와요."
창틀을 두들기며 이모 은선의 담배 쥔 손 주위로 튀는 빗물을 보고 동훈이가 무심결에 외친다.
"응? 비? 아, 진짜 비 오네. 애들 우산 안 갖고 나갔는데. 동훈이 넌 우산 갖고 왔니?"
"아니요."
- 투두두, 투두두두.
"아유, 창문 닫아야겠다. 갑자기 이렇게 쏟아지니? 일기예보엔 흐린다고만 했는데. 동훈아, 주방쪽 창문 좀 닫아줄래?"
"네."
은선은 담배를 재떨이에 버리고 창을 닫았다. 빗줄기가 금새 거세졌다. 비가 들이칠만한 유리창을 부산하게 찾아다니며
닫아걸었다. 비는 곧 그칠 것 같지 않다. 은선은 동훈이와 단둘이 있기 위해 성재와 영재를 내몰듯이 집밖으로 내보낸게
미안해진다.
그 때.
- 쿵, 쿵, 쿵.
누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은선은 다다닥 달려가 바깥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었다.
"아이구, 우리 영재, 비 많이 맞았어? 얼른 들어와."
둘째 아들 영재다. 머리카락에서 빗방울을 똥똥 떨어뜨리며 안으로 들어오다가 동훈이를 발견하고 반색한다.
"형! 언제 왔어? 우리집에 놀러왔어? 놀다 갈거야?"
"아니. 형, 지금 가야 돼."
"놀다 가지."
동훈이는 영재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은선이 수건을 가져와 영재의 머리와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는다.
"어디 있었니?"
"문구점에."
"또 유희왕 카드 구경하고 있었어?"
"응."
"형은? 형이랑 있었니?"
"아니."
이모 은선은 영재를 챙기고 성재를 걱정하느라 동훈이는 뒷전으로 민 표정이다. 그렇다면 이건 절호의 찬스!
"이모, 저 그만 가볼게요."
"왜, 벌써? 저녁 먹고 가라니까."
"가야 되요. 숙제할 거 많아요."
"저녁 먹고 가지. 잡채 많이 해놨는데. 싸줄까? 가져가서 먹을래?"
"아니요. 됐어요. 그냥 갈게요."
"우산 가지고 가."
"괜찮아요. 요 앞인데요 머. 뛰어가면 되요."
"그래도 가지고 가. 비 많이 와."
"안녕히 계세요. 영재야, 안녕."
동훈이는 수납장을 뒤져 우산을 찾는 은선을 두고 가방을 챙겨 매고서 휑하니 나가 버렸다. 키가 큰 동훈이에게 적당할 만
한 길다란 장우산을 손에 찾아들었던 은선은 허탕을 친다.
"자식. 우산 가져가라니까. 영재야. 형이 어디 간다고 안 하든? 나갈때 둘이 같이 나갔잖아."
"몰라."
"형, 어느 쪽으로 갔어? 어느 쪽으로 가는지 봤어?"
"큰 길쪽으로 가는거 같던데?"
"그래? 얘가 어디를 또. 멀리 가지 말고 아파트 근처에 있으라고 신신당부 했구만. 영재야 옷 갈아입어."
아이의 젖은 몸에서 눅눅한 비 비린내가 풍겼다. 그런데 그 보다 더 강한 담뱃재 냄새가 은선의 코끝을 간지른다. 담배를
입에 물고 막 빨아들일때 느끼는 고소함과 달리 식은 담뱃재는 지저분한 악취를 풍긴다. 은선은 화장실에 들어가 손에 밴
담배 냄새를 말끔히 씻어낸다.
- 쏴아아. ?, ?. 쏴아아.
입도 씻는다. 그래도 담배냄새가 코끝을 괴롭힌다. 옷까지 갈아입어야 할까 보다.
[그냥 보내는게 아닌데.]
화장실 창문 밖으로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며 은선은 조카 동훈이를 맨 몸으로 보낸걸 후회한다. 바로 뒤쫓아 나
갔으면 엘리베이터 앞에서 억지로라도 우산을 들려줄 수 있었다. 어어 하는 사이에 동훈이가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찰나
은선은 수고스럽게 찾은 우산을 전해주기를 포기해버렸었다.
포기는 후회를 낳는다.
며칠 뒤.
학교 수업을 끝마치자마자 동훈이는 한 달음에 집으로 달려갔다. 김미숙 선생님 댁으로 놀러가기로 한 날이다. 집에 우선
들러서 내일 들은 과목 교과서와 숙제에 쓸 참고서를 챙겨야 한다. 날아갈 듯 발걸음이 가볍다.
[괜히 고민만 많이 했네. 별 것도 아닌걸.]
이모와의 대면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혼자 떨며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분위기가 그리 험악하지 않았다. 소낙비를 핑계
로 도망쳐 나와버려 결말은 흐지부지 보지 못했지만 어쨋든 한 숨 돌렸다. 이모는 말로 잘 타이르면 되겠거니 했던 모양이
다. 동훈이를 어린 조카라고 무르게만 본거다. 오산이다. 동훈이도 깡이 있다. 엄마 은혜만큼은 아니지만.
"동훈아."
등 뒤에서 누가 부른다. 돌아보니 은행 앞 계단을 엄마 은혜가 걸어내려온다. 화사한 무릎치마에 옅게 화장을 했다.
"엄마."
은혜가 아들 동훈이에게 조르르 달려와 팔짱을 낀다.
"학교 지금 끝났어?"
"어. 엄만 지금 은행에서 나오는거야?"
"응."
"돈 찾았어?"
"아니. 공과금 냈어. 왜?"
"나 수련회비 내일까지 내야 돼."
"그게 내일까지니? 얼마였지?"
"8만원."
"돈 찾아야겠네, 그럼. 지금 집으로 가던 중이지?"
"응."
"은행에서 돈 찾고 엄마랑 같이 가자."
"안돼. 나 지금 가방 빨리 챙겨서 선생님 만나러 가야돼. 선생님이 큰 길 근처에서 차대고 기다리신댔어."
"돈 찾는데 얼마 안걸려. 같이 갔다 가자. 엄마 혼자 심심해."
"빨리 가야되는데. 에이. 알았어."
동훈이는 마음이 급했지만 엄마 은혜를 따라 은행으로 들어갔다. 현금자동지급기마다 두 명, 세 명씩 사람들이 줄 서 있다.
동훈이도 엄마 은혜와 함께 줄을 선다.
"수련회, 꼭 가야되는거니? 빠지면 안되는거야?"
"아니. 빠져도 상관은 없어."
"친구들은 어쩐다디? 다들 간대?"
"어. 내 친구들은 거진 다 간대."
"그래?"
"왜? 가지 말까?"
"가. 친구들 다 가는데 너만 빠질순 없지. 어디, 강가로 간댔지?"
"어."
"2박 3일?"
"어."
"거기는? 거기는 지금 가방 챙겨서 바로 갈거야?"
"응. 그럴려구."
"집에 좀 앉았다 가지?"
"안돼."
은혜는 집에 들러서 잠시도 쉴 겨를이 없다는 아들 동훈이의 말에 서운함을 느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과금은 내일 납부
할 걸 그랬다. 동훈이가 하교해 올때까지 집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면 아들의 품에 안길 틈이 조금이라도 있었을 것
이다. 은행에서 대기한 시간이 예상보다 길었다.
"숙제할거 많아?"
"하나. 수학."
"체육은? 내일 체육은 안 들었니?"
"어. 체육은 내일모레 들었어."
"됐다. 가자. 동훈아."
현금지급기에서 찾은 돈을 지갑에 수습해 넣고 은혜는 아들 동훈이와 종종 걸음을 친다. 동훈이는 당연히 마음이 바쁘지만
은혜도 덩덜아 숨이 가쁘다.
"안녕하세요."
"응. 영재구나? 어디 가니?"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영재를 만나서야 은혜는 아들 동훈이의 팔을 놓고 숨을 돌렸다. 통통하고 하얀 살결때문에 영재는
얼굴에 귀염성이 줄줄 흐른다.
"영어 학원이요."
"그래. 얼른 가봐."
"네.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시라 해야할 인사를 안녕히 계시라 해버리는 어린 영재의 귀여운 실수에 은혜는 미소를 지었다. 동훈이와 팔짱을
다시 끼고 발걸음을 다시 집으로 옮긴다.
"동훈아. 영재는 지 형이랑 참 다르지?"
"응. 쟤는 이모부는 하나도 안 닮고 이모만 닮았나봐."
은혜는 은선이의 어릴때를 상기해본다. 영재 나이 무렵의 은선이의 외모는 지금 영재의 생김새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동훈아. 마트에 좀 들렸다 가자."
"살 거 있어? 살 거 있으면 엄마 혼자 가. 난 바쁘다고, 지금."
"아, 아니. 그냥 가자. 급한 거 아니야."
- 철커덕.
현관문이 열리자 동훈이는 날렵하게 자기 방으로 달려들어갔다. 현관문을 닫고 은혜도 아들 동훈이를 뒤따라 방으로 간다.
"천천히 해요, 오빠. 그러다 뭐 빠트릴라."
아들 동훈이를 부르는 은혜의 호칭이 어느새 존대말로 바뀐다. 동훈이를 도와 가방에서 책을 꺼내어 책꽂이에 꽂고 책꽂이
에서 꺼낸 책을 가방에 넣는다.
"엄마. 양말이랑 팬티랑 갈아입을 거 챙겨야겠지?"
"팬티는 아침에 갈아입었잖아요. 그냥 양말만 챙겨요, 오빠."
장농서랍에서 양말을 두 켤레 꺼낸 동훈이가 한 켤레는 갈아신고 나머지 한 켤레는 가방에 쑤셔넣었다.
"양말 벗은거는 언니네 놓고 와요. 냄새나는거 가방에 넣고 돌아다니지 말고. 알았죠, 오빠?"
"어. 알았어. 어디. 다 챙겼나? 교과서. 됐고. 참고서. 됐고. 좋았어. 다 챙겼군."
"잠깐만요. 잠깐만 앉아봐요."
가방 매고 일어서려는 아들 동훈이를 은혜가 침대맡에 앉힌다.
"왜?"
"가만 있어봐요, 글쎄."
은혜는 책상 서랍에서 빗을 꺼내 아들 동훈이의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빗겨주었다. 그리고 얼굴을 요리 살짝 저리 살짝 뜯
어 보더니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