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이 되었던 전등이 들어오듯이 퍼뜩 하고 정신이 돌아왔다.
하지만 냉장고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꺼내 마셨던 술 때문일까?
머리 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몽롱한 느낌과 함께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갑자기 밀려오는 두통.
“ .으.”
신음소리라도 내면 조금 덜 아플까?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가 않았다.
혓바닥이 입 천정에 쩍 달라붙어버린 것처럼 잘 움직여지지가 않고서,
화끈거리는 목구멍과 함께 바짝 마른 입술 사이로 힘겹게나마 가느다란 소리를 내는 게 다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온몸의 기운을 다 써버린 것만 같았다.
그제서야 캄캄한 게 아직도 눈을 감고 있다는 걸 깨닫고 떠보려 했지만,
오히려 좀 전에 작은 신음소리를 내는 것보다 더 힘들게만 느껴졌다.
‘ .아직 날이 안 밝았나? 한참을 잔 것 같은데.’
몸에 남은 미약한 기운을 모두 짜내 밀어내자 눈꺼풀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며 천천히 열렸다.
그러자 마치 자신의 머리 속같이 흐릿하게 살짝 보이는 시야로,
눈을 뜨기 전과 별반 차이가 없는 짙은 어둠이 다가왔다.
‘ 아.엄마.’
왜 이제야 엄마 생각이 났을까?
그러자 방문 틈으로 봤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욱신거리면서 아파오는 가슴.
그리고 갑자기 두통이 더 심해졌다.
아니, 두통 정도가 아니라 누군가가 머리 속을 정으로 쪼는 것 같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 .으.으.”
여전히 입술은 겨우 달싹거리기만 했다.
그리고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현기증이 커지면서 눈앞의 어둠이 바람에 흩날리는 커튼처럼 일렁였다.
힘겹게 겨우 떴던 눈을 다시 감았지만 이제는 머리 속이 빙글빙글 돌아가기까지 했다.
‘ .아.일어나야 하는데.엄마.엄마는 아직도 안 온 걸까?.’
늪 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몸이 쑥 꺼지는 느낌과 함께 정신마저 흩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언뜻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다는 생각이 끊어져버렸다.
웅성웅성
‘ .어?.’
뭔가 귀를 울리는 것 같은 간지러운 느낌을 받으면서 깨어났다.
그러자 감은 눈으로도 희미하게 빛이 느껴졌다.
아침인가?
마시긴 정말로 많이 마셨는가 보았다.
지난 밤에 잠깐 깼을 때보다는 어지러움과 두통이 덜한 것 같았지만,
마치 남의 몸인 양 감각이 낯설긴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 으 ”
그래도 확실히 지난 밤보다는 낫긴 나은 것 같았다.
기운을 짜내서 신음소리를 내보자 생각보다 쉽게 흘러나왔다.
“.아 .아 ”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은 울림.
좀 전에 자신의 귓가를 간질이던 소음이 이거였던 모양이다.
엄마겠지?
원망과 함께 미운 마음부터 먼저 생겨야 하겠지만,
잠깐 깼을 때 엄마의 부재에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낀 때문인지 와락 밀려드는 건 반가움이었다.
“ .엄.마.?”
“ .아.민.아.민아 ”
스르르 열리는 눈으로 빛무리가 진 것처럼 흐릿하게 얼굴이 보였다.
그래도 그게 엄마라는 건 당장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왜일까?
그 순간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건.
그리고 뒤늦게 가슴을 채우는 뭉클한 감정.
“ 흑.흑흑.민아.민아.흑.흑.”
자신의 눈물에 슬퍼진 걸까?
갑자기 엄마도 울음을 터뜨리며 팔을 잡아왔다.
그리고서 몸부림까지 치며 흐느끼는 엄마.
“ .어지러워.엄마.그만 흔들어.”
“ 흑흑흑.미, 미안해.흑흑.”
우스운 일이다.
반가움에 눈물까지 흘리면서도 막상 입 밖으로 나온 게 기껏해야 이런 소리라니.
그런 충격적인 모습까지 봤으면서 지금 엄마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자신이 왠지 창피해서일까?
단지 약간의 미래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이 운명의 주재자라도 되는 것처럼 굴었다.
그리고 엄마의 남자이자 막내이모의 연인으로서 세상을 모두 얻은 양 오시했다.
그런데 결국에 자신은 엄마의 품을 찾는 겁 많은 어린아이였을 뿐이었던 것이다.
“ .조금 더 잘게.나중에.이야기해.”
“ 흑흑흑.그래.자.흑흑.”
다시 잠이 쏟아졌다.
아직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엄마를 확인한 덕분인지 간밤의 억지로 끌려들어가는 듯한 기분과는 달리 편안한 느낌으로 눈을 감았다.
그래.일단은 자자.
조금만 더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게 깰 것 같았다.
자신이 본 모든 걸 털어놓을지, 아니면 그냥 숨길지는 그때 가서 생각할 문제였다.
민은 자신이 엄마의 젖을 실컷 먹자마자 잠이 드는 갓난아기시절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
“ 으 .엄.마.엄마 헉 !”
뭔가 꿈을 꾼 것만 같은데 전혀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엄마를 부르면서 깬 건 아무래도 엄마가 나온 꿈이었던 같다.
그리고 번쩍 뜬 눈으로 누군가가 황급히 뛰어와 내려다보는 게 보였다.
막내이모? 이모가 왜 온 거지?
“ 이모?.이모가 여긴 웬일이야? 회사는 어쩌고?”
“ 흑흑흑.민아.민아.미안해.와 아앙 엉엉엉 ”
“ 이, 이모? 왜 그래?”
말 없이 내려다보던 막내이모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르더니,
갑자기 자신의 손을 잡고 얼굴을 묻으면서 울음을 토해냈다.
손등에 느껴지는 보드라운 살결과 함께 뜨거운 눈물이 흠뻑 적셔왔다.
몸 상태가 정말로 엉망인 모양이었다.
몸을 일으키기는커녕 새하얀 이불 위에다 까만 머리카락을 펼쳐놓고서,
오열하고 있는 막내이모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도 이렇게 힘이 드니.
사랑스러운 내 여자.
나와의 사랑을 위해서 세상의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던,
이 아름다운 연인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조차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힘겹게 몸 위로 들려져 막내이모의 머리를 향하는 파들파들 떨리는 자신의 손이 원망스러웠다.
이 자식 빨리 안 서둘러? 이모가 울고 있잖아?
단 몇 초라도 빨리 막내이모의 슬픔을 달래주고만 싶었다.
“ 흑흑흑.무리하지마.민아.흑흑.”
“ 이모.누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왜 그래? 그만 울어.”
“ 엉엉엉 민아.”
그때 막내이모가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을 번쩍 들더니 자신의 손을 마중 나왔다.
보드랍고 따스한 작은 손이 덥석 잡아오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농담을 던지면서 웃게 만들려 했지만,
그게 오히려 약간 잦아드는 것 같던 울음소리를 더 커지게 해버렸다.
쩝 나도 다 됐나? 내가 이렇게 썰렁한 놈이었다니.
“ 엄마는? 어디 나갔어?”
“ 흑흑흑.언니는.흑흑.지금 의사선생님과 이야기 중이야.흑흑.곧 올 거야.흑흑.”
“ .의사.? 이모.?”
순간적으로 멍했다.
의사라니? 그러면 여기가 병원?
그러고 보니 좀 전에 얇고 새하얀 이불을 보면서 왠지 이상했다.
설마?
불길한 예감이 확 들었다.
“ 흑흑흑.얼마 만에 깨어났는지 알아? 흑흑.난.정말.네가 죽는 줄만.흐흐흑 엉엉 ”
“ 이, 이모?”
“ 흑흑흑.네 엄마랑.새 아버지는 신혼여행이고 뭐고.”
갑자기 머리가 핑 돌면서 숨이 막혀왔다.
“ 흑흑.민아? 민아? 왜 그래? 미, 민아 흑흑 여기요 제발.빨리 좀 와줘요.민아 ”
찢어지는 것 같은 막내이모의 비명을 들으면서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걸 느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한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이미 자신은 비슷한 일을 한번 겪었었다.
그래서인지 이 상황이 순식간에 이해가 되었다.
그러면 그게 모두 꿈이었단 말인가?
그 생생한 기억들이?
엄마나 막내이모의 그 달콤하고 부드러운 몸과 녹아 드는 것 같이 뜨거운 질의 느낌들마저?
그래도 살긴 살았구나.그나저나 도대체 몇 번을 기절하는 거야? 씨발
민은 충격을 느끼면서도 조금은 어이없는 생각을 끝으로 또다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었다.
“ .솔직히 조금 우려했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좋습니다.후유증도 적을 것 같고요.단지.”
“ 네?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설마.수술을 또 해야 하는 건 아니겠죠? 네? 선생님?”
“ 아.진정하세요.”
“ 여보.진정해.내가 선생님과 이야기를 할게.”
“ 흑.흑.우리 민이.흑.”
다인은 아들이 드디어 깨어났다는 기쁨도 잠시뿐 의사의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벌써 큰 수술만 몇 번이었던가?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졌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몸에 생긴 바느질 자국이 그 얼마며,
앞으로 평생 동안 몸 속에다 지니고 살아야 할 뼈와 뼈 사이에다 심어놓은 쇳조각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면 의사가 보여준 뇌의 CT 사진에서 회색부분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의사의 말로는 다쳤을 때 외부로 출혈이 된 덕분에 피가 고이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뇌세포가 일정시간 산소공급이 안돼서 한번 죽어버리면 절대로 재생이 되지 않는다니.
그런데 아직도 남은 시련이 더 있단 말인가?
새 남편인 상인이 손을 꼭 잡아왔다.
고마우면서도 너무나 원망스러운 남자.
아니다.
그건 틀린 말이었다.
이 사람을 원망할 일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게 어리석은 자신 탓이었다.
애초에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으면.
아니, 숨기려면 끝까지 숨기든지 하다못해 신혼여행만이라도 갔다 와서 그랬다면.
아들이 그 사이에 자신을 포기해버릴까 두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자포자기에 다른 여자라도 만날까 질투가 났던 것일까?
조바심에 왜 하필 그때 전화를 해서.
“ 처음엔 좀 힘들겠지만.물리치료를 받으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될 겁니다.”
“ 지장이 없을 정도라는 게.”
“ 하하.걱정하지 마세요.제가 말하는 건 특별한.그러니까 운동선수처럼 과격한 움직임.뭐.그런 거죠.
아드님이 운동선수는 아니겠죠? 만약에 그렇다면 선수생활은 포기해야.”
“ 아, 아닙니다.운동선수는.그냥 평범한 대학생이죠.”
“ 아.네.그렇다면.단지.그 상태까지 회복이 되려면 최소한 반년 이상은 걸릴 겁니다.
그게 눈에 보일 만큼 한 순간에 팍팍 나아지는 게 아니라서.
원래 재활이란 게 그렇게 지루하면서도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죠.
본인의 의지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가족 분들이 인내와 믿음을 가져야만 합니다.
환자가 받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라서 히스테리를 많이 부리기도 하거든요.”
“ 네.그건 저희가 노력을 하면 되는 문제니까.그리고 그만한 각오도 하고 있습니다만.
말씀하신 걸로 볼 때.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 네.맞습니다.그게.”
울음을 터뜨린 자신 대신에 남편(상인)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똑 똑 덜컥
그때였다.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린 건.
“ 무슨 일이야? 김 간호사.”
“ 네.선생님.한 민 환자에게 가보셔야겠는데요?”
“ 흑.저, 저희 민이가요? 왜? 무슨?”
“ 여보.진정해.”
간호사가 들어와서 하는 말에 깜짝 놀란 다인이 벌떡 일어나자 덩달아 선 상인이 어깨를 안으면서 달랬다.
“ 위급한 상황이야?”
“ 그런 건 아닙니다.깨어났다가 다시 의식을 잃어서.”
“ 뭐? 상태는?”
“ 네.심박이 약간 빠른 것만 빼고 다른 이상징후는 없는 것 같아요.”
“ 알았어.일단 가서 봐야 알겠군.”
“ 흑.흑.우리도 가요.빨리.”
“ 그래.자.내게 기대고.”
전문가가 아니기에 정확히는 몰라도 간호사의 말이나 의사의 반응을 볼 때 걱정할만한 사태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인의 심장은 여전히 거칠게 뛰었다.
그래서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은 남편에게 기대어 후들거리는 걸음을 옮겼다.
의사가 하려다 못다한 말이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지만 지금은 아들을 보는 게 먼저였다.
“ 엄마.”
“ 그래.”
다시 의식이 돌아온 후 며칠에 걸쳐 정밀검사를 했다.
그리고는 잠시간의 경과를 지켜본 후 의사의 최종결정에 따라 회복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겼다.
그래도 화장실까지 따로 달린 1인 전용의 특실이라,
엄마는 잠깐씩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다녀올 때를 빼고는 상주를 했다.
하지만 진통제 때문에 하루의 대부분을 잠에 취해 지낸 데다가,
조금씩 약의 투여를 줄여서 깨어있는 시간이 늘어났음에도,
여전히 안심이 안되었는지 새 아버지와 막내이모 그리고 이모부까지,
모두들 수시로 드나드느라 밤에 잘 때 이외에 둘만 이렇게 여유를 가지게 된 건 처음이었다.
하고 싶은 말들은 너무나 많았는데 막상 불러보고 나자 그냥 마주볼 뿐이었다.
“ .나 지금 정확히 어떤 상태야? 아무도 제대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서 말이야.”
크게 다쳤었다는 것.하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다는 게 천행이라는.
그리고 수술도 잘되었다는 정도가 자신에게 전해진 이야기의 다였다.
힘이 들어도 움직이는데 크게 지장이 없는 상체와는 달리 꿈쩍도 안 하는 하체에 처음에는 기겁을 했었다.
하지만 아프고 가려운 감각이 느껴지는 걸 깨닫고는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다음주부터는 물리치료와 함께 운동도 시작한다고 들었다.
그래도 엄마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 으, 응.퇴원하고도 꽤 오랫동안 통원을 하면서 물리치료와 운동을 해야 할 거야.
하지만 걱정하지마.의사선생님 말로는 네가 육상선수가 되려는 게 아니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으니까.
대신에 평상시에도 꾸준하게 운동을 해야 한대.알았지? 힘들어도 계속해야 한다는 거.”
“ 휴 그래도 다행이네.엄마 말을 들으니까 안심이 돼.”
“ 그래서 퇴원을 하면 우리하고 같이 살 거야.짐은 이미 옮겨두었어.”
“ 어, 엄마.하지만.”
“ 휴학계도 냈어.”
민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엄마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들었던 말을 기억하고는,
혹시나 둘만 지내게 되는 게 아닌가 하고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엄마의 말을 듣자 실망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 민아.”
“ 으, 응?”
“ 날 믿고 맡겨줘.당분간만이야.지금은 네가 아프잖아?”
“ 어, 엄마?”
자신의 속마음을 눈치챈 걸까?
갑자기 엄마가 손을 꼭 쥐면서 낮게 속삭였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문으로 갔다.
딸깍
“ 엄마.”
“ 괜찮아.네 환자복을 갈아 입혔다고 하면 되니까.그리고 사실이고.”
“ 엄.흡 ”
문을 잠그고 돌아서는 엄마를 보고 눈이 커졌다.
그러자 다시 다가와서는 덮어오는 입술.
부드럽고 따스한 촉감.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말랑거리는 혀.
애무를 하는 것처럼 입 속을 건드리다가 자신의 혀를 감아서는 빨아들였다.
이상했다.
결혼식 직후에 엄마와의 키스에서 느꼈던 감촉보다는,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있을 때 꿈 속에서 숱하게 맛보았던 그 익숙한 감각에 훨씬 가까웠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도 그 꿈에서 아버지의 차 사고로 병실에서 깨어나자마자,
엄마에게 키스를 하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이 꿈인 건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생생하다.
물론 그 일들도 생생하기는 마찬가지지만.
“ 하 기억하지? 이 키스.그때.”
“ 으, 응.”
엄마가 말하는 건 결혼식 직후의 일을 말하는 거겠지?
설마 엄마가 나와 같은 꿈을 꾸었을 리는 없을 테니.
“ 이건 약속이야.절대로 잊지 말자는.”
“ 엄마.”
“ 내가 그랬지? 다시는 바보짓을 안 하겠다고.
너하고 통화를 할 때 이미 결심을 했었는데.하느님은 날 믿지 못하셨나 봐.
이런 식으로.이렇게 널 아프게 하면서까지 날 시험하다니.흑.흑.”
“ 엄마.난 괜찮으니까 울지마.운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며?”
“ 흑흑.그래.맞아.”
입술을 떼어낸 엄마가 두 손을 꼭 잡은 채로 말을 하다 말고 눈물을 흘렸다.
엄마의 약속.그리고 결심.
가슴이 두근거렸다.
꿈 속에서 수년간을 엄마와 부부처럼 살아본 경험 때문인지,
민은 그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겁이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하루라도 빨리 회복하고 싶을 뿐.
“ 훌쩍.자.옷을 갈아입자.참 오줌은 안 마려워?”
“ 으, 응.조금 마려운 것도 같고.”
“ 잠깐만.”
엄마가 갈아입을 환자복과 함께 소변통을 들고 왔다.
쪼르르
이불을 젖히고는 아예 아랫도리를 훌렁 벗긴 채로 통의 주둥이를 성기에다 댔다.
측 늘어진 그것을 손에 쥔 채로 오줌을 뉘는 엄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엄마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별로 의식하지 못했는데 막상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아직 몸 상태가 그래서인지 엄마의 저 보드라운 손에 잡혀서도 전혀 기운을 못쓰는 성기가 못마땅했다.
저것이 얼마나 많이 엄마의 손과 입 그리고 가랑이에 숨은 두 구멍을 탐했던가?
엄마가 처음 오줌을 뉘어준다면서 성기를 잡을 때의 두근거림도,
반응이 없는 탓에 자존심이 상해버린 건지 이제는 여상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는 물리치료와 운동이 더욱 기다려졌다.
다리가 회복되면 이것 역시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였다.
“ 다 눈 거야?”
“ 으, 응.그런 거 같아.”
손에 잡힌 묵직하면서도 말랑거리는 아들의 성기를 치약을 짜듯이 훑고는 탈탈 털었다.
그리고는 휴지를 뜯어 닦아주었다.
발기가 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웬만한 남자의 것만한 이 훌륭한 물건인데.
다인이 고개를 숙이고서 아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건 흥분 때문이 아니었다.
자칫 눈물이 날 것 같은 자신을 들킬까 그랬던 것이다.
아까 아들이 자신의 상태를 물어올 때는 덜컥 내려앉는 가슴을 내색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차마 그 이야기를 해줄 수가 없었다.
아들이 조금 더 안정이 되고 건강이 회복이 된 다음에 알려줄 생각이었다.
일단은 하체를 움직이는 것부터 어느 정도 진전이 보여야 희망을 잃지 않을 테니까.
아니, 자신이 꼭 회복을 시키고 말 작정이었다.
의사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 아드님이.아직 미혼이죠?”
“ 네.”
“ 혹시 약혼자나 애인이라도.”
“ 제가 알기로는 없어요.그런데 그런 게 왜?”
“ 아.이제부터 말씀을 드리려고요.독자인가요?”
“ 네.맞아요.”
다인은 초조함에 혀로 입술을 축였다.
저번에 의사가 하려다 만, 그래서 왠지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그 이야기 같았다.
그런 자신의 불안감을 안 건지, 남편이 손을 꼭 잡아주었다.
“ 에.그게.솔직히 의사로서 이런 말을 할 때가 제일 힘듭니다.회의도 느껴지고.”
“ 서, 선생님?”
“ 정확한 원인은 저희도 모릅니다만.아마 뇌 쪽의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 뇌, 뇌요?”
다인은 펄쩍 뛸 듯이 놀랐다.
“ 아.너무 놀라지는 마시고요.
뇌에 특별히 이상이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단지 추측을 하는 겁니다.
뇌에 대해서는 아직 저희들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 워낙 많아서요.
간단히 말해서 신경계나 혈관 그리고 근육과 해면체 모두 이상은 없습니다.
그래서 뇌 쪽이 원인이 아닌가 하고.어쩌면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정신적인 부분 역시 뇌 쪽의 문제니까.같은 이야기가 되겠죠.”
“ 저.선생님.좀 쉽게 설명을 해주시면 안될까요?”
“ 흠.흠.네.간단하게 말하면.아드님에게 성적인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 네? 서, 성적인 문제라니?”
“ 임포텐츠.즉 발기불능이라고 하면 아실 겁니다.”
“ 헉 !! 미, 민이가?”
이건 또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남편도 놀랐는지 손이 아플 정도로 꽉 쥐어왔다.
의사가 말을 빙빙 돌리면서 질질 끈 이유를 알만했다.
이제 이십 대의 앞날이 창창한 아들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자신의 결심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중요한 문제였다.
물론 섹스라는 것 때문에 그런 마음이 생긴 건 아니지만.
“ 어, 어쩌면 좋아요.걔는 이제.겨우.”
“ 휴 네.너무나 젊은.나이죠.”
“ 흑.선생님.제발.제발.치료가 가능만 하다면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어도 좋으니.흑흑.”
다인은 의사의 무릎을 잡고 흔들며 애원을 했다.
고칠 방법만 있다면 무릎을 꿇으라면 꿇고, 옷을 벗으라면 벗을 수도 있었다.
이제 막 젊음이 무르익어 세상을 향해 마음껏 나래를 펼칠 아이였다.
그런데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에 하나를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니.
“ 네.저희도 최대한 노력은 하겠지만.지금처럼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장담을.
그래도 신체의 이상이 아니라서 희망은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 훌쩍 저, 정말인가요? 선생님.”
“ 네.만약에 신경이나 해면체의 문제라면 도저히 손을 쓸 방법이 없죠.”
“ 그,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일단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본인에게도 그런 점을 충분히 주지시키고요.
그건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고 나서 천천히 알려주도록 하죠.
당장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문제니까.”
“ 네.알았어요.그러면, 그러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휴.제가 결혼을 했는지.아니면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 물은 게 그것 때문입니다.”
“ 그게 중요한 일인가 보군요.그러니까 여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 네.맞습니다.”
곁에서 묵묵히 듣고만 있던 남편이 뭔가 짐작이 갔는지 한마디를 던졌다.
“ 약물치료와 함께 성 의학 쪽의 심리치료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지속적으로 성적인 자극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반응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영상이나 잡지 같은 것도 사용하겠지만 뭐라고 해도 이성과의 접촉이 가장 효과가 있겠죠.”
“ 그러니까.”
“ 네.신체적인 접촉.그것도 아주 성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그런 면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부담이 없는 게 부부겠죠.”
“ 휴.네.”
다인은 남편과 의사의 대화를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실감이 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 .외국은 그런 치료 목적을 위해 전문적으로 훈련된 도우미들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죠.”
“ 그러면 어떻게.?”
“ 공식적으로는 안 되지만.그런 일을 해주는 여자들이 있긴 합니다.
물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치료사가 아니라.직업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 아 그러니까.흔히 말하는 화류계의.”
“ 네.비슷합니다.물론 나름대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은 기록을 제출합니다.
그래야만 엉뚱한 질병을 일으키는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까요.
그런 여자들을 연결을 시켜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입니다.
엄연히 이것도 매춘으로 분류되는 불법적인 일이 되니까.문제가 커질 수가 있어서.
그러니까 저희는 연결만 시켜드리고.보수라던 지.장소나 기타 문제는 당사자들간에 직접 협의를 해야 합니다.
물론.저희가 소개하는 루트를 꼭 이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게 어떤 치료방법을 요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자극을 주는 것뿐이니까요.
단지, 그런 방법을 찾기 난감하신 분들을 위해 약간의 도움을 드리는 거라.
절대로 강제적인 부분이 아닙니다.혹시나 오해가 있으실까 싶어서.”
“ 아.네.충분히 이해합니다.의사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니까요.
그냥 방법만 알려주고 아예 관여를 안 하는 게 훨씬 편하다는 걸.”
“ 네.그렇게 받아들여주시니 감사합니다.
가끔씩 저희가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는 분도 있어서.
그럴 땐 참 난감하죠.이건 무슨 포주 취급을 하니.허허허.”
“ 감사합니다.그건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다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요.”
“ 네.그러세요.”
다인은 멍하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두 사람의 대화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결국에 직업여성을 불러서 아들을 유혹시킨다는 이야기였다.
절대로 그럴 수는 없었다.
나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아니, 그런 걸 떠나서 내 아이이자 사랑하는 사람이란 걸 이제야 자각한 자신의 남자였다.
“ 엄마.뭐해?”
“ 으, 응.아니야.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미안해.”
오줌통을 옆에다 내려놓고도 아들의 아랫도리를 홀랑 벗겨놓은 채,
말랑말랑한 성기를 계속 주물럭거리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마치 발정이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여자처럼.
얼굴이 붉어지면서 부끄러웠다.
하지만 당황을 하는 대신에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너무나 차분한 아들의 눈에는 의아함만이 느껴졌다.
그래.이제 시작일뿐이야.
다인은 이 상태로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것을 당당한 본 모습으로 꼭 돌려놓고 말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것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결단코 다른 여자에게 맡기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 자.조심해서.”
“ 으, 응.”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에라도 입에다 넣고 빨아서라도 시작하고 싶은,
아들의 성기가 바지 속으로 사라지는 걸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 뭐.필요한 건 없어?”
“ 아니.괜찮아.”
“ 응.그러면 엄마는 이걸 세탁물 통에다 갖다 두고 올게.”
“ 응.엄마.그리고 바람이라도 좀 쐬고 와.실내에만 있지 말고.”
“ 그건.내가 알아서 할게.졸리면 좀 자던지.”
“ 응.엄마.사랑해.”
“ 나도.사랑해.너무나.”
아들의 입에다 살짝 입을 맞추어 주고는 갈아입은 환자복을 챙겨 병실을 나섰다.
그러자 언제 그렇게 되었는지 척척한 팬티가 가랑이에 붙어서 비비적거렸다.
“ 자 조심해서 으라차 ”
“ 이제는 제가 혼자서 할게요.고맙습니다.”
“ 하하.당연한 걸 가지고.나도 예전에는 힘깨나 썼었는데.이제 나이는 못 속이나 보구나.”
아직은 목발로 혼자 걷기가 불가능한 민을 휠체어에 태운 채,
방으로 들어와서는 침대로 안아 옮겨준 새 아버지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 어때? 맘에 드니?”
“ 네.너무 좋네요.”
“ 하하하.네 엄마가 꾸민다고 애를 많이 썼어.”
드디어 퇴원을 해서 엄마와 새 아버지의 신접살림집으로 왔다.
자신의 방으로 정해진 이곳은 휠체어를 탄 채로 실내를 돌아다니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널찍했다.
신품이라 빛이 반짝반짝 나는 책상이나 컴퓨터 앞에도,
아예 의자가 없어서 휠체어에 탄 채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물론 엄마가 수고를 했을 건 당연한 일이지만 새 아버지 또한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여실히 보였다.
고마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느껴지는 불편함.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너무나 옹졸하다는 걸 잘 알지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가지는 마음일거다.
단지 순수하게 새 아버지라고만 해도 그런 거북함이 자연스러운 감정일 텐데,
사랑하는 여자를 사이에 둔 경쟁자이자 벌써 선취점을 올린 상대였다.
자신은 꿈 속에서밖에 누려보지 못한 그 달콤함을 이미 마음껏 맛보고 있는.
민은 어색함에 피곤한 척 몸을 뉘면서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 자.민이는 엄마하고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난 다시 나가봐야겠구나.
웬만하면 나도 오늘은 집에 있고 싶은데 중요한 외국손님과 약속이 있어서.”
“ 아니에요.전 괜찮으니까.어서 일을 보세요.고맙습니다.”
“ 하하하.아버지로서 당연한 거지.그래.푹 쉬고 저녁 때 보자꾸나.”
“ 네.다녀오세요.”
아침부터 출근을 미루고 병원으로 왔던 새 아버지였다.
묵묵히 옆에 서있던 엄마가 새 아버지를 따라나가는 걸 보고서 눈을 감았다.
휴 그렇게나 피하고 싶었던 상황인데.
이제는 엄마와 새 아버지가 같이 잠들고 깨어나는 걸 지켜봐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엄마가 자신을 믿으라고 한 약속을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 희망도 없었다면 어떻게 참을 수가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피하고 싶지만 불가피하게 마주쳐야 할 일들이 도처에 널려있었다.
문득 꿈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엄마와 이모부의 엉킨 나신이 떠올랐다.
이제는 꿈이 아니라 현실로 비슷한 장면을 참아 넘겨야 한다.
“ 피곤해?”
“ 어? 아니야.그냥 눈을 감고 있었던 것뿐이야.그런데 엄마는 회사에 안 나가봐도 돼?”
“ 응.네가 나을 때까지 난 회사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네 이모하고 이야기가 됐어.”
“ 이모 혼자선 힘들 텐데.”
“ 으, 응.그래서 네 이모부가 도와주기로 했어.”
“ 에? 그러면 전에 다니던 회사는 그만두고?”
“ 응.맞아.”
그렇구나.
현실은 이렇게나 다르다니.
이모부가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같이 일을 하게 된다면,
꿈에서 봤던 것처럼 두 사람의 사이가 소원해지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지나친 욕심이겠지?
하지만 그 뜨겁고 사랑스럽던 막내이모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민으로서는 그걸 쉽게 잊지 못하고 있었다.
“ 고마워.엄마.”
“ 사랑하는 우리 민이.당연한 거야.”
“ 사랑해.엄마.”
“ 나도 사랑해.”
옆에 앉았던 엄마가 몸을 숙여서 키스를 해왔다.
촉촉하고 말랑한 입술이 부드럽게 열리더니 향긋한 숨결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밀려드는 따스하고 축축한 살덩어리.
“ 흐응 ”
부리로 모이를 쪼듯이 뾰족한 혀가 콕콕 찔러오는 걸 붙들어 빨아들이자 엄마에게서 비음이 흘러나왔다.
목을 안아오면서 자신의 상체 위로 쏟아져 내리는 엄마의 몸.
목이 타오르는 듯한 민의 갈증을 알아챈 건지 달콤한 타액을 한껏 넘겨주면서 몸을 비비적거렸다.
그러자 엄마의 젖가슴이 물컹하게 눌러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내려간 손이 치마 속에 싸인 풍만한 엉덩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꿈 속이었는데도 손에 느껴지는 이 따스하고 부드러운 살덩어리의 촉감이 왜 이렇게 익숙한 걸까?
“ 아 ”
“ 미, 미안.엄마.”
“ 아, 아니야.좀 씻자.너 그 동안에 병원에서 씻는다고 씻었지만 많이 찝찝했을 텐데.”
“ 으, 응.”
아직도 환상과 현실을 혼동하는 걸까?
무의식 중에 엉덩이를 쥐면서 허벅지 사이의 깊은 곳을 파고드는 손길에 엄마가 신음을 토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민은 슬며시 손을 빼냈다.
촉촉하게 젖은 듯한 눈과 붉어진 엄마의 얼굴이
조금 전 손끝을 살짝 스친 뜨거운 열기와 함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잠잠한 자신의 아랫도리.
전 같으면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미친 듯이 날뛰고 있을 성기가,
이렇게 점잖을 빼고 있는 게 다행일까 실망스러운 일일까?
아직 혼자서 걷기는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면서 움직이는 다리지만,
처음 기대와는 달리 그곳만은 전혀 변화가 없자 왠지 불안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괜한 기우로 엄마를 걱정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워낙 큰 일을 당했던 자신이 아닌가?
딴 생각은 말고 운동만 열심히 하면서 조금은 더 지켜볼 작정이었다.
“ 조, 조심해.미끄러지면.”
“ 하하.걱정하지마.팔의 힘은 전보다 더 좋아졌으니까.휠체어만 좀 붙들어.”
알몸이 되면서도 전혀 어색함은 없었다.
병원에서 엄마가 자신의 나체를 숱하게 봤으니까.
그뿐인가?
씻겨주는 건 물론 물수건으로 성기의 구석구석과 항문까지 닦아주었던 엄마다.
여자의 힘으로 아까 새 아버지처럼 자신을 안아 휠체어로 옮기는 건 불가능했다.
대신에 침대 옆에다 바짝 붙인 휠체어를 잡게 했다.
브레이크를 걸기는 했지만 가벼운 탓에 자칫 흔들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 와 이건 또 언제 준비했어? 정말로 꼼꼼하게 준비를 했네?”
“ 당연하지.이런 건.”
엄마가 욕실 구석에서 작은 바퀴가 달린 앉은뱅이 의자를 가져왔다.
민은 감탄을 토하고는 바닥을 팔로 짚고 기어서 그리로 옮겨 앉았다.
“ 어, 엄마?”
“ 나도.따뜻한 물에 들어가고 싶어서.”
욕조에다 가득 받은 물 속으로 다리를 잡아주는 엄마의 도움을 받아 들어갔다.
그리고 그 따스하고 매끄러운 물의 감촉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기대자,
잠시 나갔던 엄마가 알몸이 되어서는 수건으로 살짝 앞을 가린 채로 다시 돌아왔다.
“ 너.초등학교 이후로 처음이지? 이렇게 같이 씻는 거? 아 따뜻해.”
“ 으, 응.그런 것 같아.”
좀 애매하게 대답을 했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맞는 이야기지만 자신에게는.
아직도 꿈인지 생신지 간혹 구분이 잘 안가는 그 기억 속에서 몇 년 동안을 거의 매일 했던 일이었다.
젖가슴과 아래를 수건으로 살짝 가리고서는 한 다리를 길게 뻗어 욕조 속으로 넣어오는,
엄마의 아름다운 나신이 자신이 꿈에서 보았던 것과 너무나 똑같았기에 더더욱 그랬다.
과연 자신이 고등학교 때부터 늘 엄마의 모습을 쫓으면서 옷 속에 감싸인 나체를 그려봤던 때문일까?
“ 어때? 집으로 오니까 좋아? 이렇게 나하고 같이 목욕도 하고.”
“ 으, 응.”
“ 나도.좋아.민아.”
“ 엄마?”
물 속으로 들어와서도 손으로 쥐고서 가리고 있던 수건을 엄마가 갑자기 욕조 밖으로 던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