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18)

주방쪽에서 들려오는 엘프의 콧노래 소리.. 그건 어느 아침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미와 예술로 유명한 엘프여서인가? 엘리야의 가벼운 허밍은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부드러운 무언가가 있었다. 덕분에에 로한을 매일 아침마다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던 소리..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두 눈 가득 공포심을 가진 근육질의 하프 오크는 아직은 자신에게 있어 신성불가침처럼 여겨지는 엄마에게 거부당할까 끊임없이 눈치를 보는 10살의 어린 마음으로, 점점 극단적으로, 최악의 경우, 용서를 위해 자살까지 생각하며 두 눈을 질끈 감고 다가가고 있었다.

"좋은 아침! 로한, 아침 먹으렴~"

아! 그 순간 들려오는 평소와같이 활기찬 엄마의 목소리는 로한이 허무함을 느낄정도로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로한은 자신을 얽매이고 있던 죽음의 쇠사슬들이 소리없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체 이 순간의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까?

심장을 거머쥔 공포로부터 해방이 가져다준 안도감이란... 로한은 마음속으로 기쁨의 한숨을 내쉬며 최대한 태연스러워 보이려 노력하며 의자에 앉았다.

"네.. 엄마..."

그러나 순간, 격앙된 감정만큼은 전부 속일 수가 없는지 목소리만큼은 약간 갈라진 채 물기가 묻어 나왔지만 다행히도, 엘리야는 로한이 아직 잠에서 덜 깬거라 여기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여전히 뒤돌아선 채 부글부글 끓는 냄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흐응~ 흐흥~"

벼랑 끝 절벽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기분을 느낀 로한...

다행히 엘리야는 지난 밤 욕조에서 자신의 몸을 씻기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 하는 눈치였다.

그렇다.. 못 된 아들이 해선 안 될 짓을 저질러 버린 어제 밤을...

아주 나쁜 짓을...

엘리야는 여전히 뒤돌아 선 채 요리에 열중하고 있었다.

뒤돌아 선 볼록한 엉덩이와 가느다란 허리의 굴곡진 엘프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원피스...

살랑이는 엘리야의 치마 밑 맨 살의 각선미가 이제 여유를 되찾은 로한을 자극시켰다.

그 불길은 자연스레 정력이 넘쳐나는 하프오크를 아침발기 시켰고, 맛을 보려는 지 살짝 상체를 숙인 채 뒤로 내민, 엘프의, 탄력있을 것 같은.. 얇은 천을 팽팽히 당기는, 예쁜 사과같은 둔부 곡선.. 10살의 정신나이를 가진 로한이 엘리야를 보고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악마같은 성욕이 또다시 로한의 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더이상 마냥 순수하다고 할 수 없는 로한은 지난 밤, 취한 채 바이올렛의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엄마와 춤을 추며 의도치 않게 쥐어잡았던 그 부드러웠던 엉덩이의 감촉을 떠올리고 있었다.

우뚝 선 좆을 숨기기 위해 더욱 몸을 움츠리고 앉게 된 로한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런 로한의 욕망을 대신 풀어주려는 듯이 무언가 호퀘한 웃음소리와 함께 엘리야의 엉덩이를 일그러지도록 주물렀다.

"꺅!"

"하하하! 엘리야 오늘도 변함없이 예쁜 엉덩이구나!"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사부님들이 어느새 들어와 엄마의 치마위로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지나가자 엄마는 당황해하며 고개를 숙였는데 목덜미와 뺨이 발갛게 물들었다.

전 날, 못 말린다며 화를 내던 모습과는 다르게 상반된 엄마의 태도는 분명, 어젯밤의 난교를 떠올리는 모습이었다.

거리낄 것 없이 모든 걸 드러낸 채 몸을 겹친 수컷을 대하는 어쩔 수 없는 여자의 본능인가?

그 이후로도 시끄럽게 식탁을 내려치고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사부님들을 보며 평상시라면 얌전히 좀 드시라며 무언가 잔소리를 했을 터인 엘리야는 그저 말없이 남편을 대하듯 조신하게 홍조를 띄고 난쟁이들의 시중을 들었다.

그리고 로한은 그 모습에 질투심을 느끼느라 누군가 말을 걸고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아차렸다.

"생.....단다 로한"

"예?.."

"엘리야에게 들었다! 오늘이 네 10번째 생일이라고 하더구나!"

"뭣이?! 그렇담 우리가 그냥 지나갈 수 없지!"

"가만보자.. 우리가 발굴한 것 중에 뭐가 있더라.."

난쟁이 하나가 제 몸의 3배는 될 듯한 거대한 배낭을 꺼내놓곤 안을 뒤적거리다 신비한 문양의 처음보는 글자가 새겨진 오래 된 석판을 하나 꺼내 로한에게 주었다.

"여깄다! 놀랍게도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저 쪽 헬리온 산맥 쪽에 우연히 산사태로 드러난 균열을 하나 발견해서 우리가 던전을 발견했지 뭐냐!"

"심지어 마법함정으로 아주 도배가 된 심상치 않은 던전이었지!"

"하지만 우리가 누구냐?! 어떤 건축물이든 우리 손에 걸리면 허물고 짓는 건 우습지!"

"통로 전체를 그냥 매몰시켜버렸다! 축만 살짝 건들여서.."

일곱명의 난쟁이가 동시에 서로가 말하겠다는 듯 아우성치자 금세 식탁이 또 시끌벅적해졌다.

엘리야 때문에 뚱한 눈으로 무언가 맘에 안 든다는 듯 언짢았던 로한도 무언가 신비한 이끌림이 느껴지는 석판을 묘하게 바라보았다.

그만큼 고대의 마도문명의 글자가 새겨진 게 분명한, 신비한 힘이 깃든 것 같은 석판은 운명처럼 로한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사부님들 맘에드는 선물이에요"

엄마에 대한 질투심과는 별개로 고마움을 느낀 로한이 사부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하자 껄껄거리며 호쾌하게 웃은 사부님들이 이참에 여관에 땔감을 가득 비축해주겠다며 도끼 한자루씩을 들고 서로가 나서겠다는 듯 벌목을 하러 나갔다.

시끄럽던 식탁이 이제 조용히 둘만이 남게되자 엘리야가 사랑스럽다는 듯 로한의 앞머리와 이마를 부드럽게 쓸어만지며 걱정된다는 듯 말을 했다.

"로한,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평상시라면 항상 웃고 밝았을 로한의 표정이 선물을 받을 때를 빼곤 뚱해 있던게 마음에 걸렸던 엘리야였다.

나긋한 엘리야의 목소리는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 여전히 우아하고 차분하고 감미로웠다. 하지만, 그 입술, 아름다운 눈, 찰랑이는 머릿결을 보면 볼 수록 이제 로한은 자신의 다리 사이에서 더운 숨으로 할딱이던 암캐같던 엘리야의 모습이 떠올라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언제든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말하렴, 엄마는 항상 로한이 최우선이니까.."

진심어린 엘리야의 말... 또다시 엘리야의 사랑을 느낀 로한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힘겹게 말을 꺼냈다. 

".... 하나만.. 약속해 줄 수 있나요? 엄마?"

로한은.. 겁이 났다. 자신이 이렇게 사랑하는 엘리야가 어느 날 훌쩍 누군가를 따라서 떠나가버릴까 봐.. 그 대상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오크 아버지이든, 뛰어난 연금술 실력을 가져 늑대인간의 저주만 아니라면 어느 도시든 정착하고 가게를 열 수 있는 실베스트이든, 혹은 호퀘하고 뛰어난 솜씨를 가진 일곱 난쟁이 사부님들이든..  

지금까지 엄마와 나, 단 둘만의 가족이라는 관계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그런 선택을 할까 봐.. 상상만으로도 토악질이 나올 것 같은 슬픈 생각에 로한의 눈에 물기가 맺혔다.  

"항상, 제가 우선이죠? 평생, 제 곁에 있으실거죠?"

"....."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었냐는 듯 살며시 미소를 띈 엘리야가 말 없이 다정하게 로한의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빨리, 대답해 주세요. 엄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저랑 살거죠? 그렇죠?"

"후훗... 엄마는 우리 아들보다 오래 살 건데? 평생 엄마 옆에서 살다 늙으면 결혼은 언제 할려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