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10)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이었다. 선배가 나에게 다가와 우물쭈물 힘들게 입을 연다.

“저기…. 오늘 수업 끝나고 우리 집에 가기로 했던 거 말이야….”

“예. 왜요?”

“저기…. 그…. 내 동기 남자애 중에 원철이 알지? 걔가 오늘 우리 집에서 술 마시자고 난리를 쳐서…. 뭐 진지하게 상담할 게 있다나. 내가 너랑 놀기로 했다고 말했는데도 오늘 상담해야 된다고 막 우겨서….”

원철 선배라면 그때 엠티에서 선배와 관계를 가졌던 세 명중 한명이다.

“예. 그래서요?”

“근데 걔가 그럼 너랑 같이 있어도 된다고 막 그러는 거야. 그래도 괜찮다면서…. 넌 술도 못 마시고 걔랑 별로 친하지도 않잖아…. 그, 그래서 말인데 나랑 놀기로 한 거 내일로 미루면 안 될까?”

불안함과 떨림이 가득한 선배의 흑진주처럼 맑은 눈동자.

알 것 같다….

그 남자 선배와 선배 사이에 무슨 말들이 오고 갔는지….

오늘 또 미영 선배와 하려는 거겠지….

…보고 싶다.

미영 선배가 또 다시 다른 남자랑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요? 그럼 저도 같이 놀면 되죠.”

난 스스로도 놀랄 만큼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하며 말을 했다. 그러자 눈에 띄게 당황하는 선배의 표정.

“뭐, 뭐? 너 술도 잘 못하고 어, 어색할 거 아냐….”

“에이. 괜찮아요. 그냥 같이 놀면 되죠.”

결국 불안함에 사로잡혀 있던 선배는 끝내 내말을 거절하지 못하였다.

셋은 미영 선배의 좁은 자취방에 둥그렇게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을 못 마시는 내가 넙죽넙죽 받아 마시기 시작하자 원철 선배가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얼른 취해 쓰러지길 바라겠지….

결국 내가 취기를 느끼며 앉은 상태에서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었을 때 슬쩍 슬쩍 미영 선배의 몸을 만지는 남자 선배의 손길을 보게 되었다.

어깨동무를 하며 슬쩍 가슴을 주무르기도 하고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새하얀 허벅지를 쓰다듬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미영 선배는 황급히 그의 손을 뿌리치며 나의 눈치를 봤지만, 난 일부러 못 본 체를 할 뿐이었다.

그러나 취한 것은 정말이었다. 너무나도 어지러워 슬쩍 허리를 숙이며 얼굴을 감쌌을 때 나의 귓가에 미영 선배의 옅은 신음소리가 들려 왔다.

“아음….”

내가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들자 황급히 허벅지를 오므리는 미영 선배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검지를 문지르는 남자 선배의 모습도….

그리고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잃고 취해 쓰러져야 했다.

새벽에 지독하게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어제의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나는 그저 우리 집이겠거니 생각하고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덕분에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숨찬 소리도 듣지 못했다. 무심코 화장실 문을 슬쩍 열자 세면대 위에 허벅지를 벌리고 앉아 남자 선배의 자지를 받고 있는 미영 선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미영 선배는 남자 선배에게 매달리다시피 꽉 끌어안은 채 연신 숨찬 신음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아, 음아…. 아흑. 아…. 아. 원철아…. 아. 아아흑.”

미영 선배의 눈은 관계에 열중해서인지 꼭 감겨 있었고, 남자 선배도 미영 선배의 머리 반대편에 있었기 때문에 문을 열고 지켜보고 있는 나를 금세 발견하지 못했다.

미영 선배의 허벅지 사이에서 힘차게 허리를 움직이던 남자 선배가 숨찬 목소리로 입을 연다.

“아. 미치겠다. 진짜 너랑 하는 빠구리는 왜 이렇게 좋냐. 나 지금 몇 번 쌌지?”

“아응. 아흑! 세, 세 번…. 아흠!”

“맞아. 두 번은 너 보지에 싸고 한 번은 어떻게 했더라?”

“아흑. 아음 모, 몰라!”

“말해봐. 안 말하면 안 움직인다.”

“응. 아흑. 머, 먹었어! 아흑! 내가 먹었어….”

“어때? 내 좆물 맛이?”

“아흑. 맛있어. 아흥아음…. 아! 나 미치겠어!”

그렇게 미영 선배의 허벅지를 잡고 한참 허리를 흔들던 남자 선배가 나직하게 말한다.

“헉, 야 이번엔 보지 안에다가 싼다.”

“응, 응!”

미영 선배는 급박하게 대답했고, 곧 둘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춘다. 미영 선배는 더욱더 눈을 꽉 감으며 긴 다리로 남자 선배의 몸을 꼭 끌어안는다.

남자 선배의 사정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가느다란 허리를 돌려가며 남자 선배의 자지를 조금이라도 깊숙이 받으려던 미영 선배의 눈이 게슴츠레 떠진다. 그러나 곧 그런 선배의 눈은 놀람과 경악으로 크게 뜨여지고 만다. 화장실 문을 열고 서서 지켜보던 나를 발견한 것이다.

“혀, 현우야….”

“뭐?”

그 말에 미영 선배의 허벅지 사이에 자지를 박고 있던 남자 선배가 놀라 내 쪽으로 눈을 돌린다. 그러자 깜짝 놀라며 자신의 자지를 선배의 보지에서 뽑아낸다. 아직 채 줄어들지도 않은 검붉은 자지. 남자 선배의 자지가 빠지자 미영 선배의 보지에서 주르륵 하고 허연 정액이 흘러 내려 화장실 바닥에 떨어진다.

“…아!”

황급히 세면대위에서 내려오는 선배. 그리고 나를 밀치고 나가 허겁지겁 옷을 챙겨 입고 자취방 밖으로 나가는 남자 선배.

그때까지도 미영 선배는 허벅지에서 흐르는 허연 정액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정하게 옷을 차려 입고 내 앞에 앉아 있는 미영 선배는 도저히 방금 전까지 남자를 꼭 끌어안은 채 숨찬 소리를 내뱉던 여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청순했다.

벌써 몇 십 분 동안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미영 선배…. 난 그런 미영 선배가 안쓰러워 무겁게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못 볼 장면을 훔쳐봐서….”

나의 말에 미영 선배의 눈이 커다래진다. 나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는 괜찮아요. 저는, 저는 괜찮아요….”

내가 괜찮다고 하자 커다란 미영 선배의 눈에 드디어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엉엉 울기 시작하는 선배….

“흑!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해….”

“…알고 있었어요.”

“…뭐?”

“그때 엠티에서 봤어요. 그냥 모른 체 한 거예요. 선배 곤란해할까봐….”

나의 말에 미영 선배는 더욱더 크게 울음을 터트린다.

한참을 울던 미영 선배의 울음소리가 작아질 때쯤 난 또다시 입을 열었다.

“…선배.”

“응?”

“선배 저 좋아해요?”

눈물로 범벅이 된 미영 선배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난 그런 미영 선배의 반응에 기분이 좋아져 씨익 웃었다.

“저도 선배 많이 좋아해요. 정말 많이…. 그래서 정말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또 다시 잠시간 이어지는 침묵.

“…선배. 제가 제대로 못해서 그런 거죠?”

그러자 미영 선배가 놀라 말한다.

“아,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정말…. 내가. 내가 미친년이야. 때리고 욕해도 할 말 없어.”

“아니에요. 누나. 누나 그거 좋아하면 계속…. 계속 다른 남자들이랑 해도 저는 괜찮아요.”

“뭐? 아니야. 아니야! 정말 맹세할게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야.”

“괜찮아요.”

난 뜸을 들인 후 입을 열었다.

“저를 좋아하는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상관없어요.”

“그 얘기는 이제 하지 말자…. 그런 일 없을 거야. 정말…. 정말로! 내가 죽을죄를 지었어. 정말 미안해. 앞으로 너에게 정말 잘해서 이 죗값을 치를게….”

선배는 엉엉 울며 나를 꼭 끌어안는다.

“현우야…. 현우야. 나도 너 정말 좋아해. 흑…. 미안해.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야. 정말…. 그러니까 앞으로 이 죗값을 치를 수 있게라도 날 용서해줄 수 있겠니….”

“예 알겠어요.”

난 선배가 나를 좋아한단 말에 기분이 좋아져 활짝 웃었다.

그 후 원철 선배를 포함한 세 명의 남자 선배들은 나와 미영 선배를 의도적으로 피해 다녔고 나도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옆에서 헌신적일 정도로 나에게 잘해주는 미영 선배가 있기에 그 무엇도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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