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10)

“선배 내일 영화보러 가요.”

“안 돼. 나 내일 약속 있어.”

“또 그 남자 만나요? 밤에 만날 거 아니에요?”

“아침에 놀이공원가기로 했어.”

“예….”

그 남자와 육체적인 관계만 갖던 선배는 어느 날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놀이공원에 가고 영화를 보러 가고 바닷가로 여행을 가기도 하고…. 오히려 선배와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기만 하는 사람은 내가 되기 시작했다.

밤에 선배의 자취방에 찾아가면 우리 둘은 아무 말 없이 관계를 가지기 시작한다. 선배는 아무 말 없이 옷을 벗고 침대에 누울 뿐이었고, 나 역시 아무 말 없이 선배의 몸 위로 올라가 나의 자지를 밀어넣을 뿐이었다.

이제 옛날처럼 일찍 싸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선배는 그런 나의 변화에 기뻐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무신경한 얼굴에 간헐적으로 신음소리를 흘릴 뿐이었다.

나와 관계중인 선배의 무신경한 얼굴을 보고 처음으로 그 남자에게 질투를 느꼈다. 지금까지 선배가 다른 남자와 한다는 걸 알면서도, 단 한 번도 질투나 화나는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선배가 이렇게 다른 남자와 영화를 보고 밥을 먹으며 즐겁게 웃고 떠든다는 것을 알게 되자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질투심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묻고 싶다….

나의 밑에 깔려 무신경한 신음소리를 흘리는 선배에게 묻고 싶다.

선배 저 아직도 좋아하세요?

그때처럼 저 아직도 좋아하시는 건가요?

그러나 두려워서 묻질 못한다.

선배의 마음이 나에게서 떠났다는 것을 선배의 그 예쁜 입으로 듣게 되면 이 세상에서 살 이유를 잃어버릴 것만 같다.

“…선배.”

“응?”

“우리 헤어져요….”

“…갑자기 왜 그래?”

“죄송해요. 사실 저 다른 여자 생겼어요.”

“…그래. 알았어….”

“….”

선배의 대답을 들은 나는 아무 말 없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 누워 있던 선배는 그런 나를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다 일어나 옷을 입기 시작한다.

말없이 옷을 챙겨 입은 나는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다.

“저 갈게요. 이제 선배 자취방도 마지막이네요.”

“그래. 잘가.”

“예….”

선배….

행복하세요.

선배가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행복하기만 하면 전 상관없어요.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