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과 함께 능욕당한 날
"어이, 윤호야. 쉬엄쉬엄 해."
"아니에요, 이것만 하고 쉬어도 돼요."
"에이, 열심히 한다고 사장 새끼가 월급을 올려주기라도 해? 이리 와서 쉬라고."
좋은 직장 동료... 라고 하기에 그들은 내 아버지 뻘이었다.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바로 입대, 그리고 전역... 그 이후 돈을 벌기 위해 취업한 곳이 이곳 공장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이런 공장에는 나처럼 가정형편이 어려운 젊은 청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내 나이 또래는 찾아볼 수 없었고 대부분은 나이가 40 이상은 먹은 아저씨들이었다.
좋은 인상이라기보다는 대부분 험한 인상, 아주 좋게 봐줘도 평범한 아저씨 그 자체인 그들은 나름 좋은 사람들이었다. 이런 식으로 내가 휴식시간도 잊고 열심히 작업에 열중하고 있으면 오히려 그들이 내 쉬는 시간을 챙겨준다. 다만 그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크으... 윤호야. 어제 너희 같이 퇴근하던데. 큭큭..."
"아... 네, 뭐... 집이 같은 방향이라서..."
"에이~ 설마 같이 사는건 아니고?"
"히히... 이봐, 강씨. 아직은 같이 사는거 아니라고 저번에 말했잖아. 그냥 윤호 자취방에 그년이 따라서 들어오는거겠지."
"키야~ 원룸이라고 했었나, 윤호네 집? 후끈후끈 했겠구만."
"그... 그런거 아니에요..."
다 좋은데, 아저씨들답게 그들의 음담패설은 나를 난처하게 만든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들의 음담패설이 향하는 방향은 내 동창이자,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짝사랑이자, 내 여자 친구이자, 같은 회사의 경리로 근무하고 있는 홍수지...
"설마 아직도 아다 못 뗏어?"
"에이, 윤호야. 내가 말했잖아. 응? 너 언제까지 수지 보지에 거미줄을 치게 할거야? 응?"
"그래. 김씨 말 들어. 계집년들은 잡을 수 있을 때 확실히 도장을 찍어놔야 해~ 응? 정신 똑바로 차려. 니놈이 빨리 수지를 처녀로 냅두면 다른 새끼가 수지 보지 임자 된다?"
"아... 아저씨들... 그러지 마세요. 저희는 진짜 순수하게 사귀고 있는 거란 말이에요."
"아니, 섹스가 더러운게 아니라니까. 순수하게 섹스를 하란 말이야. 응? 큭큭..."
"거 수지년 딱봐도 젖탱이도 출렁출렁거리고 보짓살도 튼실한게 다른 사람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거라고? 사실 우리끼리 비밀인데, 한씨도 수지한테 수작질하려고..."
"이봐, 이씨! 그건 그냥... 게다가 보지는 커녕 궁뎅이도 못 만져봤다고!"
하아...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나이를 먹으면 부끄러움을 느끼질 못한다더니, 이 아저씨들을 보면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이해를 아예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군대에 있을 때를 생각해보면, 왜 그런 말이 있지. 할머니만 봐도 자지가 빨딱빨딱 선다고. 수지는 이 공장의 홍일점이었다. 당연히 그들의 온갖 음란한 농담을 모두 받아내야만 한다. 그게 내 여자 친구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여자 친구 앞에서는 대놓고 그러진 못 한다는 것이다.
"윤호야~~"
"오오, 윤호야. 네 깔 온다야, 킥킥킥..."
수지가 사장의 심부름을 하다가 돌아오는 길에 잠시 나와 아저씨들이 쉬고 있는 곳에 들렀다. 그녀의 등장으로 아저씨들의 짖궂은 농담은 끝이 났고, 그녀를 위해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것처럼 자리르 비켜준다. 그리고 수지의 뒷모습을 향한 음흉한 시선이 그들의 농담을 대신했다.
"윤호야, 힘들지?"
"아니야... 뭘..."
당연히 그녀 앞에서 내색할 수는 없다. 아저씨들의 입에서 "수지 보지" 따위의 말을 했다는 것을 내 입으로 말하기에는 너무 민망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 그녀의 엉덩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수지의 옆에 있는 아저씨는 대놓고 그녀의 가슴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녀에게 알려주기에는 그녀가 상처입을까봐, 나는 두려워서 말을 하지 못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그녀에게 멋쩍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이야, 수지는 좋겠어? 윤호처럼 착한 남자 친구가 있어서."
"아이.. 부끄러워요, 한씨 아저씨."
기본적으로 수지는 애교가 넘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그녀가 대하는 것을 보면 흔히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고등학교때도 수지에게 고백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수지가 내 친구에게 살갑게 대하는 것을 보고 그녀석을 좋아하는 것이라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지도 나를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듣고서는 좀 충격이었으니까...
"자자, 다들 주목."
"뭐야, 유씨. 보스처럼."
"아아, 오늘 내가 좋은 일이 있어서 한 턱 쏘려고 했지. 하하하하하."
"오오, 그래? 거하게 쏘는 건가?"
"그래그래. 노래방이나 가자고~ 내 친구놈이 노래방 사장인데, 특별히 우리를 위해 노래방을 통째로 하루 빌려주겠다는군."
"오오, 좋네 좋아. 윤호야, 같이 갈거지?"
"아... 저는..."
"히히. 수지야. 수지도 같이 올거지? 윤호랑."
"아... 아저씨. 저희는..."
"에~~ 설마 빠지는거야? 그럼 우리들 섭섭한데~? 우리가 이렇게 귀여워해주는 윤호랑 수지가 빠진다니. 아저씨들 이제 힘빠져서 어떻게 일하나 몰라."
그런 말을 하는 아저씨들은 그 순간만큼은 음흉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진심으로 낙심한 표정이었다. 솔직히 젊은 우리가 아저씨들과 노래방을 간다고 해서 재미있을리가 없었지만, 거절하기 너무 힘들었다. 나와 수지는 눈빛 교환을 하며 어쩌지, 하면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노래방에서 논다고 해서 뭐 특별히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고, 어차피 내일 휴일이기도 하니까... 라는 생각에 퇴근을 하고 아저씨들과 함께 저녁을 먹은 후 노래방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수지와 나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아저씨들이 술을 권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아저씨들이 술을 시키기도 전에 단골이었던 아저씨들을 알아본 식당 주인 아줌마가 알아서 소주를 기본 각 1병씩 깔아주었고, 그렇게 세팅이 된 마당에 술을 마냥 거부할 수 없어서 수지와 나는 각각 반병 정도만을 마신 후 약간 알딸딸한 상태로 아저씨들과 함께 노래방으로 향했다.
나도 그렇지만, 수지도 술에 약한 편이었다. 주량은 1병 정도... 일까. 노래방에서도 술을 잔뜩 주문하려던 아저씨들은 우리에게 더이상 못 마실 것 같으면 맥주나 마시라고 했고, 다행히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노래방의 분위기에 젖어들고 있었다.
"에~ 그럼 우리 노땅들과 달리 너무 아름다운 커플, 윤호랑 수지 한 곡씩 뽑아보지?"
"아... 저희는..."
"에이~ 불러라~ 불러라~~"
이럴때 아저씨들은 참 아이들 같다. 싫다는 우리를 억지로 의자 밖으로 일으키고는, 박수를 치면서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결국은 노래 번호를 누르게 만든다. 노래는 자신이 있었지만, 솔직히 아저씨들 취향에 맞을지 의문이기도 하고...
"에이~~ 심심하게!! 노래만 부르지 말고 춤이라도 춰!"
노래는 자신이 있었던 반면, 춤에는 정말 자신이 없었다. 난처해서 노래 가사도 틀려먹는 나를 보며 수지는 눈치를 살피더니 그녀가 알아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이돌같이 소위 허리털기 같은 춤을 아니었지만, 아주 가벼운 웨이브... 솔직히 수지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본 것은 나도 오늘이 처음이었기에 그녀의 매력을 새삼 확인하며 마이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서는 더욱 열심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휘이~~~~"
나보다 아저씨들이 더 난리였다. 노래가 끝나고 그제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우리는 취기도 오르고, 부끄럽기도 해서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타오르는 갈증을 느끼며 맥주 한 캔을 벌컥벌컥 들이켰고, 수지도 나와 마찬가지였는지 그녀의 앞에 놓여진 맥주 한 컵을 들이마셨다.
어차피 노래방을 통째로 빌린 것이었기에 시간적인 여유는 많았다. 우리의 노래가 끝나고 아저씨들은 다들 좋다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나와 수지도 우리의 양옆에 앉은 아저씨들과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점점 우리도 모르게 취해가고 있었다.
"자~ 이제 다시 놀아볼까?"
"어이, 황씨~ 한 곡 뽑아보드라고."
"헤헤. 한 곡 뽑아줘? 그냥 부르면 심심하지~"
황씨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를 바라본다. 아니... 수지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취기 때문인지 아저씨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수지의 가슴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신나게 놀자는 의도겠지만... 아저씨들의 요구는 너무 과한 거 같은데...
"수지야~ 아저씨랑 춤 한 번 추자. 응?"
"추... 춤은 무슨 춤이에요..."
"아이~ 그러지 말고~ 춤춰라~ 춤춰라~"
이상한 요구였다. 수지가 노래방 도우미도 아니고 무슨 아저씨가 노래를 부르는데 같이 춤을 춰야하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요구는 끈질겼고, 급기야 억지로 수지의 팔을 잡고 그녀를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 마세..."
"윤호야. 너도 같이 출까? 큭큭큭..."
"네?"
"자, 일어나!"
수지 뿐만이 아니라 나까지 강씨 아저씨가 억지로 일으켰다. 수지는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와중에도 나까지 강씨 아저씨의 강한 힘을 이기지 못하고 일어나자 황씨 아저씨의 권유를 못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하긴, 나도 같이 춤을 추는 데 무슨 일이 있겠어...?
그건 착각이었다.
"후우~~~"
당연히 수지와 내가 같이 일어났으니, 나는 수지와 짝을 이루고 춤을 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수지는 황씨 아저씨에게, 나는 강씨 아저씨에게... 안겨 있었다!! 블루스를 춘다는 이유로 내 허리를 감은 강씨 아저씨의 두꺼운 손가죽이 기분 나빴다. 설마 수지도 이런 자세로...?
"우리의 만남은 인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내가 태어나기도 전 시절의 노래... 노사연의 만남을 부르면서 강씨 아저씨는 끈적한 스탭을 밟기 시작했다. 솔직히 거북했지만, 술에 취해서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심지어 내 엉덩이를 더듬는 강씨 아저씨의 행동에 나는 아저씨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강씨 아저씨는 나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고 내 허벅지에 그 역겨운 물건을... 어휴...
"아흣..."
크게 확대된 마이크 소리 사이로 수지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수지도 이런 난처한 상황 속에서 당황할 수 밖에 없겠지... 그래도 수지는 여자니까, 아무리 아저씨들이 말로는 어쩌구저쩌구 해도 실제로 그런 성추행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심지어 내 바지춤에 물건을 비벼대는 강씨 아저씨의 단단한 그 느낌에 비명을 지를 것 같은 기분을 참았다.
'아니, 이 아저씨는 무슨 자지가 그렇게...'
그저 느낌이었지만, 내 고추와는 비교할 수 없는 단단함과 크기가 느껴졌다. 나는 할 수 없이 강씨 아저씨의 스탭에 최대한 맞춰주었고, 그제서야 강씨 아저씨는 나를 조금 풀어주고 더이상 그 기분나쁜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해주었다.
"자~ 턴~"
강씨 아저씨가 내 허리를 좌측으로 회전시켰다. 180도 위치가 바뀌며 나는 그제서야 수지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었다. 다행히 황씨 아저씨와 손만 잡고 있는 것 같았다. 뭐... 그녀의 앞모습은 운동과 노동으로 다져진 황씨 아저씨의 넓적한 어깨 때문에 가려져서 잘 보이질 않았지만... 만약 황씨 아저씨가 수상한 짓을 했다면 수지는 저런 표정을 짓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시 턴~"
강씨 아저씨가 다시 몸을 회전시켰고, 나는 더이상 수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노래는 마지막 후렴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곧 끝나겠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혹시라도 강씨 아저씨와 몸이 닿지 않도록 식은땀을 흘리며 스탭을 신경쓰고 있었고, 빰빠라밤~~ 하는 소리와 함께 노래는 끝이 났다.
"이야, 좋구나 좋아!"
"휘이~~ 이야, 윤호. 은근히 강씨랑 잘 어울리는데? 킥킥킥... 수지야. 너 잘못하면 강씨한테 윤호 뺏기겠어~?"
"무... 무슨 말씀이세요."
아저씨들의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들으며 수지는 얼굴을 붉히고는 옷매무새를 만졌다. 하긴 춤을 추다 보면 옷이 이리저리 망가지고 마니까, 배꼽을 보일랑말랑한 옷을 내리고, 아랫부분이 살짝 뒤집어 진 치마를 다시 내리며 나와 함께 자리에 앉은 수지는 춤을 추느라 목이 말랐는지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혹시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각도에서 황씨 아저씨가 수지에게 이상한 짓을 한 것일까...? 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괜히 물어봤다가는 나는 수지의 마음을 상하게 할 것 같았다.
어쨋거나 저쨋거나 나는 수지를 믿는다. 만약 아저씨들이 수지의 가슴이나 보지를 털끝하나라도 건드렸다가는 수지는 그들의 따귀를 때렸을 테니까... 아마도.
"자자, 우리도 한 곡 뽑아보들랑고~"
"에이, 나도 수지랑 춤 한 번 추고 싶은데."
"이봐, 이씨. 이사람아. 수지는 방금 춤춰서 힘들다고. 이해해줘야지. 게다가 수지한테 자꾸 무리한 요구 시켰다가는 윤호한대 한 대 얻어맞는다고. 킥킥킥..."
"어이쿠!!! 무서워라. 윤호 형님! 죄송함다~~"
... 아저씨들은 만취한 것 같았다. 애초에 나는 왜소한 편이었다. 반면 아저씨들은 하나같이 울그락불그락한 근육으로 무장되어 있었다. 내가 화를 내며 그들을 때려도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채 그들은 오히려 나를 초죽음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들이 했던 말은 아마 취해서 그냥 입에서 나오는대로 막 말해버린, 그런 류의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미 내 옆에서는 김씨 아저씨가 취했는지 골아떨어져서 소파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다. 불편하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해서 나는 잠시 자리를 피해서 노래방 화면의 반대편에 있는, 깊은 곳에 가서 조금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 원래는 재털이가 있는 공간이었지만, 수지가 있어서인지 아저씨들은 흡연을 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다. 뭐, 능글맞고 음흉하긴 해도 그런걸 보면 참 좋은 아저씨들이다.
'피곤하네...'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한 10분 정도는 잠든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눈을 감았다가 뜬 순간,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노래 소리가 요란하다. 아저씨들은 일제히 춤을 추고 있었다. 그것도 상의를 탈의한 채... 솔직히 얼굴이 아니라 몸만 보면 아저씨들이 40은 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정도로 아저씨들은 몸이 좋았다. 부럽다...
그런데 수지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동자만을 돌려 수지가 어디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래도 그녀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고, 나는 수지가 화장실에 갔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자세히 보니 원래 수지가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익숙한 셔츠가 벗겨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선물해 준 티셔츠였기에 내가 그것을 혼동할리가 없었다. 그것은 수지의 셔츠였다. 왜, 수지가 셔츠를 벗어야 할 일이 생긴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머리를 쓰고 싶어도 술기운 때문인지 머리가 돌아가질 않았다.
"아흐으윽..."
"옳지~ 즐겁게 춤을 춥시다~~"
쥐죽은듯이 누워서 힘겹게 눈꺼풀을 껌뻑이고 있는 나는 드디어 수지를 찾을 수 있었다. 황당한 것은 수지를 찾음과 동시에 수지의 티셔츠가 왜 저 의자에 벗겨져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저씨들이 상의를 탈의했던 것처럼, 수지도 상의를 탈의하고 있었다. 물론 브래지어는 아직 착용하고 있었지만... 저걸 착용했다고 봐야하나 싶다. 그녀의 브래지어는 그녀의 가슴이 아니라 그녀의 배꼽에 걸쳐져 있었다... 그리고...
"아흐윽... 그러지 마세요.... 아흐윽..."
천사같은 그녀의 가슴을 아저씨들이 만지고 있었다. 장난스럽게 찌르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 손이 가슴에 닿은 것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수지는 몸부림을 치고 있었지만 아저씨들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저 안타까운 신음을 내뱉으로 고개를 도리질을 할 뿐이었다.
참혹한 기분이었다. 수지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일그러진 채 눈물 맺인 그녀의 눈가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아저씨들만 신이 나서 좋다고 수지의 주변을 둘라싸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번갈아가면서 그녀의 가슴을 쥐어짜며 말한다.
"수지야, 고등학생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인데 가슴 좀 보여줘도 괜찮잖아? 엉?"
"아흑... 시... 싫어요..."
"에이, 뭘 그러고 그래? 괜찮다니까. 누가 잡아먹는대?"
"그래도 이건... 아흐윽... 아... 아파... 아흑..."
"에이, 요년 요거 싫다면서 신음소리 내는거 봐라. 큭큭... 말해봐. 윤호랑 떡칠때 좋았어? 응? 윤호도 이렇게 수지 젖탱이 만져줘? 그래서 우리가 젖탱이 만지는거 싫은 거야? 앙?"
"아... 아니에요! 유... 윤호는... 윤호는... 아흐윽... 아저씨들이랑은 달라... 아흑..."
"뭐어? 그거 알지? 우리가 얼마나 수지를 좋아하는지. 그래서 만져주는거라고, 수지 가슴. 근데 윤호는 안 만져준다고? 설마 윤호보다 우리가 수지를 좋아하나? 하하하하."
웃으면서 그녀의 젖꼭지를 잡아당겼다. 수지는 그 고통에 자지러질듯한 신음을 내뱉었지만, 곧 옆에 있던 김씨 아저씨가 수지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으며 말한다.
"수지야, 설마 너 이런 모습 윤호한테 보여주고 싶은건 아니겠지? 응?"
"읍...!! 으읍...!!!"
"흐흐흐... 니 남자 친구한테 이런 모습 보이기 싫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네가 더 잘 알거고... 그러니까 믿을게. 알았지? 응?"
뭘 믿는다는 것인지. 수지한테 뭘 어쩌라는 것인지. 내가 화가 난다. 하지만 나는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속이 너무 쓰려서 그저 눈을 뜨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계였다.
"그럼 어디 본격적으로 빨아볼까나~~ 춤춥시다~~ 이히."
"으읍... 으으읍...!! 흡...!!"
유씨와 황씨 아저씨가 동시에 수지의 양쪽 가슴에 자리를 잡고 가슴을 빨기 시작했다. 수지는 양손을 뒤에서 누군가에게 붙잡힌 채 소리치려고 했지만 곧 그녀의 입술을 박씨 아저씨가 입술로 가로막아버렸다. 잠깐만... 설마 지금 키스... 하는거야? 정말? 아... 아니겠지... 내가 잘못 본거겠지...?
자세히 보니 수지는 그저 터져나오는 신음 때문에 억지로 입술을 벌리고 있는 것이었다. 박씨 아저씨만 좋다고 수지의 입술을 빨아대고, 그 더러운 혓바닥을 수지의 입에 넣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수지는 그 행위를 즐기는 여자의 표정이 아니었다. 울고 싶지만 차마 나 때문에 울지 못해서 울음을 참는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로가 되진 않았다. 여전히 수지는 박씨 아저씨에게 입술을 막혀 있었고, 유씨 아저씨와 황씨 아저씨에 이어 김씨 아저씨와 강씨 아저씨가 수지의 양쪽 가슴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바로 그녀의 가슴을 빨지 않고 손가락으로 툭툭 수지의 젖꼭지를 건드리며 말했다.
"에이, 유씨랑 황씨, 거 너무한거 아녀? 이렇게 이년 빨통을 침으로 더럽혀놓으면 다음 사람은 어떻게 빨라고?"
"하여튼 사람들이 매너가 없어, 매너가. 어휴. 수지야, 많이 짜증났지? 후후... 이 아저씨가 홍콩 보내줄게. 아주 수지 젖꼭지 색이 탈색될때까지 빨아줄게. 큭큭큭..."
"흐으으윽...!!!"
"에이~ 이봐. 누군 오래 빨고, 누군 적게 빨고 너무 불공평한거 아니야?"
"흠흠. 그렇군. 그러면 이렇게 하지. 노래 한 곡 부를때까지 빨던 사람이 빨고, 노래 끝나면 그 사람이랑 교대하는거야. 큭큭..."
"오, 그거 좋은 아이디어군. 좋은건 나눠먹어야지. 수지야, 너도 그렇게 배웠지? 응? 니년 빨통처럼 맛있는 건 나눠먹으라고. 큭큭큭..."
아저씨들... 미친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취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웠다. 내가 아저씨들로부터 수지를 구해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왠지 자신이 없다.
그러는 사이 수지는 아저씨들에게 가슴을 물린채 또다른 아저씨들이 춤추는 곳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수지의 모습이 사라졌고, 나는 이것을 꿈이라고 자위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이 빌어먹을 꿈에서 깨어나길 빌면서...
학교를 다닐때 내 별명은 꽃미남이었다. 남자답지 않은 호리호리한 몸에 하얀 얼굴, 곱게 펴진 생머리, 오똑한 코, 그리고 여자애들도 부러워할만한 긴 속눈썹 때문에 중학교때도, 고등학교때도 인기가 많았다. 나중에 수지에게 들은 이야기였는데, 그때는 내가 인기가 너무 많아서 감히 나에게 고백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나는 그때부터 수지밖에 없었는데...
꽃미남이라는 별명이 항상 달갑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짖궂은 친구들 중 몇 명은 곱상하게 생긴 외모 때문에 인기가 많은 나를 시기했는지, 기생오래비 같이 생겼다고 놀리기도 했고, 심한 경우는 여자처럼 생겼다며, 내가 화장실에서 좌변기가 있는 칸에 들어갈 때마다 여자라서 앉아서 오줌을 싸는 것이 아니냐고 말같지도 않은 소리로 날 도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성격이 워낙 유해서 말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았고, 반응이 없는 나한테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그녀석들은 놀리는 것을 금방 관두곤 했다.
나는 꽃미남같은 외모를 얻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던 대신, 꼬추가 작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단점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한창 클 나이였고, 키는 성장이 멈췄지만 고추는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야동같은걸 볼 때면 고추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자지들을 가지고 있는 남자들을 보긴 했지만, 어차피 야동이니까... 수술같은 것을 해서 강제로 크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래 남자들의 꼬추를 자세히 본 적은 더더욱 없었다. 미쳤다고 남자들의 꼬추를... 게다가 오줌을 쌀 때는 꼬추로 존재하기에 그 상태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꼬추가 자지가 될 때를 비교해야 올바른 비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가 미쳤다고 학교에서 꼬추를 자지로 만들겠어? 그래서 나는 친구들의 자지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학교에서 가끔가다가 친구들이 내 바지를 보면서
-차라리 치마를 입어라!
라든가,
너는 꼬추가 안낑겨서 편하겠다!
따위의 말을 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별 시덥지도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왜, 나는 오늘따라 꿈에서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던 것일까...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