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22)

내 아침의 시작은 주로 나 스스로 일어나거나, 아니면 소이나 주희가 날 깨워주러 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모처럼 일찍 일어난 나는 그대로 세면대에서 세수를 마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후에 밖으로 나오자 막 문을 열려고 손을 내민 상태로 굳어버린 소이가 있었다.

"소이야?"

"일어났, 어?"

"응. 오늘은 일찍 눈이 떠지더라고."

"알았어."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슬쩍 나를 바라본 소이는 몸을 돌려 아래로 내려갔다. 참고로 우리집은 2층 집으로, 2층은 나와 소이의 방, 그리고 손님 방이 있다. 1층은 부엌이나 마루, 화장실 등과 어머니의 방, 등이 있다.

아래로 내려오자 식욕을 자극하는 맛있는 된장 냄세가 풍겨 그 냄새에 홀린 듯이 움직이자 부엌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국과 능숙하게 계란프라이를 부치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 현진이 일어났구나?"

방긋 웃으시는 어머니를 보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진 머리카락에 도저히 40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동안의 소유자이시다. 바깥에 나가 함께 장을 볼 때면 늘 남매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누나와 장 보러 왔다고 말할 때마다 일일이 모자지간이라 설명하고, 그걸 말하면 다들 엄청나게 놀라한다.

예전에 지호가 집에 놀러왔을 때도 엄마라고 소개하자 엄청 놀라며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지호가 찾아올 때마다 어머니를 내 어머니가 아니라 누나로 취급하고 있다.

"예…… 일어났어요, 어머니."

"응, 금방 밥 해줄테니까 소이랑 식탁에서 기다리렴."

"네."

소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나와 소이는 식탁에 앉았다. 도중에 언제나처럼 주희가 들어오고 어머니는 능숙하게 식탁 위에 주희의 몫까지 아침상을 차렸다.

"""잘 먹겠습니다!"""

"다들 맛있게 먹으렴."

어머니가 젓가락을 들고, 우리도 젓가락을 들어 먹기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조용히 있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은지, 식탁 위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주로 어머니와 주희 사이에서. 그러던 중에 어머니가 문득 지호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보니 지호가 많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거니?"

"아……."

주희가 밥을 먹다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주희를 대신해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다.

"저도 여태껏 몰랐는데, 걔네 집안 사정이 좀 복잡한가봐요. 집 문제로 쓰러졌데요."

"어머어머, 정말이니? 저런…… 저번에 왔을 때는 별 문제 없는 줄 알았는데."

"예, '그 일'로 바쁘고, 절대안정이 필요하다고 해서 자주 가진 못하지만 가끔씩 가보려고 해요."

"그래, 그러는 게 좋겠다. 어쩜, 괜찮을까 모르겠네."

어머니는 종일 지호를 걱정하는 얘기를 꺼냈고, 자리가 불편했는지 주희는 일찍 밥을 해치우고 밖으로 나갔다.

나도 밥을 다 먹고 어머니와 소이의 배웅을 받으며 주희와 함께 등굣길에 올랐다.

"네 잘못이 아냐."

"내 잘못이야. 내가 방심하지 않고 늘 대인전 무기를 준비해두고 있었다면 이렇게 당하지는 않았을거야."

"그렇게 따지면, 나도 잘못한 점이 많아. 그 녀석의 친구인데도, 난 아무것도 모르고……."

주희와 지호 사이에 있었던 일은 나와 주희, 그리고 주희의 아버지 밖에 모른다. 주희의 아버지는 국가 비밀기관의 총대장으로 주희와의 얘기를 듣고 즉시 병원으로 인도한 것도 주희의 아버지였고, 현재 병원 인근에 비밀 요원들을 파견시켜 외부의 침입자를 막도록 병원을 지키게 하고 있었다.

"넌 그때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어."

"그래도……."

"정 그렇게 걱정된다면 다시 병문안이라도 가보는 건 어때?"

"……응, 역시 그래야겠어."

주희가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주희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다. 언제나 밝고 당차게 행동해는 주희가 갑자기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니 심정이 좀 복잡했다.

"얼른 제대로 사과하고, 마음을 털어내. 네가 슬퍼하는 모습, 나도 보고있으니 괴로우니까."

"……바, 바봇! 난데없이 무슨 소릴 하고 있는거야!"

퍽!

"꾸엑!"

나, 나이스 어퍼! 것보다 갑자기 왜, 내가 뭘 했다고……!

그보다 기운 다시 차렸네? 다행이다…….

<이현진 SIDE OUT>

병원 생활은 너무 지루했다. 이현진 암살회원들과 함께 놀 수도 없고, 수업도 듣지 못하고, 현진이와 잡담도 나눌 수 없고, 아무튼 지겹고 따분했다.

그래서 집사 할아버지에게 만화책 좀 가져다달라고 말하자 1분만에 가져왔다. 과연 집사 할아버지, 준비성이 철저하다.

만화책을 읽으며 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똑똑하고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나야, 최주희."

"어서 들어와."

달칵.

"잘 지냈어?"

문을 열고 아름다운 금빛 머릿결을 휘날리며 교복 차림의 최주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응, 언제봐도 예쁘다. 이현진에게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

"어서와, 병문안 와준거야?"

"흐, 흥! 따, 딱히 걱정되서 온 건 아니고, 현진이나 현진이 어머니가 워낙에 널 걱정해서 와준 것 뿐이야."

아아, 츤데레다…… 양 뺨에 홍조를 일으키며 부끄러운 지 시선을 딴 곳으로 향하고 있다. 그 모습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모에에에에에!!!

"응, 고마워. 현진이에게도, 현진이 누나에게도 고맙다고 말해줘."

"……현진이 누나? 현진이에게 누나가 있었나?"

아, 주희는 내가 현진이 어머니를 뭐라고 부르는 지 아직 모르는구나.

"난 현진이의 누님을 아직 어머니라 인정하지 않는다!"

"……아, 뭐. 확실히 그 나이에 그 외모는 반칙이지."

"그렇지? 그 외모를 보면 도저히 현진이 어머니라는 말이나 아줌마라는 말이 안 나와. 그래서 누나라고 하고 있어."

"동감, 난 어릴 때부터 만나와서 말할 수 있지만 처음 만났다면 아줌마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못했을거야."

음음! 하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나와 주희.

"그보다, 몸은…… 좋아진거야?"

"이제 많이 괜찮아졌어. 총알이 맞아도 별 문제 없는 곳에 맞아서 수술 받고 한 4, 5일 정도 후엔 퇴원할 수 있데."

"그래, 다행…… 흠흠, 잘 됬네."

무심코 얼굴이 풀어질 뻔한 것을 재빨리 고쳤지만 나는 다 봤다. 아, 역시 귀여워. 진짜 귀엽다. 행동 하나하나가 어쩜 저렇게…….

……가지고 싶게 만드는거지?

앗차! 무심코 검은 욕망이 드러날 뻔 했다. 재빨리 평정심을 이루고 주희를 보자 눈치 못챘는지 가방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여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했다. 후우, 다행이다.

"자, 이거."

주희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한자로 쓰여진 두꺼운 책자였다. 게다가 그 책은 상당히 옛날 것으로 보였다.

"이게 뭐야?"

"우리 가문의 무공 중 하나야. 현무공(玄武功)이라고 하는데, 이걸 익히면 적어도 예전처럼 쉽게 당할 일은 없을거야."

"엥? 그런 걸 나에게 보여줘도 돼?"

"아버지에게 허락은 받았어. 뭐, 넌 내 은인이기도 하고, 어짜피 우리 가문에서 특별한 외인에게 가르치는 무공이니까 익혀도 별 상관없어."

주희가 든 책자를 받고, 슬쩍슬쩍 훝어보고 다시 책을 접었다.

"미안, 하나도 못 읽겠다."

"……아, 미안. 그러고보니 너 성적 안 좋았구나."

"크윽, 그래! 너 같은 전교 2등은 모르겠지, 전교 하위권 성적을 받은 학생의 설움을!"

"별로, 네가 바보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바보의 마음 따위 알고 싶지도 않아."

"너무해!"

울상을 짓는 날 바라보며 피식 웃은 주희는 자리에 앉았다.

"어쩔 수 없지. 내가 가르쳐줄게."

"어, 그래도 돼?"

이게 왠 떡이냐!

사실 이 책을 받았을 때부터 주희에게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주희가 먼저 가르쳐주겠다고 하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상관없어. 요즘 일도 많이 줄었고, 네가 그렇게 된 건 내 책임도 있으니까 가르쳐주려는 것 뿐이야. 게다가 이 현무공을 익히면 몸도 빨리 낳을거야."

"하하, 고마워!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흐, 흥! 착각하지 마! 단지 나 때문에 네가 다쳤으니, 빚을 갚으려는 것 뿐이니까!"

아아, 또 귀여운 츤데레다.

"각오해! 네가 퇴원하기 직전까지 스파르타로 가르쳐줄테니!"

주희가 스파르타로 가르친다고 말했지만 어떻게하면 주희를 공략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나에게 바보에다가 정신 차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최주희는 정말로 스파르타였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극도의 위기감이 느껴졌다.

"주희야, 좀 힘들……."

"시끄러! 이 상태로 대자연의 기를 느껴보란 말이얏!"

대체 마보(馬步) 자세와 대자연의 기를 느끼는 게 무슨 상관인데!! 게다가 대자연의 기(氣)? 그건 아니지만 몸 안에 있는 마기(魔氣)라면 이미 한참 전부터 느끼고 있다. 문제는 대자연의 기와 마기가 상극이라 서로 부딪치면 무협지에 나오는 주화입마의 위험이 있다는 정도?

그래서 현재 내 몸 안에는 주희가 내 등에서부터 보내는 기와 내 몸 안에 잠재되어 있는 마기가 한참 생명을 건 술래잡기를 하는 중이다.

들키면 안된다! 주희는 오랫동안 마물과 싸워 온 프로다. 당연히 마기를 못 알아볼 리가 없다. 마기는 마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유의 기운! 만일 내가 마족이란 걸 들키면 주희가 날 죽일지도 모른다.

"으음, 아버지가 5살 때 나에게 가르쳐준 그대로 하고 있는데…… 왜 느끼지 못하는거지?"

주희네 아버지! 도대체 당신 딸의 어릴 적에 무슨 짓을 한거야!!

"할 수 없네. 너도 꽤 힘들어보이고, 그만하자. 아무래도 너에겐 기를 느끼는 재능이 없나봐."

주희가 기를 모두 되돌리고 등에서 손을 때자마자 털석하고 힘 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허억, 죽겠다."

"겨우 1시간 마보 자세로 있었다고 지치니? 약골이구나."

1시간 마보 자세로 있었던 것도 대단한 거거든요! 게다가 내 몸은 생존을 건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단 말이다!

……라고 불평할 수도 없어서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내가 삐졌다는 것을 열심히 표현했다.

"풋, 그 정도로 삐졌어? 킥킥, 귀엽네."

으으, 굴욕이다! 내가 귀여워해줄 예정인 여자애에게 귀엽다는 말을 들었다! 죽자…….

"아무튼, 내공을 익힐 수 없다면 외공이 있지."

가방에서 또 한권을 책을 꺼내든다. 그 책에는 극체환지공(極體換之功)이라고 한자로 적혀있었다.

"우리 가문 최상급 외공인데 이거면 너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을거야. 나도 익히는 중이지만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알맞은 외공이라서 넌 나보다 금방 익힐 수 있을거야."

오오, 그럼 나도 주희만큼 강해질 수 있다는건가? 물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주희를 압도하는 건 쉽지만 육체적인 면에서 보면 주희보다 약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럼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거야. 자, 따라해봐."

"이, 이렇게?"

주희는 알고 있을까? 지금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이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라는 것을. 문제는 내가 저 것을 따라해야 한다는거다.

일단 주희가 시키는대로 따라해봤는데 이게 보는 것보다 꽤 어렵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오른팔을 좀 더 내리고, 왼쪽 무릎을 들고!"

"으음, 이렇게 말이지?"

"아냐, 오른팔 좀 더 내리고, 왼쪽 무릎은 너무 올라갔어!"

"이, 이렇게 하면 되나?"

"왼팔이 내려갔잖아. 왼팔을 고쳐."

"끄응, 해, 했어."

"등이 굽혔어. 등을 쭉 뻗고! 그리고 발을 더 펴고!"

"여, 엉차!"

아, 어렵다. 이거 무진장 어렵다. 이제서야 주희가 얼마나 유연한지 알겠다. 이걸 성공할 수 있는 건 주희 정도나 아니면 리듬체조 국가대표선수로 유명한 손연채 느님밖에 없을거야.

"어쩔 수 없네. 내가 도와줄게. 교정해줄테니 잘 기억해!"

내 모습이 답답했는지 주희가 가까이 다가와 내 몸 구석구석을 만지며 하나하나 제대로 교정해주었다. 아, 주희의 손길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너무 부드럽고 매끄럽게 느껴졌다. 요즘 성욕처리를 안했더니 더욱 강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 팔에서 느껴지는 말랑말랑하고 푹신한, 탄력적인 물풍선 같은 구체는 설마…….

"후우, 됬다. 이제 됬지?"

"으, 응. 그건 고마운데, 주희야."

"응?"

"팔에 가슴이 닿고 있는데요?"

내 말에 고개를 내린 주희는 얼굴이 새빨게지더니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나에게 달렸다.

"이 변태 같으니!"

나이스 어퍼컷! 주희의 가슴을 느끼는 댓가로 주먹 한 방이면 상당히 싸게 산거나 다름 없다. 후후후, 그건 그렇고 훌륭한 감촉이었어!

"이 저질! 변태! 말미잘! 짐승! 난 네가 빨리 나아지길 원해서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데, 왜 그런 저질적인 생각을 하는거야!"

"할 수 없잖아. 남자란 모두 너처럼 귀여운 여자애가 있으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헤롱거리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귀, 귀엽다니…… 아니, 말 돌리지 말고! 그런 부끄러운 말을 당당하게 말하지 맛! 하나도 당당하게 말할 게 못돼!"

"남자에게 있어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 하나도 부끄러운 것이 아냐. 현진이만 해도 그래. 현진이도 너처럼 귀여운 여자애가 데쉬하면 나처럼, 아니, 나 이상의 반응을 할 껄?"

"그, 그럴까? 현진이가…… 아, 아니, 현진이는 그런 애가 아냐!"

현진이가 좋아한단 말에 바로 빠져들다가 고개를 세차게 내저으며 부정하는 주희. 후후, 하지만 현진이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비밀을 공유한 나다.

"주희야, 너는 모르겠지만 현진이와 나는 이미 비밀까지 공유한 사이다. 너나 현진이네 누님 몰래 야동을 본 적도 많고 야한 책을 공유한 적도 있어. 그리고 현진이 컴퓨터에 있는 야동 파일도 1분이면 찾을 수 있지!"

"부, 불결해! 우우, 현진이도 그런 남자였다니……."

"할 수 없지. 우린 한참 성에 관심이 많을 청소년층의 아이들이니까. 너 같아도 성에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니잖아?"

"과, 관심 없거든!"

얼굴을 잘 익은 홍시처럼 새빨갛게 해서 외친다.

"그래? 아쉽네, 원한다면 현진이를 포로로 만들 수 있는 여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려고 했는데……."

"진짜?!"

빠르다!

마치 음속을 뛰어넘은 것처럼 빠르게 내 앞에 서서 강하게 양 어깨를 움쳐쥐고 엄청 진지한 눈빛으로 내 입을 향해 갈망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훗, 역시 사랑하는 소녀라는 건가?

이렇게 간.단.하.게. 미.끼.를. 물.다.니…… 이건 기대 이상의 반응이다.

"물론. 나로 말할 것 같으며 이현진의 배프로서 이현진이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 하나부터 자그마한 취향까지 속속히 꿰뚫어보고 있는 그 녀석의 친구니까!"

이현진의 친구라는 내 위치는 그녀에게 엄청난 신뢰감을 준다. 주희는 내 말은 거의 100% 믿고 있다. 하지만 그냥 가르쳐주면 재미가 없다. 여기서 슬슬 밀당을 해볼까?

"하지만 네가 아까 전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지? 참 아쉬워."

"흡!"

아까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는지 움찔 몸을 떨고 어깨에 손을 풀었다. 양 손의 검지를 맞대어 비비며 부끄러운지 잘 익은 사과처럼 새빨갛게 되어서 울먹이고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도, 현진이가 좋아하는 취향을 알고 싶은건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관…… 있……."

"뭐라고? 작아서 안 들려."

"과, 과, 과, 과."

"과?"

"관심…… 있어!"

말했다! 마침내 주희에게 부끄러운 말을 하게 만들었어! 크아~ 이것이 바로 충족감인가!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듯이 울상을 지으며 부끄러움에 다리를 베베꼬는 주희가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당장에라도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주희를 안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더 듣고 싶지만 이 이상 하면 부끄러움 때문에 폭발할 것 같아 아쉽지만 여기서 마치고 가르쳐주기로 했다.

"알았어. 그럼 현진이의 취향에 대해서 가르쳐줄게. 단! 조건이 있어."

"조건?"

불안한 표정으로 묻는 주희에게 안심하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별 건 아니고, 첫째로 이 일은 나와 너, 둘 만의 비밀로 삼아줬으면 해. 동급생에게 성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다른 사람에게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구나. 알았어, 절대 아무에게도 말 안할게!"

"둘째로 좀 부끄러운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지만 현진이를 생각한다면 참아줬으면 해. 날 보건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알겠지?"

"으, 응. 알았어."

잠시 고민하던 주희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무엇보다 '현진이른 생각한다면'이라는 말이 주희가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그럼 지금 당장 시작할까?"

"지, 지금?"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말이야."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일찍 네가 갖고 싶은 것이 본심이지만.

자, 최주희 공략,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병원의 최상층에 위치해 있는 VIP만 사용할 수 있는 1인실의 병실. 이곳은 본래 나 혼자만이 입원해있고 가끔씩 집사 할아버지나 다른 친구들이 병문안을 오는 매우 조용한 장소였지만 그 병실의 실내에서는 다른 사람이 보면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풍겨지고 있었다.

"이, 이렇게 하면 돼?"

자신이 지금 잘하고 있는건지, 못한건지 불안한 듯 흔들리는 눈동자로 고개를 올려다보는 주희의 얼굴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묻는 중에도 손을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고 있으니 이 얼마나 성실하고 훌륭한 모범생인가!

나는 점차 고양되는 기분에 흐려져가는 목소리로 주희의 행동을 칭찬했다.

"하아, 하아, 어, 그래. 이것도 괜찮지만…… 흐읍! 하아~ 그냥 쥐고, 위아래로 움직이기만 해서는 안돼. 하아, 하아, 가끔씩 귀두 앞을 누르고, 불알도 약하게 쥐어주면서 만져주면 더 기분이 좋아져, 알았지?"

"아, 알았어. 해볼게. 이, 이렇게인가?"

"으, 응! 으음…… 핫!"

"아, 아파?"

"아니, 기분 좋아서 그래. 하아~"

지금 나는 극상의 쾌락을 느끼고 있다. 침대에 누워 바지는 팬티까지 전부 무릎까지 내려 내 흉악하게 꿈틀거리면서, 극도로 흥분한 것처럼 핏줄이 솟아 흔들리는 내 자랑거리인 살덩어리를 꺼내놓고 편하게 누워있다. 주희? 당연히 한참 내가 가르치는 성교육 실기를 실습 중이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냐고 하면, 당연히 내가 '현진을 기쁘게 해줄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직접 남자의 가장 중요한 물건을 볼 필요가 있었고, 이런 것에 부끄러워하면 현진이를 기쁘게 해줄 수 없다는 말과 이런 어디까지나 성교육 샘플이나 다름 없다는 설득에 승낙했고 나는 바지를 벗어 내 것을 보여주었다.

"너무…… 커."

처음보는 자지가 신기한 듯, 시선을 집중시키자 묘하게 흥분이 되어 꿈틀거렸다.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가, 다시 천천히 자지에게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이게…… 남자의 중요한 물건."

따뜻한 한숨이 자지에 닿자 자지가 기분 좋다는 듯이 몸을 흔들었다.

"맞아, 이게 바로 남자의 자지야. 현진이에게도 이런게 달려있어."

"현진이에게도…… 이런 무서운 게 달려있다고?"

두려움, 호기심, 흥분, 여러가지 감정이 깃든 어조로 떨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나는 엉덩이를 움직여 자지를 주희의 눈 앞에 세웠다.

"이걸 두려워해서는 나중에 현진이를 독차지 할 수 없어! 자지에 어서 익숙해지는 편이 좋아."

"으음, 아, 알았어."

내가 엄격한 어조로 말하자 주희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모양이었지만 어떻게든 현진을 위해서 참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얼빠진 모습에 재밌어하며 속으로 큭큭 웃었고 곧장 다음 계획으로 넘어갔다.

"만져볼레?"

"마, 만져? 이걸? 시, 싫어!"

생각만해도 두렵다는 듯이 몸서리를 치는 주희였지만, 나는 주희의 눈빛에서 은근한 기대와 호기심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주희도 은근히 만지고 싶어했다. 역시 속내를 제대로 비추지 않는 츤데레답다.

"자지에 빨리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보는 것보다 직접 만져보는 것도 좋아. 그리고 단순하게 생각해. 지금 눈 앞에 있는 이건 남자의 자지가 아냐."

"자지가…… 아니라니?"

"이렇게 생각해. 우연히 지나가고 있는데 눈 앞에 성인용품 점이 있어. 그리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어. 너는 현진이를 기분 좋게 하고 싶은데 필요한 물건을 팔고 있어. 그래서 너는 성인용품 가게에서 성인용품을 사서, 그걸로 현진이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는거야. 눈 앞에 있는 이 것은 남자의 자지가 아니라 성인용품,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해도 돼."

"장난감?"

"그래, 현진이를 위해서 힘내!"

"해, 해볼게! 현진이를 위해서…… 이건 장난감, 이건 장난감, 이건 장난감."

열심히 자기최면을 걸면서 고개를 돌려 눈을 꼭 감고 손을 떨면서 천천히 내 자지에 가져다 옳겼다. 그리고 톡, 하고 내 자지와 주희의 손가락이 닿았다.

나는 순간, 자지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고 주희는 히익하고 대경질색하며 놀랐다.

"이건 장난감이야! 기억해, 이건 장난감!"

"이건 장난감, 이건 장난감, 이건 장난감, 이건 장난감, 이건 장난감, 이건 장난감, 이건 장난감, 이건 장난감."

주희가 도망칠 기색이 보이자 나는 얼른 외쳤고 주희는 속사포처럼 내 자지를 장난감이라 말하면서 그 부드러운 손으로 자지를 감쌌다. 가늘고 우유빛깔의 새하얀 손 특유의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감촉이 자지의 표면에 느껴지자 나는 금방이라도 사정해버릴 것 같은 충동이 일어났다.

예전의 난 이 정도로 간단하게 사정하는 남자가 아니었는데, 그동안 여자를 안지 않고 참아왔던 반동치고는 너무 심했다. 역시 '그것'의 영향인가…….

"자, 이제 이걸 위아래로 흔드는거야."

"우우, 아, 알았어. 위, 위아래로 말이지."

"그래, 이걸 오나니, 딸딸이, 자위라고 하는 행위로서 우리같은 남자는 하루에 최소 1번은 뽑아주지 않으면 안돼. 음…… 아."

내 목소리에서 열기를 띈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주희가 조금씩 손을 흔들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두려워하며 움찔움찔 떠는 정도가 전부였던 주희도 내가 시키는대로 움직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자지에 익숙해지자 두려움이 많이 희석되고 자지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는지 손길이 점차 대담해지고, 내 자지를 진짜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그래, 그렇게, 좀 더."

성노예의 손길에 비하면 서툴고 기교도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고 쌓인 것도 많아서 흥분으로 내 분신이 어서 자신을 해방시켜달라고 졸랐다. 그 염원을 받아들인건지 점차 주희의 손가락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허억, 허억, 조, 좋아. 무진장 좋아, 그렇게…… 더, 더 빨리 해줘. 아아, 기분 좋아. 큿!"

나는 주희에게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고, 주희는 좀 더 능숙하게 자지를 만지면서 웃음을 지었다.

"쿡쿡, 지호의 목소리, 여자애 같아서 귀여워~"

"허억, 허억, 허억."

"하아, 하아, 이렇게 해주면 좋아? 자지를 잡고 흔들어주길 원해?"

"워, 원해! 허억, 허억, 더, 더 해줘!"

"하아, 하아, 정말로 남자애는, 하아, 하아, 이런 걸, 하아, 좋아하는구나, 하아, 하아."

자지를 만지면서 주희의 몸도 달아올랐는지 몸이 새빨개져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주희가 짓는 미소는 여태껏 지은 어떤 미소보다 음란했고 마치 사랑스러운 연인에게 봉사하듯, 더더욱 자지 주변을 정성을 다해 움직였다. 그렇지 않아도 억지로 참고 있는데 주희의 음란한 미소를 보자마자 마음이 흔들리고, 내가 억제하던 자지는 고삐 풀린 망아치처럼 흔들리며 사정감이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으읏, 싸! 싸! 싼다아앗!"

"싸, 싸? 뭐…… 아앗!"

푸슉! 푸슉! 푸슉! 푸슉!

"하앗! 으핫! 흐윽!"

푸슉! 푸슉! 푸슉! 푸슉!

"허억! 흐앗! 허윽!"

마치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새하얀 백탁액이 물을 쏟아내듯이 새하얀 분수를 쏘아냈다. 정액을 내뱉을 때마다 내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터져나오며 몸이 흔들렸고, 남자가 사정하는 모습을 처음 본 주희는 당연히 깜짝 놀라 손을 멈추고 멍하게 쏟아져 내려오는 백탁액을 가만히 맞으며 내가 사정하는 모습을 보고있었다.

"괴, 굉장해. 이것이 정액…… 정자…… 남자의 씨앗…… 아기씨……."

백탁액으로 주희가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교복까지 전부 묻어버리자 주희는 손가락으로 눈에 보이는 정액을 찍어내 검지와 엄지 사이로 비비며 감촉을 느꼈다.

"진득진득하고…… 하얗고…… 밤꽃향기가 나…… 이게 바로…… 남자의 것."

"하아, 하아, 하아."

한달만의 사정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나는 조금씩 흥분이 가라앉자 한숨을 내쉬고 아직도 멍하게 정액을 바라보고 있는 주희에게 말했다.

"주희야, 닦아줄래?"

"어, 응, 앗! 아, 알았어!"

내 말에 화들짝 놀라며 벌떡 몸을 일으킨 주희가 얼른 탁자 위에 있는 휴지를 가지고 와 뜯어서 내 정액이 묻은 침대나 옷가지, 그리고 내 자지를 정성스럽게 닦았다. 그러자 금새 힘을 되찾은 자지가 커질 것 같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참았다. 오늘은 그냥 주희의 손의 순결을 가져간 것으로 만족했다. 물론 그 다음은 다른 순결을 가져갈 생각다.

"네 몸도 닦는 게 좋지 않겠어?"

"앗차! 아, 알았어. 금방 닦을 테니까 기다려줘!"

실내 화장실로 달려간 주희가 히잉~ 우는 소리를 내며 세면대에서 가장 정액이 많이 묻은 얼굴과 머리카락을 닦고 잠시 후에 멀쩡한 얼굴로 되돌아왔다. 교복에는 내 정액이 묻은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긴 했지만.

"이제 알겠지? 남자란 매일 이렇게 해주지 않으면 쌓여서 언제나 곤란해져."

"으, 응. 확실히 이런걸 매일 쌓아두고 있으면 괴롭겠다아."

"그럼 어떻게든 단 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고, 걔가 지쳐있거든 맛사지를 해준다고 하고 어깨를 맛사지 해주면서 은근슬쩍 자지를 만지고 내가 한 것처럼 자지 맛사지를 하게 해주면 그 녀석이 무척 좋아할거야."

"응, 알았어! 오늘 배운 거 전부 써볼게. 가르쳐줘서 정말 고마워, 지호야."

"에이, 친구 사이에 미안할 게 어딨어!"

큭큭큭, 오히려 내가 고맙다. 이렇게 쉽게 나에게 넘어와주고, 머지않아 나에게 갈려 울부짖게 만들어줄 기회를 줘서 정말로 고마웠다.

"친구…… 응, 그러네. 우린 친구지?"

"물론이지! 혹시라도 내 얘긴 누구에게도 꺼내지 말고, 효과가 좋으면 다시 찾아오라고?"

"알았어! 그럼 내일 또 만나자, 지호야!"

주희의 말투에서 나를 부를 때의 친근감이 예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바퀴벌레와 강아지를 예를 들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바뀌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그 녀석에게 '친구'의 지위까지 얻었다. 이젠 '친구'가 '애인'이 되고, '애인'이 '성노'로 변하는 것도 머지 않은 일이다.

"내일이 기대되는걸? 큭큭큭."

다음엔 현진이를 기쁘게 해줄 성교육을 핑계로 어떤 일을 시켜볼까? 오늘은 흥분감에 제대로 잠이 안올 것 같다.

<최주희 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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