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SIDE>
갑자기 떠나버린 주희에 의해서 홀로 남겨진 수련장의 나. 결국 그냥 가방을 매고 집으로 향했고 오늘 있었던 일이 너무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소이에게 상담했다.
내 말을 들은 소이는 눈가가 파르르 조금 떨릴 정도로 큰 놀람에서 빨리 말해보라는 호기심을 보였고, 그리고 마지막에 날 통해 보건체육 수업을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을 때는 평소 무표정한 소이가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어이없음을 담고 있었다.
"현진은 지금 즉시 강물에 빠져 죽는 게 이 세상을 위해서 이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랄한 독설을 날리고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가버리는 우리 귀염둥이 소이. 그런데…… 어째서?
지금 내 눈 앞에는 아까의 여인보다 훨씬 농염한 몸매에 보는 것만으로도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든 남자들의 자지를 서버리게 할 정도로 남자의 성욕을 불러 일으키는 미형의 존재가 나를 바라보며 알듯 모를듯한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서있었다.
나는 쓴웃음을 짓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면서 물었다.
"지금 기분은 어때?"
"아아, 무척이나 좋군요. 몸에서 힘이 흘러 넘치고 있어요, 거기다가 이 기분, 이 느낌, 그야말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네요. 그보다 섹스하고 싶은데 할레요?"
"안 해."
"핏."
혀를 차며 아쉬워하는 여인, 아니, 이젠 여인이 아니다. 더 이상 그녀는 인간이라 할 수 없으니 여인보다는 여성이라는 말로 불러야 할 것이다.
인간의 피부라고 할 수 없는 푸른색이 곁들어진 피부색에 등의 날개뼈 부분에 연결되어 있는 한 장의 거대한 보라색의 날개가 돋아 있었고 척추의 가장 끝부분에 있는 꼬리뼈 부분에는 화살표와 같은 꼬리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웨이브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그 모습에 어울리는 단어는 [악마]! 인간이 상상 속 생물 중에서 그 말만이 그녀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당한 말이었다.
"마인화(魔人化)에 용케 성공했네? 죽을 지도 모르는데 의외로 정신력이 강했나보군."
"어머? 그럼 주인님은 제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무서운 짓을 저질렀단 말이에요? 아잉, 너무 무서워잉~!"
"끄응.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얼굴로 말하지 마라."
"베에~ 하지만 죽을지도 몰랐다는 것이 이해는 가네요? 이 정도의 힘! 이 정도의 육체! 호호, 정말로 죽음과 맞바꿔도 아깝지 않을 정도에요."
손으로 뺨에서부터 가슴께까지 흘러내리듯이 손으로 몸의 감촉을 느끼면서 황홀한 표정을 짓는 여마인.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인간이었을 때에 비해서 많이 건방져진 태도에 좀 아쉬움을 느꼈다.
마인이란, 본래 마물에 의해서 마기에 노출되어 인간으로서의 이지를 상실하게 마기의 힘에 취해 마기가 시키는대로,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자들을 말하지만 내가 만들어낸 이 마인은 그런 버러지같은 쓰레기 마인과는 질적으로도 차원이 다르다.
그들이 실패된 마인이라면 그녀는 성공한 마인, 마기에 취해지는 게 아니라 마기로 인해 육체의 한계를 극한까지 끌어내어 완성된 것이 바로 진정한 마인의 모습이다. 뭐, 하지만 문제점은 평범한 마기로는 만들어낼 수 없고, 거의 [마왕의 힘] 정도의 마기와 [최상급의 질을 자랑하는 재료]가 필요하다. 뭐, 그녀는 최상급은 아니었지만 내가 어느 정도 도와주었고 내 마기가 무엇보다 고난위의 마기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거지만.
그리고 인간이었을 때와 많이 달라진다. 인간이었을 때는 나에게 오로지 복종만 하는 성노예였지만 지금은 정신도, 육체도 극한까지 발휘된 마인이다. 인간의 약함에서 마인의 강함을 맛봤기 때문에 상당히 자신의 힘을 자신하고 있어 말투가 좀 건방져졌다.
그래도 겨우 두번째 시도였는데 이번엔 마인화가 성공적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첫번째는 마인으로 만들어주자마자 날 죽이고 자유를 되찾겠다가 뭐라나 하면서 참 웃기는 쇼를 보여줘서 자비로 세포 하나 남기지 않고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없에주었다. 이 두번째는 그나마 첫번째 마인보다는 낫지.
"웃차! 그럼 마인이 된 첫번째 기념으로 명령을 내려볼까?"
"네에~ 이 노예에서 뭐든지 주인님이 명령을 내려주세요! 이 노예는 주인님을 위하여 뭐든지 할 수 있답니다? 노상 섹스를 하라면 노상 섹스를 하고, 개목걸이를 차고 산책하자고 하면 즉시 개목걸이를 차고 멍멍이라고 짖겠어요! 양초와 채찍을 드리고 귀갑 묶기로 묶여 있으라고 해도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하겠어요~ 아, 하지만 그 반대로 검은 타이트한 여왕님 복장을 입고 가면을 쓰고 채찍을 들고 하라고 하셔도 괜찮은데요? 으음, 어째선지 그게 더 끌리네……."
뭐야 얘, 무서워.
"흠흠흠, 그런 변태 플레이도 끌리긴 하지만 나중으로 넘어가고, 일단 마인으로서 이름부터 지어야겠지? 으음, 네 전생의 이름이 뭐였더라?"
"에엑! 설마 주인님은 근 5일간이나 제 몸을 사용해서 성욕을 처리하셨으면서 노예의 이름조차 모르셨던거에요? 그럼 전 노예가 아니라 그냥 편리하게 사용하는 변기 정도였던 건가요! 아아, 왠지 이 가슴에 차오르는 흥분은 무엇일까요……."
뭐긴, 그냥 변태성이지.
"그냥 변태라고 부르기 전에 말해라."
"그냥 그렇게 부르셔도 되지만 말씀하시라고 하니까 말씀드릴게요. 되도록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제 이름은 '서규수'이에요."
"이름이 뭐 그래?"
"규수처럼 살라고 해서 이름이 규수에요. 저도 이름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쩌겠어요? 제 이름이 지어졌을 때는 자아도 확립하지 못한 아기였고 이름이 나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원망할 부모님도 다 돌아가셨는데 말이죠."
뾰로퉁하게 볼을 부풀리며 중얼거리는 모습조차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으음, 이건 너무 색기(色氣)가 강하다. 왠만한 남자라면 그냥 KO당하겠는데?
그나저나 서규수라, 가운데에 '버'만 붙이면 서규버수인가? 서큐버스랑 비슷하네?
"좋아! 네 이름은 이제부터 큐우다."
"뭔가요? 그 애완동물에게 어울릴법한 귀여운 이름은? 이 매력적인 육체를 보고도 그런 이름이 나와요? 좀 더 섹시한 이름이 좋은데에……."
물컹.
한 손으로 커다란 가슴을 들어올리고, 혀로 입술을 핡으면서 애타는 눈빛으로 바라보니 원하지 않아도 하반신에 힘이 집중된다. 하지만 난 색마기를 지배하는 마왕족이다. 마왕의 힘을 지배하는 마왕족의 품위 때문이라도 달려들어 덮치진 않는다.
"그럼 뭘 원하는데."
"펠라? 파이? 보(삐─)같이 듣는 것만으로도 남자가 자지를 세울 이름을……!"
"닥쳐. 당분간은 그냥 '너'라고 하겠다. 그리고 만약 네 이름을 방금 예시 중에 골라 정한다면 내가 친히 잔혹한 고문을 해주지."
"저 고문 받고 싶어요! 그냥 고문 말고 기왕이면 성에 관련된 고문으로!"
안되겠다. 이 년은 타고난 진성 변태다.
"그만 됬다. 이런 얘긴 그만하자. 너에게 첫번째 명령을 내리지."
"예에~ 이 노예는 주인님의 명령을 받들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저 명령만 내려주시면 이 충실한 노예는 주인님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주인님이 뜻하는 바를 이룰 것입니다."
내가 진지하게 말하자 그제서야 장난기를 아주 약간 뺀 그녀가 한쪽 무릎을 꿇고 나름 경건한 자세로 예의를 차리며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래도 제법 제정신이 박혀 있다고 생각하며 이어 말했다.
"이현진, 알고 있겠지?"
"어찌 모를 수가 있겠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왔던 주인님의 친구 분이신데요."
"친구라…… 뭐, 친구라고 할 수도 있겠지. 아직 쓸모가 있으니까 말이다. 첫번째 명령은, 바로 그 녀석을 마음껏 범해라. 다만 심하게는 말고…… 반드시 최주희, 그녀 앞에서 범해야 한다."
"호호호호, 알겠습니다! 이리도 기쁜 명령을 내려주시니 이 노예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후후, 그런데, 그 소년 동정인가요?"
"동정이겠지. 적어도 여자랑 섹스한 적은 없을거다."
"꺄아~ 좋았어! 츄릅, 인간일 때에는 평생 늙어빠진 중년만 상대하다가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그럼 한시가 아까운 상황이므로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창문을 열고 날개를 퍼덕이며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면서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마기에 뇌가 너무 노출되어 버렸나…… 상당한 성욕이네. 역시 순수 색마기로만 마인을 만들 것이 실수였던가? 나 혹시 세상에 그만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의 서큐버스 퀸을 만들어낸 게 아닐까?"
점차 사라져가는 그녀의 그림자를 보면서 은근히 불안함을 느끼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