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SIDE>
다음 날, 주희는 우리 집에 오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물었더니 주희가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서 아침 식사도 건너뛰고 학교로 가버렸다고 한다. 주희가 집에 오지 않았던 때도 아주 가끔씩 있어서 다른 때라면 평소처럼 일이 있어서 오지 않았구나 생각했겠지만 어제 일도 있어 얼른 밥을 먹고 학교로 가서 어제 일을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건지 소이가 내 팔을 잡고 '그 일은 그냥 덮어주는게 좋아.'라고 어쩐지 굉장히 압력을 넣으며 말하자 나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어제 일을 다시 꺼내기에는 서로 부끄럽겠지. 소이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오늘은 어머니와 나, 소이 셋이서 잘 먹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식탁 위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어머니와 주희 중에 주희가 없었기 때문에 매끄러운 대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이야 물론 말수가 적으니 자연스럽게 어머니는 나를 향해 말을 꺼내셨다.
"오늘은 지호가 퇴원하고 학교로 오는 날 아니니?"
"아, 네! 맞아요. 지호 녀석이 없어서 학교 분위기가 예전 같질 않았는데, 이제야 좀 살겠네요."
"호호, 지호는 분위기 메이커니까 말이다. 지호가 집에 놀러오면 참 재미있었는데…… 아들이 두 명 생긴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면 오늘 집에 놀러와보라고 물어볼까요?"
"그거 좋네. 퇴원 기념 축하 파티라도 열어볼까? 지호하고 나하고 주희하고 현진이하고, 그리고 소이나 다른 사람들을 불러서 소소하게."
"으음, 혹시 오지 않을수도 있으니까 가서 물어보고 약속을 잡으면 연락드릴게요."
"그러렴. 호호, 오랜만에 지호가 오니까 이 엄마도 솜씨를 좀 발휘해야겠구나."
"지호도 어머니 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늘 말하니까요."
대화 도중에 문득 소이가 끼어들어 물었다.
"지호라는 사람, 좋은 사람?"
"아, 소이는 지호를 모르겠구나. 지호도 소이에 대해서는 사진이나 이야기로만 알고 있으니까…… 지호는, 내 친군데 굉장히 재밌고, 또 좋은 녀석이야. 늘 툴툴대면서도 날 잘 도와줘. 이번에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별로, 난 주희, 지호, 아줌마 빼고 다른 사람 만나고 싶지 않아."
"하하하, 요 녀석. 타인과 벽을 허무는 것도 사회 생활에 중요한 일이야. 게다가 좋은 녀석이니까, 만나보고 좀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빙긋 웃으며 소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소이는 내끼지 않는 듯 작게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의 표시가 보여서 만족했다.
"잘 먹었습니다. 그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차 조심하고."
"어머니도 참, 어린애도 아니고……."
여전히 듣기에 좀 부끄러운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등교길에 올랐다. 평소에 같이 다니는 주희가 없으니 좀 쓸쓸한 느낌이었지만 어서 학교로 가 무사히 퇴원을 마치고 찾아온 건강한 지호가 보고 싶어서 발걸음을 빨리했다.
나는 진심으로 몰랐다. '그들'의, 어둠 속에서 늘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그들'의 행동력을 말이다…….
"고로 이현진 암살 작전을 시작한다!"
"""오오─! 이현진을 없에자!"""
"어째서어어어어어!"
팔과 다리를 옴짝달싹하지도 못하게 단단하게 밧줄로 묶여진 나는 비탄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갑자기 들어오자마자 이게 무슨 짓이야!"
"보고도 모르냐? 오늘은 이현진 암살회 회장이신 유지호 회장님의 귀환 축하 깜짝 파티를 준비 중이다."
"너희 모습의 어느 부분이 깜짝 파티인건데!"
"음, 이렇게 분장도 했고 파티의 흥을 돋구기 위한 도구들도 준비했고, 무엇보다 회장님이 기뻐하실만한 선물(사냥감)은 방금 전에 막 준비(포획)했으니 어딜봐도 훌륭한 깜짝 파티이지 않냐?"
"그 분장이 저승사자 분장처럼 음울하다는 것과 도구들이 밧줄과 낫과 쇠사슬과 몽둥이라는 점에서 태클 걸고 싶은게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먼저 태클 걸고 싶은 건 방금 선물이라고 쓰고 사냥감이라고 읽지 않았어?"
"사냥감(선물)이라고 한 적 없다."
"아앗, 방금 노골적으로 사냥감이라고 했지!"
"시끄럽다. 입에 재갈도 물려버렷!"
"옙, 부회장!"
"이 자식들! 내 인권을 존중해라! 이건 명백한 폭력…… 우웁!"
"부회장, 입을 막았습니다."
"흠, 이제야 좀 조용하군. 그럼 다음으로 회장님은 지금 어디 계시냐?"
"옙! 지금 막 학교 정문을 넘으셨다고 합니다!"
"좋아. 그럼 곧 교실로 오실 것이다. 축하 준비는 끝냈냐?"
"옙! 준비는 완벽합니다!"
이 자식들, 지호가 없어서 좀 조용히 있나 싶더니 지호가 오니까 행동력이 예전에 비해서 엄청나고 높아졌어! 설마 오늘이 내 제삿날은 아니겠지? 제발 아니라고 해줘!
드르륵.
펑! 펑!
"유지호 회장님! 환영합니다!"
"무사 퇴원을! 무사 귀환을!"
"이현진 암살회는 영원하라! 회장님은 영원하라!"
문을 열고, 정말로 오랜만에 교복을 입은 지호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터지는 폭죽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모두의 환영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이현진 암살회 녀석들과 나를 보더니 한숨을 내쉰다.
"부회장!"
"네! 부회장,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훌륭하다. 내가 없어도 이현진 암살회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뿌듯하구나."
"감사합니다!"
안되겠어, 이 녀석들.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하지만 오늘은 날이 좋지 않다."
"예? 날이요?"
"그래. 분위기 상 오늘 우리의 숙적, 이현진이 죽으면 우리에게 감당하기 힘들 일이 돌아올거라고 우리의 암살의 신님이 계시를 내리셨다."
"오오오, 암살의 신께서……."
엥? 그런 신이 있었나?
"그러하니 오늘은 풀어주고, 다음에 제대로 된 날짜에, 퍼펙트한 죽음을 선사시키자꾸나."
"알겠습니다! 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사이비 교주와 그 신도들이냐?! 그야말로 한치의 의심도 없이 아쉬운 티를 팍팍내면서도 내 밧줄을 풀어주는 이현진 암살회 녀석들을 보니 세삼스럽게 유지호가 이 조직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영향력이 모두 날 죽이기 위해서만 쓰여진다는거지. 뭐, 실제로 죽이지는 않고 겁만 줄 뿐이지만.
무사히 자유의 몸이 되어 더렵혀진 교복을 톡톡 두드리며 먼지를 제거하는데 갑자기 지호가 나에게 다가와 몇 번 본 적 없었던 진지한 표정으로 교실 밖을 턱짓했다.
"H.R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잠깐 얘기 좀 할레?"
"응? 알았어."
지호가 먼저 나가고, 나도 몸을 일으키려는 데 문득 불안한 표정으로 힐끔 자신을 바라보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고개를 돌리는 주희가 있었다. 주희에게 지금이라도 말을 걸고 싶었지만 지호와 선약이 있어서 나중에 얘기해도 문제 없겠다고 생각해 지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지호가 날 이끌고 온 장소는 학교 뒷문 근처였다. 현재 학교 뒷문은 저번에 있었던 '마물 대습격' 때 망가져 폐쇄되었기 때문에 인적이 드물었다. 그러고보니 그때 정말 대단했지, 주희의 활약은…….
"현진아."
"응?"
잠시 과거를 회상하던 나는 지호의 부름에 정신을 되찾았다. 지호는 정말로, 정말로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아니, 예전에 1번도 본 적 없을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정말로 내가 아는 지호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 지호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침묵하던 지호의 입이 마침내 열리며 내가 듣기에도 경악할만한 말을 꺼냈다.
"너 말야…… 주희가 운 건 알고 있냐?"
주희가…… 울었다고?
말도 안된다. 지금 지호가 꺼낸 말은 의심의 여지를 두기에는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그런 말이다. 주희도 인간이니까, 울 수도 있겠지만 그걸 자신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나는 주희와 가장 오래 사귀었던 소꿉친구다. 주희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슬픈 일이 있다면 당연히 내가 모를 리가 없다.
즉, 지호의 말은 농담이다. 농담이라 믿고 싶지만…… 저렇게 진지한 표정을 보면 농담하지 말라고 입을 열수도 없다.
"그럴리가……."
"주희도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애다.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 당연히 울 수 밖에 없지."
여자애? 여자애라…… 그러고보니, 주희도 여자애였다. 그동안 너무 허물 없이 대해서, 어릴 적부터 줄곧 함께 했기 때문에 주희가 여자애인데도 여자애로 보지 못했고, 그냥 평범한 남자 친구처럼 보였다. 아마 그래서…… 주희가 여자애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었다.
주희가 여자애라, 여자애인가…… 그렇다면 왜 주희가 울었을까. 그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응? 가만. 그렇게 생각하면 어제 있었던 일은…….
……아, 설마!
이제서야 알겠다. 주희는 나를 통해 성교육 따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용기를 짜내어 나에게 어필을 한거다…… 자길 알아봐줬으면 하니까. 자기를 여자로 봐줬으면 하니까…….
하지만 내가 끝까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상처를 입고 주희가 울었다면…… 앞뒤가 모두 들어맞는다.
난…… 대체 무슨 짓을…….
"지호야…… 난……."
"다행히 눈치챈 모양이니까, 한 대만 쳐도 되지?"
"뭐?"
퍽!
얼굴에 화끈한 통증이 느껴진다. 내가 지호에게 주먹으로 맞았다는 것을 바닥에 쓰러지고 한참 뒤에서야 눈치챘다. 지호는 쓰러진 날 다시 손을 잡고 일으켜주며 말했다.
"방금 그건 주희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주희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것에 비하면 무지 싼 대가니까 억울하게 생각하지 마라."
"……알아, 고맙다. 신경써줘서."
"별로, 일단 네 놈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둔감한데다 그런 주제에 많은 미소녀들에게 사랑 받고 있으니까 질투가 나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내 친구니까."
"응? 미소녀들이 아니라 미소녀아냐? 주희 말고 날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 있어?"
"……어휴, 이 빌어먹을 둔감증은 아직도 고쳐지질 않았구나."
지호가 한숨을 푹 내쉬며 내 어깨를 강하게 쥔다.
"이러니까, 내가 이현진 암살회를 그만 둘 수가 없는거야, 이 자식아!"
탈탈탈탈탈탈.
"제, 제성하이아~(죄송합니다~)"
앞뒤로 어깨가 마구 흔들리니 머리도 동시에 흔들려 제대로 되지 않은 말투로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지호에게 사과했다.
"후우, 주희에 대한 마음을 알았다면 교실로 돌아가거든 사과해라."
"으응, 그래야지."
"더불어 선물도 준비해서. 여자애에게 선물하기에 좋은 걸로 말이다. 머리핀이라던가, 예쁜 옷이라던가, 그런 거 준비해서…… 그래야 주희가 좋아할거다."
"그, 그런가? 고마워. 그런 것까지 조언해줘서."
"별로, 4년째 짝사랑하고 있는 여자가 4년째 짝사랑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 안타까워서 도와준 것 뿐이니까."
"그렇구나. 4년째라……."
잠깐만, 방금 '그러고보니 어제 새로운 게임방이 신장개업 했다는데?'라는 정도로 지나가는 말투로 뭔가 엄청난 걸 들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기, 방금 뭐라고……."
"……응? 너 설마…… 몰랐냐?"
"어, 그, 뭐를요?"
"'이현진 암살회 회장, 유지호가 실은 최주희를 좋아하기 때문에 최주희에게 사랑 받는 이현진을 질투해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현진 암살회이다.'라는 것은 우리반 남자애, 아니, 여자애들도 다 아는데? 다른 반 애들도 들어는 봤을껄? 주희야 너에게 푹 빠져있으니 루머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애들이 신경써줘서 못 들었을 수도 있는데 넌 왜 모르냐?"
"……진짜루?"
"진짜루."
……거짓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알!
"으음, 어쩐지 내 앞에서 보란 듯이 둘이 염장을 지르니 진짜 살기까지 흘릴 정도로 열 받았지만…… 몰랐었구나. 하긴, 몰랐으니까 그랬겠지. 만약 지금까지 내 마음을 알고서도 일부러 그랬다면 즉시 네 놈을 여기서 묻어주지. 아, 때마침 근처에 사람이 없네?"
"미안! 진짜 미안! 몰랐어요, 전 지호님이 주희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줄 정말로 알지 못했습니다!"
목숨의 위험이 느껴져 재빨리 엎드려 석고대죄했다. 남자가 이렇게 망설임없이 엎드려도 되냐고? 알게 뭐야. 목숨이 위험한데!
"후우, 왜 이런 녀석을 주희가……."
지호가 한숨을 내쉬며 나보고 일어나라고 하자 벌떡 일어났다. 지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왜 주희를 좋아하는데, 너랑 이어지게 해주고 싶은 지 아냐? 짝사랑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희는 아마 나보다도 훨씬 더 오래 전부터 널 좋아했을거고, 겨우 4년째 짝사랑 중인 나도 이렇게 괴로운데, 오래 전부터 널 사랑해온 주희는 얼마나 괴로울 지…… 상상도 하지 못하겠다. 게다가, 자신의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이 몰라주는 것만큼 괴로운 건 없다. 나는 몰라도 너는 알아줘야해. 주희는, 연약한 여자애니까."
"……응, 미안. 그리고 고마워."
연약한 여자애라…… 나는 한번도 주희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새삼스럽게 알 것 같다. 이 녀석이, 주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주희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짜식, 그렇게 미안하고 고마우면 주희에게 더 잘해줘라. 아, 그리고 내가 한 말은 주희에게 말하지 마라. 주희에게 말하면 괜히 죄책감을 가질 지도 모르니까."
"응? 하지만 말이라도 해보는게……."
"지금 당장 암살회원들을 모아줄까?"
"절대 함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하자 지호는 그제서야 예전의 밝고 활기찬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럼 가자고! 나중에 너 선물 고르는 거 도와줄테니까 하교길에 주희 몰래 선물도 사고, 집에 가면 반드시 네 마음을 그대로 고백해라. 알겄냐?"
"알았어! 주희에게 한 잘못, 선물로 만회하겠어!"
"음, 바로 그 자세다!"
지호와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가는데, 갑자기 벽 너머에서 누군가 달아나는 기척이 느껴졌다.
"어, 누가 있었나?"
"이런, 누가 우리가 한 행동을 계속 보고 있었단말야? 쪽팔린데……."
"설마 별일 있겠어? 그냥 가자."
"어, 응."
그냥 지나가던 사람이겠지.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종이 치고, H.R시간이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당장 들어오시지는 않았지만 곧 들어오실테고, 지호와 난 자리에 앉았고 힐끔 주희를 보았다.
주희를 보자, 주희는 힐끔힐끔 지호를 보고 그리고 나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그만 눈이 마주치고 깜짝 놀라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버렸다. 나도 마찬가지로 놀라 시선을 피했는데, 왜인지 손을 얼굴에 올리자 얼굴 표면이 뜨겁게 느껴졌다.
난 주희를 여자애로 보지 않았다.
주희는, 여자애라기보다는 누나에 가까웠다. 여자인데 여자로 느껴지지 않고,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상대…… 그렇게 늘 느꼈던 주희였다.
하지만 오늘 지호에게 주희가 날 좋아한다는 말을 듣게 되고 주희의 진정한 마음을 알아차렸을 때, 또 어제 일까지 더해져 지금 생각해보면 무진장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드르륵.
"모두 조용! 지금부터 H.R 시작한다. 반장은 앞으로 나와서 준비해라…… 음? 현진이는 왜 새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있냐? 어디 아프냐?"
"아, 아무것도, 아, 아님다!"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양호실에 한번 가볼래? 내가 데려다주마."
"괘, 괜찮습니다!"
"……그러냐, 그럼 나중에라도 아프면 말해라. 데려다줄테니."
약간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선생님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쉬워하시는 것 같은 표정은 단순한 내 착각이겠지.
학교 수업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