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22)

<최주희 SIDE OUT>

내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행복한 표정으로 잠든 주희를 사랑스럽게 턱을 쓰다듬어주고 손가락을 튕겨 집사 할아버지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도련님."

"지금부터 전 주희를 씻길테니까 처리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호오, 참 많이도 하셨군요. 저 아가씨처럼 강하게 단련된 사람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실신해버렸을 겁니다."

"……조절은 하고 있었으니까 괜찮아요."

솔직히 말해서 나도 억지로 정력을 모은거지만.

역시 12번이나 싼 것은 너무 강력했다. 나조차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격렬했고 이제는 불알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만약 끝까지 정신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난 사정하지 않고 계속 급속으로 절정만 보내줄 생각이었는데 쉽게 내 말에 유도되어줘서 정말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주희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주고 목욕탕으로 가 눕히고 따뜻하게 데워진 물로 주희의 몸에 뿌려진 내 정액을 닦아주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물이라 주희는 깨어나지 않고 달콤한 잠에 빠져있었다.

"헤에, 드디어 제 성노예 후배가 들어오는 건가요?"

어디서 뭘하고 있었는지 생글생글한 웃음으로 은밀하게 목욕탕 물 속에서 나타난 여마인.

"여태껏 씻고 있었던거야?"

"헤헤, 실은 그 용사 아이가 제 배에 칼빵을 놨지 뭐에요~ 그래서 얼른 배에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정기(精氣) 좀 얻어서 치료했어요, 호호호. 그리고 제가 욕탕에 있는 이유는 정갈하게 몸을 씻고 주인님께 안기기 위해서……."

이 녀석이 큰일날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

"내 정력은 다 주희에게 줬으니 네게 줄 것은 없다."

"에엑~ 거짓말! 주인님이라면 하루종일 섹스만 해도 멀쩡할 것 같은데요?"

"대체 날 어디의 슈퍼 초인으로 보고있는거냐."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내내는 아니라도 잘 시간이나 밥 먹는 시간을 뺀 18시간 내내는 가능도 할 것 같지만…….

"주희처럼 성 경험을 한 적이 없는 아이를 쾌락의 늪에 빠지게 만드느라 내가 지금 색마기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기나 하냐? 그런데 나한테서 더 뽑겠다고? 날 죽여라, 이 자식아."

주희는 극한까지 몸을 단련한 전사 체질이다. 그런 전사 체질의 아이의 감도를 높게하고, 수도없이 계속 절정에 이르게 하고, 열락의 쾌감으로 영혼에 각인시키는 일은 나라도 꽤 힘들다. 저 녀석처럼 닳고 닳은 여자라면 모를까…….

주희를 씻기고 돌아와 어느 새 깔끔하게 말린 세탁기의 옷을 꺼내 주희에게 입혀주고 집사 할아버지가 간 침대에 눕혀 이불을 덮어주었다.

"흐음, 꽤나 정성스럽네요. 정말로 저 계집애에게 반했다던지?"

"정말로 그렇다면?"

"재미없는 농담이네요."

입으로는 웃지만, 눈은 웃지 않으며 싱긋 나를 바라보며 웃음을 짓는 여마인에게 나 역시 웃어주며 주희의 머릿결을 느끼며 쓰다듬어준 뒤 바깥의 테라스로 나왔다.

"너, 이현진과의 계약을 어떻게 했지?"

"아아, 그건 실패했어요. 정말 아쉬워요. 제 것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좋았는데…… 아, 그렇다고 질투하진 마세요. 걔랑 하는 건 확실히 주인님보다 기분은 좋았지만 겨우 1번 싸고 끝날 정도로 정력이 형편 없으니까요."

"킥, 당연하지. 질투하진 않아. 왜냐하면 네가 이현진에게 그렇게 느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네?"

여마인은 뭔가 알고 있는 듯이 말하는 내 말투에서 이상함을 느낀건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내가 미처 말하지 않았는데, 마인이란 녀석들은 예전부터 수도 없이 많이 존재해왔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래도 예전에 용사와 마인이라고 하면 라이벌이라고 여겼지. 왜냐하면 용사의 성력과 마인의 마력은 왠지 서로 끌리는 경양이 있더라고."

"끌러요? 그러고보니 그 애를 본 순간 뭔가 찌르르하고 전율이 느껴지는게……."

"용사와 마인은 같은 인간이었지만, 한 쪽은 플러스에 가깝고 한 쪽은 마이너스에 가까워. 기와 마기가 서로 상반된다면, 성력과 마력은 음양(陰陽)처럼 다르지만 하나가 될 수도 있는 힘이지. 예전에 마인들은 오직 전투를 위해서 만들어진 마인이었고, 그 마인은 자신을 마인으로 만들어준 주인에게 절대 복종하지만 유일하게 그 충성심을 깨게 만드는 요인이 바로 용사의 경우야. 용사와 마인은 만난 그 순간, 본능적으로 끌린다! 그리고 미치도록 싸우지. 싸우고 싸워서, 서로 1명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저는 별로 그 애랑 싸우고 싶지 않은데요? 오히려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그야 예전에 있던 그 마인들은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마인이고, 넌 내 색마기로 태어난 마인이니까 서로 성욕을 나누고 싶어하는거지. 더욱 중요한 것은, 용사들은 대대로 마인들과 싸워 마인의 마력을 흡수해 진정한 용사로 각성하게 되었다는거지. 마인과 용사는 싸우면 싸울수록 점점 더 빠르게 성장해갔어. 마인은 용사에게 마왕 이전의 중간 보스, 경험치 덩어리야. 까닥하다간 죽게 될 수도 있지만 정신만 차리면 금새 강해질 수 있지. 너도 마찬가지야. 그 녀석이 너랑 섹스를 하면 할수록, 성력이 늘어나겠지. 그리고 네 마력마저 전부 뺏어먹고 진정한 용사로 거듭날거야. 비록 양산형이지만."

"……우와, 설마 주인님이 절 현진이에게 보낸 이유 중에 그런 무서운 비밀이 감춰져 있을 줄이야. 그럼 저보고 그 애의 경험치나 되라는 건가요? 너무하세요, 훌쩍!"

"가짜 울음 그만둬라. 그리고 널 버릴 생각은 없어. 널 거기로 보낸 것은, 네가 그 녀석의 성력 측정기로서의 가치를 원할 뿐이야."

"엥?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제가 성력 측정기요?"

여마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뭐야, 이 녀석. 눈치채지 못했나?

"지금 네 몸 속에는 성력에 잠들어있다. 몰랐냐?"

"에엑~ 전혀요? 잠깐만요. 으음…… 확실히 이질적인 힘이 자궁 속에 남아있긴 한데 이건…… 설마 그 애의 정액……."

"맞아. 너가 그 녀석과 섹스를 하면 그 녀석이 가진 모든 성력이 네게 뽑혀져나와. 너랑 그 녀석이 더욱 많은 섹스를 하면 할수록 그 녀석의 성력은 더 증폭되고 섹스의 지속 시간도 늘어날거야. 그걸 내게 보고만 해주면 돼. 그 녀석이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숨기는 거 없이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으니까."

"대단해~ 주인님은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아신거죠?"

"뭐, 어쩌다보니."

굳이 저 녀석에게 입 싸게 전부 말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현진이에게는 저렇게 섹시한 연상 누님이 계속 섹스를 해주니까 좋고, 저 녀석은 섹스의 쾌락을 느낄 수 있으니까 좋고, 나는 현진이가 저 여마인에게 빠진 틈에 주변의 여자들을 공략하면 되니 편하고.

"이제 문제는 어떻게 네가 그 녀석과 매일 섹스를 하는 계약을 맺게 하는 지가 문제인데……."

"미운 털이 콕콕 박혔으니까 지금 이 모습으로 다시 찾아가는 건 어림 없어요. 제가 보이기도 전에 그냥 성검을 꺼내서 휘둘러댈걸요?"

"그럼 모습을 좀 바꿀 필요가 있겠군."

"히잉, 저는 이 모습 그대로가 좋은데……."

"시끄럽고, [인간]이 되어라."

내가 주인으로서의 언령을 담아 말하자 그 녀석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새파랬던 피부가 원래의 살색으로 되돌아오며 날개와 꼬리가 안개가 되어 몸 속으로 들어갔다. 머리카락이나 눈동자색은 검게 탈색하며 예전의 간호사 누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마인으로 있을 때의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또한 나를 대하는 말투나 행동도 변했다. 마인이 되기 전, 나의 성노예를 자처하던 스타일 좋은 미녀의 모습으로.

마인은 두 가지 모습을 하고 있다. 하나는 마력이 전신에 뒤덮혀 마족에 가까운 인간의 모습, 그리고 마족이 되기 전의 인간의 모습, 이렇게 두 가지이고 육체와 정신의 지배권은 마인에게 있지만 마인이 원할 때면 언제라도 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되면 마인일 때의 정신보다 마인이 되기 전의 정신이 나온다.

게다가 마인이 원할 때면 자신이 마인으로 있을 때의 기억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인간이 가짜 인격이고 마인이 진짜 인격인 것처럼 느껴진다.

"괜찮다. 그건 네가 아니라 마인의 어리광 정도니 신경쓰고 있지 않다. 그것보다 알고 있겠지?"

"예. 주인님의 성노예로서, 반드시 그 아이를 유혹해서 성력을 측정해 보고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당분간은 우리 집에서 메이드로 일하도록 해. 그리고 현진이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면서 현진이의 성력을 빼내는거야."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쉽게 유혹을 받을까요? 마인일 때도 제법 힘들었는데 인간일 때의 저라면……."

"아니, 99%는 넘어오게 되어있다. 그 녀석은 결코 네 유혹을 거부하지 못할거야.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 녀석은…….

"그 녀석은 메이드 모에니까."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메이드옷 입은 여자가 나왔다 하면 제발 달라고 사정을 했었지. 게다가 하●테처럼이라는 일본 만화책에서도 메이드인 마리●라는 소녀를 제일 좋아할 정도로 그 정도로 그 녀석은 메이드를 사랑하고 있다. 메이드복에서 로망을 느낀다나?

"그, 그럼 고양이귀도 써야할까요?"

"확실히 고양이귀 메이드는 좋지."

고양이귀까지 쓴 메이드가 나타난다면 현진이는 물론 나라도 버틸 수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고양이귀 모에니까.

다음 날, 아무래도 난 주희와 함께 등교하는 모습을 이현진 암살회 녀석들에게 들켜버린 것 같다.

"말해주십시요, 회장님! 어째서 그녀와, 그녀와 그리도 다정한 모습을 풍기며 함께 등교하는 이벤트를 하신 것입니까!"

"그것도 단 둘이서! 이현진과 최주희 사이에 끼어든 것도 아니면서 단 둘이서 어떻게……."

"제발 이건 배신이 아니라고 말해주십시요, 회장! 지금 저희 회원들은 회장님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회장!"

"회장!"

아아, 시끄러워. 겨우 1번 주희와 함께 등교했다고 이 정도로 심각한 반응은 좀 의외다. 게다가 어쩌다보니 그럴수도 있지, 겨우 그거 가지고 당장이라도 회에서 탈퇴할 것 같은 분위기라니…….

"회의 인원들이여. 동요하지 마라. 난 단지 그녀와 진정한 친구가 되었을 뿐이다."

"진정한 친구라니…… 친구라니!"

"이현진 외에는 누구도 친구라 여기지 않는 바로 그녀가 말씀이십니까?"

"말도 안돼! 이건 배신이다! 회에 대한 배신이다!"

"마지막에 배신이라고 말한 녀석 누구야!"

내가 으르렁거리며 외치자 회원들이 침묵한다.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려 주희에게 말했다.

"주희야, 너도 좀 뭐라고 해봐."

"으, 응? 어……."

주희는 내 말에 얼굴이 토마토처럼 잘 익으면서 몸을 꼼지락거리며 나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린다. 어째서? 왜 갑자기 나에게 회원들의 살기(殺氣)가 집중되고 있는거지? 몸이 따끔거리는데……. 게다가 이현진! 너는 왜 자연스럽게 회원들 사이에 끼어들어가 있는거냐!

"저기…… 너희가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랑 지호는 그런 사이가 아냐."

"그래, 이제 알겠냐?"

"난 단지…… 그냥 집에서 목욕하고, 하룻밤 묵고 가는 정도의 친구 사이로 전진된 것 뿐이야!"

아, 주희야. 그 말은 미스테이크야…….

"회장의 배신 행위 확인! 부회장, 어떻게 할까요?"

"뻔하지 않느냐! 우리 회의 규율을 어긴 유지호는 더 이상 회장이 아니다! 반역자에 불과하다!"

"처형!"

"처형!"

빌어먹을, 주희의 말실수로 회원들의 살기가 형상을 이루어 아수라가 될 정도로 강해지고 있다. 이거 큰일이다. 이러다가는 이현진 암살회가 유지호 암살회로 개명될 수도 있다.

"잠깐! 진정해라, 나는 그냥 막 최주희의 친구가 되었을 뿐이지만, 이현진의 집에서 최주희가 얼마나 많이 목욕을 했으며, 얼마나 많이 자본 적이 있었겠는가! 게다가 소꿉친구라면, 어쩌면 어릴 적에 같이 목욕한 적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자 살기 중 7/10은 다시 이현진에게 되돌아갔다. 하아, 살았다. 나에 대한 반동 분자들이 3/10이나 있다는 건 무척 싫은 일이지만 이 정도로 만족해야지.

바로 그 때, 드르륵 문이 열리며 생각지도 못한 인물 등장.

"도련님, 도시락을 두고 가셨습니다."

어두운 계열의 검은색 원피스에 새하얀 프릴이 달린 하얀 앞치마를 하고, 검은 스타킹을 신은 허벅지가 드러날 정도로 짧은 치마에 어째선지 캬츄사 대신 고양이귀 머리띠를 한 미녀가 시간 정지의 마법이라도 사용한 것처럼 정지된 교실 안을 유유히 나아가며 나에게 곱게 묶인 도시락 보자기를 건내주며 말하자마자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며 억눌려있던 살기가 폭발했다.

그리고 갑자기 내 빰에 강한 통증이 느껴져 머리가 돌아갔다.

"이 자식…… 이 배신자놈!"

얼얼한 뺨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돌리니 피눈물을 흘릴 듯이 몸을 부들부들 떨고 이를 갈고 있는 내 절친, 이현진이 있었다. 얘는 또 왜 이래?

"내가 메이드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알면서 어째서 저런 미녀 분을 아직까지 나에게 소개시켜 주지 않은거냐!"

"거기냐?! 그리고 어제 고용했으니 어쩔 수 없잖아!"

"그럼 하다못해 메이드복이 있었다면 좀 보여줬어야지!"

"내가 왜!?"

한편, 날 그토록 따랐던 이현진 암살회의 회원들은 고양이귀 메이드까지 나오자 이젠 아예 내 손을 떠나 독립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걸로 회장이 우리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아, 회장이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할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버림받은 우리들은 이젠 어떻게 할까요?"

"지금부터 부회장이 대신 회장의 대리를 맡고, 이현진 암살회를 이현진과 유지호의 앞글자를 따온 이유 암살회로 개명한다. 비록 우리의 숙적이 늘었지만 여기서 기죽지 말아라! 이 세상에 저런 여자에게 인기 많은 개자식들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 이유 암살회는 영원하리라!"

"""영원하리라!"""

내가 저것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이제와서 감히 배신을 때려?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주희만이 믿을 수 있…….

"어머, 어제 고용이 되셨다고요? 그런데 왜 저는 어제 하루종일 지호의 집에 있었는데 못 봤을까요?"

"호호호, 그야 어제 고용되고 오늘부터 도련님의 집에 다니기로 했으니까요."

"그런데 자세히보니 지호가 입원해있던 병원의 간호사 언니 아니세요? 간호사시면 병원에서 아픈 사람이나 돌보지 왜 갑자기 메이드가 되겠다고 나서시는거에요?"

"흐음, 그야 간호사 일보다 훨씬 월급이 괜찮게 나오거든요. 그리고 도련님의 얼굴을 매일 볼 수 있으니까요? 어머나, 실례."

"하. 하. 하. 메이드가 고양이귀나 쓰고 있다니, 지호네 집은 코스프레 경연대회가 아니거든요? 좀 메이드로서의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건 어떨까요?"

"호. 호. 호. 그건 딱히 도련님과 친.구. 사이에 불과한 아가씨가 간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리고 이 고양이귀는 도련님이 모에를 외칠 정도로 좋아하는 거랍니다? 그것도 모르시나봐요?"

"하. 하. 하. 하."

"호. 호. 호. 호."

……이제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주희야, 넌 왜 그렇지 않아도 대혼란의 교실 속의 복잡한 상황을 더 쓸데없이 복잡하게  기싸움을 하고 있는거니.

……아, 이젠 나도 모르겠다.

"그럼 메이드복이라도 줘! 소이에게 입혀보게!"

"닥쳐라, 이 변태 새끼야!"

일단 이 극도로 흥분해버린 열혈 변태 용사 고교생부터 진정시킨 후에 교실을 정리해야겠다.

주희와의 사이가 친해졌다. 이걸로 내 계획은 일보 전진! 그건 분명 기쁘지만, 어쩐지 그로인해 내 일상이 변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변해버렸다. 굉장히 나쁜 쪽으로…….

하지만 어머니, 저 이런 일로 굴하지 않을테니까. 힘낼테니까! 하늘 위에서 절 응원해주세요.

하교 시간, 평소와 같이 집에 돌아가도록 책가방을 싸고 담임 선생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청소하는 분단을 제외하면 썰물처럼 밖으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에게 하루 24시간 중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교실 문이 열리고, 위압감을 풍기는 우람한 체격의 정 선생님이 안으로 들어오시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교탁에 손을 올려 쭈욱 시선을 우리 학생들을 하나하나를 보듯이 옳기며 쓴웃음을 지었다.

"으음…… 우리 반에 갑자기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생겼다."

나쁜 소식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 일이 우리 반의 학생들의 권리에 상당히 불리하게 적용될 거라는 것과, 적어도 정 선생님이 말하는 좋은 소식이 우리에게 진짜 좋아할 정도로 기쁜 소식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것은 알겠다.

"뭐부터 듣고 싶냐? 좋은 소식? 알겠다. 좋은 소식부터 말해주마."

"선생님, 아무 말도 안했는데……."

"반장, 그렇게 일일이 따지다간 피곤해진다."

우리 반 반장, 안경 쓴 수수녀이고 이름만 반장이지 별로 친하지도 않다. 평소에 선생님의 말을 전달하는 게 아니면 잘 나서지도 않았던 반장이 모처럼 용기내어 태클을 걸었지만 너무 가볍고 쉽게 묵살당했다. 아, 반장이 침울해졌다. 불쌍하지만 나는 귀를 정 선생님의 말에 집중했다.

"좋은 소식은, 우리 반에서 수학여행을 떠나게 되었다는거다."

반에 있는 모든 학생이 놀란다. 수학여행이라니, 갑자기 그런 말을 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수학여행은 약 2달 정도 남은 게 아니었나? 그때, 뭔가 선생님의 말에서 이상함을 눈치채고 손을 들었다.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유지호! 말해봐라."

"선생님은 우리 반에서 수학여행을 떠나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은 다른 반은 아니라는 겁니까?"

그제서야 정 선생님의 말에서 위하감을 눈치챈 학생들이 정 선생님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정 선생님은 한숨을 쉬고 내 말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유지호. 그래, 원래 2달 뒤에 수학여행을 가기로 되었지만 우리 반은 2달 뒤에 다른 반이 수학여행을 떠날 때 따로 할 일이 생겨서 우리는 2달 앞으로 땡겨잡고 2달 뒤, 학교가 수학여행으로 비었을 때 우리가 그 일을 맡게 되었다."

"왜 하필이면 저희 반이에요?"

"맞아요! 하나도 좋은 소식이 아니에요!"

"다른 반도 많은데 왜 저희 반이에요?!"

"시끄러, 이 자식들아! 젠장, 나도 가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남자로 태어나 첫 판은 주먹이어야……."

작게 중얼거리는(다 들리지만) 선생님의 말을 듣고 모두가 납득했다. 그렇군. 가위바위보로군.

정 선생님은 남자라면 첫 빵은 반드시 바위를 내야한다! 는 엄청나게 단순한 철칙을 가지고 있어서, 가위바위보만 하면 무조건 진다. 틀림없이 교무실의 모든 선생님들이 2달 뒤에 일을 맡고 싶지 않아서 가장 다루기 쉬운 정 선생님에게 미룬 게 틀림없다. 젠장, 군대에서도 상관(선생) 때문에 고생하는 건 부하들(학생들)이라는데…….

"그럼 나쁜 소식은 무엇입니까?"

"으음…… 이게 가장 중요한 소식인데."

선생님은 침을 꿀꺽 삼키고, 품에서 귀마개를 꺼내 귀를 막았다. 불길하다. 이건 틀림없이 우리가 100% 소리지를 거라고 확신이 들기에 하는 행동이다. 우리가 소리지를만한 나쁜 소식은 도대체 뭐지?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며 선생님의 입에 시각과 청각을 집중시켰다.

"이사장님이 이번 수학여행은 학부모 동참이 가능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가능한 학부모들을 데리고 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그건 집에 돌아가자마자 부모님들께 말씀하도록 하고……."

뭐야, 그게 다?

왠지 모를 허탈감에 어이없어하는 우리에게 이어 말했다.

"그리고 수학여행은…… 내일이다."

"""뭐야 그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언!"""

선생님의 귀를 미리 막아둔 행동의 의미는 확실했다.

"에휴, 내일 바로 출발에 학부모 동참이라니…… 이사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뭐 어때요? 꺄응, 수학여행이라니…… 아아,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인간일 때 얘기지. 그나저나 넌 왜 마인이 된거야?"

"헤헤, 그거야 주인님에게 더 멋진 봉사를 하기 위해서죠."

싱긋 웃으며 냉큼 내 하반신을 향해 달려드는 마인, 아스. 참고로 아스란 이 녀석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일곱가지 대죄에서 색욕을 관장하는 대악마, 아스모데우스에서 앞글자 2개를 따와 아스라 부르고 있다.

인간일 때는 여전히 서규수라 부르고 있지만.

나는 가볍게 한 손으로 아스의 머리를 발을 뻗어 막아낸다. 아스는 내 발이 정통으로 안면에 박혀있음에도 굴욕감보다 색욕이 더 강했는지 팔을 버둥거리며 내 바지춤을 향해 애써 뻗어오려고 했다.

"지금 그럴 기분 아니다. 나중에 해라."

"우우,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생각이 있다구요! 할짝!"

"큭!"

이, 이 년이! 어따대고 발바닥을 핡…… 아윽!

"헤헤헤, 발바닥이 약점이신가봐요. 할짝할짝, 츄릅츄릅."

"으, 으앗! 으윽, 야아…… 그만, 간지러…… 큭, 으읍!"

"후후, 그만두게 하고 싶으면 해달라구요! 그렇지 않으면 주인님의 발을 구석구석 핡아서 제 혀와 침으로 청소해버릴거에욧! 할짝할짝!"

"고마해!"

콩!

"아얏!"

후와, 하마터면 또 넘어갈 뻔 했다. 발가락 사이 하나하나까지 정성스럽게 움직이는 말랑말랑하고 쫄깃한 혀의 감촉은 분명히 날 흥분하게 만들었기 하지만 진심으로 오늘만큼은 할 기분이 안 난다. 게다가 이 정도만 하면 내가 1번 해줄 만도 했지만 그럴수도 없는 것이…….

"냉큼 가서 수학여행 준비나 하시지? 내일 내 학부모 대신으로 가게 되었으니 말이야."

내 말에 칫! 하고 혀를 차며 물러나는 아스. 내가 아스의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았던 것은 한 번 아스와 하게 되면 아스는 계속 조를거고, 그렇게 한도 끝도 없이 받아주다보면 금방 내일 아침이 되어버릴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 정 선생님께 찾아가 '전 부모님이 집안사정 때문에 오질 못하는 데 어떻게 하죠?'라고 했더니 '너네 메이드라도 데려와'라고 해서 아스가 내 부모님 대신으로 오게 되었다. 당연히 마인이 아니라 인간화해서 오는 거지만, 그래도 은근히 불안하다. 아스의 색욕이 혹시 우리 반 전체에 미치지 않을까…… 하고.

그럴 일은 없겠지, 설마. 그래도 수학여행이고, 아무리 색욕이 강해도 내가 엄하게 말해두면 자제하겠지…… 정 불안하면 그 색욕을 내가 전부 채워주면 되겠고.

"부모님이라……."

이젠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 유독 기억에 남아있는 어머니.

지금의 나에게는 없는 분들.

"쓸데없이 감성적이 되었네……."

고개를 저으며 머리를 털어낸다. 자신이 딱히 부모님의 원수를 갚으려고 마왕이 되려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 마왕이 되려고 할 뿐이다. 이제와서 부모와의 기억 따윈 불필요하다. 기억 따윈 '계획'의 일부분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그냥 추억거리다.

"그런데, 왜 갑자기 수학여행? 이사장 혼자만의 생각인가? 아니면 무슨 뒷배경이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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