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희 SIDE OUT>
힘들게 성공했다. 나는 집에 돌아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땀을 닦았다. 정말 지친다. 정말로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은 꽤 피곤한 일이다.
소생 아이템? 풋,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런 건 마계에서도 없다. 굳이 1년이라고 정한 이유는 1년이면 이 가면을 쓸 필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살아날 수 있었냐고? 뭐, 동양의 무공 중에서 귀식대법이라는 것이 있다. 그 무공의 효과는 몸을 시체처럼 꾸며 심장이 뛰지도 않고 숨을 쉬지도 않는데 귀식대법을 풀면 다시 살아나는 특수한 기술이다. 난 거기에 마법을 접목시켜, 몸에 쇼크를 받아 죽기 직전에 저절로 몸이 개량형 귀식대법을 펼쳐 죽은 것으로 처리했다는…… 그런거다.
이야~ 죽기 직전에 타이밍이 좋지 않았으면 정말로 죽을 뻔 했다.
"마침 계획이 비슷해서 다행이었어."
이건 비밀인데, 사실 날 죽이는 계획을 세운 건 그 자식들 뿐만이 아니었다. 나도 있었다. 내가 죽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현진이가 강한 각오를 품게 만들고 싶었고, 방금 전처럼 가고 싶지 않아도 친구를 위해서 마계로 가게 만들고 싶었다.
난 1년 안에 마계를 정복하고 마왕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사가 마계를 한바탕 휘져어주고, 마계에서 수많은 마족들과 싸우며 강해질 필요가 있다.
내가 왜 그 자식들…… 일룡과 일룡의 졸개들을 죽이지 않은 줄 아는가? 어머니가 치욕을 당하고 마인으로 개조당했음에도 왜 내가 가만히 있는 줄 아는가?
구룡천은 아직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마인이 된 어머니가 날 공격할 때, 어머니를 막아내고 일룡을 죽이고 싶었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관계로 참고 몸에 구멍이 뚫린 순간 귀식대법을 펼쳤다. 내가 세운 계획은 엉망이 되고…… 하아, 복수하고 싶었는데…….
뭐, 결과가 좋으니 나름 OK라고 해도 괜찮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용사라고 하면 모험이니까 말이지."
모험을 떠나는 용사 일행…… 그 사이에 낀 마왕이 되고자 하는 마왕족 소년…… 꽤 재미있는 소설이 될 것 같다. 큭큭큭.
"아참, 그러고보니……."
그걸 깜빡 잊고 있었군. 나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을 걸었다.
<정 선생님 SIDE>
"네?! 잠깐만요, 뭐라고 하셨죠?"
구룡천의 요원으로 임무를 맡으며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살아왔던 그의 인생 중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임무를 듣게 된 나는 내 직속 상관인 일룡의 말에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반문을 하고 말았다.
아차! 싶어 입을 막았지만 이미 던져진 돌이다. 그리고 그 돌은 여지없이 충실하게 나에게 되돌아왔다.
[유지호를 감시하고, 유지호가 가는 곳이라면 끝까지 따라다니며 보고하는 매우 쉬운 임무다.]
"하지만…… 유지호는 죽은 게 아니었습니까?"
[살아있다.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른다. G에게도 말해두었다.]
"G에게까지…… 말씀이십니까? 그런 말은……."
[그 정도로 비상이라는 뜻이다. 이 임무는 최우선 순위이며, 임무의 끝은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다. 거부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
뚝!
어이없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닫으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죽은 지호가 어째서 살아있으며, 설사 살아났다쳐도 용사 감시 임무에서 평범한 일반인 감시 임무라니…… 아니, 생각해보면 죽었다가 살아났으니 일반인은 아닌가?
게다가 G와 공동 임무라고 한다. 그 정도로 심각한 임무라는 것이다.
나는 푸욱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꺼내 폰에 저장되어있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 선생님 SIDE OUT>
<박수정 SIDE>
"부족하군."
목검에 묻은 피를 털며 방금 전까지만 해도 국내 제일의 조직이다 뭐다 유독 자신만만하게 외쳤던 듯했지만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놈들 100여명 전원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을 확인하고 한숨을 내쉰다.
"너무 부족하다. 고작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리가 없다."
처음 시작은 어깨를 부딪친 것으로 사기를 치려고 하자, 가볍게 손봐주고 보내줬더니 형님이라 부르는 녀석들을 데려오고, 그 녀석들을 쓰러뜨렸더니 더 강한 놈들이 오고, 그 놈들까지 쓰러뜨리니 더 높은 녀석들이 스카우트를 하려 하질 않나, 아니면 곱게 나가지 못할거라고 협박하질 않나, 귀찮고 짜증나는 마음에 모조리 쓸어버렸다.
특히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나에게 덤볐던 것은 놈들의 큰 실책이었다.
"하아, 부원 하나 지키지 못하는 내가 무슨 부장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지호의 죽음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가까운 친인의 죽음을 처음으로 목도한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위해 명복을 빌어주는 것 외에는 없었다. 또한 나의 부족함을, 나의 약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니까 저랑 같이 마계로 가자니까요?"
"또 네놈이냐?"
갑자기 내 등 뒤에서 나타난 녀석을 찌릿 째려보자 녀석이 움찔하며 전봇대 뒤로 숨는다. 정말이지 귀찮은 녀석이다.
구룡산에서의 수학여행 2일째, 갑자기 자신이 중급 마족이라며 나타난 이 녀석은 나에게 덤볐다가 한대 맞고 쓰러진 후로 끈즐기게 스토커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녀석이다. 나에게 반했다나 뭐라나?
"그런 알지도 못하는 곳에 아무런 의심 없이 갈까보냐!"
"하지만 강자를 찾고 있지 않나요? 마계에는 이 세상보다 훨씬 더 강자들이 많아요."
그건 참 솔깃한 말이라 그런지 발걸음이 멈춰졌다. 절로 마음이 동했다.
"……그 말, 사실이렸다."
"물론이죠! 마계는 누님의 허전함을 체워줄 수 있을거에요. 보장하겠습니다!"
"호오, 그렇다면…… 만약 마계가 시시했을 경우에는?"
"제 목을 걸겠습니다!"
녀석이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찌르며 자신만만하게 외치니 의심은 가도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좋다, 네 말을 한번 믿어주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