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12)

장..奇異한 書籍

어슴푸레한 새벽녘...

제법 차가운 바람이 새벽공기를 가르는 산중의 조그마한 장원이었다..

방문을 열고 나오는 하나의 인영(人影)이 보였다.

운비(雲飛)라는 소년이다.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인지..오늘은 유난히 일찍 일어났다.

시원한 새벽공기를 마시면서 소년은 밖으로 나왔다..

'후우...잠을많이 자서인지 기분이 상쾌하네....'

소년의 발걸음은 가운데 방을 지나서 마당 뒷편으로 향했다. 그곳은 하나의 커다란 창고가있었다..

장원에 있는 작은 방들과는 대조적으로 상당히 큰 창고였다.

"삐...이...."

고요한 새벽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며 소년은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퀘퀘한 냄새가 살며시 소년의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한켠에 놓여진 촛불을 붙이자 창고안 사물을 분간할정도로 밝아졌다.

넓은 실내안쪽은 서가가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이곳은 창고가 아닌 서가인것이다. 산중에서 어떻게 이런 많은 서적(書籍)을 보관할수 있는지

놀라울 일이었다.

서가(書家)안은 상당히 넓고도 길었다.소년은 초를 들고 서재곳곳에 놓인 등불에 불을 붙였다.

점점 서가안은 밝아졌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서가에 꽂힌 서적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교(儒敎)경전에서부터 의학서적등..수만권의 서적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한어(漢語)로 적힌 서적에서부터 서역(西域)어.북해(北海)어.동영(東瀛)어로 적힌 서적에 이르기까지..

그중에는 아주작은 양이지만..고대 상고시대(上古時代)의 갑골문자(匣骨文字)로 적힌 서적까지..

참으로 다양한 서적들로 가득차있었다..

'이곳에 있는 책들이 이제 낯설지가 않으니...'

'벌써 삼분의 이를 읽었다니...'

'하지만 아직도 수천권의 서적은 내가 못읽어본 책들이니 더욱 책읽기에 힘쓰야겠다..'

아...얼마나 광오한 말인가..이곳에 있는 수만권의 서적들을 이약관의 소년이 읽었단 말인가!!

이 약관의 소년은 그럼 서역어.동영어 등에도 통달해 있단 말인가..

아..! 진정 이소년의 총명함은 얼마나 광오한것인가...

"후후...오늘은 어떤책을 읽을까??"

소년은 나즈막히 중얼거리며 서가의 끝부분에 다다랐다.

서가의 위에서부터 훓어내리던 소년의 시선이 허름하고 낡은 서적에서 멈추었다.

"호오..상당히 오래된 서적같은데.."

"스으...윽.."

소년은 조심스레 고서(古書)를 끄집어 내었다. 행여라도 책이 부서질까봐.

"후우..."

가벼운 책먼지들이 날리면서 고서의 제목이 드러났다..

"幻像戊噓錄(환상무허록)"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책이었다..

소년은 호기심에 서서히 책장을 넘겨갔다.

기대와는 달리

책을 넘기던 소년은 어떤이유에서 인지 고의적으로 이 고서가 누군인가에 의해 파손된것을

알수 있었다.모든 내용이 지워진 서적..

하지만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페이지를 넘겼다..

마지막장을 넘기는 순간 소년의 눈이 갑작기 커졌다.

"아! 무엇인가가 적혀있다.."

"..유밀백종무심결(儒密白宗無心訣)!

이런구절이 눈으로 들어온 때문이었다.

소년은 어떤알수없는 떨림이 서서히 몸에서 일어나는것을 느꼈다.

차분히 하나하나의 구절을 읽어가던 소년은 조금씩 내용을 이해할수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심결이었다.

부동청정심결(不動淸淨心訣)!

그 어떤 이기(異氣)라도 제어할 수 있는......

말그대로 무념무아(無念無我)의 최고상태를 나타내는것이다.

이책을 지은사람은 누구이길래 이런 심오한 심법(心法)을 만들었을까?

소년은 거기에 적힌 구절을 모두 이해할수는 없지만 무언인가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

느껴져 모든구절을 암기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정적을 깨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운비아..서고에 있느냐.."

화정아주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잠시 책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네..아주머니 저..여기 있어요.."

"어서와서...아침먹도록 해라.."

"네.."

소년은 대답을 한다음 다시한번 눈을 감고 자신이 방금 암기한 구절을 다시 되뇌어보았다..

그리고는 고서를 제자리에 두고 서가를 나섰다..

자신이 들어올때는 아직새벽녘이었지만.. 벌써 밖은 어슴푸레 동이 터오고 있었다.

산속에서의 하루는 짧아서 아침일찍 생활하지 않으면 모든일을 하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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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명의 중년미부(中年美婦)와 한명의 소년이 밥상에 둘러앉아 아침식사를

하고있었다..

"두분께서는 오늘따라 더욱 안색이 좋아보이시네요.."

소년이 말문을 열었다..

갑자기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에 두사람은 갑자기 볼이 붉어졌다.

두사람다 모두 서로의 은밀했던 밤을 생각했다.

화정은 화제를 바꾸며..

"운비야..오늘도 산아래에 갔다올 생각이니?"

"네..아주머니 오늘은 약초를 캐볼 생각입니다.."

"지금 공부하고있는 의학공부를 위해서 필요한 약초들입니다.."

"어제는 처음이라서 약초들을 구경만하고 왔는데..오늘 부터는 직접 캐볼생각입니다."

"그렇다면..조심하도록해라..이곳의 흑랑(黑狼)들은 환한 대낮에도 사람에게 덤벼든다고 하니.."

"네 어머니...흑랑이 싫어하는 피요선(陂曜蘚)열매를 가져갈 생각입니다.."

"그래..그열매 냄새를 맡으면 십리안으로는 절대 접근을 못할테니.."

"아뭏튼 오늘은 늦지 않도록 하여라.."

"네..어머니..!"

"어머니께서는 섬서성에 언제 다녀오실 예정이십니까?"

"아마 며칠후에 다녀올 생각이니라..."

"무슨 필요한것이도 있느냐?..운비야.."

"아닙니다..별로 필요한것은 없지만 고서들을 좀 구해주셨으면 합니다.."

"알았다..너도 너무 학문에만 전념하지 말고 건강에도 신경을 써도록해라.."

"네.."

어느덧 식사가 끝나고 소년은 방을 나섰다..

"사모님..힘들실텐데..제가 다녀오면 안될까요.."

"아니다..이번에는 내가 알아볼일도 있고해서 꼭 다녀와야겠다."

"너는 운비(雲飛)를 그동안 잘 보살피도록해라."

"예..사모님."

평소에도 생활용품과 서적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녀들은 교대로 섬서나 사천지방에 다녀오곤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의 화정이 다녀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궂이 그녀의 사모가 다녀오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무슨 단서를 찾을수 있을텐데..'

옥경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중이었다.

"어머님,아주머니 그럼 소자 다녀오겠읍니다."

"오냐..조심하거라.."

문밖에서는 소년이 떠날채비를 모두 갖추고 대문을 나서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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