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13)

10-1장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혜영은 마치 악몽을 꾼 듯 어제일이 떠올랐다. 

거의 강간을 당한것이라. 스스로 위로해 보려 해도 그건 분명 아니었다. 

자신은 아무 저항없이 태영의 요구에 응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름아닌 강타의 친구라니... 

혜영은 일순 자신의 짧지 않은 인생 중에 이처럼 혼란스런일이 또있었던가 생각해 보았다.

한참을 넋을 놓은 채 앉아있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 나야. 이제 일어났어?"

남편 형식의 목소리였다. 흘깃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가 넘어 있었다.

"네에. 좀 늦잠을 잤네요."

"어제 숙희씨네 별장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으면 이제까지 잠을 자?"

형식의 농담섞인 질책에 혜영은 일순 대답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

"웬일이세요? 이시간에.."

"아! 아침에 말을 못하고 나왔는데 오늘 저녁에 상무님 내외와 식사 약속이 있거든. 이번 프로젝트 성공을 축하해 주는 자리니까 우리 팀원들이 모두 부부동반으로 나올거야. 늦지말고 예쁘게 차려입고 와."

"네에..."

혜영은 어제의 혼란을 떨쳐버리고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미장원으로 향했다.

미장원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저렇게 새로 머리를 치장하고 화장을 하는 걸까... 

혜영의 눈에는 자신이 겪은 비정상적 관계때문인지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들도 무언가 불륜의 비밀들을 하나씩 감추려 치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3시간에 걸쳐 퍼머를 하고나니 벌써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뭔가 요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미장원문을 열고 나오려는 순간,

"어머! 이런데서 다 만나네요."

누군가 툭 어깨를 치며 인사를 했다.

돌아보니 태영엄마였다.

웬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의 아들과 침대에서 열락에 빠졌던 것이 불과 24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아, 안녕하세요?"

"아, 강타어머니가 이렇게 고운줄 몰랐네요. 오늘 뭔가 좋은 일이 있는가 보죠? 어디 숨겨둔 젊은 애인이라도 만나러 가시는 것 아니예요?"

호들갑스럽게 말을 건네는 태영엄마는 여전히 야한 옷차림이었다. 

가슴을 강조하는 블라우스에 풍만한 히프를 타이트하게 조이는 검정미니스커트.

혜영은 그녀가 야한 농담을 건네자 도둑이 제발 저리듯 얼굴이 확 붉어졌다.

"아, 아니예요. 애인은 무슨... 저녁에 바깥양반 회사에 부부동반 모임이 있어서요."

"아뭏든 태영이가 자기 친구엄마들중에 강타어머니가 제일 예쁘다고 입에 침이 마르던데... 그럴만 하네요. 우리 태영이 많이 이뻐해 주세요."

"네에...그럼 다음에.."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혜영은 태영엄마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렸다. 

뭔가 비밀을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에 태영일 이뻐해 달라니...

갑자기 웬지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모임장소인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벌써 약속시간을 15분이나 넘기고 있었다.

형식과 같은 팀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고 게중에는 안면있는 부인들도 눈에 띄였다.

웃음을 머금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마침 형식이 들어서며 혜영을 불렀다.

"여보. 이리와서 상무님 내외분께 인사드려요."

회사 오너의 처사촌이라는 박상무는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꽤 젊고 샤프해 보이는 남자였다.

아마 40대 중후반일 듯 했다.

박상무옆의 부인은 마치 자기가 상무인 듯 거만스럽게 혜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아, 네. 소문은 들었지만 이처럼 미인이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박상무가 웃으며 혜영에게 악수를 청하자 혜영은 일순 당황스러웠다. 

"이이는 그저 미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박상무옆의 부인, 정여사는 눈을 흘기며 자신의 남편 손을 소리나게 때렸다.

사실 정여사는 혜영의 자태에 자신이 주눅드는 것 같아 영 심기가 불편하던 참이었다.

오늘 모임을 위해서 특별히 주문한 흰색 투피스에 자신의 풍만한 몸매를 보여주려 했던 정여사는 수수한 혜영의 브라운색 바지정장 차림에 오히려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먹고나자 연이어 술자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룸안에는 최신식 노래기계가 설치되어 있어서 따로 자리를 옮길 필요도 없었다.

처음에는 조용하게 시작했던 노래잔치가 시간이 흐를수록 광란의 분위기로 옮겨가고 있었다.

흘깃보니 형식도 넥타이를 풀어헤친채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추고 있었다.

'저 사람이 저런 면도 있었던가...'

여기저기서 건네준 맥주 몇잔을 마셔서인지 혜영은 약한 취기를 느꼈다.

룸안을 둘러보니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은 자신을 포함하여 여자들 몇명 뿐이었다.

자신의 남편들 출세를 위해 로비를 할 용의가 있다는 주부가 대부분이라는 얼마전의 신문기사처럼, 적극적으로 나서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는 부인들도 보였다.

팀원들의 나이가 20대 후반에서 40대초까지 폭넓게 구성되어 있어서 마치 대학생인듯한 젊은부인들은 최신유행곡에 맞춰 테크노 댄스까지 구사하고 있었다.

혜영은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짧은 미니스커트가 너풀거리는 모습, 팽팽한 유방과 히프의 율동...

혜영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자 웬지 서글퍼지는 것 같았다. 

테이블 위의 맥주잔을 집어드는 순간 누군가 혜영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다.

돌아보니 박상무였다.

"같이 춤 추시죠."

시끄러운 노래소리때문이라는 듯 박상무는 혜영의 귓볼 가까이 얼굴을 대며 소리쳤다.

거절하는 몸짓을 취하자 막무가내로 혜영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어쩔 수 없어진 혜영은 음악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그런 그녀를 박상무는 따라하며 혜영의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갑자기 음악이 잔잔해지며 누군가가 조관우의 '꽃밭에서'를 부르기 시작했다.

박상무는 슬며시 혜영의 허리를 감으며 

"부르스 한곡 추실까요?" 

라는 형식적 멘트를 하였다.

얼떨결에 박상무의 품안에 안긴 모습이 되어버린 혜영은 박상무가 자신의 남편 상사라는 점때문에 단호히 거절도 하지 못한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박상무는 자신의 가슴에 안겨있는 혜영이 자신의 취향인 동양적 미인형이라 그저 즐거울 뿐이었다. 

자신의 마누라인 정여사는 처가의 권세를 뒤에 업고 매사에 독선적이었으며 부부간의 성생활에 있어서도 항상 그녀가 주도권을 쥐고 있기에 더욱 동양적인 여성에게 매혹당하는지도 몰랐다.

박상무가 흘깃 옆을 쳐다보니 정여사는 보란듯이 형식의 목을 끌어안은채 온몸을 그에게 밀착시키고 있었다.

'저놈의 마누라... 그저 남자라면 사족을 못쓰는구만...'

속으로 혀를 차던 박상무는 혜영을 안은 양팔에 지그시 힘을 주어 당겨보았다. 

혜영은 그가 기분을 상하지 않을 정도로만 호응할 심산이었으나 점점 박상무의 양손은 아래로 하강하여 그녀의 등허리를 지나 어느새 왼손은 그녀의 허리께에 오른손은 히프의 윗부분을 쓰다듬고 있어 그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혜영은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남편 형식을 찾았으나 그또한 정여사의 적극적인 육탄공세에 놀아나고 있는 듯 했다.

정여사의 하체는 형식의 중심부에 바짝 밀착되어 있었고 얼굴은 그의 가슴에 파묻혀 있었다.

형식은 다소 당황하고 있는 듯 했으나 싫지는 않은 듯 했다.

하긴 상사 부인의 호감을 사고 있다는 것이 나쁘지는 않은일이거니와 정여사는 글래머 스타일로 형식의 구미에 맞는 타입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혜영은 문득 자신을 안고 있는 박상무의 중심부가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그의 손은 조금더 밑으로 하강하여 거의 그녀의 둔부를 감싸안고 있는 형국이었다.

혜영은 취기가 확 달아나는 듯 했다.

마침 노래가 끝나면서 누군가 댄스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한숨을 돌리며 박상무의 품을 벗어나 자리에 앉아 형식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이때 형식은 정여사의 손에 이끌려 룸밖 화장실로 가고 있었다.

"저, 형식씨에게 상의할 일이 있으니 이번주말에 저의 집으로 오세요. 아셨죠?"

술에 취해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하면서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는 정여사는 찡긋 윙크를 잊지 않았다.

"네에..."

머뭇거리며 대답하는 형식의 눈에 정여사의 풍만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땀이 흘러서인지 그녀의 하얀스커트는 더욱 둔부에 달라붙어 팬티선이 도드라져 보이고 있었다.

형식은 자신의 물건이 일어서고 있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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