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아 이제 오니?"
"…어 왔어."
탕-
수현은 여느 때 처럼 집에 돌아오자 마자 엄마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방문을 닫는다. 고등학교 2학년에 들어서면서 부터 시작한 야간 자율학습은 이제 막 불량해지기 시작한 그에게 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다만, 밤 늦게까지 맞벌이를 하느라 주말을 제외하고는 같이 밥 먹을 시간도 없는 부모님에게 만큼은 짜증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책상 옆에 던져놓은 책가방 만이 그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대변해줄 뿐이다.
"하아~ 줜나게 아프네."
수현은 바지를 벗고 빨갛게 부어오른 앞허벅지를 살살 쓰다듬어 보다가 이내 포기한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다가 걸리는 바람에 담임을 맡고있는 교생한테 얻어맞은 덕분이다. 어린 선생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체벌을 염두에 두고 체육복 등을 겹쳐입는 다는 것을 알고있는지 살짝만 맞아도 아픈 약점을 잘도 찾아낸다.
'샹 년, 키도 조막만해가지고 선생만 아니면…."
마음같아서는 그녀를 납치해서 묶어놓고 눈물 쏙 뺄때까지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상기시키고 싶었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SM야동의 한 장면에 그녀를 대입해가며 위안삼을 뿐이다.
… 그러다보니 자신의 분신이 슬슬 성을 내는것이 느껴졌다. 팬티 위로 손을 조금씩 문지르던 수현은 이내 그만두었다. 부모님이 계신데 집에 오자마자 저녁도 안먹고 자위나 하려니 웬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풋.. 에라 모르겠다~ 담배나 펴야지."
혼자 가볍게 헛웃음을 치곤 넥타이 안쪽에 들어있던 던힐 레드 한 개피를 챙겼다. 목캔디 박스에 숨겨 둔 담배까지 찾아 낸 교생이었지만 차마 넥타이 틈새에도 숨겨놨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어쨋거나, 담배를 피려면 옥상으로 가야했기에 대충 쓰레빠를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끼익-
끼익-
"어…."
"안녕?"
그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동시에 옆집에서(수현의 집이 복도 끝이기에 정확히는 앞집이지만) 누군가 나오며 인사했다.
민아 누나였다.
"뭐야 너 또 담배피러가지? 어휴, 그러다가 진짜 돌머리된다 바보야!"
"아놔, 무슨 상관이야? 저리가 쪼만한게."
정민아, 그녀는 수현과 3살차이가 나는 옆집사는 누나였다. 둘은 초등학생 때 이사 온 뒤로 쭈욱 이웃으로 지내며 터울없이 지냈지만 수현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부터 그녀를 피하자 최근에는 간간히 인사만 하는 사이가 됐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그녀는 정말 이뻤다. 나이를 먹을수록 봉긋해지는 가슴과 고양이상 얼굴에서 느껴지는 색기는 163의 아담한 키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들로 하여금 함부로 대할 수 없게하는 포스가 있었다. 수현 역시 점차 이성으로 느껴지는 그녀 때문에 조심하다 보니 서먹하게 되었지만 사실 상상으로는 몇 십 번은 그녀를 따먹은 그였다.
"그래, 그래~ 키 커서 좋겠다. 근데 너 그렇게 담배피면서 불량한 애들하고 어울리는게 얼마나 찌질한건지 아니? 나중에 분명 땅을치고 후회할껄!"
"누나가 무슨 상관이냐고요. 그리고 내 친구들 다 잘나…."
"으이구 그러셔요~ 나는 바빠서 이만."
수현의 말을 자르더니 그녀는 휙 돌아서서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흰 블라우스와 핫팬츠를 입어 몸매를 한껏 부각시키고 작은 발에 딱 맞는 스니커즈마저 앙증맞게 귀여워 보였다. 고등학생 때는 공부를 하느라 그랬는지 언제나 조금씩 기운 빠져 보였던 그녀였지만 대학에 들어서서는 머리도 옅은 갈색으로 염색하고 옷도 몸매에 맞게 입기 시작하니 원래의 청순했던 이미지에 활력을 불어넣은 듯이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녀 옆을 지나 비상구를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던 수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가 최근들어 그녀에게 더욱 까칠하게 대하는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얼마 전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점차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갔던 그가 그녀에게 어필 할 새도 없이 다른 남자가 채갔다는 사실을 부모님들 간의 수다에서 우연히 듣고만 것이다.
"아오! 씨발!"
옥상으로 올라 온 수현은 옆에 있던 벽돌을 걷어찼다. 하기싫은 야자를 하고 오니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교생한테 얻어맞은 데다가 다음 주에는 벌로 방과 후에 화장실 청소까지 해야한다. 게다가 담배를 피러 나오다 마주친 민아는 다짜고짜 자신을 무시하는 언행을 해댔다.
'저렇게 입고 이시간에 누굴 만나러 가는거야? 진짜 기분 잡치는 하루네'
그는 마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남자가 된 양 옥상 난간에 기대서 담배를 피워 대다가 이 모습도 웬지 쪽이팔려 이내 집으로 내려왔다.
'바보같으니라구.. 언제쯤 정신차리려고 그러지 예전엔 듬직한 맛이라도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민아는 수현에 대해 생각했다. 소꿉친구처럼 지내던 둘이었지만 공부를 못 하던 수현이 최고 똥통학교에 들어가면서 부터 성격이 이상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정확히는 말 수도 줄어들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빗도 웬지 비릿한 것이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요즘들어서는 뱃살도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이니 이러다가는 정말 구제불능의 남자가 될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이다 보니 바로잡아 주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독기어린 말들을 꺼냈지만 속 마음은 그가 예전처럼 착한 동생으로 돌아와 주길 바랬다. 다음에 마주치면 조금 상냥하게 다가가볼까 하는 생각을 갖은 민아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주인님…."
짝- 짜악-
"…흐읏. 감사합니다 주인.. 읍.."
"똑바로 해 안그러면 얼굴이 부어 올라서 내일 학교에서 다 티날 껄?"
"읍.. 네.. 웁.. 죄송하니다.."
침대에 걸터 앉은 수현의 앞엔 민아가 무릎을 꿇고 오랄을 하고 있다. 그녀의 손은 스스로 뒤로 돌린 채 마치 묶여있는 양 고정자세를 취했다. 수현은 그런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무식하게 목구멍으로 자지를 쑤셔댔다.
"또 이빨 닿으면 다음엔 네 대야 누나."
"흐윽 ..네."
민아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을 뒤로 한 채 주먹을 꽉 쥐고 버티는 그녀의 모습은 수현의 가학심과 정복감을 더욱 부추길 뿐이었다. 마치 자신의 자위기구인 양 청초한 소녀의 머리채를 흔들어 대다가 자신의 한계가 온다 싶으면 이빨이 닿는다는 핑계로 싸대기를 때렸다. 사실, 아주 세게 때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 자신보다 동생에게 얻어맞는 다는 모멸감과 고통을 주기엔 충분했다.
퍽 퍽 퍽-
"하아, 하아 샹년…. 야, 정민아 넌 내 뭐라고?"
"자.. 웁.. 감 이요.."
짝-
"아윽..!"
"똑바로 말 안해?"
"하읏.. 장... 난감이요."
자신의 것을 입에 물고 간신히 말한 그녀의 목을 수현은 다리로 휘감아 눌렀다. 그녀에게 정해진 역할은 노예, 강아지, 걸레 등등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오늘은 장난감이었다.
"컥.. 억.."
다리로 조이고 풀어주지 않자 힘에 부친 민아는 토끼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며 뒤로 고정했던 팔을 풀고 빠져나오려 했다. 물론, 수현은 그런 그녀를 한계까지 괴롭히고 싶어질 뿐이었다.
"어쭈, 자세 안잡아? 똑바로 안해? 응? 누나 아직 주제를 모르는거야? 어?"
주제를….
찍-
"……."
한참 그녀를 가지고 놀던 수현이 사정을 하고 눈을 떳을 때 시계는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급 현자타임에 빠진 그는 주섬주섬 정액을 닦은 휴지를 챙겨 화장실로 들어왔다. 부모님이 두분 다 외출하신 토요일이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니 웬지 한대 치고싶은 마음이 울컥 올라왔다. 웬지 여자를 복종시키고 싶어하는 자신의 삐뚤어진 성적 취향 또한 역겹게 느껴졌다. 그렇게 자신의 포동포동해진 얼굴과 늘어나고 있는 뱃살을 한동안 바라보던 그는 더러워진 기분을 풀기 위해 친구에게 연락했다.
"야 준석아 뭐하냐 피방이나 가자."
"새끼, 브론즈는 탈출하고 말해 똥내나니깐."
"오늘 형이 실력행사 한번 해야 입을 닥칠래?"
준석과 시내 PC방에서 약속을 잡은 그는 옷을 입으며 나갈 채비를 했다. 그의 친구 준석은 학교생활의 반쯤은 PC방에서 보내는 듯한 희대의 폐인새끼였다. 그래도 재밌는 친구이다보니 수현의 우울했던 기분도 조금은 날아가는 것 같았다.
끼익-
끼익-
그가 문을 열고 나오자 오늘도 민아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검은색 시스루 차림의 상의에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입은 것을 보니 분명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듯이 보였다. 그래도 이틀 연속이나 마주치다니 웬지 로또를 사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조금 전 까지 그녀를 상상하며 욕정을 풀었던 생각에 한동안 멍하니 서있는 그였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봐? 변태야?"
"……."
"음.. 장난이야 장난! 어디 가려고? 같이 내려갈래?"
오늘은 웬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그녀였지만 수현은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힌 채 그냥 휑하니 발걸음을 옮겼다.
시내로 발걸음을 옴기며 수현은 내심 후회했다. 간만에 민아와 대화를 하며 다시 친해질 수 있는 기회였는데 자신이 걷어차 버린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웬지 영영 그녀와의 사이가 끝나버릴것만 같았다.
'…기분엿같네'
애써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지우는 수현이었지만 당황해 하던 그녀의 이쁜 얼굴 아래로 살짝 보였던 속옷은 쉽사리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청순하던 그녀가 시스루라니, 그러나 싸보이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외모와 탄탄한 몸매였다. 6개월 전부터 헬스장에서 PT를 받는다더니 과연 성과가 있는 듯 싶었다.
'이참에 나도 헬스장이나 가볼까..'
178cm 정도로 훌쩍 커진 키 덕분에 덩치가 있던 그는 몸짱이 된 자신과 그녀가 사귀는 것을 상상하다가 또 아랫도리가 뻐근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불과 30분 전에 사정해놓고 이렇게 되살아나는 것을 보니 자기 자신이 웬지 에너자이저 같은 정력을 가진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병신같이 혼자 웃었다. 그리고 웬지 다시 나쁜남자가 된것 같은 기분이 들며 정신을 차리자 놀러와 PC방 간판이 보였다. 오늘따라 자주 오던 이곳의 지하 계단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아오 씨발! 전번까 이 쉬발놈!!"
본캐가 플레티넘이었던 준석은 자신만만해 하며 수현과 듀오를 돌렸으나 트롤들의 향연으로 인해서 3승 2패를 기록하는 중이었다. 괜히 수현의 티어를 올려주겠다며 호언장담하는 바람에 자신의 점수가 날아가도 묵묵히 게임을 하던 그였지만 mmr을 보니 한판만 더 지면 자신이 강등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같은편의 정글은 리쉬를 할 때 세대만 쳤다며 던져대고 있었다.
상대방의 조롱에 완전히 넘어갔는지 준석은 게임을 손에 놓은채 키보드 파이팅에만 열중했다. 수현은 지루함을 느끼고 시계를 보니 오후 7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슬슬 집에가고 싶었으나 준석이 전혀 그럴기미가 안보이자 담배나 펴야겠다는 생각으로 1층으로 올라온 그는 기지개를 펴며 주변을 둘러봤다.
바로 앞에 시민공원이 있는 탓에 가족들과 연인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그가 담뱃불을 붙이자 연인 두명이 손을 내저으며 앞을 지나갔다.
'시발놈들이 꼭 그렇게 티를 내야 돼? 한번 시비 걸어 봐?'
괜히 삐뚫어지게 생각하는 그였지만 상대 남자를 보니 자신보다 키는 작지만 다부지고 딱봐도 운동을 한 체격이 웬지 싸우면 자신이 질 것 같아 그만 두었다.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던 그의 눈에 공원 한켠에 앉은 두사람이 보였다. 꽤나 멀리 있었지만 둘 중 한명은 자신이 아는사람이 분명했다. 수현은 약간의 분노와 호기심을 이기지 못 하고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민아의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일까 항상 궁금해 했던 그였으나 실제로 마주하려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신이 범접할 수 없는 포스의 사람이 아닐까하는 마음에서다. 밴치 뒷편 나무뒤에 숨어서 보려니 머리통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이 이야기 하려고 고개를 마주볼때마다 언듯언듯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뭐야….'
옆모습만 봐서 정확하진 않았으나 민아의 남자친구는 자신이 보기엔 매우 평범한 남자였다. 몸이 좋거나 키가 커보이지도 않았고 안경을 쓰고있었다. 얼굴을 곱상하게 생긴 미남인 편이었으나 바로 옆에 민아를 두고 보니 한참은 모잘라 보였다. 그만큼 그녀가 아름답고 순수해보였고 생기가 넘쳐보였다. 이것은 분명 자신의 콩깍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둘은 얼굴을 마주보고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계속 대화를 나눴다. 민아는 얼핏 보기에도 완전히 사랑에 빠진듯한 얼굴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있자니 수현은 열불이 나서 견딜수가 없었다.
"씨발.. 씨발.."
남자가 그녀의 볼에 뽀뽀를 하는 장면에서 그는 눈을 돌리고 여느 고딩 양아치마냥 욕만 중얼거리다가 집에 가려하던 참이었다.
"우와 너 진짜 이쁘다! 번호 알려주면 안돼?"
발걸음을 돌린 그의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데 다짜고짜 반말이세요? 저 남자친구 있어요."
"남자친구? 아.. 옆에? 그 얘들아 뭐라고하냐 골키퍼 있으면 골 들어간다?"
"병신아 골키퍼있으면 골 안들어간다지."
"뭐라는거야 병신들이."
민아와 그녀의 남자친구 앞에서 병신소리를 내뱉으며 병신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그들은 수현네 학교 일진이었다. 특히 처음 말을 건 놈은 최악의 개차반이라 불리는 김창석이였다. 그는 얼마전에 자신의 아는 형들과 여학생을 강간하고 미수혐의로 정학을 먹은 후였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세명 다 사복차림이었는데 담배를 많이펴서 얼굴은 20대 중반쯤은 되어 보이는 그들이었다. 민아 역시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 하는것 같았다.
"저기요. 죄송하지만 술취하신 것 같은데 집에 들어가서 주무세요. 경찰부릅니다."
그녀의 남자친구가 일어서서 해결하려는 듯이 보였으나 수현은 이미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했다.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민아 남자친구의 옆에있던 놈이 그의 안경을 벗기고 다짜고짜 창석이가 주먹을 날렸다. 그리곤 무자비한 린치가 시작됐다.
"아오 줫같네 또 안그래도 학교 정학먹어서 애비한테 개쳐맞았는데 응? 이 시발놈이 말이야 응? 사람 짜증나게!"
한번 범죄를 맛 본 소년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다짜고짜 코에 선빵을 맞은 그녀의 남자친구는 정신 못 차리고 두드려 맞았다. 나는 그들과 일면식이 있는 사이였지만 웬지 조금 통쾌해진 기분에 말려야 하나 고민중이었다. 심지어 민아가 호되게 강간당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만해 미친놈들아!"
민아는 필사적으로 창석이를 말리려고 애썻으나 다른 한놈이 그녀의 손을 잡고 놔주지 않는 바람에 소용이 없었다. 약 5분여간 계속 된 폭행이었으나 이곳은 보는 사람이 많은 공원이었다. 언제 누가 신고했는지는 몰라도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삐익-
"어이 거기! 뭐하는거야! 양순경 저것들 다 체포해"
한참을 때리던 창석이는 순순히 잡히더니 침을 한번 뱉고는 자신의 아빠한테 위자료를 청구하라고 하고는 수갑이 채워졌다. 나머지 둘은 양순경이라 불린 사람을 피해 도주했는데 그 중 한명 역시 이미 잡힌 상황이었다.
"야 너 기억한다 나중에 보자 응? 따먹어줄께"
빠악-
"야 임마 입다물고 안와?"
창석이는 경찰차로 끌려가면서 주저앉아 울고있는 민아한테 상스런 말을 했다가 경찰 아저씨한테 한대 얻어맞았다. 그의 집안은 위자료를 지불할 만큼 부유하지 못 하기에 아마 창석이는 최소 1년은 소년원에 가야할 것 처럼 보였다.
잠시 뒤 또 다른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구급차가 도착했다. 수현은 이미 피떡이 된 자신의 남자친구를 안고 울고있는 그녀를 보니 측은한 마음과 함께 발기되는 자신의 물건을 느꼈다. 그렇게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어 남자친구와 함께 민아는 병원으로 향하고 남은것은 나무들 사이에서 쥐새끼처럼 숨어있던 수현 뿐이었다.
그는 조심스레 걸어나와 사건이 있던 밴치쪽으로 가보았다. 코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바닥이 온통 피투성이었는데 무슨 살인사건이 난 것 마냥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그는 의자 아래에 떨어져 있던 물건을 집어들었다.
"뭐야 이거.. 민아 누나 핸드폰이네?"
엄마가 혼자 외벌이를 하는 민아는 형편이 그렇게 좋은편이 아니라 카카오톡이 되는 저가형 폴더폰을 썼는데 전에 한번 봤던 그것이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것과 똑같았다. 예상대로 화면을 켜보니 그녀와 남자친구의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난리통에 떨어트리고 간 것 이 분명했다. 친구를 잊은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던 그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 돌아온 수현은 샤워를 하고 한참 민아의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내일 쯤 돌려주며 그녀와 다시 말을 섞어 볼 생각이었다. 핸드폰을 뒤적 거려봤자 열받는 사진들 뿐이겠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그는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음... 역시 카카오톡은 비밀번호가 걸려있네 뭐 봐서 좋을것도 없겠지.'
통화목록에 경민S2 라고 되어있는 것을 보니 남자친구의 이름은 경민인것 같았다.
'무슨 통화를 두시간이나 했어? 그렇게 할말이 많나..'
두시간이면 최근 일년 동안 그녀와 자신이 주고받은 대화보다 많은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그였다.
'생긴건 진짜 평범하게 생긴 남잔데..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볼껄 그랬나? 어?'
사진첩등 대부분이 비밀번호가 걸려있어서 문자 목록을 둘러보던 중에 그가 발견한 것은 놀라운 내용이었다.
정민아 고객님의 남은 대출금은 736만원 입니다. -xx머니
'미친.. 21살이 이 많은 돈을 다 어디다가 쓴거야? 대학은 전액 장학일텐데..'
딱 봐도 일반 은행 이름이 아닌걸로 봐서 신용등급이 낮은 그녀가 사채 비슷하게 쓴 것이 분명했다. 돈의 액수에 놀란것도 잠시 조금 더 아래있는 문자는 수현을 벌떡 일어서게 만들었다.
민아야 월급 입금했으니 확인해보고 내일 보자 ^^ - 초콜릿바 장사장
한참을 생각하던 수현은 결론내렸다. 민아가 무슨일인지 돈이 필요해서 큰 돈을 빌렸고 그것을 갚기 위해 바에서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일을 한다. 그리고 자신도 몰라서 인터넷에 검색해 본 결과 퇴폐업소가 아닌 이상 바에서 일하는 여자가 무조건 2차를 나가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그녀의 엄마가 알기라도 하는 날엔 기절하실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곤 해도 어째서 돈을 빌렸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공부를 잘했던 그녀이기에 대학 등록금은 전액 장학금이었으며, 평소에 사치를 즐기는 모습 또한 한번도 보지 못 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수현에게 중요한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빨리 일요일이 되기를 바라며 침대에 누웠다. 끓어오르는 마음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 한채 과연 자신의 망상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기대감과 걱정의 밤을 보냈다.
위이잉-
진동은 일요일 오전 12시 30분 쯤 울렸다. 수현의 부모님은 주말마다 모임에 참석하러 나가시기에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큰 심호흡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 세요? 저 핸드폰 주인인데 혹시 누구신가요?"
"……."
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상이라 그런지 수현의 목소리를 알아듣진 못 한 것 같다.
"저기 제가 핸드폰이 꼭 필요해서 그런데.."
"나야 누나"
수현이 말하자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뭐야.. 수현이? 너가 어떻게 내 핸드폰 갖고있어?"
"일단 우리집으로 와 누나"
"어.. 응 알겠어 다행이다 그래도"
전화를 끊고 그녀가 수현의 집에 오기까지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민아의 눈에 처음 보인 것은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야.. 뭐야~ 문도 열어놨네 내 핸드폰은 어디서 주웠어? 고장 안났어? 이리줘봐"
"거기서있어"
친근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그녀에게 수현은 나지막히 말했다. 웬지 모를 분위기에 휩쓸려 그녀는 거실 한가운데 멈춰서고 말았다. TV와 소파 사이의 공간은 꽤 넓은 편이었는데 바닥에는 밤색 카펫이 깔려있어서인지 그 위에 뻘줌하게 서 있는 민아는 관찰의 대상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왜 그래? 갑자기 분위기 잡고.. 그래봤자 안무섭거든?"
수현은 그의 앞에 서서 양 손을 허리에 대고 자신에게 어린아이 다루듯이 말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분명, 한껏 목소리를 깔고 말했지만 자신의 속마음도 떨리고 있었다. 지금부터 그가 그녀에게 할 행동은 앞으로 둘의 관계를 서서히 그리고 완벽하게 뒤집어 놓을 테니 말이다.
"누나.. 이 돈 빌려서 전부 어디다 썼어?"
"…!"
핸드폰에 문자메시지를 띄워놓고 보여주자 민아는 분명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수현은 자신의 카드가 먹혀들어간 것에 미소를 짓고 싶었지만 애써 참으며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니가 알거 없잖아! 빨리 이리 줘"
"그냥 서 있어, 그리고 그저께 나랑 마주쳤을 때 어디가는 중이었어?"
"야.. 장수현 너 미쳤어? 왜 남의 핸드폰을 마음대로 뒤져보고 그래? 이 변태야!"
민아는 수현이 무엇을 물어보는지 알아채고는 막무가내로 핸드폰을 뺏으려고 달려들었지만 어느 새 자신보다 머리통 하나 정도는 키가 커진 그가 폰을 든 손을 위로 뻗자 잡아낼 방법이 없었다. 한 동안 그의 옷깃을 잡고 돌려달라고 떼를 쓰던 민아는 힘이 빠져 열심히 말로 쏘아붙였다.
"내가 밖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든 돈을 빌리든 너랑 상관 없잖아! 왜 안돌려주는건데?"
"……."
"아.. 진짜 어이없다 너.. 요즘에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이러기야?"
그녀는 말을 하다가 말고 뒤로 홱 돌아섰다. 잠깐이었지만 수현은 그녀의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이는 것을 보았다. 그의 마음에는 그녀를 당장에라도 안아주고 싶은 마음과 더욱 더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였으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누나 이거 아주머니한테 다 말씀 드릴꺼야."
"뭐.. 뭐라고? 니가 뭔데 우리 엄마한테 말하겠다는건데? 내사정이지 너 같은게 신경쓸.."
"누나 창녀라고."
짝-
순삭간이었다. 수현이 말을 마치는 순간 민아는 그의 따귀를 때려버렸다. 맞은 그도, 때린 그녀도 각자의 이유로 당황하여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다가 민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 괜찮아? 나도 모르게.. 하지만 너가 말을 너무 함부로 하는걸."
"후우…."
"어쨋거나 빨리 돌려줬으면 해 그리고.. 우리 한동안 모르는 사이로 지내는게 좋을 것 같아."
그녀가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 예상하지 못 했던 수현은 다시 소파에 앉아 한숨을 쉬며 고민을 하는 척 했다. 사실 어떻게 민아를 협박할지 아직까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 그였으나 오히려 이것은 기회였다.
"좋아, 돈 빌린거나 술집에 나가는거나 누나 사정이라고 치고 나도 더는 묻지 않을 게."
"고마워."
"그런데 한가지 내 요구를 들어줬으면 좋겠어. 물론, 안들어준다면 아주머니한테 다 말할꺼야."
민아는 웬지 자신이 협박당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핸드폰을 받으면 다시는 이런놈 하고 아는체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고는 수긍하였다. 그 두 사람의 10년 친분은 금이간지 오래였다.
"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들어줄께."
"우선, 내가 누나한테 무슨일인지 물어봤던 것은 걱정이 되서였어. 학생이 이렇게 큰 돈을 빌리고 전혀 안그럴 것 같았던 누나가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라니.. 누구라도 걱정이 되는 것이 당연하잖아?"
"그래.. 하지만 사정이 있을 뿐이야. 그래서 원하는게 뭔데?"
"…잠깐 뒤로 돌아 봐."
수현이 소파에서 일어나 뒤로 돌라고 말하자 그녀는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뒤로 돌았다. 혹시나, 설마 고백이라도 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쓸데 없는 망상을 하는 것도 잠시.
"꺅! 미.. 미친놈아! 뭐하는거야?"
주머니에서 교복 넥타이를 꺼낸 수현은 다짜고짜 민아를 소파에 밀치고는 손목을 묶기 시작했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서 심하게 저항하려 했지만 자신보다 몸무게가 훨씬 많이 나가는 수현이 몸으로 누르자 꼼짝 없이 묶이고 말았다. 손이 묶인 채로 거실 구석으로 도망쳐 마구 욕을 해대는 그녀를 수현은 아무짓도 안하고 가만히 있다가 진정시켰다.
"진정해, 진정. 누나가 또 핸드폰 마음대로 뺏어가려고 할 까봐 묶은거야."
"저리 꺼져 이 변태새끼야! 너네 엄마한테 다 이를꺼야 두고봐.. 이거 당장 풀어 아니, 저리 멀리 비켜!"
민아는 겁에 질려서 몸을 벌벌 떨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수현을 쏘아보았다. 이곳에서 나가면 당장 경찰에 신고할 생각을 했으나 수현의 얼굴표정이 일그러지며 자신에게 다가 오는 것을 어떻게 저지할 방법은 없었다. 그가 베란다 문을 손으로 쾅 치면서 무섭게 소리치자 그녀는 공포심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아이.. 씨발 자꾸 변태 어쩌고 하면서 욕할래? 짜증나게.. 내가 하고싶은 것 하나만 들어주면 된다고."
"알았어, 알았으니까.. 원하는게 뭐야? 설마..."
"강간하려는거 아니니깐 걱정하지마."
"어.. 응.."
민아는 자신이 상상했던 것을 수현이 직접아니라고 하자 뻘쭘해 져서 조금 마음을 진정시켰다. 물론, 수현은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를 눕히고 범하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경찰에 신고당하고 인생 쫑날 것이 뻔 했다. 그는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아까 누나가 날 때린게 아주 기분이 나빠. 내가 나쁜 뜻으로 핸드폰을 본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누나도 나한테 몇 대만 맞아."
"뭐라고?"
수현의 어처구니 없는 소리에 민아는 당황했으나 먼저 때린것은 자신이었고 상상했던 최악의 수가 아니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비키자 다시 거실 중앙으로 나온 그녀의 모습은 흰색 티 한장과 반바지만 입은 채 손이 묵여있는 형상이었는데 집에 있다가 바로 나온터라 노브라인 상태이다 보니 볼록한 가슴 골과 그 끝에 얼핏 유두의 실루엣이 비치는 듯 했다.
먼저 눈치 챈 것은 수현이었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이내 담담한 척을 했다. 잠시 뒤에 자신의 모습을 깨달은 민아는 부끄러움에 손으로 가리려 했지만 묶여있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저 부끄러움에 빨갛게 상기된 자신의 얼굴을 감출 뿐이었다.
"좋아.. 마음대로 해 그런데 나는 한대밖에 안때렸는데.. 그리고 난 여자인데도.."
"시끄러 기다려봐."
수현은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길다란 나무막대기 하나를 가져왔다.
"뭐야, 그건?"
"원래는 화분에 꽂는거야 누나는 나한테 잘못을 한거니까 이걸로 때릴거야."
"무슨..!"
"아니면 싸대기 맞을래? 나한테 맞으면 꽤 아플텐데?"
덫에 걸린 토끼인 양 움츠러든 민아는 무표정인 수현의 얼굴과 그의 큰 손바닥을 한번씩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분명, 저 손에 한대라도 맞았다가는 하루종일 얼굴이 부어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신이 회초리를 맞을 이유도 없는 것 같았다.
"난.. 이해할 수가 없어 분명 때린건 잘못이지만.. 니가 먼저 나 한테 나쁜말을 한거잖아? 그리고 내가 고등학생도 아니고.. 회초리라니."
"아 진짜 짜증나게 하네 했던말 반복하게 할꺼야? 응?"
수현은 상황이 길어지니까 화가나기 시작했는지 막대기로 그녀의 이마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자신의 앞에 손목이 묶여있는 민아의 모습은 처량하기 그지 없었고 그에게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 저리치워! 아읏.."
"나한테 잘못 했어, 안했어?"
이미를 툭툭 건드리던 그는 이내 노골적으로 민아의 어깨, 배, 그리고 가슴을 찔러댓다. 마치 다른 곳을 찌르다가 실수인 양 가슴과 유두를 계속해서 건드리는 것이었다. 민아는 당혹감과 수치심에 몸을 비틀며 뒷걸음질 치다가 또 구석에 몰리고 말았다. 도망칠 곳 없는 그녀 앞에 서서 수현은 대놓고 가슴에 막대기를 누르고 비틀기 시작했다. 또래 치고는 큰 가슴을 가진 민아였기에 그 모양이 안으로 찌그러 지며 아파하는 모습은 적나라 했고 수현의 가학심은 불타올랐다.
"아파! 그만.. 제발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으니깐 맞을께!"
"그럼 일로 따라와."
수현은 백기를 든 그녀의 팔을 잡고는 자신의 방으로 끌고 들어와 책상 의자에 앉혔다. 의자에 앉은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 져서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고 수현은 그런 그녀를 오른쪽에서 바라보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손에는 그녀를 괴롭혔던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10대만 때릴꺼야."
"……응. 근데, 손을 풀어줘야.. 잡지."
민아는 고등학생 때 책상을 잡고 선생님한테 맞는 것을 상상했는지 손을 풀어달라고 했다.
"아니야 여기 때릴꺼야."
"아.. 앞에?"
"응 내가 얼마전에 교생한테 맞는바람에 기분이 좋지 않거든 아직도 후끈후끈해 누나한테 스트레스 풀어야겠어."
자신의 앞쪽 허벅지를 가리키며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는 수현의 말에 민아는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마치 자신이 심심할때 쓰는 물건인양 말하는 것에 화가나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말이없네. 그럼, 때린다? 참고로 두가지 규칙이 있어."
"뭔데.."
"하나는 숫자를 셀것 두번째는 혹시라도 아프다고 몸을 심하게 비틀거나 피하면 내 마음대로 조건이 추가될꺼야."
"무슨 그런..!"
"그냥 10대 잘 맞고 깔끔하게 핸드폰 갖고 집에 가면 되잖아?"
수현의 어이없는 요구의 연속에 욕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넘어왔지만 간신히 참은 민아는 지옥같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위안 삼으며 수긍했다.
"좋아. 눈도 감아 절대 뜨지마."
눈을 감은 채 잔뜩 긴장해 있는 그녀의 모습에 수현은 즐거움을 느끼며 몰래 핸드폰 동영상 버튼을 눌렀고 촬영이 시작되자 체벌도 시작됐다.
찰싹!
"꺅! 하.. 하나"
"숫자 안세면 무효야"
찰싹!
"두울...!"
찰싹!
"셋!.. 잠시만 너무 아파! 흑.."
겨우 세 대 맞았을 뿐인데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며 앞으로 숙였다. 그녀의 하얀 허벅지는 눈으로 보기에도 애처롭게 부어올랐다. 자신도 맞아봤기에 얼마나 아플지 상상은 했지만 수현은 처음이라 그런지 힘 조절을 하지 못 했다. 그도 그것을 느꼈는지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녀가 10대를 전부 버티게 할 상각은 전혀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든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고개 들어 한 번만 봐주는거야 또 이러면 조건이 추가될꺼야."
"부탁해.. 살살 해줘 너무 아픈걸.. 응?"
그녀의 애처로운 부탁에 아랫도리만 더 부풀어 오른 수현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막대기를 내려쳤다.
찰싹-
"아흑.. 세.. 넷!"
찰싹-
"다서엇... 으으.."
그리고 여섯대를 때리려던 찰나 그녀는 또 다시 몸을 숙이고는 훌쩍거렸다.
"흑.. 너무 아파 수현아 못 버티겠어.. 제발 아프다고.."
수현은 하얀 백지 위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려넣는 상상을 하며 줄이 그어진 그녀의 다리를 바라봤다. 불과 어제 까지만 해도 아름답고 활기찬 꽃같은 그녀가 지금 자신의 앞에서 흐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삐뚤어진 그의 마음을 더 없이 기쁘고 흥분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벨트를 꺼내서 민아의 양 팔을 의자 뒤쪽 손잡이에 한쪽씩 묶어버렸다. 이제는 고개를 숙이는 일도 할 수 없게 된 그녀는 떨리는 몸을 추스리려고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럼 조건을 하나 추가할께."
말을 마친 수현은 자신도 두근대는 마음으로 꼼짝할 수 없이 묶인 그녀의 티셔츠를 위로 휙 올려버렸다. 하얗고 보기좋게 솟아 오른 민아의 유방과 아직 채 여물지 않은 연분홍 빛 유두가 적나라하게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민아는 깜짝 놀라서 눈을 뜨고 그를 올려다 보려 했지만 묶여있는 탓에 가슴 까지밖에 보지 못 하며 말했다.
"야…! 너 미쳤어? 이거 서.. 성범죄야 빨리 옷 내려줘!"
"아씨 그러니깐 누나가 자꾸 피하거나 숙이면 안된다고 내가 말했잖아? 왜 규칙은 안지키냐고."
"너무 아프게 때리니깐 그렇잖아!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 부끄러워 빨리.."
"아 몰라 난 이대로 남은 5대 때릴거야 그러고 나면 풀어줄께."
민아는 몸을 흔들어 올라간 티셔츠를 내리려 했으나 수현이 잡고 내려가지 못 하게 했다. 결국 그의 앞에서 가슴만 한껏 흔들어 대던 그녀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씩씩거렸다. 이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빨리.. 해."
"알았어. 그리고 누나 눈도 떳으니까 숫자 셀 때 잘못했어 라고도 말해."
"후..우... 알겠어.."
그녀가 순순히 모든걸 받아들이고 진정이 되자 수현은 다시 숨겨놨던 핸드폰으로 동영상찍으며 체벌을 시작했다.
찰싹 -
"으읏.. 여섯.. 잘못했어."
찰싹 -
"이일.. 곱 잘못했어."
몸을 숙이지 못 하자 민아는 의자 등받침을 꽉 잡고 몸을 떨었다. 덕분에 출렁이는 가슴을 구경하는 것은 수현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여덟대 아홉대를 마저 때리고는 눈물 범벅이 된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대망의 마지막 한대를 때릴 준비를 했다. 이것으로 그녀와 자신의 관계는 완전히 역전될 것이리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마지막은 때려서 미안해 잘못했어 수현아 라고 해."
"……."
찰싹 -
"흐으윽.. 때려서 미안해 수현아..!"
"잘했어 누나."
회초리 10대를 다 맞은 그녀의 허벅지는 망신창이였다. 자신도 고작 다섯대를 맞고도 아직도 쓰라림을 느끼는데 그녀는 한동안 반바지나 핫팬츠는 입고다니지 못할 것이다. 민아는 끝났다는 생각에 몸에 힘을 풀고 가쁜 숨만 몰아쉬었다. 자존심 때문에 울지 않으려 했지만 계속 눈물이 나는 바람에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하아.. 이제 끝났지..? 풀어줬으면해."
"눈 떠봐 누나."
민아가 조심스럽게 풀어달라고 요구했지만 수현은 아직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가 눈을 뜨자 제일 먼저 보여준 것은 핸드폰 동영상이었다. 처음 그것을 보던 그녀는 알아채지 못 하다가 잠시 후 눈동자가 점차 떨리기 시작하더니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말도 하지 못 했다. 그곳에는 그녀가 가슴을 드러낸 채로 잘못했다고 비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놀란것 같은데 알아듣기 쉽게 한번만 말할께."
"……."
"오늘 있었던 일 만약에 우리 엄마나 경찰에 성희롱 등으로 말하면 이 동영상 인터넷하고 누나 남자친구한테 뿌릴꺼야 번호 다 저장해놨어."
"……."
"그리고 아주머니한테 누나 돈빌린거랑 술집에서 일하는거 다 말할꺼야 물론, 남자친구한테도."
"……개자식.."
민아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 하고 수현을 노려보았다. 더 이상 소리칠 것도 따질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당장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개자식이라고? 맞아 그걸 이제 알다니 푸하하."
"……."
"누나가 그동안 나 무시했던거 전부 사과해 방금 욕한것도 포함해서.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라고 말해."
"아흑..!"
수현은 묵여있는 그녀의 앞에 의자를 갖다놓고 앉더니 이제는 대놓고 그녀의 가슴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막대기 끝으로 장난감 다루 듯 가슴을 툭툭 쳐댔다. 그녀는 수치심과 분노에 피하려고 몸을 움직였지만 묶여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풀려있는 다리를 써서 수현을 밀치고는 의자 바퀴를 끌어 뒷걸음질 치려 할 때였다.
"꺄악! 이거놔!"
왼쪽 가슴이 수현에게 잡힌 그녀는 뒷걸음질 친 거리 그대로 다시 끌려왔다. 그는 그녀의 유두를 왼손으로 떨어질 듯이 비틀어 올리며 오른손으로는 막대기를 들고 오른쪽 가슴을 찔러대며 말했다.
"누나가 아직 자기 처지를 잘 모르는것 같아. 난 분명 사과하라고 말했는데 말이야."
"아파! 그만해! 아윽..! 잘못했어.."
"뭐라고? 똑바로 제대로 말해."
"잘못했어요! 용서.. 해주세요.."
"안들려."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그녀가 소리친 다음에야 수현은 그녀의 가슴을 풀어주었다. 한껏 꼬집힌 그녀의 유두 주변에는 빨갛게 손자국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막대기로는 민아의 몸을 기분나쁘게 찔러대며 자신의 처지를 상기시키도록 했다. 수치심과 분노 고통 등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인 채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는 이제 그가 하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수현은 막대기를 치우고는 처음보는 아름다운 여자의 가슴을 자세히 관찰하며 한참을 만져대며 가지고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