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78)

"시작한다."

"네."

방에서, 나는 약의 주 성분을 빼어내는 작업을 하고있다.

……벌써 1시간째.

정액으로 약의 성분을 옮긴다는게 어떤건지 몰라서, 일단은 컨트롤만 익히긴 했지만 충분히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

약은 융해되어, 정액속으로 파고든다.

"(좋아……)"

이 정액은 내가 칼라에게 지금껏 당해왔던 수모를 되돌려주기위한 비장의 힘.

어떻게해서든 칼라에게 들키면 안ㄷ……

펑!

문이 난폭하게 열리고 불청객이 들어왔다.

"……?"

헉!

뒤로 정액을 감추자, '무엇을 감췄냐'라는듯한 시선으로 그녀가 나에게 다가왔다.

"너, 무슨 꿍꿍이속이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액을 몸에 들어오게해서, 일단 약의 보존성분만 보관한다. 하지만 이런 상태의 칼라에게 시도를 하는건 무리다…….

"기분안좋은일 있으세요?"

칼라는 부채를 탁 접고 신경질적으로 내 목을 잡는다.

"………불온한것을 생각하고있군."

윽.

칼라는 날카롭게 나를 노려본다. 하지만 내가 감추고있는이상, 그것을 알 수단은 없다.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긴장하고있는다. 30초 뒤라도 내 몸이 타오를 것 같은 압박감.

그러자 뒤에있던 에리카가 과감히 칼라의 손을 잡고 안쪽으로 이끌었다.

"칼라님, 여기 와 주세요. 기분이 안좋을땐 차라도 드시면 거짓말같이 풀린답니다."

"………"

에리카에게 화를 낼 생각은 없는지, 얌전히 앉아서 에리카가 탄 차를 우아한 동작으로 마시는 칼라.

다행히 맛은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후, 그래. 카벨라는 어디까지 익혔지?"

"음, 일단 브라티스 카벨라는 몇몇 상위계급은 빼고 다 배웠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칼라는 흡족한듯 고개를 끄덕이고, 바깥으로 날 이끌었다.

"우왓!"

"프라티켈스랑 내기를 했어. 넌 잠시 날 따라줘야겠다. 그리고 거기 뒤에있는 메이드. 차 잘마셨어."

"잘 다녀오세요."

"잠깐만!"

내 의견은 무시하는거냐!

프라티켈스가 누구고, 내기는 뭔지 물어볼 시간도 없이 나는 그녀의 등에 태워져 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슈우우욱.

순식간에 밖이 나온다. 어지간히 급한건지 저번보다 속도가…… 퍼억!

으악, 천장에 붙어서 날지말라니까, 이런 적도마뱀!

석순이 머리를 들이받아서 아팠다.

슉.

섬 위로 날아간다. 차가운 바람이 몸을 에워싼다는 느낌이 들기도 무섭게, 나는 성위의 고성을 보고 감탄사를 내질렀다.

엄청나게 크다.

…………저기에 사는놈은 뭐하는 놈일까. 혹시, 멜리아가 사는곳인가.

드래곤이라면 가능할 법 하다.

"으악!"

슉!

빠른속도로 성 앞의 공터쪽으로 내려가자, 그곳에는 한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슈악.

탁-

칼라가 인간형으로 변하고, 나는 그곳에 가까스로 안전하게 착지한다.

앞에 무심한 표정으로 서있는 남자는, 검사인듯 했다. 허리춤에 채워진 도검, 발목까지 닿는 코트와 활동하기 편한 검은 가죽옷.

특별하달건 없는 인상의 남성이다.

"넌 저 남자를 쓰러트려야해."

"……쓰러트려요?"

왜 쓰러트려야하냐고 묻고싶었지만, 칼라의 표정은 물어보는걸 용납치 않았다.

"싫어요."

"타고싶냐?"

칼라가 날 찢어죽일듯한 눈빛으로 노려봤지만, 여기서 굴복할수는 없었다. 칼라에게 약을 먹이기위한 절호의 찬스!

"그럼, 이긴다면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세요."

"무슨 부탁"

칼라가 잠시 살기를 거두었다.

"뽀뽀해주세요."

"…………"

잠시 침묵.

칼라는 흠흠 헛기침을 하더니,

"어,어린애도 아니고…… 아,알았어."

의외로 말을 더듬는 그녀는 귀엽게 느껴졌다. 물론 이겨야한다는 전제때문에 허락한 것임에는 분명했다.

그만큼 상대는 강하다는건가.

"………"

이쪽에 시선을 돌리는 남성. 갑자기 날 보더니 피식 웃었다.

……….

그래, 웃어라. 웃어. 솔직히 흰색 전신타이즈를 입은사람을 눈앞에서 보면 안웃기겠냐. 다 이해해. 그러니까 죽어라!

전투동기가 생긴 나는 검사에게 달려가, 오른손에 정액을 밀집시켜 검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정액검.

스펌 스워드!! 나의 애검이 될 무기다!

대각선으로 휘두르자, 남자는 발도를 하면서 이쪽의 검과 부딪혀왔다.

쨍.

정액검 1호, 나온지 1초만에 부서졌다.

"안돼!"

젠장. 밀집이 약했나? 좀 더 밀도를 강하게……!

다시 2호를 만드려고 하는데 그럴 틈도 없이 남자는 이쪽으로 달려와, 검을 휘둘러왔다.

"으악!"

그것을 가까스로 피한다.

잠깐만, 내 타이즈는 그 여신의 편폭(=편지폭발)에도 견뎠던 타이즈가 아닌가! 일반적인 검이라면 내 몸을 다치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험해보자.

가까이 다가가서, 칼을 휘두르는걸 그대로 맞았다.

퍽!

예상대로 타격감은 느껴지지만 전혀 아프지도 않고, 베이지도 않는다.

거기에 남자는 놀란듯 했지만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죽어랏!"

칼라에게 약을 먹이는건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남자는 도검을 그대로 반대로 뒤집더니 외쳤다.

"무의멸마류"

"……응?"

펑!

제자리에서 크레이터가 생기더니, 몸에 엄청난 중압이 걸려서 움직일 수가 없다.

지금 내가 보고있는건 바닥인가?

아니, 지금 하늘이 보인 것 같은………

"으아아악!"

그대로 300m를 굴러온 나는 섬에서 떨어질까말까한 위치에 겨우 섰다.

칼라는 그걸 보고 초조한듯 했고, 남자는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젠장!

타이즈의 성질을 파악하고, 떨어트리면 끝날거라고 생각해서 바로 결정타를 먹이는 판단력까지.

보통 수준이 아니다.

나라고해서 마음만 먹으면……!

땅에 손을 짚고, 정액의 가시창을 뽑아내어 공중에서 날려 남자에게 투척한다.

파바바바박…!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하나도 빠짐없이 땅에박히고 표적을 맞추는 일은 없었다.

눈치채면 바로 코앞에있는 남자는, 검을 휘둘러온다.

빠르다!, 피해낼 수 없어!

쿵!

순간적으로 만들어낸 정액의 막으로 막아냈지만, 나는 그대로 옆으로 굴러가기 시작한다.

남자는 날 따라오고 있다.

이 남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하나!

"……이얏!"

뒤로 가까스로 피하고, 발을 정액으로 미끄럽게해서 먼 거리를 벌린 뒤 손을 땅에 짚었다.

"브라티스 스펌, 블랜트!"

남자가 피해낼 수 없는 광역범위의 정액막을 펼쳤다. 정액의 막이 구의 형태를 이루려하는 순간, 윗쪽 중앙에서 남자가 들던 도검이 날아올랐다.

"!"

손잡이에, 와이어가 달린 채!

설마 저걸 이용해서 밖으로 나올생각인가.

"내버려둘 것 같냐!"

블랜트의 고정속도를 늘리자, 남자가 나오려고 하기 직전에 블랜트에 가두는데 성공했다.

"압축!"

그대로 블랜트의안을 정액으로 채워나가기 시작했지만, 블랜트는 갑자기 전방으로 수십번의 검격을 맞으면서 해체되려고 하고있었다.

"젠장!"

모든 정액을 쏟아붓겠어! 나와라 정액!

블랜트를 완전히 정액투성이로 만든 나는 남자를 가두는데 성공, 그대로 녹였다.

"이겼다!"

역시 여자에게 무언가를 쟁취하려고하는 남자는 강한법이다.

그래, 응. (비록…… 추한 싸움방법이지만……)

블랜트를 해제하자,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잘했어."

칼라가 다가왔다.

"그 남잔 뭐죠?"

"……너는 몰라도 돼. 지금 너랑 싸운건 환영이야. 그 남자의 힘의 10분의 1도 되지않는.

 하지만 언젠가 네 다리를 잡을지도 모르겠군."

"……?"

알 수 없는 말이었다. 환영이라는건 알겠는데, 칼라의 표정은 두려움에 차 있었던 것이다.

뭐, 그런건 상관없지.

"자 약속대로 뽀뽀해주세요."

"…………"

칼라는 알았어, 알았어 라며 어쩔수없다는듯 어깨를 으쓱이고 다가와서는.

"……보,볼 가까이 대."

"………"

가까이 대자, 칼라는 자기가 직접 얼굴을 들이미는게 껄끄러웠던건지 내 얼굴을 손으로 잡고 끌어당겨, 볼에 입술을 맞춰주었고.

"훗!"

그 순간, 나는 왼손을 뻗어 칼라의 배에 약을 주입했다.

"……!"

곤혹으로 물드는 칼라의 표정.

"너, 이 새끼……!!"

"후후후…… 30분뒤에 봅시다."

"으윽……!"

칼라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후후후. 하하하하하하하!!!

겨우 뽀뽀정도로 이몸의 기분이 풀릴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정도로 고생시킨 댓가를 철저하게 받아주겠어.

출동이다, 정액의용사!

쓰러진 칼라를 엎은 나는 인적이 드문 수풀쪽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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