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서 보고를 끝내고 클레임을 받은 뒤 우리는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아까부터 저 고양이, 계속 주인님을 따라오네요."
에리카가 조신하게 사뿐사뿐 따라오는 검은 고양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일까."
예전부터 동물에게 호감을 사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군.
"이제부터 어디로 갈거야, 칼라?"
내가 묻자 칼라는 오히려 이상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반문했다.
"여행을 떠나기로 한건 너잖아. 에쿠, 그런데 왜 내가 행선지를 정해야해."
"……아."
그러고보니 대륙으로 나가겠다고 한 것도 나였는데 행선지는 칼라에게 정하게끔 하려고 하고있었다.
"주인님, 제가 지도를 가지고 있어요."
에리카의 말에 칼라도 덧붙였다.
"일단 여관에 자리를 잡고 얘기하자."
칼라랑 에리카는 눈치가 빠른걸.
내가 원하는걸 캐치하고 있었던건지, 아니면 당연히 그래야겠다고 생각한건지.
"그래."
우리들은 여관으로 향했다.
하노비스티의 여관 「깃털의 쉼터」………….
이름과는 정반대로 어두컴컴한 디자인이었지만 안쪽은 꽤 괜찮은 레스토랑을 연상시켰다.
"3명이 쉴 수 있을만한 방을 부탁하고 싶은데요."
클레임을 보여주면서 칼라가 말하자, 여관주인이 곤란한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이거 어쩌지? 빈방이 없어서 말이야. 1인용 방이라면 있는데……"
"……어떻게할래, 에쿠"
음.
다른여관에 찾아가기는 귀찮았기때문에 나는 1인용 방으로 달라고 했다.
"허허, 잘 써주길바라네. 마도사님들."
주인은 털털하게 웃으면서, 우리들에게 방의 열쇠를 건냈다.
슬쩍하고싶을정도로 예쁜 열쇠였는데, 스스로 빛을 발하는것이 야광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야광과 다른점이 있다면 낮에도 빛나는게 느껴진다는 것.
아마도 밤에 잃어버리고서 찾기 편하게 이렇게 해 둔걸까.
타각 타각.
기분좋은 소리가 나는 바닥을 밟으면서 2층으로 올라가 예정된 방을 연다.
스윽.
"여긴……"
특이한점은 문이 문고리를 돌려서 여는식이 아니라, 한쪽으로 밀어서 여는 식이었다.
"………"
안은 휑했다.
뭐 특별한 장식도, 생필품도 보이지 않고 덩그러니 침대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음."
뭐 상관없나.
대신에 그 맞은편의 벽 전체는 바깥이 보이는 창문으로 되어있었다.
"이건 대단한데?"
벽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한다.
"네 세계엔 그런게 없는거야?"
"유리라는게 있긴 한데, 그것도 여기엔 있으니까. 근데 이건 없어."
벽이 마치 반투명화해서 바깥쪽이 보이게끔 되어있다.
"바깥에선 안이 보이지 않아?"
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관이군. 원래 있던 세계에도 비슷한건 있지만, 이정도로 구현해내기는 힘들 것 같았다.
마도의 힘인가.
"일단, 행선지를 정해야겠지"
앞으로 내목표는 여자를 가능한 많이 따먹는 것.
하지만 구체적으로 여자와 많이 섹스를 하기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나.
도시를 넘나들며 창녀촌을 한번씩 다 돌아버리는 방법도 나쁘진 않았지만.
왠지 나는 신선한 처녀를 범하고 싶었다. (정액의 용사는 웃었다.)
에리카가 지도를 편다.
"지금 우리가 있는곳이 어디야?"
"여기."
내 질문에 칼라는 손가락으로 하노비스티 라고 적힌 대륙의 도시중 하나를 가르켰다.
대륙이라지만 생각보다 간단한걸.
국가도 하노비스티를 포함해 3개밖에 없었는데, 과연 대륙이라고 불릴만한건지.
하노비스티와 크게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화산이 있었다.
"이건 뭐야?"
바깥쪽으로 바다를 통해, 엘번과 셀비아를 잇는 거대한 무언가.
"벨긴. 공중다리라고 하는 시설이지. 먼 옛날 드래곤들이 인간들과 계약을 맺으면서 건설해준 건축물이야."
"공중다리……"
그러고보니 유리타일같은 것으로 공중에 건설되어 있는 것을 본적이 있는 것 같았다.
"참 삭막한 대륙이네. 나라도 3개밖에 없고, 그 외에는 화산,사막, 이건 뭐야. 스톤라인?"
넓다는건 알겠지만 단순한 구조에 질리기까지 한다. 한번 보고 다 외울 수 있을정도였다.
"고퀴도스의 마도력에 영향을 받아서 대지의 수분을 빼앗긴 곳을 스톤라인이라고 불러.
엘번과 셀비아를 가르고있지."
"흠……"
따라서, 그 석화지대를 넘기는 어렵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사막쪽으로 빙 돌아서 고퀴도스의 옆을 넘어야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뜻인데.
"공중다리라는걸 이용하면 셀비아로 쉽게 갈 수 있는거야?"
칼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우선은 셀비아로 향하기로 했다.
"셀비아로 가는게 좋겠어. 내일부터 출발하자."
칼라와 에리카는 특별한 불만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난 뭘 먹을필요도 없고 배설할 필요도 없는지라 몸뚱아리 하나만으로 어디든지 갈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기쁘기도 하다.
"주인님, 제가 여독을 풀어드릴까요?"
갑작스럽게 에리카가 가방을 풀고, 조용히 내 그곳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뭣, 잠깐 기다려. 메이드 주제에 나보다 먼저 하겠다는거야?"
거기에 상상도 못할 칼라의 발언.
칼라는 오히려 입고있던 상의를 벗고 내게 다가왔다.
"잠깐……"
"주인님, 오늘은 재우지 않겠습니다."
"마찬가지야."
칼라는 씨익, 웃으면서 내게 다가온다.
이,이것들이 용기가 생긴건가! 그런건가아아!
"아, 알았어. 밤에 공평하게 해줄테니까……."
"와아-"
에리카가 기쁜듯이 웃는다. 칼라는 지금 해주지 않는것에 불만을 품는것 같았지만 어찌됐든 잠시 시간은 벌었군.
"그럼 난 목욕을 하고오겠어."
"앗, 칼라님. 저도 같이가요."
에리카가 칼라를 따라서 종종걸음으로 뛰어가, 샤워실로 보이는곳에 들어갔다.
"……………"
할렘! 하-알-렘!
히힣!
푸걱!
"아악!"
뭐에 걸린건지 앞으로 자빠져서 면상을 바닥에 찍었다.
"…………끄어억, 으으으어억, 으어우우우!"
아픔에 신음했다.
샤워실안에선 에리카와 칼라가 무슨 장난을 치는지 서로의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
칼라 성격, 많이 부드러워졌구나.
처음에는 사람을 죽여도 당연하다는듯 말하는 여자였지만… 많이 달라졌다.
쟁 - 쟁 - 쟁 - 쟁.
"응?"
투명벽 밖에서 종 치는듯한 소리가 들려서 밖을 내다봤다.
"?"
기사를 동반한 긴 행렬.
은빛의 풀 플레이트 갑주를 입고 헬버드를 든 기사들이 양좌로 가로수처럼 늘어서서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길을 비키고 있지만, 싫은 내색은 보이지 않는다.
"펠란츠?"
가장 앞의 기사가 들고있는 깃발에는, Pelantz라고 적혀있었다.
"………"
그리고 곧이어서 나온 누군가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여자였다. 그것도 상당히 아름다운.
여기 와서 처음보는 눈과같이 하얀 머리카락.
그 허리까지 닿은 머리카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면, 그 뒤로는 상대의 전체에 눈을 빼앗겼다.
조신하게 배쪽에 모은 작은 양손, 연약해보이는 몸의 위를 아슬하게 가리고있는 고딕 드레스.
은색의 티아라와 푸른색의 눈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뭘 그렇게 보는거야?"
칼라가 목욕을 끝마치고 나와서, 젖은 몸을 내 등에 밀착시키면서 투명벽을 바라본다.
"흐음, 벌써 다른여자에게 눈독들이고 있군."
왠지
등이 불타고있는것처럼 뜨거웠다.(덜덜)
"………음, 저정도면 어쩔 수 없나. 인간치곤 예쁜편이지."
칼라는 인정했다는 듯이 말한다.
"누군데?"
"………옆나라 공주님. 엘번의 왕녀지. 뭐하느라 여기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덧붙여 그녀는 하노비스티 최고 수호마도기사단이 펠란츠라는 이름이라고 했다.
"뭐 여기까지 행군해온걸 보면 쉬었다가 수도로 향할 생각이겠지."
번뜩.
순간 나는 결심했다. 옆나라 왕녀를 따먹겠다고! (이젠 아주 본능이었다.)
"네가 생각하는거야 뻔하지, 하지만……"
칼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귀엽게 볼을 붉힌 채로 속삭였다.
"오늘밤은 놓아주지 않을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