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6화 (36/78)

*

"에쿠, 뭐하고있어?"

부름에 퍼뜩 정신이 들어 앞을 바라보면, 칼라가 의문을 띄운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 미안."

에리카와 칼라가 있는곳으로 성큼성큼 걸어서 중간에 낀다.

키엘과 왕녀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냈다. 완전한 노예로 만들었기 때문에, 좋을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건 확실하다.

"이제부터 어디로 갈 거야?"

칼라의 물음에 흠, 하고 고민을 해본다.

원래 정해진대로 셀비아를 가는것도 좋겠지만 그런식으로 걸으면서 여자를 범한다는건 역시 효율이 좋지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라, 정착하는게 어떨까?"

"……정착?"

내 말을 들은 칼라는 조금 지친듯했다. 손을 빠른속도로 뻗어와, 내 턱을 퍽 잡고 얼굴을 가까이해왔다.

"에쿠, 변덕이 심하구나. 타고싶어?"

"……아니요"

"그럼 됐어."

……덜덜.

칼라는 여전히 박력이 넘쳤다.

…뭐 좋은방법 없을까 고민하던 중, 이번에 찾아온 도시에 꽤 큰 건물이 있는걸 발견했다.

"성 옆에있는 저 건물은 뭐야?"

5개의 흰 건물은 서로 맞물려있는 형태였다. 중앙에있는 큰 정원같은게 꼭………

"학교인 것 같은데요."

에리카의 덧붙임에 나는 정신이 들었다.

…학교……!

"여기도 학교가 있는거야?"

정겨움을 느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멈추자, 칼라와 에리카도 따라 발을 멈췄다.

칼라는 손을 자신의 허리에 놓고, 흠, 하며 멀리 있는 학교를 넌지시 바라봤다.

"에쿠가 있는 곳에서도 [학교]가 있었나보지? 이 근방에선 꽤 유명해.

 하노비스티 공립기사특별육성학교 9년제."

"………오오!"

학교가 있었어!!

그렇다면 교복을 입은 파릇파릇한 소녀들도 볼 수 있다는 뜻!

입에 침이 고였다.

"……"

칼라는 그런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수도로 내 정수리를 내려쳤다.

퍼억!

"악!"

"……생각하는게 다 보여."

칼라가 인상을 찡그린 채 한숨을 쉬었다. 원래 이 여행은 내가 1000명이라는 할당량을 채우기위해서였으니 어쩔 수가 없지않을까.

그런느낌으로 칼라를 지긋이 바라봤더니, 칼라는 우물쭈물거리더니 이내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마음대로 하고와."

"Ye!"

마음껏 허공에 허리를 흔든다.

주변인의 시선이 모이자 칼라는 내 배에 강렬한 바디블로를 꽂아넣었다.

콰악!

"크헉!"

그걸로 정지하듯 전신에서 힘이 빠지면서 축 쳐진다.

"10초간 반성해."

"………"

이후 약속이나한듯이 내 몸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으으어어어억, 으어어어억!"

10초가 기다리길 가만히 기다리던 에리카는, 내게 가까이 다가와서는 묻는다.

"주인님, 저도 동행할까요?"

"아,아니 괜찮아. 혼자서 갈게."

혼자서 학교원정.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럼 에리카와 먼저 여관에 가있을게."

"그래."

칼라는 에리카의 손을 자연스럽게 슥 잡는다. 그러자, 에리카는 움찔거리면서 칼라의 얼굴을 흘깃흘깃 살피더니 손을 꼭 쥐고 행복한듯 웃었다.

"?"

칼라는 그걸 이상하다는듯이 내려다봤지만 에리카는 기분이 좋은 듯 칼라의 옆에 기대듯 꼭 달라붙어서는 걸었다.

칼라는 그런면에선 눈치가 둔하다. 뭐, 요컨데 그녀에게는 가족같은 존재가 생겨서 기쁜게 아닐까.

"드래곤이지만."

중얼거리고, 주위를 슥 살핀다.

"……"

시선은 나에게 집중되어있다. 역시 이 타이즈는 사람들의 안목을 집중시키기에는 지나칠정도로 효과가 있다.

"훗!"

포즈를 취하자, 사람들 몇명이 멈춰서서 날 구경한다.

보디빌더를 연상시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한껏 시선을 받았다.

아아~ 이거 왠지 상쾌한걸!

정액맨은 시선을 즐기는 경지에 도달했다!

같은, 단조로운 시스템음이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 그건 그렇다치고, 이제부터 학교원정인가.

지금이 1시…… 5시가 되려면 4시간을 기다려야한다.

"저기 잡아라!"

"!!?"

정의로운 시민1이 신고를 한듯, 포즈를 취한 채 고민하고있는데 경비병으로 보이는 두 명의 병사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재빠르게 도망쳐서 학교앞에 도달한다.

"………"

앞에서 보니 더욱 압도될것같은 크기를 가졌다. 울타리를 대신하는 수풀을 넘어서 안으로 진입한다.

"음……"

담이 높다.

정문을 통하지 않으면, 담으로 넘는건 인간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높이였다.

하지만!

나는 정액을 통해, 스믈스믈 위로 올라간다. 혹시나 들킬것을 우려해 교문의 색과 비슷한 색으로 위장한다.

"후후……"

카멜레온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칼라도 없고, 에리카도 없으니 마음껏 난봉질을 할 수 있겠지만 역시 이정도로 넓으면 고민하게된다.

"정,비,과……"

천천히 읽어나가면, 건물앞에 있는 돌덩이에는 크게 그렇게 쓰여있는 것 같았다.

한글이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건, 프레미아의 배려일까.

"……수업중인가?"

수업중인 중고등학교를 생각나게한다. 중앙은, 그런 운동장을 연상시켰다.

건물에는 창문이 있었다. 하나하나로 뚫린게 아니라, 일직선으로 쭉 이어지는 거대한 창문이었다.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게 보였다.

"헤……"

교복 디자인은 가까이서 봐야 알겠지만, 일단 이 정비과라는 건물에 들어가볼까.

고요하다.

대리석바닥을 밟을때마다 소리가 나지않는 건 내가 신발을 끼고있지않은 맨발이기때문일 것이다.

계단을 올라가자, 교실로 추정되는곳이 보였다.

"……뭐지?"

문이 미닫이도 아니고, 문고리를 돌리는 식도 아니었다.

설마 지문인식?

……그럴리가 있나. 일단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다. 비밀번호로 어떻게 하는것도 아닌 거 같은데……?

"………"

안에는 수업받는 이들이 있다. 쓸데없이 건드려서 소리를 내서 좋을 일은 없겠지…….

보이지않게 몸을 낮추고 조용조용 고양이걸음으로 걸어간다.

"휴……"

좀 더 걸어가 안전거리에 나오자 몸을 다시 든다.

………앗!

"이,이것은!"

앞에는 …… 여자화장실이 있었다!

두근두근.

"………"

들어가볼까? 들어가보지 않으면 예가 아니다.(?)

난 주저없이 여자화장실안에 들어갔다. 소리는 최대한 죽인다. 혹시나, 누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

역시 특별한건 없나?

낙서 하나 없는, 무균실이라고 생각될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되어있는 화장실에는 어떠한 흔적도 없다.

"……"

재미있는 낙서하나쯤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깨끗하면 건물을 짓고 사용하지 않았다고 착각해버릴정도였다.

"(음……?)"

꺄르르 웃는소리가 들렸다.

가장 끝쪽의 칸에서…… 여학생이 대화를 하고있다!

"(숨을 곳, 있나?)"

바로 옆칸에 툭 문을 따고 들어간다.

"……누구 있나본데."

그 때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칸 위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걸 보면……

탈선한 학생들인가? 뭐, 한국에선 그리 못볼장면도 아니지만……

"상관없잖아?"

"뭐, 그렇네."

대화소리가 들렸다. 서로,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 웃고있었다.

……….

혹시, 이건 찬스일지도 모른다.

대화소리를 듣자하면, 일행은 3명인 것 같다.

"(기회를 노릴까…… 아니면 다 덮칠까.)"

한순간이라도 비명을 지르면 곤란하다. 그러니까, 안전을 기한다면 우선 한 명이 좋을 것 같았다.

깊이 심호흡을 한다.

확실히 공중으로 떠도는 이 매캐한 냄새는 담배연기다. 나는 흡연자가 아니었지만, PC방을 들락거린다면 반드시 기억하는 냄새.

"……"

그런데, 담배나 뻑뻑펴대는 애들이 과연 외모상으론 지장이 없을까?

역시, 한다면 모범생쪽이 좋을지도.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나도 참 저질스러운데서  익숙해져가기 시작했군. 하지만, 그런게 아무 쓸모없다는걸 난 알고있다.

"돌아가자, 슬슬 수업 끝나겠어."

한 명이 그렇게 말하자,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

문을 나서려는 기척이 느껴지자, 천천히 눈치채이지않게 문을 열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우옷……!)"

소리가 나올 뻔했던 걸 가까스로 입을 막아 저지했다.

여기 교복 왜이렇게 범죄적인거야. 완전히, 상상을 초월하는 디자인이었다.

한국에선 좀처럼 보기힘든 미니스커트는 허벅지의 반을 가릴까말까한 높이였다. 티없이 먹음직스럽게 살오른 허벅지를 내려와 쭉 빠진 다리를 고정시키고있는 뇌쇄적 스타킹이 한층 더 나의 이성의 벽을 허물었다.

저 학생들은 일부러 줄여입는걸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흐……)"

전체적으로 건물과 어울리는 흰색의 교복에 나는 뻑간 채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아, 이럴때가 아니지……"

이런 꼴을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아무것도 하지않은 채 학교에서 쫓겨날 수는 없으니까.

불량학생들을 뒤쫓는다.

타이즈라서 맨발이기 때문에 인기척이 나지않는다는건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학교전용 구두가 있는지 딱딱 거리는 경쾌한 발소리가 울렸다.

점점 멀어지고 있는걸.

"……"

슥 화장실에 고개를 빼서 뒷모습을 살핀다.

"허……"

여기 애들은 다 미소녀밖에 없나? 등선만 봐도 알 것 같았다. 특히 제일 뒤에서 걷고있는 리더격인 것 같은 여자아이.

방금전까지 담배를 피고 있었으면서 꿀릴게 전혀 없다는 듯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걸어가고 있었다. 걸음걸이도 모델이나된것마냥 도도하다.

귀족가 딸이라도 되나?

"(……)"

읏차, 놓치겠다!

나는 일단, 멀어지려고 하는 소녀의 입을 정액으로 막았다.

"흡!"

순간 숨을 삼키듯 소리를 냈지만, 앞에서 걸어가는 두명은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

조심스레 정액을 날려, 허리쪽을 감싸서 여자화장실로 빠르게 이끌어왔다.

찌익……!

구두가 바닥에 긁히면서 소리를 냈지만, 어떻게든 벗겨지진 않았다.

"엘라? 어랏, 어디갔지?"

뒤를 슥 돌아보는 일행 두 명이, 방금전까지 걸어가던 두 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사라졌으니 그럴만도 하겠지.

엘라라고 하는 이름인가.

"읍~!!읍!! 읍!!! 읍, 윽, 읍읍읍읍!!"

가만히 못있어서 몸부림치고있는 엘라를 화장실안에 방치시키고, 잠시 상황을 본다.

"엘라가 수업 빠지는게 하루 이틀이야? 그냥 가서 기다리고있으면 알아서 오겠지."

"그래."

둘은 특별히 의심을 하지않는다. 아마도 이 녀석의 평소 행실에의한거겠지.

"………"

뒤를 돌아보자, 내 타이즈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위기의식을 잠시 잊은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마음껏 웃고있었다.

"푸푸풋………!"

"………"

후,후, 그래. 비웃음 당할 차림이라는건 알고있어. 하지만!! 걱정해야하는건 내가 아니야, 너다!

나는 화장실 칸 안에 엘라를 집어넣었다.

턱!

넘어트리면서, 화장실문을 걸어잠근다

"……"

과연 큰 학교답게 화장실안도 넓은편이었다. 어느정도 넓냐면, 여기에 책상하나 놓아두면 바로 고시원 방으로 쓸 수 있을정도다.

"으읍!"

뭐 소리지르면 곤란하니까, 일단 이대로 있어줄까.

관찰, 품평.

뒷모습만 봤으니까 앞쪽도 봐야겠지. 일단 가슴은 평균……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다.

쭉 빠진 다리와 균형이 좋은 몸매가 상당히 좋다. 티 없는 순백의 피부는 역시 성욕을 자극하는 베스트 5에 들어가지 않을까.

"……"

하노비스티에서 피부가 갈색이거나 흑색인 사람은 그리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여기는 꽤 미녀가 많은 것 같아.

역시 여기도 학교라 두발규정이라는건 존재하는듯 했다. 머리카락을 쇄골까지 내려오게 기르기는 했지만, 특별히 헤어스타일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염색을 한 것 같진 않다. 천연인지는 몰라도 여기서는 보기드물었던 흑발이다.

"……으음"

벌써부터 봉인을 해제하려고 나의 그곳이 고개를 쳐들었다.

전체적인 이미지가, 한국의 상당히 예쁜 여고생을 따먹는다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내가 교복단추에 손을 대자, 갑자기 몸부림을 치는 엘라.

"가만히 있어."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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