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4/78)

열한번째는 특별편입니다.

여신겁탈,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추천과 댓글은 제가 글을 쓰기위한 원동력입니다. -_-)

교생으로서 해야할 일을 대충 검토한 나는 아무도 없는 복도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모름지기 에로의 영웅이라면 갑작스러운 돌발이벤트가 일어나도 이상하지않지만, 무언가가 일어날 기미는 없다.

"……"

엘라도 돌아간 걸 확인했으니, 오늘 이 정비과 교사에는 아무도 없겠지.

조용히 저녁놀로 물드는 복도를 멍하니 바라보면 가슴이 약간 아려오는걸 느꼈다.

"그렇군."

부모님이나, 친구들.

생각하지도 않았던 곳에서 내 과거를 그리워하게될줄은 몰랐다. 이제 어찌되든 상관없는, 먼 옛날이야기만 같았다.

내가 프레미아를 만나 타이즈를 입고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에잇!"

이렇게 회상에 잠겨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침 복도끝에는 에리카와 칼라가 보였고, 칼라는 반가운듯이 이쪽으로 손을 흔들어온다.

"마중나와주었으니,무릎꿇고 감사해!"

반가운표정을 감추지못하면서도 기고만장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는 칼라의 손을 슥 잡아이끌었다.

"에쿠?"

"돌아가자~"

"주인님. 에리카도 손 잡아주세요."

에리카와 칼라의 사이에서 둘의 손을 꼭 잡고 복도를 걷는다. 이러니 마치……

"한 가족같네"

"……그렇,네요."

에리카가 내 온기를 잊지않으려는 듯 손을 꼭 쥐어왔다. 볼을 붉힌 모습은 역시 국보급 보물인걸.

흐뭇한 마음에 웃고있는와중에 칼라의 옆얼굴을 슥 보니 무언가를 고민하는것처럼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생각해, 칼라?"

"좋은분위기중 찬물을 끼얹는 것 같지만 말할게."

칼라가 멈춰서서 조용히 창문에 손을 얹는다. 칼라의 가늘고 얇은 하얀 손가락이 창문에 다닥, 닿은 순간 창문이 빛을 내면서 칼라를 거절했다.

치지지직!

전류가 흐르고 있어, 칼라는 인상을 쓰면서 손을 땠다.

"칼라? 지금건 뭐야?"

"……나도 지금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고있어."

칼라의 손을 튕겨낸 전류의 막은 마도다. 그것도 드래곤인 칼라가 한 보 양보할정도면 굉장한 마도임에 틀림없다.

"주인님……."

에리카는 갑자기 고양된 분위기가 무서운 듯 양팔을 내 팔에 감싸왔다.

"아무래도 누가 우리를 적대시하려는 것 같은데, 이런 마도[魔道]. 본 적이 없어…… 아마도 인간들이 쓸 수 있는 마도중에서도 상당히 상급에 속할거야.

 거기다 이 정밀도, 완성도, 이 건물 자체를 마도진안에 넣었다고 생각해야해."

"………마도진 안에."

마도는 구음과, 마도식과, 제조식으로 나뉜다고 칼라가 말했었다. 그중 「마도진」으로서 발현하는 마도식은, 구음같은 빠른 효과도 제조식과같은 반영구적인 효과도 가져오지 못하지만 한정된 공간안에 상당히 고밀도의 효과를 발휘하는 마도로 알려져있다.

칼라는 아무렇게나 흘러내린 붉은 머리카락을 어깨뒤로 보내면서 줄로 묶어올리고는 바닥에 손을 댔다.

아마도 바닥에 흐르는 마도력을 탐지하려는 것 같다.

"칼라. 이런말하는건 좀 그렇지만, 네가 어떻게 못할수준의 마도인거야?"

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지금당장엔 깰 수 없어."

"………"

칼라의 말에 상황은 단숨에 절망적으로 치닫는다. 드래곤인 칼라가 어떻게 하지못한다면 내가 손을 쓸 수 없는건 당연했기 때문이다.

칼라의 이어진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도중, 복도가 가볍게 진동하는듯 했다.

"?"

칼라의 표정이 의혹으로 일그러진다. 그리고 진동은 소리가되어 다시금 울려퍼졌다.

"아아, 마이크테스트. 잘 들리나요."

칼라는 인상을 찡그렸다.

"……음성확장마도까지 겹친 것 같아. 별거아닌 마도지만, 마도진을 겹쳐그리는건 상당히 도식이 복잡해져.

 상당한 마도사가, 아니면 여러명의 마도사가 이런일을 벌였다는건가."

음성확장마도라는녀석으로 복도를 울린 목소리는, 깨나 미색인 목소리였다. 목소리를 들었을뿐인데 은구슬을 연상시킬정도로 물흐르듯 시원시원한 발음이 얼굴을 궁금하게할 정도였다.

"에쿠, 지금 상황에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불태워버린다!?"

"지,지금은 소리에 집중하자."

칼라의 박력에 못이겨 한발짝 물러선다.

"당신들은 포위되었습니다. 신속히 무기가 될만한것을 버리고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까요?"

"………"

음성의 내용에 멍해져서 대응할 타이밍을 놓치고있는데, 말은 이어졌다.

"저는, 이 학교 전략과 11대 졸업생대표인 루드리넬 아프로슈. 처음 뵙겠어요. 범죄자님들."

"……범죄자?"

그 순간 상황을 파악한 나는 주위를 살폈다. 음성원이 어디인지는 특정하기 어려웠지만 최소한 방향은 잡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었다.

"왕녀가 배신했군……!"

칼라가 이빨을 물었다. 근데 배신이고 뭐고 없지, 이쪽은 일방적으로 강간해서 우리편으로 만들었을뿐이니까.

왕녀쪽에서 무슨일이 생겼는진 몰라도 저쪽에서 우릴 잡으려고 움직였고, 우린 멋지게 함정에 빠졌다는게 된다.

"빠르게 진행합시다. 저는 범죄자인 당신들을 잡을 의무가 있고, 당신들은 범죄자이니 자신의 자유를위해 도망쳐야만하죠."

"이쪽으로 갈게, 칼라!"

"기다려, 에쿠!"

칼라의 저지를 신경쓰지않고 앞으로 직선으로 달려나간다. 목소리는 이쪽 방향에서 들려온다, 이쪽으로 가면 조금이나마 가깝게 다가설 수 있지않을……!?

쿵!

"!"

칼라와 내가 멀어지려는 순간, 복도에는 하나의 거대한 외벽이 내려와 칼라와 나 사이를 갈라놓았다.

"뭣……!?"

저편에서 칼라의 목소리는 들리지않는다. 그만큼 두꺼운 벽이라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외벽에 붙어서 재질을 확인해본다.

"농담이지."

진짜로 날 잡으려고 왔다는건가?

순식간에 위에서 내려온 벽은 언뜻보기에도 강철보다 단단해보였고, 일체 소리가 흘러나가는것도 용서하지않는 것 같았다.

소리는 다시금 복도안에 찾아온다.

짝짝짝.

이번에는 규칙적인 박수소리였다. 이어진 목소리는 약간 비웃음이 담겨있다.

"어떻게 갈라놓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잘해줬어요. 타이즈군."

으윽! ……지금쯤 칼라가 불같이 화내고있을 모습이 상상되서 등골이 싸늘해졌다.

그래도 에리카가 저쪽에 남은건 다행일까. 죽지않는 나는 혼자서 행동하는게 좋고, 에리카는 강한 칼라와 함께 동행하는편이 베스트다.

"자기합리화라도 하고있나본데, 결국 당신 3명이 흩어지게 됐다는건 마이너스면 마이너스지 플러스는 아니라고."

……예쁜 목소리는 주저없이 반말을 시작했다.

"야임마! 너 몇살이야! 확 따먹어버린닷!"

"나이가 중요합니까? 근데 따먹는다니, 어머, 무서워라. 무서워서 밖에 나갈 수나 있겠어~?"

"………아아앙!?"

해보자이건가!!

나의 감정이 격해짐에따라 주위에선 정액의 폭풍이 몰아쳤다.

…….

정액의폭풍은 폼이 안나니까, 역시 정액은 다시 가라앉힌다.

"(하다못해 피를 다루는 능력이었으면 얼마나 좋냐……)"

"내 몸이 탐나면 하고싶은대로 해요. 하지만, 당신은 그곳에서 한발짝도 나오지못한 채 끝날겁니다."

"………"

뭔지는 몰라도 이런 마도따위, 칼라가 본심을 발휘하면 얼마지나지않아 깨질것이다.

일단 지금 나는 저 여자를 찾아서 범해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앞섰다.

"건방진소리 계속 중얼거린건 비싸게 받겠어."

목소리는 다시 웃더니, 시원스럽게 말을 이었다.

"제 공격패를 보여드리도록 할까요. 그 결계마도는 상당히 상급에 속하는 마도에요. 드래곤씨는 이미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신의마도라 불리는 3대마도 「바렌디」 「아지프」 「라리크」중 하나인 아지프에 속하는 마도입니다. 이건 아무리 드래곤이라해도 깰 수 없어요."

그런거였냐!!

신의마도라니, 인간주제에 무슨 거창한걸 쓰는거야!

그 마도를 사용하기위해 얼마나 많은 마도사가 동원됐을지는 상상이가지만, 설마 이런 건물에서 갑작스럽게 습격을 받을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나를 위협적으로 생각한다는뜻인가?

"…………"

하긴, 하노비스티에도 왕녀는 있지. 엘번의 왕녀를 강간한 범인을 자국에 두자니 불안해서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도는 단순히 가두기만하는걸로 끝이 아닙니다. 발동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2시간안에 그곳을 나오지 못하면 당신들은 지옥에 떨어지게되고, 현세로는 영영 돌아올 수 없습니다."

"아악!? 그게 뭐야! 사기잖아!"

절대로 못깰 것 같은 거창한 마도를 2시간안에 못깨면 지옥행이라니, 그럼 이러고있는동안에도 시간은……!

꿀꺽.

초조해진다. 나는 지옥에 떨어진다해도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신은 인간의 범주이며 그곳을 나오려면 몇백년, 몇천년, 아니면 영원히 썩어야할지도 모른다.

타이즈가 생명을 끝없이 연장시켜주고 노화를 정지시킨다는건 몸으로 느끼고있지만, 영원한 시간이라면 나태함에 찌들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당신들이 그곳을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제가 그곳에 설치한 문제들을 푸는것입니다."

"문제?"

"문제는 여러가지로 나뉘어져있죠. 퍼즐일수도 있고, 가령 목숨을 위협하는 물질적인것일수도 있죠. 당신들이 위치해있는 곳은 정비과의 4층.

 그 건물은 생각보다 넓으니 힘내야할거에요."

"……칫!"

"그럼 건투를 빕니다."

"기다려!"

내 기다리라는 외침소리가 어지간히 의외였는지, 목소리는 음?이라는 소릴 되돌려왔다.

"너, 거기서 도망치지말고 기다려. 이런 장난하면 어떻게되는지 몸으로 가르쳐줄테니까!"

"쿡, 기대하고있겠어요."

목소리가 멈추자마자 크게 심호흡한다.

칼라도 크게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힌트가 주어졌다는 점에는 감사하면서, 주위를 살핀다.

복도에는 특별히 이상이 없다. 너무 없다는게 문제라고 생각해버릴 정도다.

길게 이어진 대리석바닥에는 어떤 문양도 없어 거리감을 잃게만든다.

"갈까……."

나는 시각을 잃은 자가 문자를 짚어서, 천천히 글을 읽어나가는것처럼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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