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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참, 칼라한테 쓴소리를 듣겠는걸.
단서는 커녕 그럴싸한 곳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달동네에 무슨 아지트가 있다는건지 모르겠지만, 계단도 거의 부서져있는데다가 담은 건드리면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 같았다.
건물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이런 지형조건에 집을 만들 생각을 한 인간이 있다는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거기, 변태!"
"음?"
지겹게 긴 계단위에 금발의 소녀가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서있었다.
"초면에 갑자기 상대를 변태로 몰면 실례잖아."
"그런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민간인이 어딨어!"
"그러는 넌?"
솔직히 겉모습으로 판단되는 나이는 12살정도…… 에리카보다 어려보인다. 하지만 그 몸보다 큰 장도를 들고있다는걸 생각해보면, 인간은 아니다.
"프레미아"
"뭐?"
여신과 이름이 같아……?!
"골드드래곤, 프레미아"
"………"
우연인가? 저 녀석은 내가 왜 놀라고있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나중에 여신에게 물어보거나, 칼라에게 들어야겠군.
"그래서, 나와 싸우겠다는 소린가?"
상대는 드래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지않으면 당한다.
"드래곤이라는 부분을 인정하는걸 보면, 아무래도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네. 내가 직접 나와서 다행이야."
몇몇을 제외하고 초토화당했을터인 드래곤중 골드 드래곤이 살아있는 이유는 뭘까?
처음부터 사실은 조작되어 있었지만.
사실 레시드가 드래곤을 죽인것이 아니고 세븐테일의 소행이었다. 그런데 드래곤을 수하로 두고 있다?
"내가 이긴다면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할 수 있다면!"
골드드래곤, 프레미아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거의 보이지 않을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후웃!"
손으로 바닥을 짚고 오랫만에 정액을 끌어올려 벽을 만든다. 그리고 곧바로 밀도를 높여, 고정한다!
텅!
"뭐,뭐야 이건?"
프레미아는 자신의 검이 막혔다는 것을 깨닫고 안색을 바꿨다. 곧바로 형태를 무너트려 급습하는 정액의 촉수를 베어내고, 그녀는 뒤로 거리를 벌렸다.
"특이한 힘을 쓰네. 거기다 이 이상한 냄새는…… 뭐야?"
"큭큭큭, 어린아이는 돌아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는게 좋을 것 같은데"
"웃!"
프레미아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드래곤을 적으로 돌리다니 좋은 배짱이네."
드래곤을 범하기도 했지만.
"펠기스………"
프레미아의 말에 반응해 장도가 금으로 빛났다. 뭔지는 몰라도 지금 공격은 위험하다.
타이즈의 가호가 있다곤 하지만, 일단 드래곤이 상대인 이상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는것도 위험하다. 드래곤이라면 속박하는 수단도 가지고 있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쳇, 하필 상대가 마도에 능한 드래곤이라서 무적이라는 점을 활용할 수 없다는 건 아쉽군.
"되돌릴 수 있다면, 지금 뿐이다."
"무슨 소리야? 지금 죽을 것은, 당신인데"
"내가 이겼을 경우, 네 몸을 충분히 능욕해주겠어. 난 빈유라고해서 봐주진 않거든!"
"………뭣!?"
자랑스럽게 말한것치곤 인간으로서의 질이 떨어지는 선언이었지만 예쁜 여자가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싸울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역시, 그냥 변태였잖아……!"
소녀는 금색으로 변한 장도를 휘둘렀다. 어둠이 걷히고 순식간에 금색의 바람이 불어 세상을 빛으로 가득 채웠다.
제,젠장! 이게 뭐지? 눈을 뜨고있을 수가 없어……!
"끝이네"
목에 날카로운 것이 닿는 감각이 들었다. 일단 전신에 정액으로 막을 쳐서 가까스로 칼을 방어하고 수 십개의 발판을 만들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젠장! 왜 빛이 안사라지지?!"
공중으로 날아올랐지만 눈 앞을 가로막은 빛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설마 지금걸로 내 시력을 빼앗은건가?
아니, 다르다. 태양을 응시할 수 없듯이 지금 이 주변일대에 빛의 밀도가 높아져서 제대로 시야를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빛을 이렇게 마음대로 다루다니, 이미 내가 상대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잖아!
"떨어져!"
"우왓!"
편익을 펴고 날아오른 프레미아의 발차기에 맞고 지상으로 추락했다.
"변태, 정체가 뭐야?"
"변태라고 부르면서 정체를 묻는 건 뭐냐……"
눈 앞이 보이질 않아서 프레미아가 뭘 하고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 내가 타이즈의 가호를 받고있지 않았더라면 영영 눈을 잃었겠지만, 지금은 그저 볼 수 없을 뿐이다.
"내가 알기로는, 그 높이에서 떨어져 멀쩡한 인간은 없어"
"큭……"
아니, 잠깐만. 방법은 아직 남아있다.
눈은 멀었어도 귀는 멀쩡하다. 프레미아가 계속 말하게끔 유도하면 위치를 특정하는것은 가능하다……!
"골드드래곤이 그것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실망스러운걸"
"………무슨 뜻이야?"
조금만 더 큰 목소리라면………
"역시 가슴이 작으니까 머리도 덜 성장했다는 건가?"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좋아, 위치는 확인했다. 이제 마무리만 해버리면……!
"칼라, 지금이야!"
"칼라?!"
프레미아가 당황한 순간 나는 그녀의 발밑부터 시작해 전신을 정액으로 감싸올리기 시작했다.
"푸학, 뭐야 이건!? 끄,끈적끈적해서……!"
눈을 가로막고 있던 빛이 사라진다. 프레미아는 주위에서 몰려드는 정액을 어찌해야할 바 모르겠다는 듯이 허우적거렸다.
"방심을 하면 안되지, 명색이 드래곤인데. 후후후후"
"읍! 이,이상한 맛…… 잠깐, 어딜 더듬는거야!"
정액을 통해 프레미아의 전신을 더듬어간다. 골드드래곤을 함락시키는 것도 앞으로 1보 앞………!
"내가, 내가 인간을 상대로……!"
그 순간, 프레미아의 검이 강하게 빛났다.
촤악!
"컥……!"
감싸기위해 어느정도 물렁거리게 했다지만 명백히 강도를 강화시킨 정액이 순식간에 양단당했다.
"이 녀석, 허리가 안 잘려……?!"
내 허리에서 멈춘 검을 보고서 프레미아가 경악했다. 손잡이에 한 손을 더 얹고 힘을 가했지만, 신의 가호를 받고있는 타이즈가 잘릴 리는 없었다.
"드래곤의 힘을 능가하는 타이즈……… 설마, 신기……!?"
"알아채는 것이 늦었다!"
프레미아의 손을 잡아채 장도를 떨어트렸다.
"아……!"
그렇지만, 프레미아는 곧바로 금과도 같은 찬란한 빛깔의 편익을 뽑아냈다. 그대로 공중에 날아올라 나를 떨어트릴 셈인 것이다.
"변태, 떨어져버렷!"
"우오오……!"
이, 이대로 떨어질 순 없다!
엉덩이를 손으로 꽉 잡았다.
"히이이잇!"
"조,좋은 반응이다……!"
"떨어져어엇!"
프레미아가 내 얼굴을 마구마구 짓밟기 시작해서 결국 힘이 풀려 나는 다시 지상에 추락했다.
쾅!
"윽……!"
곧바로 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프레미아는 이미 날아가고 없었다.
도망친건가?
"으악! 아깝다!"
그 엉덩이의 감촉, 분명 최상급인데! 아니, 근데 난 왜 엉덩이 감촉만으로 알 수 있는거지?
마침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에쿠, 어떻게 됐어?"
"지금 골드드래곤이라는 녀석과 싸웠는데, 프레미아라는 이름이었어."
"뭐?"
잠시 칼라가 입을 다물었다.
"왜그래?"
"아냐. 그보다 몸은 괜찮아?"
"괜찮지. 상대는 도망쳐버렸지만"
"곤란한데…… 이러면 아지트를 바꿔버릴테니까……… 어떻게든 쫓아갈 순 없어?"
"난 정액 예술가가 아니야. 정액으로 날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수화기너머, 칼라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공항에 도착할 것 같으니까, 나머진 나한테 맡기고 에쿠는 쉬어."
"아니"
"………?"
나는 한 호흡 쉬고 씩 웃으면서 말했다.
"골드드래곤에게 흥미가 생겼어."
"………정말, 못말린다니까."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특집을 해야될 것 같아&WTV9172643=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어쨌든 특집.
주의사항.
수간물입니다.
한가했다.
집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에 택배가 도착했다.
누나와 엄마, 동생이 홈쇼핑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택배 자체가 오는 것은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상자가 컸다.
"………옷은 아닌 것 같은데"
옷이라면 상자에 취급주의 테이프를 붙여놓지는 않았겠지. 이정도 크기면 가전제품일까?
그렇다면 누나나 동생이 아니라 엄마의 물건일지도 모르겠다.
"읏차"
힘을 주고 들었더니 의외로 가벼웠다. 아니, 가볍다기보단 안 쪽에서 무게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었다.
"………"
설마 동물?
아니…… 살아있는 동물을 택배로 붙일 수 있나?
만약 동물이라면 고양이나 강아지같은 종류일까?
"음"
뜯어봐도 괜찮겠지. 누나는 몰라도 동생과 엄마는 택배를 뜯는다고해서 화를 내지 않는다.
슉!
"헙!"
상자를 열자마자 눈 앞에 길다란 무언가가 날아왔다.
미끌.
그것이 나의 입을 묶자 그것이 촉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우우욱!?"
뭐야 이건! 안 풀리잖아……!
뒷목부터 입을 돌돌 말고있는 촉수를 풀기위해 손으로 잡고 힘을 줘봤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침착해라, 인간"
"웁!?"
상자로부터 꾸물꾸물 기어나오기 시작한 것은 놀랍게도 문어와 비슷한 생물이었다. 방금 내 입에 닿은 촉수말고도 수십개의 촉수가 달려있었다.
이 상자안에 어떻게 들어가있을 수 있었는지 신기할정도로 많은 다리가………
"으으으, 으윽!"
외계인은 실존했단말인가!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한심하게도 허리에 힘이 풀려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심호흡을 해라, 인간"
"………"
니가 입을 막고있잖아!
"훗훗후, 괜찮은 인재로군. 먼 곳까지 발을 옮긴 보람이 있어"
본체에 외눈이 하나 있기는한데 이런 연체동물의 어디에 발성기관이 있어서 한국인 뺨치는 발음으로 한국어를 쓸 수 있는거지………?
"진정하는게 좋겠군. 인간, 나는 널 해치지 않는다."
"………"
그렇게 보이지만 좀처럼 진정이 되질 않았다.
"소리를 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발을 풀어주지"
"………"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촉수가 조심스럽게 거둬들여졌다.
"진정이 되었나보군. 훗후후."
"너,너는 뭐야?"
"겔포스다"
"………"
"촉수왕 겔포스다"
"아니, 그런 자기소개는 못 알아들어……"
"파워풀쎾쓰 별에서 찾아온 촉수왕 겔포스다"
"쓸데없이 더 못 알아 먹겠잖아!"
요컨데 외계인은 맞다는 소리인가?
"내 소개를 했으니 그쪽도 소개를 해야하지 않겠나? 인간. 훗후후후"
촉수왕 겔포스는 기분나쁘게 웃고 있었다.
"기,김진혁"
"퉷, 더러운 이름이군"
촉수괴물에게 부모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을 부정당했다……!?
"어디가 더럽다는거야!"
"'김' 이라는 부분이……"
"전국의 김씨를 적으로 돌릴셈이냐!"
"츳츳, 시끄럽군. 인간"
………안돼. 점점 현실감각이 없어지는 것 같다. 외계인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주고받고 있어………
"외계인이 왜 우리집에 찾아온건데?"
"훗후후, 잘 말했다. 인간. 이 촉수왕의 피험체가 된 것을 축하한다."
"피,피험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