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68/78)

"젠장! 역시 내가 가야했었는데……!"

"에쿠……?"

"그래, 나야. 칼라, 알아보겠어?"

"응……… 가까이 와줘…… 안 보이니까……"

"뭐?"

칼라의 시선에 초점이 없었다. 내가 바로 옆에 있는데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빨리 돌아가자. 지금이라도 치료하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안돼……!"

칼라는 목소리를 쥐어짜내면서 나의 팔을 잡았다.

대체 왜…… 아직 승부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는건가?

피투성이인 칼라를 보고있을 수가 없다. 배에 난 자상으로부터 계속해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에쿠, 지금 굉장히 괴로워 보여."

"당연하지. 네가 이런 꼴이 됐으니까………"

"에쿠. 나는 여기서 죽은 걸로 해줘."

"………뭐?"

죽은걸로 해달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다음에 이어진 칼라의 말이 목청까지 올라온 나의 목소리를 막았다.

"죽기 전, 마지막 부탁이야."

"…………대체 왜 그런 부탁을 하는건데……"

칼라는 조용히 숨을 가다듬고 꺼질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제외한 모든 레드 드래곤이 죽었을 때, 나는 모든 것을 잃은 것만 같았어.

 그때의 그 슬픔때문에, 증오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게 있었어."

"칼라……"

"……처음엔 그저 밉기만 했어. 전부 죽었으니까. 레드 드래곤은 나 혼자 뿐……… 그래서, 처음에는 죽일듯이 원망했어."

칼라는 쓰러진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에쿠와 지내면서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됬어.

 그러면서 알게된 것이 있어. 세븐 테일은 드래곤도 아닌, 인간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나서 살아가잖아."

"그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모든 동족에게, 심지어 부모에게 버림받아 섬에 갇힌 그들이 드래곤에대한 원망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 때"

칼라는 먼 옛날을 돌이켜보는듯이 생각에 잠겼다.

"그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거든.

 결국 부모와 동족을 스스로의 손으로 죽이고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렇다면 복수는 포기해버리면 되잖아. 치료를 받고……"

"………에쿠"

"응?"

"잘못된 방법이었지만, 굳게 닫혀있던 나에게 체온을 가르쳐줘서 고마웠어."

"…………"

칼라의 몸이 고통에 떨고 있었다.

"복수를 포기해도, 빈껍질뿐인 드래곤이 되더라도………"

칼라는 눈물을 흘렸다.

"같이 있고 싶었는데……"

"……칼라?"

더이상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앞으로 대답이 돌아올 일도 없다.

칼라의 몸은 싸늘하게 식었고, 다음 순간 붉은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기,기다려!"

칼라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얘진다. 무작정 손을 뻗어봤지만, 가루는 물처럼 나의 손을 미끄럽게 빠져나가 하늘을 향해 사라졌다.

죽었다.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은 각오했지만, 칼라가 죽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자리한 순간 심장이 찢어질듯 아팠다.

하지만 왜?

왜 치료를 받는 것을 거부했지?

드래곤인 칼라의 생명력이라면 분명히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와서 칼라는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것처럼 불이 되어 사라졌다.

왜?

"……이건……"

연기가 걷히기 직전,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렇구나…………"

칼라는 알고있었던 것이다. 자기가 살기위해 스스로의 힘을 사용한다면 몸안에 있는 아이는 죽어버리고 만다는 것을………

내가 반 강제로 아이를 가지게 했을 뿐인데, 그 아이를 살리기위해 죽은 것이다.

"………"

슬퍼할 시간은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칼라는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을 그만뒀다.

그렇게 가시를 세우고 독설을 하고, 남을 손쉽게 죽이던 칼라는 나와 만난 이후 점점 변해갔다.

원래부터 그렇게 착한 여자였는데.

"………화풀이는 해도 되겠지. 칼라"

여태껏 없던 강렬한 분노가 머릿속을 지배한다.

연기가 걷히자마자 나는 목이 찢어질 듯 소리쳤다.

"프레미아아아아아아!"

"주인님, 돌아오셨습니까?"

"아아."

에리카가 날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있었지만, 곧바로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궜다.

혼자서 생각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지금 내 손에 쥐어져있는 작지만 붉은 돌, 분명 칼라가 남겨준 아이다.

보석이 언제 드래곤의 형상을 가지기 시작하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이것을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젠장……"

입에서 험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칼라가 내가 강제로 만든 아이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면, 막연히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이 타이즈를 입고 프레미아와 다시 만났던 그 순간분터 각오하지 않았던가?

이 타이즈를 입음으로서 생기는 고뇌를 받아들이고 여자를 범하겠다고.

"………"

그러니까 괜찮다.

나는 슬프지 않다.

"괜찮아…"

그래, 괜찮다.

"괜찮아………"

…………

…………

"괜찮을 리가, 없잖아………"

*

"주인님, 칼라님은 이제 돌아오시지 않는건가요?"

다음날, 에리카는 나의 안색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목소리가 떨릴 것 같았지만 가까스로 아무렇지않게 답했다.

"그렇습니까."

에리카는 어제 내가 그대로 방에 들어가는 걸 보고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 세계를 뜬다. 너무 오래 놀았어. 슬슬, 속도를 붙일 때가 온거지"

"원래 있던 곳으로 가는 건가요?"

"그래. 에리카도 물론 함께야"

"네, 주인님."

특별히 챙길 것은 있을까?

나는 식사를 취하지 않아도 살 수 있고, 따로 챙겨야할 물건은 없지만 에리카는 사람이니까 어느정도 생활용품은 필요하다.

"에리카가 필요한 것을 알아서 챙겨. 곧바로 출발할테니까"

"네."

"아, 그리고……"

등을 돌린 에리카를 불러세웠다.

"네?"

"에리카, 지금 눈 퉁퉁 부어있어. 세수라도 하는게 어때?"

"아……"

에리카는 안절부절하면서 얼굴을 가리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하긴, 저 녀석도 괜찮을리가 없겠지. 밤새 울었던 것 같다.

"이제 망설이고 있을 수는 없지"

눈을 감고 조용히 타이즈의 반응을 살펴 머릿속에서 프레미아를 불러냈다.

"정액의 용사여, 나를 불렀습니까?"

"………잠깐, 뭐야 그 처음 만났을때를 생각하게 만드는 톤은!"

"그리워질 무렵이라고 생각해서."

"안 그리워! 그보다, 이제 판타지 세계로 돌아갈까하는데"

"판타지? 아아, 그 쪽 세계를 말하는거구나. 같이 시중을 들고있는 메이드와 함께 보내면 되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미아는 얼핏보면 신경쓰지 않는것처럼 보였지만 신이라도 서툰 부분은 있는지, 그녀가 날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둘러 줘"

"아아, 그래. 난 정액의 용사니까, 마침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거든!"

에리카가 짐을 다 챙긴 것을 확인하고 프레미아는 우리 둘을 배웅해주었다.

몸이 희게 변하면서 곧 그 쪽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숲이 그곳이었다.

오래 머물러 있지는 않았지만 알 것 같았다.

"여기, 처음 왔던 곳이구나."

"주인님이 여기로 오셨던건가요?"

"응."

엔나와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여기 어딘가에 있을테니, 한번 찾아볼까.

"주인님, 이제 어떻게 하실건가요?"

"그건 조금 있다가 가르쳐줄게."

"네."

우선 엔나를 찾기위해서 이곳 저곳 찾아다녔다. 숲이라서 조난이라도 당하지않을까 조심스럽게 찾았지만, 의외로 헤매지않고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엔나는 아직도 그 곳에서 활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금발의 엘프, 가 아니고 프릴.

"안녕, 엔나"

"………"

엔나는 갑자기 감정이 벅차오르는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 쪽을 향해 달려와 안겼다.

"잘 지냈어?"

엔나는 말없이 울었다. 아무래도 내가 그냥 가서 많이 서러웠나보다.

"주인님, 그 분은?"

"엔나라고 해. 이 숲을 지키는 프릴이지"

"그렇군요."

이대로 몇 일 머물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건 내가 할 일이 없었을 때의 경우다.

"엔나, 갑작스럽지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

엔나의 어깨를 잡고 눈을 똑바로 바라본 채, 나는 말했다.

"나와 함께 가줘"

"………?"

엔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가 필요해"

"………"

나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던 엔나는 곧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필요없어지면 말 없이 떠날건가요?"

"그건 필요없어서 떠난 것이 아니었어. 어쩔 수 없었지……… 지금은 달라. 네가 나와 함께한다면, 널 버리진 않아"

"…………"

엔나는 잠깐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 사이, 서있기도 뭣하니 엔나는 에리카와 나를 집 안으로 안내해주었는데………

드물게도, 선객이 있었다.

"누구냐, 이 자들은?"

첫인상부터 날 건방진 태도로 대하는 꼬마였다.

"손님이에요."

엔나가 왜 이 꼬마를 공손하게 대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뭐야, 이 어린애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갑자기 소녀는 테이블을 주먹으로 퍽 내려치면서 날 죽일듯이 노려봤다.

"그대, 지금 뭐라고 했나?"

"허허, 꼬마주제에 성질 봐?"

내가 머리에 대뜸 손을 얹어서 쓰다듬자 흠칫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꼬,꼬마가 아니다! 그리고, 가볍게 손대지 말아라!"

잘 보니 예쁘장하게 생겼는걸. 지금은 범하기엔 너무 이르지만, 좋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녹빛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긴 머리카락과 귀여운 얼굴과 적당히 오른 볼살이 귀여운 외모에 값어치를 더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자들이 엔나의 거처에 찾아온 이유는 뭔가?"

"………"

엔나는 잠깐 내 기색을 살피려는 듯 망설이다가, 조용히 말했다.

"함께 가달라고 하셨어요."

"…………"

"보아하니, 엔나가 자네를 그렇게 싫어하진 않는 모양인데…… 어떤 술수를 썼지?"

"술수같은 건 안썼어. 그나저나 꼬마주제에 눈치가 좋구나"

"꼬마라고 하지맛! 하엔이라는 이름이 있단 말이다!"

"그래. 그러는 너야말로, 엔나와는 무슨 사이인데?"

"음………"

"사이라고 할 것은 없다. 나는 프릴의 수장이기때문에 만나러 온 것 뿐이다."

수장?

그런 것도 있었구나.

"하지만 이 주변에는 엔나밖에 프릴이 없지 않았어?"

"북쪽의 숲에서 찾아온 거다. 인간들의 움직임이 심상치않아 세력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느낀거지."

인간들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들어볼 가치는 있는 것 같았다.

"자세히 말해봐. 인간들이 어쨌다는거야."

"보아하니, 그대는 오지에서 살다 온 사람인 것 같군. 대륙의 정세에 밝지 않은 걸 보면 말이야.

 나로선 인간들이 왜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땅을 넓히려 하는 지 알 수 없다.

 현재 대륙은 4개의 대국으로 나뉘어져서 잦은 분쟁을 거듭하고 있어. 큰 전쟁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지."

전쟁이 터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분위기가 감도는 상황이라는 뜻인가.

하지만, 전쟁이 터지면 왜 프릴이 위험해지는거지?

"전시중일수록, 인간들은 힘을 원하지. 프릴이 다루는 특수한 힘을 원해서 소대를 파견할 게 틀림 없어. 우리들은 우리나름대로, 몸을 지킬 필요가 있다."

"………그렇군."

그래서 대륙의 북쪽에서 섬까지 찾아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륙이 지금이라도 전쟁이 터질듯한 상황이라면 나한테는 좋은 일이다.

"그렇다면, 프릴은 인간들에게 공격을 받은 적이 많았다는 소리지?"

"그렇다. 이해가 빠르군, 이번엔 규모가 다를테니 북쪽숲의 동족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그럼 내가 너희들을 진정한 평화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주겠어. 어때? 적에게 공격을 받을 일 없고, 차별 받을 일도 없는 평등한 세계야."

"………너무 줄인 것 같군. 그대의 말이 꿈같은 소리로만 들린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너희들이 나에게 힘을 빌려주면 나의 나라에서 살게해주겠다는 뜻이야."

"………?"

내 말에 세 명 전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내가 무슨말을 하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거겠지.

"섹스가 평등한 나라를 만들겠어.

 나는……… 전 세계에 싸움을 걸겠다!!."

하엔이 10분간 격하게 웃는 동안 엔나와 에리카도 말이 없었다. 내가 한 말이 황당하고 꿈같은 소리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대, 재미있는 사람이군. 마음에 들었다. 그럼 그 계획을 수행할 사람은 누군가? 설마, 우리들이 앞에 나가서 죽으라는 소리는 아니겠지?"

"선두는 당연히 내가 잡는다."

"호, 기백이 있군.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있겠지?"

지금 나에게 있어서,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 제일 웃긴 이야기였지만 하엔을 납득시키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프릴의 힘을 빌려주겠다."

"하지만! 조건이 두 가지 있다."

"뭐지?"

"첫째는 네가 말한대로 나라가 완성되었을 때, 우리들이 타종족에게 공격받지않게끔 보호한다는 걸 약속해주게.

 덧붙여 모든 프릴이 다른 사람과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 하는군."

"쉬운 일이지. 후자는 계속해서 바꿔가야하겠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건 너희들의 노력에 달린 일이기도 하다."

"음, 물론 알고있다. 그럼 두번째 조건은……"

하엔은 나를 보면서 씨익 웃었다.

"자네가 장수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내가 시험해보도록 하겠다."

하엔은 나에게 철인 3종 경기라도 시킬 기세였지만, 의외로 그녀가 권해온 시험이라는 것은 간단한 것이었다.

100m 밖의 거리에서 엔나의 사격을 10번 피하는 것이었다.

받아치거나 잡아내는 것도 인정하지만, 하엔은 %3C피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영영 할 수 없을 것%3E이라고 자신감있게 말했었다.

"하엔님, 정말 괜찮을까요?"

"음, 물론. 힘조절은 할 필요 없다. 내가 옆에 있으니, 그를 회복하는 일은 간단하다."

"…………알겠습니다."

엔나는 심호흡하고 100m밖에 있는 에쿠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본래, 활로 100m밖의 물체를 정확히 맞춘다는 것은 활 몇번 잡아본 사람이 할 수 있을만한 재주가 아니다.

하지만 상대가 엔나라면 우연히 빗나가는 경우는 없다.

"(간단하지. 시위를 놓는 순간 피하면………)"

엔나가 손을 놓았다고 생각된 순간, 가슴 정 중앙에 무언가가 닿았다.

"………"

화살이 박히진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죽었을거란 생각에 약간 간담이 서늘했다.

"어이! 괜찮은가?!"

"그래!"

"엔나. 저 남자, 의외로 하는 모양이군. 피가 안나는 걸 보면 막기는 막은 모양이니까."

"…………"

엔나는 이상하다고 여기면서 활 시위에 다시 화살을 걸었다.

시위에서 손이 떨어지는 걸 기다렸다가 피한다는 게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지 체감한 나는 쏘기 직전에 몸을 굴려서 피했다.

하지만, 이렇게 요란하게 움직이지만 엔나는 다음 순간 곧바로 쏠 곳을 바꿔서 나를 맞췄다.

"젠장!"

3번째 4번째에선 아예 옆으로 달리기까지 했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프릴이, 아니 엔나가 이렇게 활을 잘 쏜다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나의 밑에 들어와준다면 큰 힘이 될거라는 사실은 변함 없다.

그 이후 나는 계속 엔나에게 부탁해 화살을 피하기위해 눈을 부릅뜨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처음에는 달리거나 큰 동작으로 피해보려고 했지만, 그런 게 부질없다는 걸 깨달은 것은 113번째부터였다.

하엔은 내가 맞으면서도 상처입지 않는 것을 막는다고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젠장!"

이딴 일로 포기할 것 같았으면 처음부터 결심을 안 했다.

섹스가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나는 정액의 힘을 빌리지않고 오직 나의 신체능력만으로 화살을 피하기위해 훈련에 매진했다.

엔나는 도중부터 눈치채고 있는 듯 했다.

체력 소모를 하지 않는 나보단, 활을 계속해서 당기는 엔나도 힘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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