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렌디가 뭔지, 보고 바로 떠오르신 분 있나요?
있다면 님은 기억력이 대단하신겁니다. 하하하. -_-)b
"음?"
다 죽은 줄 알았더니 구석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옷이 반쯤 그을려진 여자가 몸을 움츠리고 있던 것이다.
"이봐. 이걸 다룰 수 있어?"
"힉!"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듯 고개를 든 여성은, 쓰러진 노인과 나를 번갈아보더니 갑자기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들었다.
아직 아무 짓도 안했습니다만!
"후웃!"
정액으로 채찍을 만들어 손을 쳐냈다. 아슬아슬하게 칼이 목에 박히기 직전에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뭘 그렇게 겁먹는건지 모르겠지만, 당장에는 아무짓도 안해."
"마,마족의 말은 믿을 수 없어요!"
슬슬 화가 났다.
마족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날 마족 마족 마족…… 다음에 마족을 본다면 철저하게 화를 풀어줘야겠어.
"이봐. 날 왜 마족이라고 생각하는건진 알 수 없지만, 난 인간이야."
"…………"
"그 불길을 막은 건…… 음, 그래. 나한테 쓸만한 마도아이템이 있거든. 여기 이 목걸이……… 그게 날 보호해준 것 뿐이야."
곧바로 만들어낸 거짓말이라 엉성한 부분은 있지만 우선 이 여자가 혀깨물고 자결하지 않게 하기위해서는 안심부터 시켜야했다.
"왜, 왜 이런 짓을…… 트라디스의 칼키스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위한……"
"아, 그런 지루한 설명은 됐고.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
"지금 네 손을 휘감고있는 채찍이 보이지? 그건 네 맥박을 재고있거든. 거짓말은 안하는게 좋을거야."
………사실 맥박가지고 거짓말하는지 안하는지 잴 수 있는 재주는 없지만. 살면서 가끔은 허세가 중요할때도 있다.
여자는 스스로의 상황을 납득한듯 떨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이 칼키스라는 요새는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설명해줘.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싱거웠거든?"
도저히 '난공불락'이라고 말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 여자는 분명 강했지만, 그건 개인이 막아선거지 요새가 막은게 아니다.
"칼키스는 그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만능형 요새에요. 침입자 구제를 위한 마도시설이 수십개에 이르고 있어요."
"오면서 한 번도 못봤는데, 그 이유는 나와 다른 침입자에게 시큐리티가 몰려있었기 때문?"
"다른 침입자들이 시큐리티를 막은 것은 맞아요. 그리고 칼키스는 이 곳을 중심으로 전혀 다른 지역에 있는 또 다른 지역과 장소가 링크되어있어요."
"………그렇다는 건, 실제 면적은 훨씬 더 넓다는 뜻이군."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정리하자면 이 곳은 칼키스라는 요새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이 요새나 그 곳으로부터 마음대로 장소를 이동할 수 있다는거지?"
"……네. 이 곳을 포함해 총 네 곳이 더 있어요."
"음, 고마워.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척척 내가 알고싶은 걸 가르쳐주다니.
착한데? 내 동료로 삼아줄게. 월급……은 없지만 더 좋은 게 있어."
"……거부권은 있나요?"
"없다!"
여자는 울것같은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마음이 많이 안정됬는지 이제 갑자기 목숨을 끊으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이 곳에 나를 제외한 또 다른 침입자가 있다고 했지? 난 혼자서 들어왔거든. 그 침입자들은 뭐야?"
"또 다른 침입자는 총 4명…… 그 사람들이 사용한 특수한 마도가 칼키스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켰어요."
"……그렇군."
즉, 내가 이 요새에 들어온 시점에 나와 달리 몰래몰래 들어온 다른 인간들이 요새의 기능을 마비시켰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가 중심부에 도착한 것은 말 그대로 운이었다.
그 때 그 여자들이 간 길과 정 반대로 갔으니까………
그 녀석들은 나한테 있어서 의외의 변수였지만, 그 쪽도 내 존재가 상당한 이레귤러다.
난 우연히 그 녀석들을 이용해먹은 입장이 되어버렸고………
"흠."
이용했다면…… 이제 버리는 것만 남았군.
아까 본 것으로 미뤄봐서 이 곳에 들어온 또 다른 네 명의 전투력은 상당하다. 하지만, 굳이 시큐리티를 정지하고 들어왔다는 것은………
"(칼키스가 제 기능을 발휘한다면, 이 곳을 점거하는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후후후~ 나 좀 천재인 것 같아. 하하핳!"
"…………"
여자는 이상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흠흠. 그래, 하지만 점거를 위해선 네가 꼭 필요하다. 일단, 네 이름을 말해봐."
"………세필이에요."
"내가 여기 들어오기전까지만 해도, 이 곳의 기능을 복원시키려고 했겠지?"
세필은 고개를 끄덕인다.
"진행도는 어느정도야?"
"58%25정도……"
빠듯하군. 그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까………
"나머지 42%25를 채워줘. 힘든 건 알겠지만, 서둘러달라고.
그때까지 내가 시간을 벌고있을테니까."
"………저, 잊으신 건 아니겠지만……"
"알아. 너한테 있어서 나도 배제해야할 침입자라는거지? 하지만, 지금은 네 상관…… 으로 추측되는 노인도 죽었어. 보이지?"
추한 표정으로 죽어있는 노인의 시체를 가리켰다.
"………"
세필은 그걸 보고 참기 힘들었는지 고개를 돌렸다.
"잘 들어. 저 녀석들은 이 중심부를 제압하는게 목적! 다시 말해, 내가 먼저 점거하는게 실패해서 그 녀석들이 이곳에 오면 넌 죽게 되."
"하지만, 나는 널 죽이지않아. 오히려 일이 잘 풀린다면 네 선택을 존중해 그대로 풀어줄 수도 있어! 자, 뭘 따라야할지는 명백하지?"
"…………"
"제가 점거에 성공하면…… 필요없어진 절 당신이 죽일수도 있는거잖아요."
"안 죽여. 난 널 범할거니까!"
"에엣……?!"
"네 보지가 엉망진창이 될때까지 내 자지로 쑤시고, 쑤시고, 쑤시겠어! 자, 어때. 이제 좀 안죽인다는 것에 믿음이 가지?"
내가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고 말하자 세필은 다시 울상이 됬다.
"………싫을만큼요."
믿게하는 방법이 좀 웃기긴했지만 세필은 사는 쪽을 택했는지 곧 마도력을 통해 제어에 들어갔다.
*
추천 %2B 댓글은 작가의 힘이 됩니다.
덧붙여
골드드래곤 프레미아를 시작으로 자물쇠가 걸린 캐릭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고 있네요.
자물쇠는 지금까지의 여성과 달리 쉽게 범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말합니다.
매번 쉽게 범하면 재미가 떨어질 것 같아서(?)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편에 달린 코멘트는 다 합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한 분 한 분의 코멘트도 놓치지않고 전부 읽고있습니다. @[email protected]
단신으로 난공불락의 요새, 칼키스에 처들어온 나.
그러나 나와 때를 같이해서 들어온 침입자들이 있었으니, 이곳에 들어와서 가장 처음 만났던 괴력 고양이여자랑 나를 날려보낸 어두운 여자였다.
그들보다 먼저 중심부를 제압한 나는, 칼키스가 나의 제어에 떨어지기전에 침입자들을 막아야하는 입장이었다.
"저게 침입자들의 위치지?"
"……네"
살짝 화면이 버벅거리긴 했지만 확실히 침입자는 4명, 각각 2인 1조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차피 타이즈덕에 죽을 일도 없고, 버티기만 하는거라면 문제없지!
"…………"
하지만~ 이대로 나간다면 그 두 명을 범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귀찮지만 조금 돌아가볼까."
나는 벽에 손을 짚었다.
*
에쿠와 싸웠던 수인여자와 합류한 에이브릴이 칼키스 내부를 걷고있었다.
"언니, 아까 그 남자는 어떻게 됐어?"
"소마, 살아있을 것 같아서, 걱정되?"
"당연하지, 그런 변태랑은 다신 만나고싶지 않아"
에이브릴은 흔들리지 않는 감정폭을 유지하면서, 소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
소마는 에이브릴의 손이 기분좋은 듯, 고양이귀를 쫑긋거렸다.
"괜찮아. 바렌디로 죽였으니까, 확실해."
"응, 응, 어서 차지하고 돌아가자."
"………"
소마는 그저 즐거운 듯 에이브릴을 따라오고 있었지만, 에이브릴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동료들로부터 이 지점의 내부가 어떻게되어있는지 전부 듣고있는 에이브릴이, 길을 헤맬리가 없다.
그런데 아까부터 조금씩 구조가 엇갈리는듯한 느낌이 들고있는 것이다.
불안함을 떨쳐낼 수 없었던 에이브릴은, 소마에게 말했다.
"소마, 주위에서 변화가 느껴지진 않아?"
"………?"
에이브릴에게 그런 말을 듣고나서 의식을 했는지 소마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음……… 다른 건 없는 것 같아. 조금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걸 빼면?"
"이상한 냄새?"
"응. 그 변태에게서 이상한 체취가 강하게 났는데, 그게 희미하게………"
"………설마. 살아서 쫓아왔다는거야?"
소마는 고개를 저었다.
"건물 전체에 냄새가 배여있으니까, 아닌 것 같아. 원래 그 변태가 이 건물에 오래있었던게 아닐까?"
에이브릴은 수인족이 아니기에 소마처럼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있지 않았다. 무슨 냄새가 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둘은 경계하면서 길을 걸었다.
"에이브릴 언니, 역시 그 변태 살아있는거지? 내가 다시 돌아가서 보고올까?"
"………우선 파드 일행과 다시 합류하는게 좋겠어. 아무래도 이상해."
통로가 너무 길어지고 있었다.
둘은 거대한 달팽이껍질속을 걷고있는 것처럼, 길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구불구불한 통로를 걷게되고 있었던 것이다.
"에이브릴 언니!"
"윽!?"
그 때, 별안간 에이브릴의 뒤에서 하얀 팔이 치솟았다.
*
당황하고있는 에이브릴의 목에 목걸이를 채웠다.
벽으로부터 튀어나온 나를 보고 둘은 아연실색하고 있었다.
"살아있었어…… 당신, 인간이 아니군요."
나는 에이브릴의 귀를 살짝 물었다.
"아으!? 뭘 하는……!"
"인간이야."
"속삭이지 말아요!"
에이브릴은 격하게 몸부림쳤지만 나는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달라붙는 옷이 아니어서 처음 봤을땐 몰랐지만, 겁나 부드럽고 육감적인 몸이었다. 이어서 가슴에 손을 대자, 소마가 버럭 소리쳤다.
"언니한테 손대지 마!"
"거절한다!"
내가 몸을 밀착시키자, 소마는 벽을 통째로 뜯어내듯이 주먹을 휘둘렀다.
"커헉!?"
그대로 붕 날아간 나는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섰다.
진짜 무섭네……… 무슨 힘이 저렇게 센 거야?
"언니, 괜찮아?!"
"목걸이가………"
"손대지않는게 좋아. 그건 번식목걸이라고 해서, 손대면 임신한다"
에이브릴은 무심코 목걸이에 손을 댄 그대로 굳어버렸다.
"언니한테 무슨 짓 하는거야! 당장 풀어, 이 변태!"
"손대면 임신한다는건 농담이고……."
"……"
"……"
"어떻게 내 배후를 잡은겁니까?"
"봤잖아? 벽 뒤에서 나오는거"
"인간이라면, 마도사군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냐아냐, 나는 마도사가 아니야."
"그럼 뭡니까? 마족이라고 말할 셈은 아니겠죠?"
어지간히 내 정체가 궁금한지 그렇게 적대시하면서 지금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던 소마도 지금은 얌전했다.
"나?"
나는 손발을 풀고, 상쾌하게 선언했다.
"이 세계를 구하기위해 용사질을 하고있는 정액맨이다"
"………당신 대체 뭐하는사람이에요? 미쳤습니까?"
"후후……후후후……"
"으앙, 언니, 저 사람 거기가 서고있어……"
"…………"
에이브릴도 마지못해 나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시선 돌리지마, 너네!"
"윽……"
"아무래도 못믿는 눈치같은걸"
"별안간 정액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을, 무슨 수로 믿습니까?"
나는 벽으로부터 정액검을 꺼냈다.
"!?!"
둘은 깜짝 놀라고 있었다.
"이 칼키스, 내가 전부 정액으로 덮어버렸거덩. 그래서 여긴 갈림길로 위장한, 전부 정액으로 이루어진 통로라는 소리지. 네 동료도 지금쯤 헤매고 있을거야"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네요."
에이브릴이 일어섰다.
아까 맞아보고 안 거지만, 에이브릴이 사용하는 마도는 특별하다.
"에이브릴이라고 했나. 그리고 작은 녀석은 소마지?"
"작다고 하지맛!"
"가슴 큰 쪽의 마도에 흥미가 많거든. 좀 더 보여주지 않겠어?"
- - - - -
연재가 재개되었습니다.
여신겁탈은 매주 월요일
루프라는 매주 목요일에 연재됩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이제부터 뒤에있는 에이브릴의 마도를 주의하면서, 소마의 맹공격을 버텨내야한다.
과거에도 몇 번 없었던 고난이도 전투였다. 특히, 에이브릴이 사용하는 마도는 내가 알고있는 마도와는 다르다.
내가 레드 드래곤 칼라로부터 배웠던 카벨라보다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어딜 보는거야, 변태타이즈!"
우왓, 무지하게 빠르네……!!
소마의 신들린듯한 연격은 하나하나가 파공음을 만들정도로 큰 위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확했다.
"큭!"
생각했던대로 에이브릴의 지원이 왔다. 눈으로 쫓기도 힘든 낫이 나의 목을 강타했다.
아까 나를 날려보낸 공격은 이거였나……!
"잘리지 않아……!?"
멀쩡하게 일어나는 내가 그렇게 놀라웠는지, 둘은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확실히 그런 식으로 낫을 맞고 목이 잘리지 않는 인간은 없다. 나를 제외하면!
"소마"
"응, 언니"
둘의 기색이 달라졌다.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에 사라진 소마가 나의 배후를 치는 것이 느껴졌다.
"이 괴력고양이가, 어른을 함부로 치면 펠라치오를 하게된다는 것도 안 배웠냐……!"
"그런거 안 배웠어!"
괴상한 비명을 지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지만, 어쨌든 나는 그저 버텼다.
정액을 이용해서 다리를 고정해 타격이 들어올때마다 오뚜기처럼 되돌아온다.
"아아, 어지러워어-"
"말도 안 돼, 왜 이렇게 몸이 튼튼한거야-!"
"어지럽다고오오"
"이익!"
훅을 맞았더니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소마는 분해서 어쩔 수 없는 것 같았고, 에이브릴만이 나를 심각한 눈초리로 보고있었다.
"소마, 너만 이 벽을 부수고 제어실로 가."
"언니? 하지만 이 남자랑 둘이서 있으면……"
"파드에게는 열쇠가 없어."
"………"
소마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를 놓아둔 채 벽을 뚫고 달아났다.
에이브릴은 그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좀 살겠군"
다리고정을 풀고 거유 무표정녀와 대치한다.
"그대로 놓쳐줘도 되나요?"
"물론 안되지. 내가 빈틈없이 따먹어야하니까."
에이브릴은 나에게 혐오의 시선을 향했다.
"여자를 그런 식으로 밖에 볼 수 없나요?"
"유감이지만, 나는 그렇게 봐야만 해. 자, 그럼 이제 너는 내건가?"
"소마가 제어실에 가면 당신은 이 곳에서 나갈 수 없게됩니다."
칼키스의 구속기능에대해서 알고있는 모양이다. 뭐, 소마가 거기에 간다고해서 이제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뭘 믿고 그렇게 기세등등하지? 큰가슴. 칼키스의 재가동을 돕고있는 것은 나를 따르고 있는 여자인데."
"마도사가 아니라는 말도 정말인 것 같군요."
"뭔 소리여?"
"마도요새는 핵만으로 움직일 수 없어요. 핵식으로 지어진 건물은 리버든이라고하는 신경계를 통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아~, 그럼 먼저 네가 그걸 가지고 나왔다고?"
"예. 지금 알아봤자 늦었겠지만."
에이브릴의 말은 풀이하자면 이렇다. 칼키스는 거대한 하나의 핵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총 4개로 나뉘어져있는 칼키스에 핵의 힘을 전달하는 물체가 있다.
그것이 리버든인가.
그렇다면 에이브릴이 리버든을 가지고 있는이상, 세필의 관제능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그걸 너한테 뺏는다면?"
내가 자세를 낮추자, 에이브릴의 목각 인형은 세 개로 늘어났다.
"소마를 꺾을 수도 없는 당신이, 저를?"
에이브릴의 음색이 처음으로 어두움을 품는다. 나를 죽이겠다고 마음먹은 것일까.
그 모습에 나는 무심코 웃음이 터졌다.
"하하%26#54643;하하!"
"……뭐가 그렇게 웃긴가요?"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고 우리, 어차피 뺏겨도 너랑 소마가 나의 손에 들어온다면 이야기는 끝인데."
"………"
"예쁜 얼굴에 인상쓰지 마. 거기다, 그 애가 갔다고해서 아무런 소용도 없을 걸."
"………?"
나는 혓바닥을 쑥 내밀었다.
그리곤 내 혓바닥위에있는 리버든을 본 에이브릴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당신, 언제……!?"
"맨처음에 너를 붙잡았을 때 건진거야. 그런데 네가 직접 설명해줄 줄은 몰랐네, 이게 그렇게 중요한 녀석이라는걸."
나는 구슬형태를 취하고있는 리버든을 다시 입안 구석에 넣어두었다.
"몰랐다면 어떻게 훔칠 수 있었던 건가요……!"
초조함이 드러나고있군.
"너는 그저 소마를 구해서 잘 모르겠지만, 소마는 처음에 이 요새를 지키는 파수꾼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
"그런데 알고보니 너희 둘은 침입자로, 2인 1조로서 행동을 취하고 있었잖아.
소마는 네가 어딘가에서 중요한걸 하는동안 너에게 누가 다가갈 수 없도록 지키고 있었다는거지?"
"읏…"
뜻밖의 행운이라는게 바로 이런 걸 말하는거 아니겠는가. 하하하.
그저 망가트리기만 하는거였다면 아무 소용도 없었겠지만, 물체로서 가지고 나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붙잡은 순간 그럴싸한 물건을 전부 빼돌렸다.
"몇가지 더 행운이 따라줬는데, 너는 몸치장에 사치를 들이지 않더라고? 그래서 이것만 빼낼 수 있었던거지.
그래도 그건 여자로서 좀 아깝다. 지금도 넘칠정도로 예쁘지만 조금 더 신경쓰는게 어때?"
"어차피 마도사가 아닌 당신에게 리버든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너한테 들을 생각이야. 그것말고도 이것 저것.
특히 제일 중요한 것은, 그 마도의 정체겠지?"
위기감이라도 느꼈는지 에이브릴의 인형은 무서운 속도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소마처럼 타격계가 아니라는 것이 나빴다.
절단형 무기로는 나에게 타격을 줄 수 없다. 타이즈는 조금도 잘리지 않는데다가, 몸이 날아가는 것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어랏!?"
그러나 나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에이브릴은 등을 돌리고 도망쳤다.
"얌마! 도망치면 안되지!"
내 완벽한 계획이 무너지다니!!!
"우어어어!"
절규하면서 따라갔지만 에이브릴은 또 다른 마도로 벽을 부순 뒤 나간 것 같았다.
"그만 쳐, 이것들아!"
계속 나를 따라오며 낫을 휘두르는 인형을 무시하고, 에이브릴의 흔적을 따라달렸다.
젠장…… 이대로라면 세필이 위험해진다. 소마까지는 괜찮지만 에이브릴이나 다른 팀을 제어실로 보낼 수는 없다.
"피대신 정액이 흐르고있는 이 몸을 얕보지 마라아앗-!"
이리저리 맞으면서 질주한 결과 에이브릴의 등을 볼 수 있었다. 소마만큼 체력이 뛰어나지는 않은 모양이군.
"합-!"
촉수를 뻗어서 에이브릴의 등을 잡은 순간, 에이브릴의 몸은 공중을 회전하면서 바닥에 털퍽 쓰러졌다.
헉. 너무 심하게 했나?
다가가서 살펴본 결과 에이브릴이 아니라…… 그런 뒷모습을 하고있는 가짜 인형이었다.
"………"
이 여자좀 봐라………?
인형들에게 투닥투닥 맞으면서 나의 분노게이지는, 한계치를 돌파하며 솟구치고 있었다.
"플랜트……"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주변이 수증기로 타오르기 시작한다. 정액이 나의 힘을 받아 스스로 열을 내기 시작한다.
원래 껍질처럼 벽을 감싸고 있던 정액이 벽을 녹이고, 그 안을 정액으로 채워나가는 것이다.
"좋아, 문제없어!"
나는 처음에 에이브릴을 덮쳤을 때처럼 벽을 관통하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인형들은 굳어진 정액에 막히기때문에 제어실까지는 금방이었다.
다급한 세필의 비명이 들렸다. 소마가 벌써 제어실에 도착한건가!?
"……"
잠깐만 기다려, 침입자들의 최종목표가 제어실이라면 내가 이렇게 열심히 뛰어다닐 필요는 없잖아?
열을 거둬들이고 제어실의 벽에 숨어들었다.
나를 뿌리치고 도망간 에이브릴의 목소리가 들린다.
"에이브릴, 너 인형도 없이 왜 그리 다급하게 들어와?"
"흰색의 전신타이즈를 입고있는 수상한 남자에게 쫓기고 있어."
"풋. 뭐야 그건. 흰색 타이즈? 진심으로 하는소리야?"
"파드, 그 사람은 위험해. 죽지않아. 바렌디로 스친상처조차 낼 수 없었어."
"뭐라고?"
제어실 안에는 에이브릴과 소마의 기척이 느껴졌다. 지금 에이브릴과 대화하고있는 파드라는 남자도 있지만, 어차피 남자따윈 안중에 없으니 제외.
분명히 한 명이 더 있어야하는데, 기척을 죽이고 있는건가?
"그보다 리버든은?"
오. 지금 들렸다.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