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6/16)

The tragedy of goddess (여신들의 비극). 15편

대한민국, 서울, 미국대사관.

‘철컥. 척.’

‘또각 또각…’

지하주차장 구석에 고급승용차 한대가 서고, 승용차 뒷문에서 다소 큰 선글라스를 끼고 흰색 밍크코트를 입은 한 작은 여성이 걸어나왔다. 곧 그 뒤를따라 역시 선글라스를 낀 양복차림의 두 남자가 따라나오고는, 곧바로 여성의 양 옆보다 약간 뒤에서 속도를 맞추며 여성을 따라걷기 시작했다.

‘띡. 띠디디디딕…’

‘위이이이잉… 철컹’

‘또각 또각…’’저벅 저벅…’

‘위이이이잉… 철컹’

여성은 곧바로 눈에 잘 띄지 않을법한 곳에 달려있는 작은 금속상자 쪽으로 다가가 상자를 열고 안에있는 버튼과 기기들을 이리저리 조작하기 시작했다. 복잡한 수학문제처럼 보이는 몇가지 희한한 도형들이 나타나고,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들이 빠른 속도로 자판을 누르며 숫자들을 입력해 들어간지 얼마 되지않아 곧 구석진 곳의 벽면한쪽이 열리고 여성과 남자들이 열린 벽면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몇 초후 닫힌 벽에는 놀랍게도 원래 아무 장치도 없었던 것처럼 깔끔한 표면만이 남았다.

‘띠딕. 띡. 띠디딕…’

‘위이이이잉…’

‘스슥…’

한동안 밝은 조명이 비추어지는 복도를 따라 걸어들어간 일행은, 곧바로 한 금속재질의 문 앞에서 멈춰섰다. 여성이 문 옆의 기기를 조작하며 지하주차장의 벽면을 열 때와 비슷한 절차를 거치고, 곧바로 문이 열리면서 엘리베이터인듯한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일행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문이 다시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성이 자신의 밍크코트와 선글라스를 벗어 오른쪽에 있던 남자에게 건네주자 곧바로 너무나도 익숙한… 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귀염상의 얼굴이 드러났다. 승연은 아무 감정도 서려있지 않은 듯 한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 문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한가지 특이한 것은 승연이 입고있는 정장타입의 검은색 의상이었다. 승연의 복장은 상의와 스커트, 그리고 안에입은 셔츠와 목에두른 리본스카프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되어 있어 이 깊은 지하공간 안의 적막과 더불어 마치 어둠을 상징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 단조로운 색감을 다소 완화시켜 주는 것은 상의 왼쪽 가슴에 붙어있는 수많은 사각형 약장들이었다. 이 약장들과 더불어 오른쪽 가슴에 달려있는 은색의 한 특이한 휘장, 그리고 약장과 휘장의 위아래로 붙어있는 몇 가지의 마크들 만이 이 옷이 어딘가의 제복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장식들의 배치가 군 정복과 비슷하기도 했지만, 어딘가가 분명히 달랐다. 군 정복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계급장이 없었다…

‘위이이이잉… 철컹.’

‘또각 또각…’

‘위이이이이이잉……’

한참동안을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곧바로 문이 열리면서 사방이 미끈한 흰색 금속재질로 이루어진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의 끝에서는 한 커다란 문을 검은색 전투복에 역시 검은 헬멧을 쓰고 자동소총을 든 두 명의 경비병이 지키고 있었다. 승연이 문앞으로 다가가자 잠시 진로를 막아서려던 경비병들의 눈에 승연의 오른쪽 가슴에 붙어있는 은색 휘장이 들어왔다. 지구를 상징하는 듯 경도와 위도선이 그려진 원의 가운데를 채우고 있는 큰 눈모양 장식과 원의 양 옆으로 뻗어있는 길고 곧은 한 쌍의 날개… 휘장을 확인한 경비병들이 잠깐 움찔한 뒤 양 옆으로 물러서 소리없이 경례를 붙이고는 다시 원래 하던대로 문을 지키러 돌아갔다. 승연은 오른손을 들어 뒤따라오던 두 명의 남자에게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으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문앞으로 계속 걸어나갔다. 곧이어 문이 열리고, 승연은 경비병들과 양복차림의 남자들을 남겨둔채 혼자 넓은 방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위이이이이이잉…… 철컹.’

“기다리고 있었네. 이리와서 앉지.”

“네.”

넓은 원형의 공간 양쪽에는 커다란 서재가 자리잡고 있었고, 가장 안쪽의 한가운데에 놓여진 책상 뒷편에는 와이셔츠 차림의 한 노인이 앉아있었다. 책상의 뒷편 양쪽에는 각각 한 개씩의 큰 깃대가 세워져 있었는데, 오른쪽의 깃발은 바로 마땅히 있을법한 미국 성조기였고, 왼쪽의 깃발에는 한쌍의 날개 위에 녹색 지구가 올려져 있고 그 뒤에 세자루의 붉은색 칼이 수직과 좌우 대각선으로 그려진 네오 코스모스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승연은 노인의 말에 짧은 대답으로 응대하고는 곧바로 책상앞의 의자를 꺼내 앉았다.

“이번 일에 자네의 활약이 컸네. 우연히 자네의 위장신분덕에 일을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고… 그나저나 참을성이 좋은 편이군. 내가 자네였다면 아마 엉뚱한 경로로 떨어진 명령에 화가 나서라도 먼저 찾아왔을텐데 말이지. 좋은 일 한 셈 치도록 하게. 직접적으로 살린 목숨만 5만명쯤 되니까 말이지.”

“ESNF는 명령에 따라 집행할 뿐. 다른 임무는 없습니다.”

억양의 변화가 거의 없는 저음의 짤막한 대답. 아마도 승연이 잠실운동장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처리한일은 원래 승연이 소속된 집단과 그다지 관련이 없는 사안인 모양이었다. 노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잠깐 미소를 짓고는 곧바로 할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가? 음… 자네를 부른 것은 다른 이유때문이 아니야. 곧 새 임무가 떨어지게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기 위한것이지.”

“너구리 제거작전과 관련한 것입니까? 그렇다면 지금 감시하고 있는 목표물은…”

“아니야 아니야. 그 뽀글머리의 배불뚝이 친구를 없애서 어디에 쓰겠나? 자네도 잘 알겠지만, 주기적으로 분쟁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친구들은 우리에게도 항상 이득을 안겨주지. 클클… 내 생각엔 그 친구도 이런 상황을 어느정도 감 잡고있는 듯한 느낌이야. 뭐, 어찌되었은 너구리 제거작전 관련건은 아니네. 바로 그 목표물과도 관련이 있는 일이야. 잠깐 이걸 좀 읽어보도록 하게.”

노인은 알 수 없는 말 사이사이 기분나쁜 웃음을 섞으면서 승연에게 한 개의 작은 서류철을 건네주었다. 승연이 받아든 서류의 오른쪽 상단 여백에는 승연의 옷에 붙어있는 휘장과 동일한 형태의 문양이 인쇄되어 있었고, 그 문양의 아래에는 몇 단어의 작은 글씨가 적혀있었다.

책상 뒷편의 왼쪽 깃발에 그려진 네오 코스모스의 문양은 분명 미국정부와 네오 코스모스가 매우 깊은 관련이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실제로 네오 코스모스의 영향력은 단순히 미국정부에 대한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미국뿐만이 아닌 수많은 각국 정부들을 흑막 뒤에서 조종하는 비밀결사, 그것이 바로 네오 코스모스의 정체였다.

네오 코스모스는 일반적으로 그들이 조종하는 정부들의 군사력이나, 혹은 언론의 조작을 통해서 그들의 목적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무력을 통한 직접해결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는 법이었다. 물론 네오 코스모스 자체가 비밀결사이니만큼 그들의 무력행사 역시도 철저히 비밀리에 수행되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병력의 수효를 많이 가져가기 보다는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소수의 병력을 동원해 목표물을 깔끔하게 도려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러한 개념을 극단적으로 끌고가 시설물 파괴나 요인암살, 더 나아가 필요할 경우 단신으로 적대세력의 전술기지를 지도에서 지워버리는 임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양성된 엘리트 요원집단. 서류의 문양 아래쪽에 적힌 단어들은 바로 이 집단의 명칭을 뜻하고 있었다.

Executing Shadows of Neo-cosmos secret Force. 약어로는 ESNF. 평상시에는 각자 주어진 위장신분을 가지고 살다가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그것을 집행하는 그림자부대. 승연이 하필이면 사람들의 눈에 많이 띄는 직종을 위장신분으로 부여받은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누구라도 이 멍해보이는 소녀가 실제로는 침투, 생존, 심문극복에 관한 끔찍하고도 과학적인 훈련을 받았으며, 9개국어의 구사능력과 해킹기술,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매우 특수한 전투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하면 믿을 턱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굳이 이런 등잔밑이 어두운 원리를 따져보지 않더라도, 지금과 같은 환경 속에서 자신의 신분을 감출 능력이 없다면 애당초 전 세계에 11명 뿐인 ESNF 집행요원으로 쓰일 턱이 없었다. 어릴때부터 거치는 훈련과정에서 죄다 사망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건.”

그런 승연의 눈에도 분명 서류에 나와있는 내용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물론 그 내용의 참혹함 등이 시선을 끈 것은 아니었다. 승연에게도 익숙한 소녀들을 능욕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괴생물체들… 도대체 이 기괴한 생물들과 자신이 추적하고 있는 유이 사이에 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다는 것인지 도통 짐작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네 감시대상이 일반적인 목표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테고…”

“수 차례 테스트도 해봤습니다.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분명 특수한 전투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는 있습니다.”

“맞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내용이 있지. 일단 이것을 가져가게. A4로 치면 약 50장 분량쯤 되니까 자세히 봐두도록 해. 아직 정해진 일은 아니지만 자네의 배치구역이 바뀌게 되면 실행할 작전이니까 개요 정도는 알아두라고 주는걸세. 곧 우리 조직의 최상위 의사결정 기관인 13인 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나게 될거야.”

“알겠습니다.”

‘척.’

노인은 작은 USB 메모리를 꺼내 승연에게 건네었다. 지시를 받은 뒤 USB 메모리를 들고 자리를 뜨려던 승연에게 노인이 모두가 아는 내용을 다시한번 확인하려는 듯한 목적인 듯, 별 성의없는 듯한 마지막 한마디를 건네었다.

“아, 물론 그곳의 자료는 다른곳에 연결된지 30분 뒤면 자동삭제되네. 복사하려는 시도를 하거나 해도 마찬가지야. 그래도 마지막에 물리적으로 완전히 파기하는 것을 잊지는 말게.”

대한민국, 서울, 카라숙소.

‘끼이이익… 또각 또각… 스슥…’

“어, 언니. 우웅…”

선글라스와 밍크코트는 어디갔는지, 그냥 흰색 롱코트에 목도리만 두르고 숙소로 들어온 승연이 니콜과 마주쳤다. 잠옷차림에 베개를 껴안고 있는 니콜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있던 중이었는지 한 손으로는 방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승연을 본 니콜이 졸린 눈으로 베시시 웃으면서 말을걸었다.

“어… 우우웅… 뭐야… 언니왔어? 우우웅… 어디 나갔었어?”

“어, 안자고있었어? 그냥 바람좀 쐬러. 뭐야 하라는 왜 저러고 자?”

“물마시러 나왔어. 하라 또 드라마 보다 잠들었나 보다. 깨워야지. 내가 깨울게. 우웅…”

“아니야 됐어. 내가 깨울게 그냥 들어가 자. 하라야. 하라야…”

거실의 소파에는 구하라가 TV를 켜놓은 채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자고 있었다. 승연은 구하라를 깨우려는 니콜을 방으로 들여보내고는 코트와 목도리를 벗고 구하라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거실 한가운데 놓여져있는 TV에서는 어느새 애국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극기지.

‘위이이이잉… 철컹!’

“후우…”

거주실 문이 열리고, 예의 그 통제조가 모습을 나타냈다. 갑자기 들어오는 빛에 희미하게 눈을 뜬 단발머리의 소녀. 소녀라고 하기에는 장신에 글레머러스 한 몸매를 가진 수영이 로봇들을 바라보고는 살짝 비웃음 섞인 미소를 날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먹으면 될거아냐. 망할놈들…”

‘철겅… 철겅…’

‘꼴깍 꼴깍…’

로봇들이 곤봉을 치켜든 채로 수영 쪽으로 다가가고, 곧바로 짜증난다는 듯이 파란색 액체가 담겨있는 병 쪽으로 다가가 액체를 마시는 수영. 족쇄 소리와 액체가 식도로 넘어가는 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 수영의 주위를 그저 서성이고 있는 공중부양 카메라도 말이 없었다.

“말을 듣는건 좋지만, 이쯤 해두고 네 신세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거다.”

“멍청이. 내가 니들이 이뻐서 이러는 것 같냐? 나가면 너희들은 다 철창신세야. 평생 썩게될 테니 기대하고 있어.”

“너희들은 영원히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 아니, 나가지 않게 되겠지. 촉수가 주는 쾌락에 맛을 들이면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싹싹 빌 테니 말이다.”

“미친자식.”

곧 액체를 다 마시고 천연덕스럽게 빈 병을 로봇에게 건네준 수영에게 공중부양 카메라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돌아오는 냉담한 대답. 차라리 제시카처럼 허구한날 날뛰면 두들겨 패기라도 하지, 타고난 낙천성으로 이 극한상황을 견디어 내고있는 수영의 경우가 어쩌면 과학자들의 입장에서는 좀 더 난감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사삭… 사삭…’

“크읏…”

‘위이이이잉… 덥석.’

하지만 수영도 자신의 옷이 알아서 벗겨져 나가는 이 황당한 상황만큼은 익숙해 질 수 없었다. 분하다는 듯 로봇을 노려보며 두 손으로 가슴과 음부를 가리는 수영에게로 곧바로 로봇팔들이 다가가 수영의 두 팔을 붙잡았다.

“오늘은 또 뭐지? 괴물들에 눈깔에 벌레랑도 해봤으니 이제 죽이러 갈 땐가?”

“보면 안다. 어차피 평소처럼 즐기다가 오면 간단한 일이다.”

“웃기지마!”

순간 폐부를 찌르는 말에 수영이 공중부양 카메라를 노려보았다. 방에서 쉴 때마다 다시 마음을 다잡으며 자신을 추스리고는 있었지만, 언제나 수영을 꼼짝못하게 제압하는 촉수들의 압도적 힘과 반사적으로 음액을 분비하는 소녀의 몸은, 역시 대면할 때 마다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하나 의지할 대상이라도…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무력하게 쓰러져가지는 않을텐데… 자신의 상태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소녀의 눈동자가 갑자기 불안정하게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 말과 몸이 따로노는군. 덜 피곤한 쪽을 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닥쳐!!”

‘퍽!’

“윽!”

‘위이이이잉… 철컹!’

공중부양 카메라의 계속되는 도발에 수영이 조금씩이나마 격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도발하는 상대를 향한다기 보다는 자신을 향하는 듯한 외침. 계속 공중부양 카메라를 노려보던 수영이 다소 발버둥을 칠 기색을 보이자 곧바로 로봇들 중 한대가 곤봉으로 수영의 엉덩이를 때렸다. 엉덩이에 느껴지는 강한 통증에 고개를 숙이고 이를가는 수영의 눈에 작은 눈물방울들이 맺혔다.

‘털썩!’

“으으으… 뭐… 뭐야? 이자식들… 뭐야!!”

“보면 안다. 그럼, 오늘도 재밌게 즐기도록 해라.”

“뭐라고!! 야!!”

‘위이이이잉… 철컹!’

곧이어 평소와는 다른 문을 열고 옆방으로 들어간 로봇들이, 수영을 내동댕이 친 그대로 놔둔 채 방향을 돌려 원래 방으로 돌아갔다. 로봇들을 따라 같이 되돌아가는 공중부양 카메라도 소리치고 있는 수영을 향해 그저 짧은 한 마디만을 남긴 채로 로봇들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곧이어 방문이 닫히고, 수영은 주저앉은 채로 이를 갈면서 자신이 내던져진 방을 한번 둘러보았다.

“으으으… 뭐야여긴…”

수영이 당황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 방은 다른 조련실들과는 달리 울퉁불퉁한 생물조직에 덮여있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수영이 평소에 자는 방처럼 벽면들이 미끈한 파란색 금속재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방의 크기도 그다지 넓지 않았다. 잘 해봐야 4평 남짓한 크기의 방에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할 만한 아무 단서도 없었다.

‘쿵!’

“흐흑… 칫… 젠장… 흑…”

수영이 주먹으로 방바닥을 한번 내리치고는 곧바로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이돌 스타가 되기까지 겪었던 숟한 고생과 아픔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내가… 그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 얼마나… 얼마나… 하다못해 왜 이런곳에 끌려온건지, 왜 하루하루를 처참한 능욕과 함께 보내야만 하는지 만이라고 알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 밝은 성격의 소녀에게 마저도 너무나 가혹했다. 차가운 금속성의 바닥에 수영의 눈물이 한방울… 한방울씩 떨어져 내렸다.

“흐흐흐흑… 흐흑… 흐흑… 흑…”

다른 친구들은 어디있는 건지… 특히나 평소에 장난이랍시고 다소 짖궂게 굴었던 티파니와 서현의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티파니 그 느림보 멍청이는 지금도 처 울다가 저놈들에게 맞고 있지는 않을까… 서현이 그 순딩이는 이런 일을 당하면 상처를 많이 입을텐데… 아… 젠장… 둘 다 성격이 강한 탓에 마찰이 잦았던 제시카의 얼굴도 떠올랐다. 제시카… 그 제시카와 함께라면 어떻게든 버텨보며 희망을 찾을 수도 있을텐데… 자존심 강한 애가 혹시 반항하다가 두들겨 맞아 죽지는 않았을까… 아냐… 질긴 애니까… 그래도… 아니야… 수영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들이 떠돌아다니며 소녀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위이이이잉…’

‘쏴아아…’

“뭐뭐뭐… 뭐야!! 야!!! 뭐야!!! 야!!!! 문열어!!! 야!!!”

‘쿵쿵쿵쿵! 쿵쿵!’

그때 갑자기 소녀를 기겁하게 할 일이 일어났다. 방의 천장 모서리 부분들이 군데군데 살짝 열리더니 그곳에서 물줄기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 한 것이다. 물은 곧바로 그다지 넓지 않은 방에 차오르기 시작해, 눈 깜짝 할 사이에 수영의 발목을 넘어 종아리 부근까지 올라왔다. 깜짝 놀란 수영이 문쪽으로 달려가 문을 마구 두드리며 소리쳤지만, 금속성의 방문은 도통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문열어!! 야!! 야!! 문열어!! 야!! 이런 젠장!!!!!”

‘쿵쿵쿵! 쿵쿵! 쿵쿵! 쿵쿵! 쿵!!!!!’

“크흐흑… 망할새끼들… 개새끼들… 흐흑… 흐흐흑…”

‘쿵!!! 쿵!!!’

어느새 수영의 허리 부근까지 물이 차오르고, 계속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던 수영은 어느 한 순간 두 손바닥으로 문을 두 번 세게 내리치더니, 곧 그 자세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한번 서러운 눈물방울을 흘렸다. 망할놈들… 죽이려면 곱게 죽일 것이지… 개새끼들… 내가 여기서… 이런 곳에서… 왜 죽어야 돼는데… 왜… 왜 죽어야 돼나고… 이 나쁜 놈들아… 마지막으로 애들이나 한 번 보여주고 죽이던가… 나쁜놈들… 하하… 아니… 이미 다 죽였을까나… 하하… 하하핫… 하하핫… 개새끼들… 가만안둬… 하하… 하하하… 자신의 운명을 지레짐작한 수영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한과 슬픔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위이이이잉…’

“흐흐흐흑… 흑… 흐흐흑… 흑… 뭐… 뭐야… 뭐야… 어?”

조금만 있으면 수영을 집어삼킬 것 처럼 쏟아지던 물줄기가 갑자기 멈추고 수면도 곧 잔잔해졌다. 방문에 두 손바닥을 댄 채로 흐느끼고 있던 수영이 순간 뒤를 돌아보고 어리둥절해 하면서 방 구석구석을 다시 둘러보았다. 역시나 자신의 어깨 부분까지 차오른 물들을 제외하고는, 딱히 뭐하나 달라진 것도 없었다.

“뭐야… 이건… 이놈들… 대체…”

역시 고요한 작은 방… 어안이 벙벙해진 수영이 방문에서 손을 떼고 헤엄을 치면서 방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녔다. 날 죽이려던게 아니었나? 그러면… 대체… 소녀의 머릿속에 의문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죽이지도 않고, 평소처럼 괴물들을 불러온 것도 아니고, 그냥 놔두는 것도 아니라 그냥 물만 채워넣다니… 설마 헤엄치라고 풀장을 만들어 준 것은 아닐테고… 수영이 알기로 지금 자신을 괴롭히는 녀석들은 그렇게 친절한 놈들이 아니었다. 몸은 항상 씻고 있었던 고로 딱히 목욕이나 하라고 들여보냈다고도 생각할 수 없었다. 항상 처참한 능욕에 지쳐 반쯤 기절한 소녀에게 로봇들이 자동으로 시켜주는 목욕이긴 했지만…

“뭐… 뭐야이건!! 앗!! 뭐야!!”

가만히 앉아 괴물들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계속 헤엄을 치며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수영이 갑자기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작은 비명을 질렀다. 이상한 것은 수영의 반응 뿐만이 아니었다. 수영의 몸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헤엄을 치고있던 수영의 몸이 마치 물 속에 고정된 것 처럼 완전히 정지해 있었던 것이다. 수심이라고 해도 수영의 어깨높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헤엄을 치던 그 자세 그대로 물 속에서 아예 움직이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고, 조금도 가라앉지 않는 것도 이해할수 없는 일이었다.

“으으… 이이이… 이이… 이건뭐야…”

수영은 계속 몸을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물속에 있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마치 단단한 젤리안에 박혀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그 안에 박혀있다고 보기에도 마땅치 않은것이, 마치 무언가 힘을주어 수영을 붙잡고 있는 압박감까지 들고 있었던 것이다. 온몸에 가해지는 압박감에 수영이 약간 답답해 하면서 몸부림을 쳐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쓸데없이 힘만 뺄 뿐, 부질없는 짓이었다.

“으으으… 이건… 이이… 역시… 이… 망할놈들… 크흑…”

수영이 이 괴이한 현상의 정체를 알아내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언가가 자신의 가슴을 주물럭주물럭 거리는 느낌에 가슴 부위를 바라본 수영은, 곧 자신의 가슴이 무언가 주무르는 물체도 없는데 알아서 주물럭 거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당혹스러운 상황에 계속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수조 속을 유심히 바라보던 소녀는, 역시 투명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자세히 보면 희미하게나마 알아볼 수 있을 만한 한 물체를 발견했다.

“으으으… 으아아아!!!! 이 개새끼들!!!! 또 이거냐!!!! 으아아아!!!!”

수영은 그동안 투명한 아메바 같은 생물체에게 붙잡혀 있던 것이었다. 아메바 모양의 생물체는 그 유연한 몸체로 수영의 몸을 완전히 감싼 채 물속에서도 그 형상을 계속 이리저리 바꾸고 있었다. 곧이어 가슴 뿐만이 아니라 수영의 몸 곳곳에도 압박이 가해지고, 이제는 이 탐욕스러운 하등생명체 에게까지 능욕을 당하는 기기막힌 신세에 소녀는 작은 방이 떠나가도록 비명을 질러댔다.

“흐흐흑… 흐흑… 놔!!! 흐흑… 흑…”

곧이어 수영을 감싼 아메바 모양 생물체가 그 형체를 바꿔가며 수영의 자세를 고쳐잡기 시작했다. 물속에 비스듬하게 몸을 눕힌채로 팔은 아래로 늘어뜨리고 다리는 적당히 벌어진 채로 아래로 비스듬히 뻗은 채 무릎 아래로만 바닥을 향해 늘어진 자세… 수영은 일단 되든 안되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계속 팔다리에 힘을 가하면서 아메바 모양의 생물체에게 저항했다.

“흐흑… 흑… 뭐야 아…”

‘꼬로로로록…’

그러나, 역시 그런 저항따위는 무의미한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기라도 하려는 듯, 아메바 모양의 생물체는 곧바로 수영의 몸을 감싼채로 물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수영의 키보다 수심이 얕기는 했지만, 지금 수영의 몸이 비스듬하게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수영의 머리까지 물속으로 끌어당기기에는 충분한 깊이임에 틀림없었다. 아메바 모양의 생물체가 수영을 물 속으로 끌고들어가고, 갑자기 끌려들어가 딱히 대비도 하지 못하고 있던 수영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물 속 이곳저곳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푸하… 헉… 헉… 이이이… 내가… 아!!”

‘꼬로로로록…’

약 1분 뒤 다시 수영의 머리를 물 밖으로 올려준 아메바 모양 생물체는, 수영이 몇 번 가쁜 숨을 몰아쉬고 나자마자 곧바로 다시 소녀를 물 속으로 끌고들어갔다. 입 안에도 바람을 가득 불어넣은 채로 자신의 몸을 노려보는 수영… 얼마안가 한계점에 도달한 수영이 대량의 공기방울을 벹어내고, 아메바 모양의 생물체는 다시 수영의 머리를 물 밖으로 올려주었다.

“콜록… 콜록… 헉… 헉… 으으으… 헉… 헉… 으앗!!”

‘꼬로로로록…’

역시나 적당히 호흡을 가다듬고 나면 다시 수영을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아메바 괴물… 이미 자신의 몸을 완전히 감싼 이 생물체를 상대로 수영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노려보는 것을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수영이 완전히 한계점에 다다르고 나서야 수영을 올려주는 아메바 괴물…

“푸하… 허억… 허억… 허억… 아푸!!”

‘꼬로로로록…’

‘…………………………’

“푸하… 으으으… 헉… 헉… 앗!!”

‘꼬로로로록…’

“허억…… 허억…… 허억…… 허억…… 으으으으으… 으으으… 하핫… 하하핫…”

얼마나 지났을까… 계속되는 물고문에 힘이 완전히 빠져버린 수영은 이제 영락없이 아메바 괴물의 먹이신세가 되어 자신의 온몸이 주물럭 거려지는 이 상황을 그저 힘없이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완전히 풀린 눈으로 이리저리 모양이 변하고 있는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고 있던 수영이 갑자기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다소 괴기스러운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으으으… 개새끼들… 개새끼드을… 으으… 앗…”

오늘도 역시나 반쯤 기절하기 전에는 풀려나지 못할 것임을 짐작한 수영이 무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곧바로 수영의 음부에 끔찍하도록 익숙한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메바 괴물이 수영의 음부와 맞닿은 부분의 조직을 조금씩 수영의 질 속으로 밀어넣기 시작하고, 질 속에 느껴지는 이물감에 수영이 아주 잠깐동안 호흡을 멈추고 숨을 천천히 벹어냈다.

“으으으… 으읏… 읏… 으으… 어… 어디까지… 흑…”

아메바 괴물은 계속 그 형체를 자유자재로 변형시켜가며 수영의 몸을 주무르고 다녔다. 역시나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질 속 깊숙히 파고들어오는 물렁물렁한 아메바 괴물의 몸체였다. 대체 유연성의 끝이 어디인지 무슨 주물용 틀에 쇳물을 들이붓듯이 수영의 질 속으로 파고들던 아메바 괴물은 결국 수영의 자궁입구까지 파고들고서야 겨우 침입을 멈추었다. 

“으으읏… 으읏… 읏… 안돼… 으으… 그만…”

얼추 수영의 질 깊이를 재고 난 아메바 괴물은 곧 삽입운동…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팽창-수축운동이라고 불러야 할 움직임으로 수영을 능욕하기 시작했다. 자궁입구를 찌르는 아메바 괴물의 움직임에 수영이 어디가 아픈 사람처럼 신음소리를 내며 이를 악물고 호흡을 잠깐잠깐 멈추었다. 몸부림이나 발버둥을 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유연하기 짝이없는 아메바 괴물은 틀에 끼워맞춘 것처럼 수영의 몸을 빈틈없이 감싼채로 수영이 겨우 숨만 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으으… 아아… 그건… 으으으… 으읏…”

음부에 가해지는 능욕은 팽창운동을 계속하며 자궁입구를 찌르는 움직임에 그치지 않았다. 수영의 질 속으로 파고들지 않은 부분도 역시 수영의 음부에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은 수영의 음핵을 감싸고 있는 조직이었다. 아메바 괴물은 수영의 음핵을 덮고있는 조직을 매우 정교하게 움직이며 음핵을 압박하고 문지르고 마치 흡판처럼 조금씩 빨아들이기도 하면서 자극하고 있었다. 자궁입구와 질벽, 그리고 음핵에 동시에 가해지는 이 강렬한 자극에 또다시 항복하지 않을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수영이 어차피 움직일 수도 없는 몸의 긴장을 풀고 호흡을 다소 자연스럽게 가져가기 시작했다.

“으으으으… 아아… 아아… 이 나쁜놈들… 아아… 아아…”

수영의 온몸을 주무르는 아메바 괴물의 움직임도 일종의 전신마사지와 같은 효과를 발휘해 소녀가 몸의 긴장을 푸는 것을 도와주었다. 자신을 매일 괴물들의 노리개로 던져주는 자들을 계속 저주하는 수영의 목소리에도 점차 이 소녀의 긴장이 풀려가는 느낌이 서려있었다.

“아아… 아아… 아읏… 아읏… 읏… 흐으… 나 나쁜놈들… 흐윽…”

수영의 상태가 서서히 변해간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아메바 괴물이 좀 더 적극적으로 수영의 몸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특히 적극적으로 변한곳은 두 가슴을 주무르던 부분의 움직임이었다. 역시 긴장을 조금씩 풀어주듯 그냥 가슴을 단순히 주무르고만 있던 아메바 괴물은, 출렁이는 두 가슴의 부드러운 촉감을 즐기기라도 하듯 수영의 가슴 이곳저곳을 동시에 압박하고 조금씩 비틀어보기도 하며 자극했다. 유두를 감싸고 있는 부분들도 그 형체를 이리저리 바꾸어가며 수영의 유두를 돌리기도 하고 여러 방향에서 살살 문지르기도 하면서 조금씩 민감해지고 있는 유두를 공략했다. 

“으으으… 으읏… 아읏… 으읏… 아읏… 으읏… 아읏… 아읏… 아…”

이제 수영의 목소리에서는 저항이나 거부의 낌새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멀리서 본다면 그저 물 위에 머리만 내놓고 떠있는 상태로 보일 뿐이었지만, 자세히 본다면 부드러운 몸의 형상이 여기저기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이 소녀가 처해있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수영의 음부야 말로 가장 소녀의 몸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동그랗게 벌어졌다가 다시 수줍게 닫히기를 반복하고 있는 수영의 음부는 촉촉하게 젖은 음액의 반짝임이 더해져 더욱 음란하기 짝이없는 그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 아아… 아아… 아… 아으… 흐으… 으으… 아아… ”

날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것을 제외하고는 가슴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에 몸을 뒤척일 자유조차도 허락받지 못한 수영의 눈동자가 점점 위쪽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수영은 자신이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인 고개를 이리저리 뒤척이며 가끔씩 침을모아 삼키는 것만으로 주체할 수 없는 감각이 밀려오는 와중에 겨우 의식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었다.

“아아… 아아… 아아… 아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벌어졌다가 닫히는 음부의 움직임은 이미 고속 공작기계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빨라져 있었다. 자궁 입구까지 파고드는 아메바 괴물의 수축-팽창운동은 단순히 질 속에서 조금씩 움직이며 자궁 입구만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었다. 질 속으로 파고든 몸체를 완전히 빼낸 다음에 다시 빠르게 밀어넣는 이 격렬한 삽입에 더불어 음핵까지도 계속 주무르며 자극하고 있는 이 움직임은 그야말로 인간이 알 만한 그 어떤 생물이나 기계도 재현하지 못하리만치 정교하면서도 환상적인 것이었다.

“아아… 아아… 아아… 아아… 아아… 아아… 아아… 아아… 흐아앗… 하앗!!!!!! 으읏!!! 읏!!! 흐… 아앗… 아… 아… 헉… 허억… 으으으… 흐흑… 흐흐흑… 흑… 개새끼들… 흐흑… 흑…”

아메바 괴물의 격렬한 움직임에 소녀의 몸이 백기를 들기까지의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수차례의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고개를 이리저리 꺾은 수영은 또다시 기괴한 이생물체의 능욕앞에서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자신의 몸을 차마 볼 수 없었는지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는 곧 눈을 감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바깥세상에서라면 도통 눈물이나 슬픔 같은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았을 이 쾌활하고 명랑한 소녀를 한번 짓밟은 것으로는 탐욕을 다 채울 수 없었는지, 아메바 괴물이 또다시 수영의 몸을 주물럭거리며 소녀를 욕보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미끌미끌한 붉은 벽면의 작은공간 안에서 한 소녀가 즐거움과 기쁨에 몸서리치며 허리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만삭의 임산부처럼 가득 불러온 소녀의 배… 티파니는 누가 보아도 맛이 갔다고 느낄법한 표정으로 자신의 배와 음부를 바라보며 히죽히죽 웃고있었다. 티파니는 두 팔을 위로 뻗은채로 손목을 두 촉수에 결박당하고 두 다리는 한껏 벌린채로 발목과 무릎을 두 쌍의 촉수에 옭아매이고 있었다. 팔을 위로 뻗은 것을 제외하고는 마치 산부인과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과도 흡사한 자세였다.

“하아… 하아… 하아… 아앗… 하아… 으으으… 그래도… 그래도… 헤헤… 하앗… 아아앗… 으으…”

티파니는 무언가 통증이 느껴지는지 얼굴을 조금씩 찡그리면서도 시선을 자신의 음부쪽으로 계속 가져가고 있었다. 둥글고 불룩하게 솟아오른 티파니의 배 이곳저곳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듯 한 움직임이 보이고, 무언가 고통이 더 심하게 느껴지는 듯, 티파니가 이를 악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티파니의 눈가에 맺힌 아주 작은 눈물방울들이 속눈썹 끝에붙어 조금씩 반짝였다.

‘칠거억…………’

‘꾸위이이이익…………’

“아아앗!!! 아앗!!! 아으… 아… 조금만… 조금만 더… 헉… 허억… 헉… 으으으… 아아…”

이제 촉수라면 완전히 사족을 못쓰는 몸이 되어버린 티파니가 계속 비명지르기와 호흡을 멈추기를 반복하며 무언가 고통을 참고있던 이유가 드러났다. 티파니의 음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빠져나오고 있는 한 갯지렁이 모양의 생물체가 음부 밖으로 융털들이 흐느적거리고 있는 앞부분을 살짝 내밀고는 처음나온 세상을 구경이라도 하듯 이리저리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칠거억…………’

“으으읏… 으으… 으읏… 아아… 네… 더… 아아… 행복해요… 으읏… 아아아… 행복해… 으으읏… 악!! 으으으… 아아…”

티파니의 팔목 굵기와 얼추 비슷한 이 생물체는 옆면에도 수많은 실지렁이 형상의 작은 털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실지렁이 모양의 괴생물체는 티파니의 자궁에서 빠져나오든 도중에서부터도 벌써 이 작은 털들로 티파니의 자궁입구와 질벽을 문지르고 다니며 그동안 자신을 품어준 이 소녀를 벌써부터 능욕하고 있었던 것이다.

‘칠걱…………’

“으으으… 아아아… 아아… 하아… 주인님이 나와요… 헤헤…하아… 으읏…”

드디어 길이가 약 50센티 정도 될법한 갯지렁이 모양의 생물체가 티파니의 음부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고, 티파니가 자신의 다리사이에서 꿈틀거리는 괴생물체를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얼굴로 다시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갯지렁이 괴물은 한동안 티파니의 다리사이에서 서성이더니 곧이어 다시 티파니에게로 다가가 소녀의 하얀 나신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클클클클클… 다른 실험체들도 이녀석 반만큼만 했다면 벌써 연방 본국으로 떠날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 낄낄낄…”

“그러게나 말이야. 아니, 초광속 항행 도중 나머지 두 대의 탐사선이 좌초하지만 않았어도 그냥 혼자보낼 수도 있었던 일이겠지. 아쉽군.”

“항로를 잘 모르고 왔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다른 실험체들은 언제쯤 촉수산란을 자처할까나…”

작은 통제실에서 두 과학자가 매우 만족스러운 듯 티파니의 출산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기사, 이들의 입장에서는 그럴만도 한 일이었다. 자신이 촉수들의 짝이라는 사실을 계속 상기하고 싶은 듯, 계속 자신의 음부와 갯지렁이 괴물을 번갈아 바라보며 헤죽거리고 웃는 티파니… 이것은 티파니가 원래 과학자들의 조련 매뉴얼에 따라 가장 교과서적으로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장면이었다. 자신의 자궁속에서 새로운 촉수를 키우면서 촉수에 대한 종속심을 더더욱 키워가는 것이야말로 조련과정의 최후단계로서 촉수산란이 가지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러나, 촉수산란 자체가 조련과정의 일부로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젤리온들이 여성노예들을 통제하기 위해 우주식민지 내의 폐기물을 처리할 목적으로 양식하던 하등생물들을 개량하여 처음 촉수생명체를 개발할 당시에는, 여성의 자궁이 아닌 부화기 안에서 촉수의 알을 부화시키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자연출생자들과의 파멸적인 대규모 전쟁을 치른지 얼마 되지않은 시점에는 각종 자원과 물자가 모두 부족했고, 촉수생명체들을 연구하던 과학자들도 곧 촉수들의 개체수를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 과학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이미 수십억개의 천연 부화기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촉수생명체들을 꼭 인공적으로 만든 기계속에서만 부화시킬 필요는 없다. 촉수생명체들은 시민이 아니다. 단지,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키우고 있는 가축에 불과하다. 이 하등생물들을 자연출생을 통해 번식시키는 것이 출생방식과 아젤리온 문명의 미래상에 대한 우리의 이념에 어긋난다고 볼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수차례의 이념논쟁을 거쳐 이 대안이 채택되기 까지는 적지않은 시일이 걸렸다. 오랜 기간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자연출생에 대한 증오심을 가득 품고있던 이념위원회 위원들이 이 대안을 두고 숱한 논쟁을 벌인 탓이었다.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촉수의 알을 여성노예의 자궁속에서 부화시키는 방법은 원래의 목적 외에도 노예들이 더욱 촉수에 순종하게 만드는 결과까지도 가져오게 되었다. 그리고 촉수산란은 그 자체로서 조련과정에 관련한 일종의 졸업과도 비슷한 의미로 자리잡아 지금 영문도 모른채 포획되어온 티파니에게도 실행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칠걱………’

“또… 하아… 하아아… 아아… 행복해… 히히히…”

‘스슥… 스슥…’

“아아앗… 하아… 하아… 헤헤헤…”

출산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티파니의 음부 밖으로 다시 끝부분을 내밀고 꿈틀거리는 두번째 갯지렁이 괴물… 이들은 이미 티파니의 자궁 속에서 상호융합 및 포식과정을 거친 뒤였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애당초 티파니의 자궁 속에 산란된 알들의 수가 워낙에나 많았다보니 출산이 한번으로 끝날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티파니의 능욕은 갯지렁이 괴물을 출산하면서 겪는 음부의 자극으로 끝나지 않았다. 맨 처음 나와 소녀의 몸을 기어오른 괴생물체가 끝부분으로 티파니의 오른쪽 유두 근처를 꾹꾹 누르자 곧 유두에 흰색의 액체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자궁에 산란된 알들에게서 나온 호르몬의 영향으로 젖이 분비되고 있는 것이었다. 가슴에 느껴지는 감촉에 잠시 자신의 유두를 바라본 티파니는 또 뭐가 그렇게 좋은지 다시 실실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칠걱………’

“하아… 하아… 하아… 좋아요… 하아… 아아…”

‘덥석!’

“앗. 헤헤헤헤… 아아… 아… 마음껏 드세요… 하아… 좋아… 하아…”

곧이어 두번째의 갯지렁이 괴물도 티파니의 음부에서 빠져나오고, 가슴을 누르며 티파니의 젖을 조금씩 짜내고 있던 첫번째 괴생물체는 곧바로 끝부분으로 티파니의 오른쪽 유두를 물고는 젖을 빨아마시기 시작했다. 자신의 유두에 느껴지는 감촉에 한번 가슴쪽을 바라본 티파니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긋생긋 웃었다. 두번째 괴생물체도 잠시동안 티파니의 다리사이에서 꿈틀거린 뒤, 곧바로 티파니의 몸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칠걱………’

“아앗… 아아… 하아… 하아… 아… 헤헤헤… 헤헤…”

‘덥석!’

“헤헤헤헤… 히히… 아앗… 히히히…”

두번째 갯지렁이 괴물도 곧바로 티파니의 왼쪽 유두를 물고는 역시 유두를 흡입하며 젖을 빨아마시기 시작했다. 티파니가 미소를 지으며 양쪽 가슴에 붙어 젖을 빨아마시고 있는 두 갯지렁이 괴물을 번걸아서 바라보는 와중에도 곧바로 세번째 갯지렁이 괴물이 역시 실지렁이 모양의 가는 털들로 티파니의 질벽과 자궁입구를 문질러대며 음부 밖으로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괘락과 행복감에 젖어 잘 못느끼는 것인지 이제 티파니는 출산의 고통에 따른 짧은 비명조차도 지르지 않고 그저 웃음과 신음소리만을 흘려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칠걱……… 칠걱………’

“아아… 하아… 하아… 헤헤헤… 아… 행복해… 좀더 드세요… 행복해… 헤헤…”

갯지렁이 괴물들이 나오는 속도도 점차 빨라져서 곧 세번째 갯지렁이 괴물이 음부 밖으로 빠져나오고, 곧바로 티파니의 몸을 이리저리 타고 오르면서 질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실지렁이 모양의 털들로 티파니의 몸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허리를 휘감고 천천히 위로 올라가면서 몸을 간지럽히는 자극에 티파니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투명하고 맑은 침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지금의 자극도 촉수에 길들여진 소녀의 몸을 더 기쁘게 괴롭히는 데에는 충분했지만, 티파니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역시 앞으로 계속 태어날 괴생물체들이 자신의 온몸을 뒤덮고 마구 능욕해줄 상황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티파니의 이런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듯, 네번째의 갯지렁이 괴물은 음부에서 다 빠져나오기도 전에 바로 끝부분을 위쪽으로 향하고는 티파니의 배를 타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괴물들이 빠져나옴과 동시에 티파니의 불룩한 배가 점점 원래의 모양을 되찾아가고, 이대로 영원히 붙잡혀 있고싶은 소녀는 눈을 뒤집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점점 전신에 느껴지는 미끌미끌한 감촉에 몸을 맡겼다.

“크흑… 흐흐흑… 아아… 말도안돼… 아냐… 티파니언니… 아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또 한명의 소녀가 있었다. 서현은 갯지렁이 괴물들을 낳자마자 또다시 자신이 낳은 괴물들에게 젖을 물리고 능욕까지 당하는 티파니의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흐느끼고 있었다. 한동안 계속 티파니를 바라보던 서현의 떨리는 시선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 자신의 배로 향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티파니 서럼 약간 솟아오른 자신의 배… 서현은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끔찍한 일을 상상하며 끝없는 두려움과 복받쳐 오르는 설움에 하염없이 목놓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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